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새 버스는 종점에 다다랐다. 또 다른 시발점인 이 곳에서 다른 버스로 갈아타야 예배당에 갈 수 있다는 기사의 이야기에, 차에서 내려 주위를 좀 둘러보기로 하였다. 종점은 느긋해 보였다. 어제 보았던 지브노고르스크 정류장의 풍경이 듬성듬성 나무집들이 산 위로 배치되어 있고, 그 사이에 그저 사람과 차가 보이지 않는 고즈넉한 시골의 풍경이었다면, 이곳에서는 도시의 흐름이 느껴졌다. 아무것도 없이, 집 한채, 그리고 그 주위를 둘러싼 색색의 버스들. 한 대가 도착하면 한 대가 빠져나간다. 마치 이파리에 물방울이 고이면 고개를 숙이며 땅으로 길을 내 주듯이, 아무도 싣지 않은 버스들은 그렇게 자신의 길을 따라갔다. 자리를 골라 잡을 수 있는 것은 첫 손님의 특권이다. 가장 버스기사는 시발점에서 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