<스카이폴>은 범죄자의 수법과 근원적 범행동기 그리고 결말까지 지난 여름에 본 드라마 <유령>을 연상케 하는 데가 있다. 구세계에서 배반당한 인물이 아주 구세계적인 범행동기 때문에 신세계의 범죄기술을 활용한다. 그렇지만 (영화라서 드라마에 비해 캐릭터를 보여줄 시간이 별로 없었던 점을 감안하지 않고 보면) <스카이폴>의 실바는 <유령>의 조현민보다 훨씬 후지고 어설프다. 실바는 "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시대의 보이지 않는 위협"인 것처럼 보이지만(그리고 스스로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지만), 결국 그가 바랐던 것은 단지 "구세계에서 정당한 자기 몫을 인정받고 싶었던 것뿐"임을 자각하며 최후를 맞는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이게 우리 시대의 상상력의 한계점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