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착지는 모두에게 평등하다. 몇 발자욱을 걸어 가든지, 어떤 길을 택하든지 언제나 마지막 그 곳에 있는 것이 종착지이다. 누군가는 자의로, 또 누군가는 타의로 종착지를 선택하고, 그렇게 그 끝을 향해 모두가 떠나게 된다. 여행의 경우라면 더욱 그러하다. 그 누구도 목적지를 제대로 정하지 않는 경우는 없다. 정처없는 발길이라고 자조적으로 말하더라도, 결국 발길 닿고 싶은 곳 그곳으로 방향을 설정하게 된다. 결론은 이미 정해졌지만, 마치 보류되었다고 믿은 채로. 남쪽으로 떠난다. 종점임을 알리는 방송이 끝나고, 천안행 급행열차에서는 몇 되지 않는 사람들이 바삐 걸음을 옮긴다. 정류장 한 가운데 있는 의자에 앉아 바삐 스마트폰을 만진다. 남쪽으로 가는 기차 중에서 가장 빠른 표를 검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