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셔널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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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프리카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옛날에 우리집 사모님도 피라미드 구경하러 다녀왔던 이집트, 요즘 뜨고있는 관광지로 유럽에서 지중해만 건너면 되는 모로코, 또는 휴양지가 잘 개발된 남아프리카 공화국같은 나라들 말고, 그 사이에 있는 '진짜 아프리카' 말이다. 물론 1~2년씩 세계일주를 하면서 아프리카 대륙을 종횡으로 구석구석 누비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그런 분들을 제외하고는 세계여행 좀 다녀봤다고 해도 다음 목적지로 아프리카 내륙의 밀림을 선택하는 것은 보통 사람들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2018년에 개봉했던 영화 <블랙팬서>의 앞부분에 킬몽거(Killmonger) 일당이 런던의 대영박물관에서 와칸다의 유물인 비브라늄 곡괭이를 훔치는 파트의 첫장면이다. (여기를 클릭해서 전체영상을 보실 수 있음) 참고로 <Black Panther>는 슈퍼히어로 영화로는 최초로 아카데미 작품상 포함 7개 부문 후보에 올랐었고, 그 중에서 미술상, 의상상, 음악상을 수상했다. 또한 부산 자갈치시장과 광안리 등이 주요장면의 배경으로 나와서 한국에서도 많은 화제가 되었던 것을 기억하실 것이다. 그런데 위의 영화 속 장면처럼 아프리카의 유물과 미술품들만을 따로 모아서 전시하는 곳이 실제로 미국 워싱턴DC에 있다.
내셔널몰의 남쪽 인디펜던스 애비뉴(Independence Ave)에서 바라본 스미소니언 캐슬(Smithsonian Castle)로 게이트가 세워져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원래는 여기 남쪽이 캐슬의 정문이다. 좌우로 두 개의 박물관 안내판이 보이는데, 서쪽인 왼편은 직전에 소개했던 아시아 미술관의 새클러 갤러리(Sackler Gallery)이고, 마주보고 있는 오른편 동쪽에 미국의 국립 아프리카 미술관(National Museum of African Art)이 있다.
새클러 갤러리 포스팅의 마지막에 보여드렸던 사진과 비교해보면, 건물의 모양은 완전히 똑같지만 유리창과 지붕의 모양만 마름모와 직선에서 동그라미와 곡선으로 바뀐 것을 알 수 있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하지만 화려한 카페트와 비싼 의자, 또 커다란 배너가 걸려있던 아시아 미술관과는 달리, 여기 아프리카 미술관의 로비는 아주 소박하고 단순했다. 그래서 사실 이 사진에 찍히면서도 "아프리카에 뭐 별게 있겠어?"라는 생각을 잠깐 했던 것 같다...
로비의 벽에는 여러 종류의 전시물품을 모아서 맛보기로 소개를 하고 있었는데, 첫번째 영화 장면에 나오는 뿔이 달린 가면이나 머리가 크고 다리가 짦은 사람 모양의 토기인형 등이 보인다.
건물의 내부구조도 똑같아서 지상에는 전시실이 없고, 좌우로 난간이 보이는 지하 1층부터 파란색 연못(?)이 있는 지하 3층까지가 이렇게 뚫려 있는데, 지하 2층의 복도도 마름모가 아니라 둥글게 만들어 놓은 것에 건물 디자인의 일관성이 있었다.
B1으로 내려가니 달걀 모양의 금속 조각작품이 중앙에 전시되어 있었다. "혹시 비브라늄(Vibranium)으로 만든걸까?"
둘 다 다른 대륙의 이름을 달고 있지만, 아시아 미술관과 달랐던 여기 아프리카 미술관의 가장 큰 특징은 현대미술 작품들도 많이 전시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I am... Contemporary African Women Artists 전시제목으로 현재 나이지리아, 케냐, 남아공 등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성작가의 작품들을 한 곳에 모아 놓았다.
그 작품들 중에서 당시에는 가장 흥미있게 봤던 작품인데, 다시 찾아보니 제목이 The Last Supper Revisited 라고 하는데 작품해설을 간단히 읽어보니까, 저 아크릴 속에 있는 작은 것들은 모두 지금은 없어진 남아공의 인종차별정책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에 의해서 철거되었던 주택가의 잔해들이라고 한다.
둘이 닮았다... 전체적인 색깔부터 오동통한 얼굴에 모자를 쓴 것 같은 형상까지~^^
당연히 기념품 가게도 자리잡고 있는데, 아마도 DC에서 가장 아프리카스러운 물건들을 살 수 있는 곳으로 생각된다.
또 다른 전시실의 제목은 Visionary: Viewpoints on Africa’s Arts로 다양한 형태의 현대미술 작품들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 나무조각들 처럼 이게 아프리카 지역의 유물인지? 현대미술인지? 잘 구분이 되지 않는 전시들이 많았다.
이건 100% 현대미술 작품임을 알 수 있었다. 왜냐하면 이해가 불가해서...^^
B2로 내려와서 가장 눈에 띄는 작품도 역시 현대미술인데, 처음 소개한 <블랙팬서> 영화장면에서도 박물관 큐레이터가 언급하는 국가인 서아프리카의 베냉(Benin) 출신의 작가가 만든 Rainbow Serpent 작품이다. 자신의 꼬리를 물고 있는 뱀은 많은 문화권에서 등장하는데, 아프리카에서도 생명과 윤회를 상징한단다. 작품의 재료는 자세히 보시면 석유통인 것을 알 수 있다.
유물들 중에는 나무로 두상이나 인형을 만든 것이 특히 많았는데, 이 조각은 사진에서는 안 보이는 반대편까지 3개의 얼굴을 하나로 만들어 놓았다. 왼쪽에 동그랗고 반질반질한 이마의 여성을 보니까 오코예(Okoye)와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 소개한 영화장면의 뒷부분에도 킬몽거가 유물들 중에서 뿔 달린 가면을 집어드는 장면이 나오는데, 20세기 초에 만들어진 나이지리아 지역의 Crest Mask 라고 이렇게 무시무시한 가면도 있었다.
아프리카의 주술사가 입는 밀집(?)으로 만들어진 옷과 함께, 영상으로 그 옷을 입고 실제로 춤을 추는 장면을 보여주고 있었는데, 일요일임에도 견학을 온 것인지 여학생 4명이 아주 진지하게 관람을 하고 있다.
여기는 이전의 새클러 갤러리와는 다르게 지하 2층과 3층에도 많은 전시실이 있었다. 제일 아래 B3에 Currents: Water in African Art 제목의 넓은 전시실이 있어서 둘러보았다.
오른편과 같이 영상을 보여주는 스크린이 많아서 전체적으로 전시장이 굉장히 어두웠다.
전시실 제목을 보고 물(water)과 관련된 전시를 예상했는데, 역설적으로 뒤쪽의 지도에 표시된 것처럼 물이 부족한 사막(desert) 지역에서 발굴된 유물이나 그 지역의 생활상 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많았다.
마지막으로 구석의 특별 전시실까지 둘러보았지만 끝내 블랙팬서의 고향인 와칸다(Wakanda)의 유물을 찾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 영화에서처럼 토속적이면서도 화려한 문화와 다양한 예술품들이 아프리카에도 존재했다는 것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아주 강렬한 인상을 주었던 궁수(bowman)를 묘사한 이 청동조각은 나이지리아의 제바 섬(Jebba Island)에서 출토된 유물로 14세기 경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단다. 이미지 검색으로 찾아보니까 미국의 국립 아프리카 미술관 소유의 컬렉션은 아니고, 나이지리아 국립박물관 소유의 작품인데 아마도 출장전시를 하고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것으로 지난 2월초 일요일에 저 캐슬부터 시작해서 주변의 스미소니언 박물관들을 둘러본 이야기가 4편으로 모두 끝났다. 전편의 새클러 갤러리와 이 글에서 소개한 아프리카 미술관의 전시실들은 모두 지금 보이는 잔디밭 Enid A. Haupt Garden 땅속에 1987년에 만들어 졌는데, 당시 지하에 두 개의 박물관과 Ripley Center 극장을 건설하는데 7천만불 이상이 들었다고 한다. (참고로 Capitol Hill에 처음 African Art Museum이 만들어진 것은 1964년) 이 날 하루에 4곳이나 찍으면서 스미소니언 박물관 20곳 중에서 7곳을 방문한 셈이지만, 뉴욕에 있는 2곳을 빼더라도 아직 워싱턴DC에서 방문해야할 스미소니언 박물관만 11곳이 더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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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미소니언 재단이 운영하는 워싱턴DC에 있는 미국의 국립 아시아 미술관(National Museum of Asian Art)은 1923년에 오픈한 프리어 갤러리와 1987년에 건설된 새클러 갤러리의 두 건물이 지하로 연결되어서 하나의 미술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예전에는 두 곳을 묶어서 그냥 Freer|Sackler라고도 쓰기도 했던 것 같지만, 지금은 두 갤러리의 이름은 건물에만 씌여있을 뿐 잘 사용하지 않는 듯 한데, 그 이유에 대해서는 글의 마지막에 간단히 설명을 드릴 예정이다.
별도로 이미 소개했던 프리어 갤러리(Freer Gallery of Art) 구경을 마치고 남문 쪽으로 계단을 내려가고 있다. 여기서 밖으로 나갈 필요없이 바로 아래 G층의 동쪽 끝에서 지하로 내려가면 옆건물로 통하게 된다.
G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에 걸려있던 미국화가 애벗 세이어(Abbott Handerson Thayer)의 1893년 작품 A Virgin 그림을 한참 구경하고 또 뒤돌아 봤다. 당시에도 그림 속 인물들을 바라보며 왠지 느낌이 짠했는데, 해설을 찾아보니 아내가 사고로 죽고 난 후에 자신의 3명의 자녀를 모델로 그린 것이라 한다.
지하 1층(B1)으로 내려가면 새클러 갤러리(Arthur M. Sackler Gallery) 건물에 들어선 것이고, 제일 먼저 두 갤러리의 전시를 아우르는 기념품 가게가 나와서 잠시 들어가 봤다. 앞쪽에 보이는 실용적인 사케(sake) 술잔과 뒤에 보이는 고려청자같은 다양한 도자기들과 멀리 일본의 목판화(Ukiyoe, 우키요에) 사본 등의 수준있는 기념품들을 판매하고 있었다.
여기 '부처와의 조우(Encountering the Buddha)'라는 제목의 전시실이 새클러 갤러리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었는데, 어두운 전시실 안으로 들어가서 바로 왼편에 나오는 작은 방의 안에는...
이렇게 작은 불상과 법기들이 오래된 가구 및 탱화들과 함께 방에 가득해서 마치 시공을 초월해 어느 절에 들어선 느낌이었다. 티벳불교법당(Tibetan Buddhist shrine)이라고 안내가 되어 있었는데, 어디선가 아주 은은하게 향의 냄새도 나는 듯.. 아니면 착각이었을지도~
아시아 여러 나라의 대표적인 불교사찰을 작은 사진으로 보여주고 있는데, 한국은 경주 불국사가 소개되어 있었다.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또 다른 방에는 다양한 불교의 세계를 영상과 해설로 보여주고 있어서, 단순히 미술품 관람을 넘어서 전시실의 제목과 같이 부처 또는 불교를 만나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 날에 위기주부도 참으로 오래간만에 이런 불상들을 직접 봤던 것 같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다음으로 아랍권의 전시실이 만들어져 있는데, 카타르 도하(Doha)의 이슬람 박물관 협찬으로 카페트(?)와 관련된 특별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바닥의 화려한 카펫은 딱 봐도 사람이 정말 한줄한줄 정성스럽게 엮어서 만든 작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새클러 갤러리 건물은 입구와 로비만 별도로 지상에 작게 있고, 모든 전시실들은 지하에 만들어져 있었다. 여기가 지하 1층인 B1이고, 아래 복도가 B2, 그리고 그 아래가 B3로 바닥까지 자연광이 들어가도록 설계되었고, 다음편에 따로 소개할 다른 미술관 및 스미소니언 재단의 공연장인 리플리센터(S. Dillon Ripley Center)와 모두 지하로 연결이 된다.
B2에는 전시실이 없었고, 제일 아래 B3에는 이렇게 Prehistoric Spirals: Earthenware from Thailand 제목으로 태국에서 발견된 기원전 도기를 전시하고 있는 것이 볼만했다. 구경을 마쳤으니 이제 엘리베이터를 타고 바로 지상까지 올라가면,
새클러 갤러리 건물의 지상 로비가 나왔다. 국립 현대미술관 포스팅에서 설명드렸던 것과 똑같은 '바르셀로나 체어'에 아내가 앉아 있는데, 상표를 찾지는 못했지만 다시 봐도 하나에 8백만원 이상 한다는 놀(Knoll) 회사의 제품이 맞는 것 같았다! 그리고 바닥의 카페트도 의자 못지 않게 비싼 제품인게 팍팍 느껴졌다~
북쪽 창밖으로는 스미소니언 재단 20개 박물관들의 비지터센터인 '캐슬(The Castle)'이 보이고, 바로 앞의 작은 정원은 이름이 문게이트 가든(Moongate Garden)인데, 양쪽에 세워진 돌로 만든 동그란 출입구 때문에 그렇게 이름을 붙인 모양이다.
새클러 갤러리는 입구도 내셔널몰에서는 아예 보이지가 않기 때문에, 일반 여행객들은 찾아오기도 어려워서 그런지 일요일임에도 아주 한산했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이렇게 우리 현지인 부부는 미국 국립 아시아 미술관의 두 갤러리 관람을 모두 마치고, 직원 두 명만 계속 서있는 저 쪽의 정문을 통해 밖으로 나갔다.
이 건물은 1982년에 약 1천점의 아시아 미술 수집품과 건축비 4백만불을 스미소니언 재단에 기증한 아서 새클러(Arthur M. Sackler)의 이름을 땄는데, 문제는 그가 아편계 진통제인 옥시콘틴(OxyContin)을 만들어 무분별하게 판매한 제약회사인 퍼듀파마(Purdue Pharma)를 운영한 새클러 집안(Sackler family)의 의사 3형제 중의 장남이라는데 있다. 미국에서 마약성 진통제 과용 문제는 옛날부터 있기는 했지만, 퍼듀파마가 처방약 옥시콘틴을 판매하기 시작한 1997년부터 급격히 사망자가 증가해서 지금까지 이러한 아편(opioid)계 약물 중독으로만 50만명 이상이 숨져서 '오피오이드 사태(Opioid Crisis)'라 불리고 있다.
결국 한국 뉴스에도 보도되었던 것처럼 작년에 퍼듀파마는 유죄를 인정하고 9조원대의 배상금을 내고 파산하는 것으로 합의되었다. 그 동안 '합법적(?) 마약장사'로 3대에 걸쳐 수십조원을 벌었던 새클러 집안은 뉴욕 메트로폴리탄, 프랑스 루브르 등의 세계적 박물관과 하버드, 예일, 옥스포드 등의 최고 대학교에 거액 기부자로 이름을 올리며 명성을 쌓았지만, 모든 곳이 더 이상 기부금을 받지 않는 것은 물론 기존 시설에서도 그 이름을 삭제하고 있다. 비록 Arthur M. Sackler는 옥시콘틴이 출시되기 한참 전인 1987년에 사망해서 직접적인 비난은 피해갔지만, 이 갤러리도 "most evil family in America"라 불리는 이름인 Sackler를 공개적으로 계속 사용하는 것을 꺼리는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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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스미소니언 박물관들의 비지터센터인 '캐슬(The Castle)'을 나와서 워싱턴DC 지역의 주민이 된 후에 처음으로 방문하는 새로운 미술관은, 약 백년 전에 오로지 찰스 랭 프리어(Charles Lang Freer) 한 사람의 기부와 수집품으로 세워졌던 곳인 프리어갤러리오브아트(Freer Gallery of Art)였다.
캐슬의 바로 서쪽에 있는 이 프리어 갤러리는 1923년에 완공되어서, 캐슬을 제외한 박물관들 중에서는 예술산업관과 자연사박물관 다음으로 스미소니언 재단에서 오래된 건물인데, 당시 건축비 약 1백만불도 전액 프리어의 돈으로 충당했다고 한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입구에는 아래에 다시 등장할 한 여인의 전신초상과 함께 국립 아시아 미술관(National Museum of Asian Art)이라는 배너가 걸려있는데, 이어지는 별도의 포스팅으로 소개할 지하로 연결된 다른 건물과 함께 아시아 미술을 소개하는 스미소니언 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건물은 중정(Courtyard)을 가지는 'ㅁ'자형의 구조로 내셔널몰(National Mall)의 북쪽 입구로 들어가면, 계단을 올라가서 우측 1번 전시실부터 한바퀴 돌면서 둘러보면 되는 단순한 구조이다. 그런데 우리는 아래층에서 헤매다가 남쪽 입구까지 가서 계단을 올라오는 바람에 10번 전시실부터 반시계 방향으로 구경을 하게 되었다.
계단을 올라와서 제일 먼저 마주친 것은 코트야드 공사를 하고있다는 안내판이었다. 내년 2023년에 개관 100주년이 되는 것을 기념해서 정원을 새로 꾸미는 것인데, 그래서 정원과 좌우로 붙어있는 5번과 13번 전시실은 폐쇄된 상태였다.
유리창으로 내다보니 이렇게 이제 나무판으로 건물을 보호하고 공사를 시작하는 단계라서 올해 안에 끝날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당연히 내년 개관 100주년 기념식 전에는 완성이 될 테니까, 분명히 다시 와서 멋진 중앙정원의 모습을 직접 볼 날이 올 것이라서 아쉬움은 없었다. "나, 이 동네에 살아~"
강수지의 <보라빛 향기> 노랫소리가 들리는 듯한 첫번째 전시실에는 의외로 현대적으로 채색된 도자기들과 함께 몽환적인 서양화들이 걸려있었다. 앞서 보여드린 미술관 지도에도 'America'로 표시되어 있는 이 방은, 프리어가 아시아 미술품들과 함께 기부했던 19세기말 미국 화가들의 그림이 걸려있는데, 이에 관한 스토리는 포스팅의 마지막에 다시 설명드린다.
그 옆으로 12번 구석방에 이 갤러리에서 가장 유명한 전시인 원제 Harmony in Blue and Gold: The Peacock Room, 즉 '공작새의 방'이 나온다. 이 방은 원래 영국의 해운업자로 중국의 도자기를 수집했던 Frederick R. Leyland의 런던 저택의 거실로 1877년에 만들어졌는데, Leyland 사후 1904년에 프리어가 방을 통째로 사서는 미국 디트로이트에 있던 자신의 집으로 옮겼다가, 1919년에 그가 죽자 재단에서 지금 미술관으로 다시 옮겨온 것이다. 이 방을 꾸민 사람은 19세기 유명한 미국 화가인 제임스 맥닐 휘슬러(James McNeill Whistler)로 가운데 걸려있는 여인의 그림을 그린 사람인데,
건축가와 집주인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자기 마음대로 방 전체를 파란색(정확히는 어두운 청록색)으로 칠하고 금박으로 공작새들을 천정과 왼편에 보이는 세로로 길쭉한 창문 가리개 등에 그려넣었다고 한다. 나중에 돌아온 집주인은 마음에 안 든다고 노발대발해서 화가와 대판 싸웠고, 그 와중에 휘슬러는 가운데 보이는 두 마리의 공작새가 싸우는 Art and Money: or, The Story of the Room 제목의 그림까지 추가로 그려넣고는 결국 쫓겨났다고 한다.
지금 벽면에 아슬아슬하게 빼곡히 전시된 청화백자들은 대부분 Leyland의 당시 수집품들인데, 혹시 큰 지진이라도 나면 다 떨어질 것 같아서, 바닥을 단단히 붙여놓았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이 방과 도자기를 통째로 디트로이트로 옮겨갔던 Freer는 백자보다는 청자같이 색깔이 들어간 도자기를 좋아했기 때문에, 자신이 직접 수집한 청자들로만 다시 벽면을 채웠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 미술관에서는 주기적으로 Leyland의 백자와 Freer의 청자를 바꿔가면서 전시를 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운이 나빠서 교체 시기에 방문하면 도자기들이 전혀 없는 경우도 있단다.
나가기 전에 입구쪽에 걸려있던 휘슬러가 그린 여인을 다시 바라본다. 그림의 제목이 The Princess from the Land of Porcelain <도자기의 나라에서 온 공주>인데, 좌우의 백자들은 중국산이지만 여인은 기모노를 입은 일본풍으로 그려져 있다. 한가지 더 피콕룸(Peacock Room)에 관한 정보를 알려드리면, 매달 세번째 목요일의 오후에는 공작이 그려져 있는 3개의 창문 가리개를 모두 열어서 자연광이 들어오는 상태에서 내부를 감상할 수 있도록 한단다.
다음은 한국 도자기만을 모아둔 14번 전시실인데, 프리어 사후 미국정부에 기증된 그의 수집품 전체 9,500점 중에서 약 450점이 'Korea'의 미술품이었다 한다. 그 중 아주 일부만 이 전시실에서 소개가 되고있는 것인데,
이렇게 거의 국보급이라고 할 수 있는 12세기에 만들어진 고려청자도 다수가 포함되어 있다. (고려시대 918~1392년 사이에 제작된 전체 162점의 사진들은 여기를 클릭해서 보실 수 있음)
중국 도자기 전시실에서 귀여운 작은 찻잔과 그릇들만 모아놓은 전시를 아내가 보고있다. 대부분 3~400년은 된 도자기들인데도 왼편에 보이는 빨간 찻잔 같은 것은 금방 행남자기 공장에서 만든 것처럼 유약의 광택이 완전히 살아있는 것이 신기했다.
17~19번 방에는 중국의 불상들과 장신구 등의 다양한 조각과 공예품들이 전시가 되어 있었다.
중정의 북쪽을 동서로 잇는 복도의 양쪽 끝에는 일본에서 가지고 온 나무로된 조각상이 한 명씩 세워져 있었다. 이제 오른편의 인도와 중동의 물품들을 구경한 후에 다시 나와서 왼편의 일본 전시실로 가면 된다.
동아시아와는 확실히 다른 느낌의 인도와 그 주변 지역에서 만들어진 조각상들과 이슬람 문화권의 미술품들을 함께 구경할 수 있었다.
14세기 네팔에서 나무로 만들어진 조각상이라고 하는데, 네 팔이 아니고 여섯 팔이다... (썰렁한 아재개그~^^) 힌두교의 무슨 신인지 모르겠는데, 일단 작품의 제목의 단어들이 엄청나게 길고 외우기 어렵다. Bodhisattva White Avalokiteshvara (Amoghapasha Lokeshvara)
일본 전시실은 도자기나 불상보다는 그림이 주를 이루는데, 에도시대에 활약한 대표적인 목판화가인 가쓰시카 호쿠사이(Katsushika Hokusai, 1760~1849)의 작품들을 다수 소장하고 있다. 프리어 갤러리가 소장하고 있는 그의 작품으로 가장 유명한 것은 미술관 입구에 배너로도 걸려있던 Breaking Waves인데, 아쉽게도 내부 보수중이라서 직접 감상을 할 수는 없었다.
호쿠사이라는 화가의 이름이나 일본 목판화를 뜻하는 우키요에(Ukiyoe, 浮世絵)라는 말을 전혀 모르시는 분이라도, 위 사진 아래에 있는 2024년부터 유통될 예정의 일본 천엔권 지폐의 뒷면에 사용된 <가나가와의 거대한 파도> The Great Wave off Kanagawa 그림은 적어도 한 번은 보셨을거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일본인의 그림으로는 고금을 막론하고 전세계에서 가장 유명하다고 할 수 있는데, 19세기 유럽 문화계에도 큰 파도를 일으켜서 고흐와 모네 등 인상주의 화가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은 물론이고, 작곡가 드뷔시가 이 그림을 보고 교향곡 <바다> La Mer를 작곡한 사실도 유명하다. 여기 프리어 미술관이 보유한 호쿠사이의 그림들은 내년에 다시 와서 직접 보기로 하고, 이제 마지막 전시실로 들어간다.
찰스 랭 프리어(Charles Lang Freer)는 1854년에 뉴욕에서 가난한 집안의 6남매중 셋째로 태어나서, 중학교도 다 마치지 못하고 시멘트 공장에서 일을 시작했단다. 그러나 그의 총명함을 알아본 관리자의 비서로 발탁되어 결국은 동업자가 되었고, 철도건설 사업을 거쳐서 1885년에 디트로이트로 가서 기차(railcar)를 제작하기 시작했는데, 불과 45세인 1899년에 미국 최대 기차 제작사의 공동 소유주가 되었다. 그 전후로 미술품 수집과 유럽여행을 시작해서, 당시 런던에서 활동하던 미국화가 휘슬러를 만나서 친구가 되었고 (왼편이 휘슬러가 그린 프리어의 초상화), 처음 보여드렸던 약간 뿌옇고 몽환적인 느낌의 토널리즘(Tonalism, 색조주의) 화가들의 후원자가 되었다. 평생 독신으로 살았던 프리어는 1906년에 미국인으로서는 최초로 자신의 모든 수집품을 정부에 무상으로 기증하기로 하고, 건축 비용까지 전액 부담을 해서 1916년에 미술관 건설이 시작되었지만, 자신의 이름을 딴 프리어 갤러리의 완성을 보지 못하고 1919년에 65세로 사망했다.
휘슬러의 Venus Rising from the Sea 그림과 16~17세기경 시리아에서 만들어진 단지(jar)를 나란히 놓고 바라보는 프리어의 흑백사진 앞에 실제 그 두 작품이 유리벽 안에 놓여있었다. 앞서 초상화 오른편의 "The Power to See Beauty" 제목의 안내판을 읽어보면, 지금 프리어가 다른 문화의 두 작품을 놓고 'cross-cultural interchange'를 통한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것 같다... 여기 프리어갤러리를 시작으로 앞으로 많은 워싱턴DC의 미술관들을 새로 방문할 예정인데, 과연 나에게도 그가 말한 그런 "아름다움을 보는 힘"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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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미스소니언 협회(Smithsonian Institution)는 영국인 제임스 스미슨(James Smithson, 1765~1829)의 유산을 기금으로 하여 미국 연방정부가 1846년에 설립한 교육재단으로, 현재 다수의 박물관과 도서관 및 연구센터를 운영하는 세계 최대의 복합 학술단체이다. 재단이 직접 운영하는 박물관들의 연간 총 입장객은 3천만명이 넘으며, 운영예산은 1조5천억원 정도로 2/3는 연방정부 예산으로 지원되고 나머지는 기부금 등의 자체수익으로 충당이 된다.
내셔널몰의 남쪽 경계인 인디펜던스 애비뉴(Independence Ave)를 따라서 워싱턴 기념탑을 지나서 주차를 하고 북쪽으로 올려다 보니, 나무들 사이로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에나 정말로 나올법한 노르만(Norman) 양식으로 지어진 붉은 성의 첨탑과 망루가 보인다.
그래서 현재 이름도 '스미소니언 캐슬(Smithsonian Castle)'로 불리는 이 멋진 건물은 재단에서 1855년에 최초로 만들었던 박물관으로 현재는 스미소니언 비지터센터(Smithsonian Visitor Center)로 사용되고 있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간판과 출입문에 비지터센터라고 씌여있지만 스미소니언 재단과 그 박물관들의 역사를 보여주는 전시물과 설명이 있어서, 재단의 현재 20개 박물관들 중의 하나로 분류가 된다. 2월이 되었지만 아직도 추워서 두꺼운 파카에 털모자를 쓰고 나왔는데, 추운 워싱턴DC의 겨울 주말을 보내는데 박물관과 미술관 구경만큼 좋은 것이 없다~ 건물의 정면사진을 찍으려면 제법 걸어나가야 하는게 귀찮아서, 궁금해 하시는 분이 계실까봐 아래 옛날 사진으로 대신한다.
2011년의 워싱턴/나이아가라/뉴욕 봄방학 여행에서 찍었던 스미소니언 캐슬의 정면 사진이다.^^ 이제 DC의 여행객이 아니라 거주민이 되어서, 캐슬을 시작으로 해서 그 때 못 가본 뮤지엄들을 모두 돌아보겠다는 원대한 프로젝트가 시작된 것이다.
옆문을 통해서 바로 건물 중앙의 그레이트홀(Great Hall)로 들어서니 바닥에 재단의 설립연도와 이름이 타일 모자이크로 클래식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워싱턴 기념탑과 국회의사당 사이의 내셔널몰 항공사진에다가 일반인들이 들어갈 수 있는 박물관과 미술관 등의 건물들을 입체로 만들어서 붙여놓았고, 여기 캐슬만 가운데 붉은 색으로 칠해져 있는 것이 보인다. 그런데 잔디밭 좌우로 유일하게 입체가 아닌 빨간 지붕의 건물이 왼편에 하나 보이는 것은 미국 농무부(Department of Agriculture)가 입주한 관공서이다.
그레이트홀 내부는 자연사 박물관 및 도서관 등으로 사용되다가 1940년에 현재의 모습으로 바뀌었는데, 작은 기념품 가게와 카페가 있어서 홀에서는 간단한 식사와 휴식을 할 수 있다. 저쪽 너머로 건물의 동편은 재단의 사무실이 입주해 있어서 일반인들은 들어갈 수 없고,
반대쪽의 이 입구를 통해 건물 서편으로 들어가면 재단의 역사와 운영하는 박물관들에 대한 전시를 볼 수가 있다. 작년 2021년에 재단 설립 175주년을 맞아서 비지터센터의 장식과 설명 등을 모두 새로 만들었다고 한다.
셔머홀(Schermer Hall)에는 "Welcome to Your Smithsonian"이라는 제목으로 재단의 설립에서부터 현재 세계 최대의 박물관군으로 발전하기까지의 역사를 보여주고 있는데, 사진 제일 오른편에 오늘의 주인공 모습이 보인다.
제임스 스미스슨(James Smithson)은 영국의 과학자로 옥스포드 대학을 졸업하고 화학과 광물학을 연구했는데, 일반 과학 교과서에 이름이 나올만한 중요한 업적은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영국의 공작(Duke)이었던 아버지와 부유한 미망인의 혼외정사로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나서, 양가로부터 막대한 부를 물려받은 덕택에 당시 유럽의 과학과 예술계에서 인맥은 대단했던 모양이다. 그는 자신의 전재산을 "미국 워싱턴에서 지식의 추구와 확산"을 위해 사용해달라고 유언을 남겼는데, 제일 아이러니한 것은 그는 죽을 때까지 미국을 한 번도 방문한 적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이런 것을 선견지명이라고 하나? (사진 위의 원문에 생략된 '...' 부분이 재미있는데, 나중에 추가로 설명함)
스미소니언 캐슬의 모형과 이를 설계한 건축가 James Renwick, Jr.의 두상 및 옛날 사진들을 보여주는 전시이다. 그리하여 뜬금없이 돈벼락을 맞은 미국은 1836년에 그의 유산을 영국에서 금화로 바꿔서 약 50만불을 가지고 왔는데, 단순히 현재의 달러로만 계산해서는 1200만불 정도이지만, 당시 미국의 GDP나 물가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봤을 때 그 실제 가치를 현재로 따지면 2억불이 훨씬 넘는 거금이었다고 한다.
현재 스미소니언 재단은 맨 위의 원형 그림처럼 중심의 '캐슬'을 포함해서 모두 20개의 박물관을 직접 운영하고 있는데, 아래에 차례로 시설의 설립연도를 기준으로 전체 목록을 소개해드린다. (파란색 링크로 표시된 박물관은 방문한 곳으로 클릭하면 각각 장소의 최신 포스팅을 보실 수 있으며, 뉴욕에 있는 2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워싱턴 지역에 있음) 이렇게 지금까지 스미소니언이 수집한 세계적인 자료와 물품은 1억5천만점 이상이라서, 미국 사람들은 스미소니언 박물관들을 "나라의 다락방(the nation's attic)" 또는 "미국의 보물상자(America's treasure chest)"라고 부른단다.
1855년 Smithsonian Institutuon Building, The Castle (스미소니언 캐슬)
1881년 Arts and Industries Building (예술산업관) ※최초의 국립 박물관 건물이었음
1891년 National Zoo (국립 동물원)
1910년 National Museum of Natural History (국립 자연사박물관)
1923년 Freer Gallery of Art (프리어 미술관) ※국립 아시아 미술관에 속함
1964년 National Museum of American History (국립 미국사박물관)
1967년 Anacostia Community Museum (애나코스티아 지역박물관)
1968년 American Art Museum (미국 미술관)
National Portrait Gallery (국립 초상화박물관)
1972년 Renwick Gallery (렌윅 갤러리) ※미국 미술관 별관
1974년 Hirshhorn Museum and Sculpture Garden (허쉬혼 미술관/조각정원) ※현대미술
1976년 National Air and Space Museum (국립 항공우주박물관)
Cooper Hewitt Design Museum (쿠퍼휴잇 디자인박물관, 뉴욕)
1987년 Arthur M. Sackler Gallery (새클러 갤러리) ※국립 아시아 미술관에 속함
National Museum of African Art (국립 아프리카 미술관)
1993년 National Postal Museum (국립 우편박물관)
1994년 George Gustav Heye Center (조지 구스타프 헤이 센터, 뉴욕) ※인디언박물관 별관
2003년 Steven F. Udvar-Hazy Center (스티븐 F 우드바하지 센터) ※항공우주박물관 별관
2004년 National Museum of the American Indian (국립 인디언박물관)
2016년 National Museum of African American History and Culture (국립 흑인역사문화관)
주1) 재단 홈페이지 등에는 1987년에 만들어진 극장 겸 전시장인 리플리센터(S. Dillon Ripley Center)를 별도의 박물관으로 소개하고 있으나, 주로 행사용으로만 사용되는 건물인 관계로 본 리스트에서는 제외함
주2) 내셔널몰에 있는 국립 미술관(National Gallery of Art)은 스미소니언 재단에 속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운영됨
캐슬의 서쪽 끝에 있는 공간인 커먼스(The Commons)는 노르만 양식 건축의 아름다운 천장을 보여준다. 콩코드 여객기 모형과 동물의 박제가 함께 전시된 것이 이 곳의 힌트인데, 한마디로 여러 스미소니언 박물관들의 전시를 맛보기로 모두 모아서 조금씩 보여주는 곳이라 할 수 있었다.
비지터센터 구경을 마치고 정문쪽으로 나가기 전에 그레이트홀과 사이에 이런 작은 공간이 나온다. 정문으로 들어왔을 때 왼편이 사진 가운데 보이는 제임스 스미슨의 관이 안치된 방이고, 반대쪽 오른편에는 그의 흉상과 함께 기부자들의 명단이 있는 방이 있다.
제임스 스미슨은 서자로 태어나서 그랬는지 평생 결혼을 하지 않고 유럽을 떠돌면서 방랑생활을 하다가, 1829년에 이탈리아 제노아(Genoa)에서 사망하고 거기에 묻혔었다. 그래서 스미슨(Smithson)의 유산으로 만들어진 미국의 스미소니안(Smithson-ian) 재단에서 그의 유해를 1904년에 미국으로 가지고 와서 이 자리에 유골을 안치한 과정의 설명판을 아내가 보고있다.
사실 자식이 없던 스미슨은 유언장에 그의 모든 재산을 좋아하던 조카에게 남겼는데, 단 조카가 자식이 없이 사망하는 경우에만 미국 워싱턴 소재의 재단 설립에 사용되는 것으로 했다고 한다. (앞서 언급한 생략된 '...' 부분의 내용) 그런데 유산을 물려받았던 젊은 조카가 스미슨이 죽고 6년 후인 1835년에 갑자기 사망을 하게 된다! 그러면 보통 주변 사람들이 은근슬쩍 유산을 가로채기 십상일 것 같지만, 그 조카의 어머니가 아들을 잃은 슬픔에도 불구하고 스미슨의 유언을 꼭 지켜야 한다면서 미국 정부에 연락을 하게 했다는 이야기이다.
건너편 방에는 제임스 스미슨의 흉상과 함께 광물학자였던 그를 기리기 위해 1832년에 '스미소나이트(Smithsonite)'로 명명된 광물인 능아연석[ZnCO3]이 유리상자 안에 놓여있다. 그 주변으로 방의 3면에는 '특출한 기부자들(Distinguished Benefactors)'의 명단이 적혀있는데, 빌게이츠 정도 되어야 이름으로 나오고 대부분은 세계적인 회사명이 적혀 있었다.
빼곡하게 적힌 칸도 있고 듬성듬성 적힌 칸도 있어서, 얼마를 기부해야 어느 칸에 이름이 적히는지를 궁금해 하고 있는데, 아내가 혹시 싸인펜이 없는지 물어본다~ 가운데 스미소니언 재단 마크가 있는 노란색 빈 칸에 우리 이름을 써놓고 가자고...^^ 여기에 이름이 적힐만큼 특출나게 기부할 능력은 안 되고, 여러 스미소니언 박물관들을 블로그로 널리 알리는 재능기부나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입장객이 늘어나 본들? 어차피 모든 스미소니언 박물관들은 입장료도 안 받는 공짜인데...
성의 정문으로 나오니까 스미소니언 재단의 초대 원장인 Joseph Henry 동상의 뒷모습이 보이고, 내셔널몰 잔디밭 건너편에는 20개의 스미소니언 박물관들 중에서 가장 인기있는 곳인 국립 자연사박물관이 자리잡고 있다. "우리는 더 이상 뜨내기 여행객이 아니야, 잘 알려지지 않은 곳들을 찾아가자구~" 그러면서도...
비행기 타고 워싱턴DC에 처음 온 여행객처럼 캐슬의 시계탑을 배경으로 커플셀카 한 장 또 찍었다. ㅎㅎ
바로 옆에 있는 국립 아시아미술관인 프리어 갤러리부터 '박물관 깨기' 프로젝트를 이제 시작하는데, 아주 멋진 분재 작품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분재를 마지막으로 본게 LA에 살 때인 2008년에 방문했던 헌팅턴 라이브러리(Huntington Library)였는데, 본 포스팅과 함께 블로그의 '전시관과 공연장' 카테고리에 같이 있다. 박물관과 미술관 등의 전시장과 뮤지컬 관람기 등의 공연장은 물론, 운동경기를 직관한 체육관들도 모두 이 카테고리에 넣어서 글이 지금 68개나 되는데, 각각 하위 카테고리를 만들어 분류를 할까말까 고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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