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랑콜리아
By 사진 없는 이글루 | 2012년 5월 23일 |
경이로운 경험이었다. 오프닝 시퀀스를 보는 내내 입을 다물 수 없었다. 그로테스크하지만 너무 아름다운, 움직이는 명화 같았다. 나는 이 장면들이 후에 당연히 나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는 않았다. 아마도 저스틴의 머릿속에서 그려지는 지구의 종말이었는지. 첫 번째 파트에서 저스틴의 이야기가 그려질 때는 오히려 그녀에게 공감할 수 없었다. 사람들 앞에서 가면을 쓸 때는 정말 행복한 듯이 사랑스럽게 웃다가 뒤돌아 서면 우울한 광기의 돌발 행동을 하는 모습들. 오히려 두 번째 파트인 클레어의 관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될 때 저스틴을 이해할 수 있었다. 아니 완벽한 이해는 아닌 것 같다. 그녀가 콩의 갯수를 맞추는 장면부터는 그녀가 단순히 우울증 환자인 건지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신의 입장인 건지 조차 헷
최근에 본 영화 6편 한줄평
By That would be me | 2012년 12월 16일 |
1. 아폴로 13 : 버튼 하나 올리고 내리는데서 이렇게까지 긴장감을 느낄 수 있다니 2. 캐쉬백 : 자신의 상상력을 다른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실제세계에 표현할 수 있다면, 그건 정말 엄청난 능력입니다 3. 루퍼 : 나는 머릿속에서 타임머신의 패러독스를 생각하느라 바쁘고 영화는 계속 장르를 바꾸느라 바쁘다 4. 로드 오브 워 : 니콜라스 케이지의 그 특유의 울 것같은 표정은 한결같은데, 모든 케릭터를 소화해낸다는게 신기하네 5. 멜랑콜리아 : 샬롯
5월에 본 영화들
By Dark Ride of the Glasmoon | 2012년 6월 2일 |
계속 뒷북만 치다가 이번엔 제대로 5월 영화 결산을 해봅니다. 아니 한 달에 한 번 몰아치니 뒷북인건 마찬가진가? ;; 원작이 세상에 나온지 200주년이 되는 해라지만 묘하게 같은 5월에 맞붙은 백설공주 두 편, 타셈 싱의 "백설공주"와 루퍼트 샌더스의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 입니다. 전자는 원제를 그대로 옮겨 "거울아 거울아"로 했다면, 후자는 너무 기니 좀 줄였으면 더 좋았겠죠? 비주얼, 특히 원색 대비에 특출난 싱이지만 "신들의 전쟁"에 이어 이번 것까지 속아본 결과 원작이 있거나 내러티브가 중요한 이야기는 기대하지 않는게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_- "스노우 화이트..."도 대규모 서사 판타지를 방불케하는 물량과 때깔은 썩 나쁘지 않았죠? 그 허세를 채
파괴의 미학_<멜랑콜리아> 단평
By Go to Analog | 2012년 6월 15일 |
제1장 18홀의 홀인원을 자랑하는 거대 저택에서 성대한 결혼식이 거행된다. 모두가 기쁘지만 우울한 신부는 파혼을 하고 만다. 제2장 이성적이고 사려 깊은 여자는 남편과 아들, 우울증에 시달리는 동생을 돌본다. 푸른 행성이 지구로 다가오면서 죽음의 전조가 시작된다. 라스 폰 트리에의 <멜랑콜리아>는 두 자매의 이야기이자, 감성과 이성, 삶과 죽음, 모든 대조된 것들이 충돌하는 파괴의 시다. 말들의 불안한 울음소리는 그치지 않고 하늘에서는 재가 눈처럼 내린다. 영화는 한마디로 아름답다. 지구가, 모든 생명이 멸망하는 순간의 비전 앞에서 숨을 쉴 수가 없다. 아름답고도 광포한 소멸 앞에 대책 없이 압도당한다. 지구멸망이라는 킬링 타임 블록버스터에 어울릴 만한 소재는 스스로를 우울증 환자라 칭하는 감독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