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Analog

비처럼 영화처럼

By  | 2013년 8월 31일 | 
비처럼 영화처럼
누군가에게 비는 우울한 몽상의 시작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같이 우산을 나눠 쓸 사랑의 징조다. 내리는 비처럼 서서히 젖어드는 사랑영화와 함께 장마 준비 어떤가._공연월간 씬플레이빌 7월호사랑은 때를 알고 내리는 비 <호우시절> '호우지시절' '때를 알고 내리는 좋은 비'라는 두보의 시구에서 따온 제목처럼 영화는 성큼 계절이 찾아오듯 젖어 드는 사랑에 집중한다. 허진호의 다섯 번째 영화 <호우시절>은 처음으로 제대로 마음을 전하는 사랑이야기다. 허진호의 연인들은 사랑의 속성이 그러하듯 짧게 행복하고 아프게 종지부를 찍어왔다. 그리고 이 사랑의 시간에는 언제나 죽음이 도사린다. 잊을 수 없는 데뷔작 <8월의 크리스마스>의 남자는 죽음을 안고 괴롭게 사랑했고, <봄날은 간다&

당신을 기억하는 방식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

By  | 2013년 11월 16일 | 
당신을 기억하는 방식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
잠 못 드는 그대에게 단 한 명의 사랑을, 가족을, 친구를 잃고 잠 못 드는 이유는 아마도 회한이 남아서일 것이다. 떠난 이를 기억하고 가슴 속에 묻는 가장 아름다운 방식을 영화로 배운다._공연월간 씬플레이빌 8월호 당신을 기억하는 방식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 죽음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찾아온다. 영원할 것만 같던 젊음도 시간 앞에 시들기 마련이다. 장밋빛 볼과 생기어린 눈동자가 소멸한다 해서 불행하기만 할까. 노년의 시간은 청춘의 속도와 분명 다르게 흐르겠지만 그 나름대로의 고즈넉한 일상이 삶을 채워줄 것이다.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의 노부부도 반평생 고락을 함께 하며 황혼의 인생을 보내고 있다. 이미 내 살처럼 느껴지는 익숙한 반려와 얼마 남지 않은 삶을 함께 한다면 주름진

To Watch Movie_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By  | 2013년 11월 16일 | 
To Watch Movie_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정말 지구가 멸망하는 순간이 오면 우리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삶이 무료했던 이들에게 권한다. 마치 내일은 없다는 듯 오늘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_공연월간 씬플레이빌 9월호 마지막 춤은 너와 함께 <세상의 끝까지 21일> 지구 멸망 카운트다운 D-21일. 아내는 도망갔고, 자살도 쉽지 않다. 길거리에는 짝을 찾지 못한 이들이 너도 나도 종말을 함께 보낼 동반자를 구하는 벽보가 붙어 있다. 누군가는 폭도로 변하고 또 누군가는 문란한 성애주의자가 되거나 박애주의자가 되어가는 상황에서도 남자는 출근한다. 남은 3주를 그렇게 출퇴근만 반복할 것 같던 남자는 아랫집 여자에게 잘못 배달된 첫사랑의 편지를 건네받고 움직이기 시작한다. 영화는 행성과 충돌 직전인 상황에서 잔잔한 드라마를 선사한다. 종말이 코

To Watch Movie_결국은 인간

By  | 2013년 8월 31일 | 
To Watch Movie_결국은 인간
보통 사람들이 평생 닿을 수 없는 성공가도를 달리는 사람들이라고 다를 건 없다. 월가를 주무르는 억만장자도, 위대한 예술가도, 스타가 된 사진가도 결국은 인간이다. _공연월간 씬플레이빌 7월호자본주의 망령의 하루 <코스모폴리스> 말쑥한 수트를 입고 리무진 뒷좌석에 앉아있는 남자, 월스트리트 경제를 한 손으로 주무르는 젊은 억만장자 에릭 파커다. 작은 소음조차 허락하지 않는 밀폐된 리무진은 그가 옹립한 작은 성이다. 이 리무진 뒷좌석에서 남자는 투자 상황을 분석하고 지시하고 섹스도 한다. 교통체증으로 정체된 리무진 밖은 성난 시민들의 아우성으로 혼란스럽다. <코스모폴리스>는 뱀파이어의 일생을 살고 다시 인간이 된 로버트 패틴슨을 뉴욕의 최연소 거물 투자가로 변신시켰다. 창백한 인상의 남

아름다운 열번째 비행 <업>

By  | 2013년 11월 16일 | 
아름다운 열번째 비행 <업>
10번째 비행, 새로운 10년도 굿 럭 씬플레이빌이 열 번째 생일을 맞았다. 십년동안 매달 새로운 비행을 떠나는 마음으로 함께 했을 독자들에게 앞으로의 십년도 잘 부탁한다는 당부와 함께 아름다운 비행을 준비했다. 아름다운 비행 <업> 우리는 어린 시절 수많은 공상으로 성장기를 채운다. 밤이 되면 인형의 집에서 잠들어 있던 인형들이 살아나지 않을까(<토이 스토리>), 악몽을 꾸는 이유는 뭘까(<몬스터 주식회사>), 로봇에게도 마음이 있다면 어떨까(<월-E>), 변기로 물고기를 내려 보내면 바다로 가겠지(<니모를 찾아서>), 평범한 옆집 사람들이 알고 보면 슈퍼 히어로일지도 몰라(<인크레더블>). 픽사는 기꺼이 허무맹랑한 어린 시절 공상을 진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