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셔널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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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포스팅의 제목을 항상 일정한 길이로 맞추는 버릇이 있는데, 2차 대륙횡단 이사의 둘쨋날에 지나갔던 미서부 두 곳의 이름을 쓰고 나니 칸이 조금 남아서 '안녕'이라는 말을 마지막에 덧붙였다. 만나서 반가울 때 쓰면 "Hi"라는 뜻이고, 헤어져서 섭섭할 때 쓰면 "Goodbye"라는 뜻을 모두 가지고 있는 한국말이 '안녕'인데, 제목에 씌여진 이제 소개하는 두 곳에 대한 이 날 우리 부부의 반갑고도 섭섭했던 마음을 한 단어로 동시에 잘 나타내는 것 같다.
1차 대륙횡단에서는 바스토우(Barstow)에서 40번 고속도로를 탔지만, 이번에는 계속 15번 고속도로를 타고 북동쪽으로 달렸는데, 커다란 레드불(Red Bull) 캔을 실은 미니 자동차가 우리 앞을 달리고 있었다. 위기주부가 에너지 드링크를 마시지는 않지만,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우리 부부의 두번째 대륙횡단도 '에너지 뿜뿜'하라는 좋은 징조로 생각하기로 했다.
미국으로 이민 오기 전인 2005년의 9박10일 미서부 여행에서 처음 지나가면서, 라스베가스인 줄 알았던 네바다(Nevada) 주경계의 프림(Primm)을 지나고 있다. 불과 반년 전인데 네바다 주 환영간판 너머로 보이는 메마른 땅의 야자수들이 왜 이리 어색한지...
다시 대장정을 시작하는 날이라서 잘 먹고 출발하자는 생각에 라스베가스에 있는 코리안BBQ 뷔페에서 점심을 먹었다. 그런데, 역시 본전 생각해서 고기를 무리해 많이 먹게 되는 뷔페는 '날씬한' 우리 부부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곳이라는 것을 이 날도 실감했다.
'다른 도시관광기>라스베가스' 카테고리에 있는 35편의 여행기 리스트를 보면서 대충 계산해보니, LA에 살면서 라스베가스를 최소 15번 이상은 방문을 했던 것 같다. 그래도 예의상 한 곳은 구경하고 떠나자고 들린 곳은 역시 벨라지오 실내정원(Bellagio Conservatory & Botanical Garden)이었다.
2차 대륙횡단 포스팅에도 어김없이 등장하는 즐거운 커플셀카~ 2021년 10월이라서 실내에서 마스크를 했었지만 사진을 찍을 때만 벗었던 것 같다. 뒤로 보이는 다양한 버섯(?)들이 모두 살아있는 꽃을 빼곡히 꽂아서 만든 것이라서 하나하나 사진도 많이 찍어서 당시 페이스북에 올렸었지만,
여기서는 그냥 동영상으로 전체를 보여드리니 클릭해서 보실 수 있다. 벨라지오 호텔의 꽃장식은 1년에 봄/Spring, 여름/Summer, 가을/Harvest, 겨울/Holiday, 그리고 음력설/Lunar New Year의 5가지 주제로 돌아가면서 매년 다르게 장식을 하는데, 가을철의 Harvest Theme 장식은 아마도 이 때 마지막 방문에서 처음으로 본 것이었다. 그리고 한낮이라서 분수쇼는 그냥 건너뛰고, 이것으로 라스베가스와는 안녕하고 바로 15번 고속도로를 다시 탔다.
평탄한 모하비 사막(Mojave Desert) 지대를 달리던 고속도로가 갑자기 거대한 바위산의 협곡으로 들어가는 구간인 Virgin River Gorge의 모습인데, 역사상 미국 전체에서 마일당 건설비가 가장 비싼 고속도로 구간이다. 이 부근에서 아주 잠시 아리조나(Arizona) 주를 들어갔다가 콜로라도 평원(Colorado Plateau)으로 올라서면서 유타(Utah) 주로 들어서게 된다.
조수석에서 열심히 찍으셨지만, 유타 환영간판이 '엔진 브레이크 금지'를 알리는 표지판에 가렸다~ 두 번의 대륙횡단 계획을 세울 때는 이 인터스테이트 15(Interstate 15)를 그냥 계속 달려서 자이언과 브라이스 다 건너뛰고, 2009년의 30일 자동차여행 이후로 못 가봤던 아치스 국립공원만 '미서부와의 이별여행'으로 들렀다가 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옆자리의 아내가 말했다... "자이언은 안 지나가?" 그래서 잠시 후 허리케인(Hurricane)으로 빠지는 9번 도로로 나갔다. "사모님께서 원하신다면!"
그리고 1시간 정도 지나서 우리는 거대한 붉은 바위산에 둘러싸인 스프링데일(Springdale) 마을을 지나고 있었다. 코로나 팬데믹이 막 시작되었던 2020년 8월에 여기 와서, 우리 가족의 '인생 하이킹'을 하기 전날에 먹었던 피자집이 왼쪽에 보인다. (거창하게 3부작으로 소개했던 내로우(The Narrows) 하이킹의 첫번째 글은 여기를 클릭해서 보실 수 있음)
제일 오른쪽에 차단기가 내려진 곳까지 포함해 4차선 톨게이트처럼 만들어진 자이언 국립공원(Zion National Park)의 입구 모습이다. 계산해보니까 2005년의 미국여행을 포함해서 이때가 6번째로 자이언을 방문하는 것이었다.
정말 그냥 9번 도로를 따라 지나가려고만 했었는데, 오전에 무리하게 많이 먹었던 고기 때문에 배도 살살 아파와서 비지터센터로 우회전을 했다. 이 길의 끝에는 2009년의 30일 여행과 2012년 후배 가족과의 여행에서 캠핑을 했던 Watchman Campground가 있다.
2021년 10월 당시 여전히 내부는 폐쇄되어 있던 자이언 국립공원의 비지터센터 모습으로, 비수기인 10월 평일의 해질녘이라서 사람들이 안 보이는 것이지, 팬데믹 기간에 자이언 국립공원의 방문객은 오히려 늘었다고 했다.
"아, 시원해~ 자 볼일 다 봤으니, 이제 다시 출발합시다. 함께 내로우 하이킹도 했고, 나는 혼자서 앤젤스랜딩도 다녀왔고... 별로 미련이 없어요~" 하지만, 이 말은 거짓이었던 것이 10분도 안 되어서 밝혀진다.
계속해서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는 셔틀버스가 늦은 시간까지 부지런히 관광객들을 자이언캐년(Zion Canyon) 안쪽으로 데려다주고 있었다. "우리가 나중에 다시 여기 왔을 때는, 저 셔틀들이 모두 전기버스로 바뀌어 있을까?"
캐년 속으로 들어가는 셔틀버스와 헤어지고, 우리는 꼬불꼬불 산을 넘어가는 도로를 달리다가 길가에 차를 세웠다. 6번째 방문이었지만 라스베가스와 마찬가지로 희고 붉은 바위산 아래에 노랗게 단풍이 든 가을 모습은 또 처음이었다.
그래서 또 셀카 한 장 찍었다. '일포일카'가 원칙이지만 장소가 바뀌어서 두 장 올리는 것이니까 양해를...^^
미련이 없다고 한 것은 거짓말이었다. 노인네처럼 뒷짐을 지고 서 계신 저 분... 이 멋진 자이언 국립공원의 풍경을 한동안은 다시 보기 어렵다고 생각하니 발길이 떨어지지를 않으시는 모양이었다~
1930년대에 도시가 아닌 곳에 만들어진 것으로는 세계최장이었다는 길이 1.7 km의 터널을 통과해서 계곡을 벗어나 공원의 동쪽 출구로 향했다.
창문 밖으로 노란색과 빨간색의 단풍이 예쁘게 보여서 이 때는 조금 기대를 했었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사실 유타와 콜로라도의 단풍철은 이미 끝난 후였다는 것이 2차 대륙횡단의 아쉬운 점이었다.
"자이언 국립공원도 안녕~" 공원을 벗어나서 익숙한 Mt Carmel Junction에서 89번 국도로 좌회전을 할 때는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다시 살살 아파오는 배를 참으며 깜깜해진 도로를 1시간 가까이 운전한 후에, 아내가 잘 터지지 않는 인터넷으로 겨우 예약한 팽귀치(Panguitch) 마을의 허름하지만 깨끗했던 시골 모텔에서 2차 대륙횡단의 두번째 밤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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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10년전에 캘리포니아 주의 로스앤젤레스(Los Angeles)에서 살고 있을 때 "LA에서 가장 가까운 국립공원(National Park)은 어디일까?"라는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캘리포니아에는 국립공원이 주별로는 최다인 9개나 있어서 이러한 질문이 가능했었지만, 위기주부가 작년에 이사를 온 여기 버지니아(Virginia)에서는 그런 질문 자체가 무의미하고, 대신에 이렇게 물어봐야 한다... "버지니아 주의 유일한 내셔널파크는 어디일까요?" 참, 10년전 질문에 대한 '의외의 답변'은 여기를 클릭해서 설명과 함께 보실 수 있다.
작년 10월의 대륙횡단 이사 겸 여행의 마지막 날인 8일째, 버지니아 서쪽에 81번과 64번의 두 고속도로가 만나는 스톤튼(Staunton)에서 출발해 64번 고속도로를 동쪽으로 조금 달리다가 락피시갭(Rockfish Gap)에서 빠져서, 버지니아 유일의 내셔널파크인 쉐난도어 국립공원(Shenandoah National Park)에 들어서고 있다. 남쪽 노스캐롤라이나 주에서 시작되었던 755 km의 공원도로인 블루리지 파크웨이가 그 이름만 스카이라인 드라이브(Skyline Drive)로 바뀌면서 계속 북쪽으로 이어지는 곳이다.
블루리지 파크웨이(Blue Ridge Parkway)와 그 아래 그레이트스모키마운틴(Great Smoky Mountains) 국립공원은 입장료가 없지만, 여기는 공원으로 들어가는 모든 도로에 이렇게 게이트가 만들어져서 입장료를 받고 있다. 물론 우리는 여름에 캘리포니아 래슨볼캐닉 국립공원에서 샀던, 위기주부가 미국에 와서 11번째로 구입한 연간회원권을 보여주고 그냥 통과했다.
남쪽 공원입구는 해발 580 m 정도였지만 계속 고도를 높여서 다시 1천미터가 넘어가니까, 이렇게 도로변이 다시 노랗게 물들기 시작했다. 도로 옆의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하이킹을 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다음 편에 자세히 소개하겠지만 동부 산악지역을 종주하는 Appalachian Trail이 Skyline Drive를 따라서 쉐난도어 국립공원을 남북으로 지나가기 때문이다.
전체 길이 105.5마일로 약 170 km인 스카이라인 드라이브의 거의 절반을 1시간20분 정도에 쉬지 않고 달려서 빅메도우(Big Meadows) 지역의 비지터센터를 찾아갔다. 아래의 공원지도를 보시면 블루리지(Blue Ridge) 산맥을 따라서 남북으로 이어진 국립공원을 1/3씩으로 나누면서 국도 33번과 211번의 두 도로가 동서로 관통하는데, 우리는 국도 33번을 건너서 공원의 거의 가운데까지 온 것이다. 그리고 공원의 북쪽은 역시 66번 고속도로가 산맥을 가로지르는 프론트로얄(Front Royal)을 만나면서 끝나게 된다.
위와 같이 남북으로 길죽한 형상의 쉐난도어 국립공원(Shenandoah National Park)은 1935년에 만들어졌는데, 이 지역을 국립공원으로 만들려는 시도는 1900년대 초부터 시작되었지만 사유지가 많아서 계속 지연된 것이라 한다. 결국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땅 안에서도 40명 정도가 한동안 계속 거주를 했고, 대부분은 조용히 이사를 나갔지만 Annie 할머니는 1979년에 92세로 사망할 때까지 마지막으로 계속 집을 지켰단다.
비지터센터의 이름인 Harry F. Byrd Sr.는 버지니아 주지사를 역임하고, 연방 상원의원으로 쉐난도어 국립공원 법안 통과를 주도했는데, 우리집 앞의 가장 큰 길인 버지니아 7번 도로도 그의 이름을 따서 해리버드 하이웨이(Harry Byrd Hwy)라 부른다. 오른편에 보이는 웃통을 벗고 도끼를 들고 있는 동상은 그 주지사님은 아니고, 대공황 시절에 동원되었던 CCC(Civilian Conservation Corps) Workers로 1995년부터 미국전역에 세워지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똑같은 동상이 전국에 76개나 만들어졌다고!
당시에는 오미크론 변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나오기 전이라서, 레인저들이 야외에서 방문객들 안내를 하고 실내 전시장은 폐쇄된 상태였다. 이제는 사실상 모든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오미크론에 다 걸렸는지, 미국은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벗으면서 팬데믹이 거의 끝난 분위기이다.
실내 전시실은 닫았지만 기념품 가게들은 항상 문을 열었었다는...^^ 입구 위쪽에 붙여놓은 클래식한 디자인의 포스터들이 마음에 들었는데, 현재 63개 국립공원들의 모든 포스터들을 작게 모아놓은 액자같은 것을 요즘 계속 살까말까 고민중이다. 참고로 이 때 쉐난도어는 그 중에서 위기주부가 당시 38번째로 방문한 내셔널파크(National Park)였다.
아직 공식적으로 버지니아 주민등록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우리동네 국립공원에 처음 왔으니까 트레일을 해야지~ 그래서 비지터센터 조금 북쪽에서 시작되는 다크할로우 폭포(Dark Hollow Falls) 트레일이 시작되는 곳으로 왔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해발 3,490피트(1,064 m)의 주차장에서 작은 개울을 따라서 밑으로 내려가는 등산로는 노란 단풍이 하늘을 덮고 있었다.
작은 연못을 만나서 '90년대 단풍놀이 감성'을 떠올리는 포즈로 사진 한 장~ 그런데 30년전에는 없던 아랫배가...^^
약간 경사가 있는 등산로를 사진을 찍으면서 천천히 30분 정도 걸려서 내려오니, 쉐난도어 국립공원에서 가장 인기있는 하이킹 장소들 중의 하나라는 다크할로우폴(Dark Hollow Falls)을 만날 수 있었다.
바로 앞에서 광각으로 찍은 이 사진으로는 그냥 짧은 급류같아 보일 수도 있지만, 저 꼭대기에서부터 떨어지는 전체 낙차가 70피트(21 m)로 제법 큰 폭포이다. 무엇보다도 눈이 내리기 전인 10월 중순이었는데도 이 정도의 수량이 있는 것을 보면서, 동부는 확실히 서부와는 다른 기후라는 것을 떠올렸었다.
대륙횡단 여행기에서 빠질 수 없는 '중년의 커플셀카'를 이 날은 10장 이상 찍었던 것 같다...
내려왔던 길로 다시 올라가면서는 이렇게 계곡물에 손도 담궈보고,
내려오면서도 지겹게 찍었던 단풍놀이 사진을 올라가면서도 찍고 또 찍었다. 나중에 컴퓨터로 사진들을 보는데, 다 그 사진이 그 사진으로 전부 노랗기만 하더라는...^^
우리동네에 도착했다는 느낌이 들어서 그랬는지, 대륙횡단 중의 짧은 트레일을 하면서는 켜지 않았던, 가이아GPS 앱으로 이 날의 하이킹을 처음 기록했다. LA를 떠나기 직전에 마지막으로 하이킹 포스팅을 올리면서 정리해보니까, 옛날 동네에 있던 산타모니카 산맥(Santa Monica Mountains)에서만 약 50곳의 하이킹 코스를 찾아다녔던데, 새로 이사를 온 여기 북부 버지니아의 집에서도 그렇게 구석구석 돌아다닐 수 있을까? 일단 쉐난도어 국립공원은 집에서 2시간 거리라서 자주 오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다, 30분 이내의 거리에는 등산을 할만한 언덕은 하나도 없고, 강이나 개울을 따라서 걷는 작은 산책로(?)들 뿐이지만... 나무에 잎이 돋고 꽃이 피는 봄이 오면 쉬운 곳들 부터 조금씩 찾아 다녀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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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미국에 있는 63개의 내셔널파크(National Park)들 중에서 연간 방문객이 가장 많은 곳은 어디일까? 글의 제목에 정답이 나와있어서 좀 김이 빠지지만,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19년의 국립공원청 발표로 봤을 때, 미동부에 있는 그레이트스모키 산맥(Great Smoky Mountains) 국립공원이 12.5백만명으로 서부의 그랜드캐년(6백만), 록키마운틴(4.7백만), 자이언(4.5백만), 요세미티(4.4백만), 옐로스톤(4백만) 등을 모두 제치고 압도적인 1위이다. 하지만 이 순위에는 심각한 문제가 하나 있는데 잠시 후 아래에 그 이유를 설명드리고자 한다.
그레이트스모키마운틴 내셔널파크(Great Smoky Mountains National Park)는 위의 지도처럼 테네시(Tennessee)와 노스캐롤라이나(North Carolina) 주의 경계에 딱 걸쳐있다. 대륙횡단 6일째 아침에 녹스빌(Knoxville)에서 출발해 지도에 작게 표시된 세비에빌(Sevierville)을 지나서, 441번 국도를 타고 남쪽으로 조금 내려가면 피전포지(Pigeon Forge)라는 독특한 이름의 마을이 먼저 나온다. 직역하면 '비둘기 대장간'으로 Little Pigeon River 강가에 1820년경 대장간(forge)이 들어서며 마을이 생겨서 이런 이름이 붙었단다.
그런데 마을 입구부터 좌우로 보이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뒤집어진 백악관(?)같은 건물이 있는가 하면,
타이타닉(Titanic) 유람선이 떡하니 등장을 해주신다! 피전포지는 국립공원 입구에 있는 휴양 및 오락을 위한 휴가지로 남동부 미국인들 사이에서는 꽤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타이타닉 호 모양을 한 박물관을 비롯해서, 주로 컨트리뮤직 등 미국남부 문화에 중점을 둔 많은 관광명소들이 모여있어서 '컨츄리스타일의 라스베가스'를 보는 느낌이었다.
유리창 너머 역광이라 잘 보이지는 않지만, 러시모어를 흉내낸 조각상과 빌딩에 매달린 킹콩의 모습이 보인다. 이 곳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는 세비에빌 출신의 컨트리 가수 겸 영화배우인 돌리 파튼(Dolly Parton)이 투자하고 그녀의 이름을 딴 테마파크인 돌리우드(Dollywood)이다. 당시 우리 부부는 이 마을 IHOP에서 아침만 먹고 떠났지만, 나중에 나이가 더 들어서 다시 오게되면 한 번 가볼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는 돌리우드의 어지러운 놀이기구들은 못 탈 것 같은데, 경로할인은 있을까?
Pigeon Forge 관광지들을 벗어나면 도로가 일방통행으로 바뀌어서 잠시 숲속을 달리다가 두 갈래로 갈라진다. 하나는 이렇게 예쁘고 작은 마을인 개틀린버그(Gatlinburg)의 중심을 지나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관광철에는 매우 막히는 이 길을 피해서 바로 국립공원으로 들어갈 수 있는 Gatlinburg Bypass 도로이다. 우리는 당연히 처음 와보는 마을을 관통해 구경하면서 천천히 지나갔다.
당시 할로윈을 앞두고 있어서 호박과 꽃으로 장식을 예쁘게 해놓았었는데, 역시 이 지역을 방문할 기회가 언젠가는 다시 올거라고 위안하면서 우리는 정지하지 않고 계속 국립공원으로 향했다.
도로 옆으로 국립공원 표지판이 나왔는데, 계속 달려도 매표소 입구는 나오지 않았고, 갈림길이 나오기 직전에 공원직원이 계수기로 들어오는 차들을 카운트하고 있었다. 즉, 그레이트스모키 국립공원은 입장료가 따로 없어서 공원의 중앙을 관통하는 도로를 지나는 모든 차량이 공원을 방문한 것으로 생각하고 방문객 수를 계산하는 것이, 입구에서 정확히 입장료를 받는 처음 비교한 서부의 국립공원들과는 차이점이었다. 만약 여기도 그랜드캐년이나 요세미티처럼 모든 도로의 입구에서 입장료 $30씩을 정확히 받아도 1등을 할 수 있을까?
입장료가 없고 근처에 다른 국립공원이 없는데다, 가을 단풍여행철이 겹쳐서 방문객이 많기는 했다. 슈가랜드 비지터센터(Sugarlands Visitor Center) 안으로 들어가는 줄이 길어서, 그냥 출구쪽을 지키고 있는 직원에게 부탁해서 까만줄의 공원 브로셔만 하나 챙겨서 들고는 우리는 계속 관통도로를 달렸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슈가랜드 비지터센터 부근은 해발 450미터 정도밖에 되지 않아서 아직은 녹색의 싱그러운 나뭇잎들이 대세였지만,
부지런히 달려서 해발 1,180미터 부근의 Alum Cave Bluffs Trailhead까지 올라오니까 나뭇잎들이 노랗게 단풍이 들기 시작했다. 여기는 바위 아치와 동굴 등을 지나서 Mt. Le Conte 정상까지 올라가는 트레일이 있어서 도로 좌우로 많은 차들이 빼곡히 주차되어 있었다.
골짜기를 벗어나 산사면을 깍아서 만든 도로를 올라가다가 창밖으로 보이는 단풍이 멋있어서 잠시 길가에 차를 세웠다. 하지만 가을단풍 풍경보다도 대륙횡단 6일째 무사히 달려주고 있는 이삿짐을 가득 실은 17년된 자동차가 더 멋있고 고마워서 함께 찍은 이 사진을 올린다.^^ 그리고는 두 주의 경계인 뉴파운드갭(Newfound Gap) 고개에서 산맥의 주능선을 따라 남서쪽으로 갈라진 Clingmans Dome Rd로 우회전을 해서 이 국립공원에서 가장 유명한 트레일을 하러 갔다.
주차장이 나오기 훨씬 전부터 차가 밀리면서 도로 좌우로 주차한 차들이 가득했는데, 정말 운 좋게 주차장의 빈 자리를 찾아서 아주 기뻤던 기억이 난다. 이 국립공원 최고봉인 클링맨스돔(Clingmans Dome)은 해발 6,643피트(2,025 m)로 주차장에서 잘 포장된 경사로를 따라서 0.5마일만 더 걸어서 올라가면 되는데, 한 때는 미동부에서 제일 높은 산으로 생각되었지만, 현재는 동쪽으로 100여 km 떨어진 곳에 있는 Mount Mitchell이 2,037 m로 미시시피 강의 동쪽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안내판에는 이 땅이 만들어진 이야기를 체로키 족의 전설, 성경의 창세기, 그리고 지질학적 설명의 3가지로 소개하고 있는데, 왼쪽은 영어로 오른쪽은 체로키 문자(Cherokee syllabary)로 각각 적어 놓았다. 가운데 그림은 체로키 전설을 묘사한 것으로 큰 새가 위아래로 날개짓을 해서 산과 계곡이 만들어졌다는 내용이다. 아메리카 인디언들 중에서는 유일하게 체로키 부족만 자신들의 언어를 기록하는 85개로 만들어진 표음문자를 가지고 있다는데, 클릭해서 확대하면 내용을 직접 읽으실 수 있다.
뒤로 보이는 잎이 다 떨어진 나무의 가지에 빨간 열매만 잔뜩 매달려 있는 것이 돌담 위에 하나 놓여 있어서, 아내가 커플셀카를 찍는데 부케처럼 들어보이고 있다. "우리 결혼식 한거야?"
0.5마일을 다 올라오면 그레이트스모키마운틴 국립공원의 상징으로 굳어진 1959년에 콘크리트로 만들었다는 높이 14 m의 클링맨스돔 전망탑(Clingmans Dome Observation Tower)이 그 위용을 드러낸다. 얼핏 봐서는 국립공원내에 어울리지 않는 구조물로 생각되지만, 현대식 개발로 방문객을 늘리려던 국립공원청의 Mission 66 Program (1955-1966)에 따라 건설된 것으로 현재는 별도로 국가사적지(National Register of Historic Places)로도 지정되어 있다.
전망타워 위까지는 완만한 경사로를 따라서 크게 한바퀴 빙 돌아서 올라가게 되어 있는데, 사진의 폭이 넓은게 시원하니 좋을 것 같아서 핸드폰 사진의 비율을 4:3에서 16:9로 바꿔서 찍었다.
꼭대기를 조금 남겨두고부터 전망대에서 사방을 한바퀴 둘러볼 때까지 비디오를 찍은 것을 클릭해서 보실 수가 있다. 정상에서 둘러보는 풍경은 거대한 절벽이나 폭포는 전혀 없는 얌전한 모습인데, 이제는 이런 동부의 국립공원 산들에 익숙해져야 한다...^^
사실 풍경보다도 이 전망탑 자체가 더 볼거리라고 할 수 있는데, 앞서 설명한 것처럼 자연과 어울리지 않는 도시적인 건축물이라서 철거해야 한다는 주장도 한 때 있었다고 한다.
내려오는 길에 사진 한 장 부탁해서 찍었다. "나무들 위로 사방이 잘 보이게 멋지게 만들었구만, 철거는 무슨..."
이 곳에서 동부를 대표하는 장거리 등산로인 애팔래치안 트레일(Appalachian Trail) 이름을 처음으로 만난 것도 기억해두고 싶다. 이 때는 잠시 표지판에 손을 올리고 사진을 찍은 것 뿐이지만, 이틀 후 1차 대륙횡단의 마지막 날에는 실제로 아주 짧은 구간을 걷게 되므로 그 때 보다 상세히 소개를 해드리기로 한다.
하이킹을 잘 마치고 주차장을 나가는데도 도로변에 주차하려는 차들과 들어오는 차들이 많아서 꽉 막혀있다. 일부러 가을 단풍철에 맞춰서 대륙횡단 이사를 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 부부와 그레이트스모키 산맥(Great Smoky Mountains) 국립공원의 첫만남은 이렇게 이삿짐을 싣고 약간은 이른 가을 단풍을 구경했던 것으로 기억에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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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방문객이 가장 많은 내셔널파크인 그레이트스모키 산맥(Great Smoky Mountains) 국립공원 (0) | 00:07: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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