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꽃

식어버린 커피 한 잔, [만추]

By  | 2013년 1월 31일 | 
만추 [일반판] - DVD 김태용, 현빈, 탕웨이 | 아트서비스 | 20121206 평점 상세내용보기 | 리뷰 더 보기 | 관련 테마보기 가을이 아닌 계절에 <만추>에 대한 얘기를 한 번쯤 하고 싶었다. 사랑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말하고, 한 여자와 한 남자의 만남과 싹트는 믿음과 느닷없는 이별에 대해서도 말하고 싶었다. 그리고 누군가의 사랑 이야기 하나쯤 모른 척 덧붙이고도 싶었다. 그리고 말하고 싶었다. 사랑이 감정인지, 사람인지, 사랑 그 자체인지에 대하여. 사랑을 추상성으로 귀결짓는 이들에게 하나의 구체성쯤 들이밀고 싶은 욕심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하지만. 결국에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할 것이다. 앞서 말한 것들 중에 제대로 아는 것은 하나도 없으니 아는 체 하는 순간 이미

나, 그래도 살래요, [리플리]

By  | 2013년 2월 1일 | 
리플리 - DVD 안소니 밍겔라, 맷 데이먼(MATT DAMON) | 기타제작사 | 20110705 평점 상세내용보기 | 리뷰 더 보기 | 관련 테마보기 '리플리 증후군'은 허구의 세계를 진실이라 믿고 거짓된 말과 행동을 상습적으로 반복하는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뜻하는 용어로,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원작소설에서 유래되었다. 최근 원작소설 <리플리>가 새로 출간되었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동적으로 이 영화를 한 번쯤 떠올렸을 것이다. 이다해가 여자 리플리 역을 맡았던 [미스 리플리]라는 드라마도 생각난다. 맷 데이먼에게는 화가나지 않는데, 이다해를 보면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열을 올렸던 안좋은 기억이 있다. 그 여자는 너무 심하게 계산적이고 안하무인인데다 독불장군이기까지 했는데, 예쁘다. 별로

Everyday is a miracle!,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By  | 2013년 1월 31일 |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 DVD 톰 행크스(TOM HANKS), 산드라 블록(SANDRA BULLOCK), 기타 | 워너브러더스 | 20120817 평점 상세내용보기 | 리뷰 더 보기 | 관련 테마보기 영화화 소식을 들었을 때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이 미스터리 퍼즐이 영상에 펼쳐졌을 때 어쩌면 책보다 지루할 수도 있을 것이고, 스스로 맞추지 않아도 저대로 맞춰지는 수동적 퍼즐놀이가 될 수도 있고, 책과는 분명히 다를 테지만, 감동이 사그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 여느 액션영화보다도 가장 생동감 넘치는 드라마가 되리라 확신했다. 원작의 감동이 그랬고, 휴머니즘과 미스터리 구성을 가진 탄탄한 스토리가 그랬고, 무엇보다 극이 안고 있는 보편적 주제가 워낙 뛰어나서 두 배의 기대라면

어둠으로 일탈

By  | 2016년 3월 23일 | 
어둠으로 일탈
그저 느낌이지만 꽤 오래 미드를 끊은 경험에 비추어 <피리 부는 사나이>는 되게 미드같다. 어떤 문화적 차이로 인해 완전한 공감이 이뤄지지 않거나 언어라는 장벽으로 이질감을 느끼곤 했던 수준 높은 미드를 보고있는 착각에 빠진다. 사실 잘 들여다보면 여전히 그들만의 라운지 안에서 벌어지는 감동 짜는 스토리이기도 한데. 원작이 우리나라 웹툰이지만 미드에 나올 법한 전문직(처럼 보이는) 위기협상팀의 활약이 구구절절 꼼꼼하다. 6화쯤 되니 윤곽이 좀 잡히는 것 같고, 사실 피리 부는 사나이가 누군지 별로 궁금하지 않지만 이 분위기에 서서히 젖어드는 느낌이 참 좋다. 첫회에 시청률 판이가 거의 완결되는 브라운관에서 이토록 느리고 질척하고 끈적하게 다가오는 씬들은 어떤 의미를 갖는 것 같다. 달콤하고

인연이라는 것 혹은 사랑이라는 것

By  | 2013년 11월 1일 | 
인연이라는 것 혹은 사랑이라는 것
열 번을 봤는데(5주다) 언젠가부터 남자의 눈빛에 사랑이 가득차있다는 걸 여자만 모른다. 모든 장면이 가슴 뛰고 아프고 슬프고 경이롭다. 그래서 아껴봤다. 금방 끝나버렸지만. 참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오열은 주인공들만 하는 게 아니다. 방금까지 그가 깔고자던 하얀 시트를 깨끗하게 빨아서 너는 여자를 지켜보는 남자. 찬란한 햇살과 솔솔 불어오는 바람으로 더없이 평온한 정원에서 나뭇가지와 나뭇가지 사이에 빨랫줄을 힘껏 동여매고 의자에 올라가 미소 지으며 할일을 하는 여자를 발코니에서 지켜보는 남자의 표정에는 그윽한 미소가 어려있다. 그들은 서로를 보며 웃은 적이 없었다. 그래서는 안됐다. 남자는 자신은 기억하고 있으나 여자는 자신이 들킨 줄 모르고 있을 어떤 날을 회상한다. 그때의 여자에게는 가장 행복한 날이었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