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인성이 연기를 못하는 건 온 천하가 다 아는 일인데, 그 낮은 기대치보다는 이 영화에서의 조인성은 나쁘지 않다. 조인성은 연기의 폭이 좁은 배우고, 그 좁은 폭을 감독과 작품이 어떻게 써먹느냐에 따라 연기의 퀄이 확확 달라진다. 잘 써먹힌 쪽이 <비열한 거리>라면, 전혀 안붙었던 쪽은 <쌍화점>이라 할 수 있겠는데, 이 영화에서의 그는 그래도 잘 써먹힌 쪽에 속한다. 작품이 기도하는 고구려 남성의 털털하고 투박한 멋과, 조인성의 뭔가 어긋난 듯한 연기가 그럴싸하게 어울린다. 이 영화는 어떠한 모험도 하지 않는다. 고구려가 안시성에서 당태종의 대군을 물리쳤다는 이야기는 이순신의 전과처럼 전국민이 다 아는 이야기다. 영화는 그 전국민이 다 아는 이야기를 집요하게 훼손하지 않으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