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를 하지 않고 '제대로, 현실적 잉여'를 영화에서 본 게 오랜만이다. 다마코는 정말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자신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그것에 스스로 주눅들어하지도 않는다. 아빠에게 눈 똑바로 뜨고 "적어도 지금은 아니야"라고 강력하게 말한다. 그렇게 강력한 눈빛으로 말할 때 아버지는 왜인지 모르게 눈에 습기차듯 약간 발개진다. 근데 아버지가 눈시울이 불거졌다고 생각하는 것도 지금을 살고 있는 내 생각이다. 시종일간 집에 누워서 만화책 보고 TV보고 먹고 그러는 모습 보면서 혀 끌끌 차는 것도 나이고, 한심한 듯 바라보면 씁쓸한 웃음으로 바라보는 것도 나이다. 이 시기에는 이것을 해야하고, 이 시기에는 이런 걸 이룩해야하고 등등의 일들을 일 삼아 현재를 살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