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꽃

이제 바람구두를 날려보내며, [토탈 이클립스]

By  | 2012년 11월 11일 | 
토탈 이클립스 무삭제판 - DVD 아그니에츠카 홀랜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데이빗 튤리스 | 블루미디어 | 20071012 평점 상세내용보기 | 리뷰 더 보기 | 관련 테마보기 랭보의 생애를 몰랐지만 그 시기 여느 시인이 그랬듯 그의 시는 놀랍도록 매료되어 이 언어의 물결 속에서라면 숨을 놓아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흉내낼 수 없을 간절한 자유와 처절한 절망과 고독이 한곳에서 숨을 쉬었다. 간혹 숨을 놓치고 싶을 정도로 매혹적이었다. <지옥에서 보낸 한 철>은 내내 부서져 튕겨나오는 지옥불 같은 언어 속에서 헤엄치게 하는 마력 같았는데도 마냥 좋았다. 좋아서 누웠고 좋아서 덮었고 좋아서 앓았다. 그렇게 한 순간 랭보의 바람이 세차게 가슴을 훑고 지나갔다. 그리고 영화 [토탈 이클립스]

우리 모두는 곧 사라질 것이다

By  | 2012년 11월 8일 | 
굿바이 칠드런 - DVD 이렌느 야곱, 루이 말 | 써니필름 | 20111025 평점 상세내용보기 | 리뷰 더 보기 | 관련 테마보기 제43회 베니스영화제 그랑프리 수상에 빛나는 루이 말 감독의 <굿바이 칠드런>에는 어떠한 자극도 없다. 그저 소년과 소년의 빛나는 우정만이 끝에 가만히 남는다. 손바닥 위에 동그랗게 말려 올려진 어떤 관계. 친구가 가는 길을 지켜봐주는 일. 그것을 우린 우정이라 부른다. 1944년 파리의 기숙학교 새학기가 시작된다. 활발하고 호기심 강한 줄리앙은 학교가기 싫어 떼를 쓰면서도 친구들과의 생활에 적응하여 흉흉한 시대를 힘차게 걸어나간다. 반에 쟝 보네가 전학오기 전까지 학교생활에 싫증과 따분함을 느끼고 있던 차였다. 총명한 눈빛에 말수가 적은 보네는 모두가 말하

어느 날, 새로운 세상이 찾아올 것이다, [트루 크라임]

By  | 2012년 12월 13일 | 
트루 크라임 - DVD 클린트 이스트우드(CLINT EASTWOOD), 이사야 워싱턴(ISAIAH WASHINGTON), 제임스 우즈(JAMES WOODS), 클린트 이스트우드(CLINT EASTWOOD) | 워너브러더스 | 20111223 평점 상세내용보기 | 리뷰 더 보기 | 관련 테마보기 카뮈의 <이방인> 속 뫼르소는 이 시대 법치주의의 그림자를 비추는 굴절이다. 사회 구성원 개개인의 권리를 보호하면서 사회의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고안된 법치주의는 인간의 욕망과 관음에 의해 변형되고 부서졌다. 뫼르소는 어머니의 장례식장에서 눈물을 보이지 않은 이유로 가혹한 법정심판을 받는다. 단지 태양이 눈부셔서 맞은 편에 걸어오는 아랍인에게 총을 쐈다는 이유만으로 내려진 '사형'은 어째서 부조리한가

붉고 연약하여 침묵하는 고통이여!

By  | 2012년 11월 7일 | 
석류의 빛깔 - DVD 세르게이 파라자노프 | 무비스톤 | 20110317 평점 상세내용보기 | 리뷰 더 보기 | 관련 테마보기 <석류의 빛깔>은 러시아(구 소련)의 세르게이 파라자노프 감독이 만든 1968년 작으로 17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었다. 시인의 내면을 고스란히 스크린으로 옮기려던 시도는 난해함으로 시작해 놀람의 정점을 찍고는 금새 방전되어 버리는 배터리처럼 고스란히 나에게로 녹아내렸다. 뚝뚝 떨어지는 피와 목놓아 부르는 노래와 육체와 영혼이 동시에 생겨났다 사라지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나는 증발했다. 이 괴이하면서도 우월한 영화를 만든 감독을 백과사전에서 찾아보는 일도 그를 이해하려는 발악 혹은 비범한 시도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 시도. 온전히 가질 수 없는 것을 그악스럽

초록 양탄자에서 왈츠를, [위대한 유산]

By  | 2012년 11월 16일 | 
위대한 유산 - DVD 로버트 드 니로(ROBERT DE NIRO), 에단 호크(ETHAN HAWKE), 기네스 팰트로(GWYNETH PALTROW), 알폰소 쿠아론(ALFONSO CUARON) | 20세기 폭스 | 20100730 평점 상세내용보기 | 리뷰 더 보기 | 관련 테마보기 <두 도시 이야기>의 새 완역본이 번역출간된 것만으로도 올해는 디킨스를 놓치고 지나가기 힘들다. 한 달에 한 권씩 다섯 작품을 읽기로 계획하면서 두 번째로 <위대한 유산>을 골랐다. 영미문학은 프랑스문학에 비해 쿨한 구석이 있어 프랑스문학의 골수팬인 나로서는 퐁당 빠져들기 어려운 구석이 많지만, 세련미와 통속미를 동시에 획득하면서도 그 틈 어디선가 새로운 문학성을 구축하는 디킨스는 분명 매력적인 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