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퍼처 고객센터

장춘 여행기 #4

By  | 2014년 4월 29일 | 
장춘 여행기 #4
다시 한 번 그 자리를 찾아가 보기로 한다. 스치듯 지나치며 느낀 유사성이 아닌, 그 거리에서 직접 눈을 마주 대고 섰을 때 다시금 옛날에 눈에 담아내었던 프레임이 그대로 떠오를지를 다시금 확인하고 싶다. 채비를 하고 길거리에 나서서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아직 북쪽에는 느린 걸음으로 찾아오고 있는 봄의 온기를 맞지 못해 헐벗은 수해(樹海). 그리고 도로 너머 보이는 회색의 건물들과 정비되지 않은 가도. 드문드문 보이는 사람들. 처음 느꼈던 이르쿠츠크와의 비슷함을 다시 한 번 실감한다. 하지만 그 섣부른 예측으로 지은 속단은 곧 의구심으로 바뀐다. 그 수해의 옆에 자리잡고 있는 도시의 외곽을 도는 경전철에서, 분명히 풍경은 아까와 별로 다를 것이 없지만, 역을 거듭할수록 계속해서 전차 안으로 구

PS.

By  | 2014년 5월 18일 | 
PS.
PS1. 일반적인 사진가의 모습.jyp 사진 속의 인물은 내 고등학교 때부터의 친우 O다. 이번 여행을 같이 한 친구인데, 이번 여행에선 그에게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여행의 시작인 항공권을 끊는 것부터 시작해서, 기실 자잘한 것까지 모두 나열하면 한도 끝도 없다. 다만 강조하고 싶은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여행기에 쓰인 모든 사진을 이 친구가 찍어주었다. (현직 사진가로 일하고 있다.) 이번 여행에 대한 글을 쓰겠다고 결심한 것도, 다시 보아도 기억에 확연히 남을 양질의 사진을 그가 담아낼 수 있고, 내가 그 사진에 대한 무언가를 덧붙이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좋은 여행을 할 수 있게 해 준 이 친구에게 이 지면을 빌어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PS2.

장춘 여행기 #6

By  | 2014년 5월 18일 | 
장춘 여행기 #6
언제나 걷던 길, 언제나 보던 건물, 당연한 듯이 그 자리에 놓여 있는 나무와 그 아래 깔려 있는 보도블럭들. 못 본 척 지나가다 갑자기 고개를 돌려 확인해 보아도 사시사철 그 자리에 그대로 있을 뿐인 도시의 구조물들은, 계절의 변화에 따라 각양각색의 모습을 보여주는 자연의 모습과는 당연히 많은 차이가 있다. 그들은 스스로 모습을 바꾸지 않는다. ‘인공물’ 이라는 단어의 뜻 그대로, 사람의 손길로만 자신의 모습에 변화를 줄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런 풍경이 있다. 아무런 생각 없이 오늘도 맥주나 한잔 할까 하고 지나치는 회색 가지를 뻗은 도시의 건물들 속을 걷다, 잠깐 정신차려 양 옆을 보면 언제나 그저 그렇게 서 있는 것 같던 아파트들이 수많은 창문들로 난반사되어 사그라들고 있는 석양을 이파리

통영

By  | 2014년 7월 13일 | 
통영
# 흡사 강원도의 산길을 오르내리는 것 처럼 굽이굽어진 길모퉁이를 돌아나가면 어린 아이의 듬성듬성 솟아오르는 이빨과도 같은 자그마한 섬들이 바다 위를 수놓고 그 사이를 휘돌아 나가는 해류의 모습은 마치 조용히 계곡을 따라 흐르는 깊은 강물과도 같은 그 곳에, 통영이 있었다. # 덤이라는 말도 하지 않고 아무말 없이 찌개거리를 수북히 얹어 주시던 노점의 할머니 초보 낚시꾼 두 명이서 먹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양의 도시락을 챙겨주시던 달아 포구의 선장님 진한 사투리로 통영의 맛에 대해 설명해 주시던 택시 기사님, 모두 그 곳에, 통영이 있었다. # 벽화로 빽빽한 달동네의 산을 오른다.형형색색의 그림들을 등에 지고, 마치 도시를 둘러싼 산과 같은 섬들을 아래로

장춘 여행기 #5

By  | 2014년 5월 18일 | 
장춘 여행기 #5
원래 내리려고 했던 다른 목적지보다 한 정거장 먼 곳까지 왔는데도, 어제 보았던 그 풍경은 쉽사리 눈에 띄지 않는다. 다른 곳을 보기 위한 일정 역시 중요하기 때문에, 하차 후 경전철이 지나온 다리를 다시 건너 도보로 돌아가기로 한다. 지하철 역 사이의 거리를 사람의 걸음으로 가려면 꽤나 오랜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덕분에 주변에 있던 많은 풍광들을 눈에 담을 수 있었다. 다리를 건너며 보이는 강 주변의 모습에서는 어떤 감흥도 받기 힘들다. 다 짓지도 않은 채 방치된 강변 공원의 부서진 보도블럭들, 인도와 차도의 구분이 제대로 가 있지 않은 진흙 바닥의 다리, 그리고 마치 쓰레기장을 방불케 하는 하천 지류의 모습들은, 그것들을 덮어두고 있다가 서서히 녹아 내리는 쌓인 눈들에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