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없는 이글루

내 아내의 모든 것

By  | 2012년 7월 2일 | 
저질 개그가 아니었다면 내 기억 속에서 올해의 영화 중 한편으로 남았을 것 같다. 아마 조금은 아니 어쩌면 상당히 상업성을 고려해서 류승룡의 캐릭터를 키우지 않았나 싶다. 사실 정인(임수정)와 두현(이선균)의 상황은 결혼 생활의 극심한 권태기가 배경이기 때문에 달콤 보다는 씁쓸한 모습을 보여 주고, 누군가가 그런 분위기를 밝게 이끌어 줄 필요가 있긴 했겠다. 하지만 개그가 너무 몹쓸 개그였다. 전체적인 분위기를 해칠 정도로 억지스럽고 조야했다. 그럼 너가 만들어 봐! 라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 T_T 이 영화의 개그를 이렇게 까는 이유는 그만큼 이 영화가 좋았기 때문이다. 나는 사랑을 하고 있고 오랜 시간을 함께 하며 두 주인공처럼 권태를 겪기도 했었다. 서로를 상처 입히고 내 가슴에도 가시가

물 없는 바다

By  | 2012년 5월 16일 | 
<혜화동> 같은 분위기를 기대하고 본 건 사실이다. 조금 비슷한 부분도 있었다. 상처 때문에 외로움을 짊어지고 가야 하는 두 사람. 하지만 이 영화는 생각보다 가벼운 발걸음이라 조금 경쾌한 느낌이었다. 아쉬웠던 점은 여자 주인공. 외모로 배우를 판단하면 안 되는 거지만 ㅠㅠ 이런 배역을 맡기에는 너무 화려하게 생기셨다. 이입이 안 될 정도로.. 난 나이 들면서 느끼는 거지만, 확실히 그 사람이 살아온 과정이 얼굴에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배우이기 때문에 어떤 연기든 할 수 있는 거지만 이런 역할에는 좀 더 음영이 깊은 배우가 어울릴 것 같단 말이지.. <혜화동>의 유다인은 정말 그랬다. 그리고 <여름궁전>의 여주인공도 그랬고. 상처를 숨기고 싶어도 숨길 수 없을

멜랑콜리아

By  | 2012년 5월 23일 | 
경이로운 경험이었다. 오프닝 시퀀스를 보는 내내 입을 다물 수 없었다. 그로테스크하지만 너무 아름다운, 움직이는 명화 같았다. 나는 이 장면들이 후에 당연히 나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는 않았다. 아마도 저스틴의 머릿속에서 그려지는 지구의 종말이었는지. 첫 번째 파트에서 저스틴의 이야기가 그려질 때는 오히려 그녀에게 공감할 수 없었다. 사람들 앞에서 가면을 쓸 때는 정말 행복한 듯이 사랑스럽게 웃다가 뒤돌아 서면 우울한 광기의 돌발 행동을 하는 모습들. 오히려 두 번째 파트인 클레어의 관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될 때 저스틴을 이해할 수 있었다. 아니 완벽한 이해는 아닌 것 같다. 그녀가 콩의 갯수를 맞추는 장면부터는 그녀가 단순히 우울증 환자인 건지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신의 입장인 건지 조차 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