哲學本色

(시훈) 이미테이션 게임

By  | 2015년 3월 8일 | 
(시훈) 이미테이션 게임
이미테이션 게임(2015년 3월 7일)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아무도 생각할 수 없는 일을 해내거든... 1. 그래서 무엇이 인간적인가? 이미테이션 게임은 어떠한 질문들을 통해 그 대답이 인공지능의 것인지, 인간의 것인지를 판별하는 것이라고 영화에 소개된다. 한편 생각해보면 영화는 시종일관 수많은 이들 간의 이미테이션 게임으로 가득하다. 일견 모자라 보이는 앨런에 대해 폭력과 학대를 가하는 급우들, 그를 이상한 놈으로 단정 짓고 고용하지 않으려 한 데니스턴 중령, 휴를 위시한 팀원들, 앨런의 선택으로 죽은 피터의 형과 피터, 소련 스파이 케언크로스, MI6의 멘지스까지...앨런 튜링의 행동은 지나치게 논리와 계산에 압도되어 그것이 비안건적인듯 보이지만, 정작 그를 비인간적이라고 하는 이들에게

(영민햄) 젊은이의 양지

By  | 2015년 3월 11일 | 
일전에 쓴 젊은이의 양지를 고쳐서 대구신문에 쓴 칼럼.2015.3.4 <젊은이의 양지> 1. 예능 프로그램인 개그콘서트에 ‘젊은이의 양지’라는 코너가 있었다. 등장인물 중 하나인 이찬은 88만원 세대다. 취업도, 연애도 쉽지 않고, 주머니 사정도 좋지 않아 늘 울상이다. 산수는 ‘산전수전’ 다 겪은 이찬의 선배다. 산수는 경쟁에서 낙오했기에 매일 똑같은 츄리닝을 입고 다닐 수밖에 없다. 산수는 이찬에게 지금 왜 실망하고 있는지, 좋은 것이란 무엇인지, 왜 결혼은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인지, 좋은 옷을 입고 싶어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등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찬은 좋은 옷 입으면 멋있고 좋지 않냐고, 결혼하면 예쁜 아이도 생기니 좋은 것 아니냐고 되묻지만, 산수는 “좋은 옷 입어 봤자 어차피

(오늘 본 영화) 쿵푸팬더1, 아카데미에 대해서.

By  | 2015년 7월 22일 | 
어제 아이와 함께 <쿵푸팬더1>를 봤다. 돼지 눈에는 돼지, 부처 눈에는 부처만 보인다고 아카데미 밖에 있는 사람의 눈에는 모든 것이 아카데미와 관련해서만 보인다. 견강부회라는 점을 모르는 바 아니다. 1. 시푸와 시푸의 제자들인 무적의 5인방은 내 눈에는 교수님과 교수님의 대학원생 제자들처럼 보인다. 그에 비해 포는 정통과는 거리가 멀고, 무적의 5인방이 보여주는 진지함과 전문성도 결여되어 있다. 2. 무적의 5인방이 묵는 숙소. 포는 5인방에게 홀대를 받는데, 나는 왜 이 씬에서 내가 지내던 5동 연구실이 생각났을까? 같은 지도교수 밑에서 배우던 대학원생들 간의 미묘한 질투, 거친 경쟁심의 표현들. 3. 그건 목표 때문이었지도 모른다. 목표는 열심히 공부하면 누구나 얻을 수 있는 학

5일의 마중(시훈)

By  | 2014년 10월 19일 | 
집에 들어와 자려고 이제야 누워 영화 생각을 해본다. 해방을 이야기하던 사회주의 국가는 나의 삶 20년과 내 아내의 삶, 내 자식의 과거를 앗아갔다. 단지 한 지도자의 죽음과 정책적 선회는 20년의 삶을 굴레로 부터 달랑 한 장의 서류와 믿으라는 말로 해방시켰다. 하지만 난 아내를 잃었다. 살아있지만 그녀는 나의 지금을 기억하지도 받아들이지도 못한다. 어쩌면 그 순간 나 역시 나와 호흡할 수 있는 '이전의 아내'를 잃어버렸다. 극중에서 진도명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공리를 위하여 부단히 노력한다. 처음에는 자신의 존재를 인정, 확인 받고 했지만 점점 갈수록 그것은 단순한 인정, 확인에 대한 갈망이 아니라 자신 조차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파괴된 그녀에 대한 마음일테지, 자신을 알아보지도 기억하지도 못하는

젊은이의 양지

By  | 2015년 2월 12일 | 
1. 개그콘서트에 ‘젊은이의 양지’라는 코너가 있다. 88만원 세대인 찬(이찬)이 취업도, 연애도 어느 것 하나 쉽지 않고 경제상황도 좋지 않은 현실을 토로하고 있노라면, ‘산전수전’ 다 겪었지만 결국 경쟁에 낙오되어 매일 똑같은 츄리닝을 입고 다닐 수밖에 없는 산수(김원효)가 등장해 찬이에게 뭐가 좋은 것인지, 결혼은 왜 해야 하는지, 좋은 옷은 왜 입고 싶어하는지 등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찬의 이러저러한 대답에도 불구하고 산수는 “좋은 옷 입어 봤자 기장을 줄여야”하고, "결혼해봤자 안젤리나 졸리"고, "좋은 곳이라고 여행 가봤자 땅콩 봉지채로 준다"며 기존의 좋음이 정말 좋은 것이냐고 묻고, 이를 상대화시킨다. 또 “결혼하면 아이 낳게 되고, 아이 낳으면 힘들고, 힘들면 병나고, 병나면 죽을” 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