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영화는 막상 본 당일에는 잊혀졌다가, 시간이 흐를수록 장면들이 잔상에 남아 깊게 새겨질 때가 있다. 그게 바로 <문라이트>. 그리고 어떤 일들은 그 순간엔 그게 그렇게 중요한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될 줄 몰랐다가 시간이 지날 수록 영원히 그 순간을 기억하며 외로움과 슬픔을 극복해 나가기도 한다. 토미가 헤드윅의 카페 공연을 찾아갔던 날이랄지, 테레즈가 캐롤에게 장갑을 돌려주기 위해 전화를 건 순간이랄지, 제시가 셀린에게 무슨 책을 읽고 있느냐고 물어본 순간이랄지. 영화를 보는 내내 소년 리틀(혹은 샤이론)의 고독이 너무 생생하게 느껴져서 마음이 아렸다. 하지만 얼마나 외로울까, 얼마나 고독할까, 안타까워만 하기엔 그에게는 인생을 버티고 나아갈 수 있는 달빛이 하주 가끔씩 쏟아지고 그게 바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