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온 반대편을 구경하러 예배당 너머로 내려가 보니, 무척이나 반가운 물건을 발견했다. 다름 아닌 105mm 견인곡사포. 필자는 강원도 고성에서 105mm포병으로 복무했었다. 겨울만 되면 눈이 발목까지는 예사요 무릎까지 쌓이는 일도 잦아 제설작전때마다 여기가 무슨 시베리아 한복판이냐고 투덜댔던 기억이 아직도 선하다. 아무것도 없는 새하얀 벌판 위에, 그 때 만졌던 쇠덩이가 그 때 그 모습 그대로 서 있었다. 여기는 포상도 아니고, 딱히 방열을 할 필요도 없었다. 몸은 가만히 있었지만, 다만 기억만이 그 때로 잠시 돌아갔다. 경치를 구경할 생각도 하지 못하고 2년의 세월을 되짚어 보았다. 잠시간의 망중한에 빠져있다, 퍼뜩 정신을 차리고 나니 어느 새 정오가 훌쩍 지나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