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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캐너 다클리 A Scanner Darkly (2006)
필립 K. 딕 원작의 영화 중에서도 이례적으로 원작에 충실하기도 하지만 또한 이례적으로 후기작에 속하는 소설을 영상화한 작품. 그 영향인지 다른 작품들에 깔려있는 서늘한 SF적 고찰보다는 반사회적이고 이야기 진행도 다소 혼돈스럽다. 딕 본인이 실제로 히로뽕에 절어있었던 시기에 집필된 흔적을 거의 지우지 않고 그대로 담아낸 작품에 가깝다. 또한 감독인 리처드 링클레이터로서는 [웨이킹 라이프]에서 쌓은 노하우로 더욱 본격적으로 만든 두 번째 로토스코핑 방식의 영화이기도 하다. 주인공 밥 악터는 마약반 소속의 경찰이자, 마약 공동체에 잠입한 마약중독자이기도 하다. 때문에 중독자로서의 자신을 경찰로서 감시하는 모순적인 생활 패턴에 갇혀있기도 하다. 작품 사이 사이에 마약국이 시민들을 감시하는 방식이 묘사되

다크 시티 Dark City (1998)
영화 속 도시의 시민들에겐 두 가지가 없다. 첫째 '진짜 기억'이 없고, 둘째 '공간 지각'이 없다. 그들의 기억과 사는 곳에 대한 지각은 그들이 자는 동안 모두 바뀌어 버린다. 그리고 그들은 바뀌었음 조차 알지 못한다. 시민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하는 대머리 외계인들에게 영화 속 세계관은 일종의 샌드박스(sand box) 쯤 된다. 검게 덩어리지고 해가 뜨지 않는 도시를 시뮬레이터 삼아 실험하는 외계인들은 시민들을 사육하지도 않고 지배하지도 않는다. 그저 실험이라는 이름의 유희를 멈추지 않을 뿐이다. 이 세계관에 혼자 대머리들의 지배를 벗어나 혼란을 자각한 남자가 있으니 그가 바로 주인공인 루퍼스 스웰. 루퍼스는 자신의 기억이 가짜인 것을 깨닫고 심지어 대머리들과 동등한 초능력까지 구사할 수

브라질 Brazil (1985)
영화 속 디스토피아는 타이트하게 얽힌 회색의 관료제 사회. 대책없이 얽히고 섥힌 데다가 서류 없이는 수리할 수도 없는 주인공 샘 라우리의 아파트 보일러 배관은 영화가 비판하는 관료제의 상징이다. 표현주의 양식을 본뜬 각진 빌딩들은 분명히 살아 숨쉬는 사람들이 사는 도시를 "비인간적"인 어떤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 마치 보일러 배관계의 슈퍼히어로와도 같은 해리 터틀은 반체제를 상징한다. 체제에 반하지만 그 체제 밖에서는 존재할 수 없는 인물. 바꿔 말하면 체제 아래에서만 반체제도 그 존재 의미를 갖는 모순이다. 샘의 아파트를 엉망으로 만들었던 정부 지정 업체의 보일러공들의 추적과 감시가 있기 때문에 터틀의 사보타주가 영웅적 행위로 상대 평가된다. 영화 속과 같은 디스토피아가 아니었다면 지극히 평범했을

블레이드 러너 Blade Runner (1982)
군사, 노동 등 특정 분야에 특화되어 인간보다 월등하게 탄생하는 레플리칸트들은 인간의 피조물이라는 태생적 한계와 짧은 수명이라는 물리적 한계를 동시에 지닌다. 이는 뛰어난 인재의 사회 진출을 사회적 제한하는 현실에 대한 은유다. 그런 맥락에서 "블레이드 러너"들은 기득권을 차지한 사회 특권층의 하수인 쯤 되어 노동 계층의 성장을 막아내는 역할을 한다고도 볼 수 있다. 로이 배티를 중심으로 한 탈주 4인방의 설정상 행동 동기는 생명 연장. 하지만 그 밑에 숨어있는 함의는 그보다 추상적일지 모른다. 로이의 저항적 행위는 인간과 자신 사이에 놓인 보이지 않는 벽의 정체, 그리고 그러한 벽이 존재하게 된 근본적 원인을 탐구하기 위한 구도자적 행보에 가깝다. 로이가 정말로 하고 싶었던 것은 단순한 저항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