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가서 마초 소리 좀 듣고 싶으면 재밌게 봤다는 얘기를 절대로 하지 않아야 할 영화 중 하나. 아직 내 자신이 상큼하다고 믿었던 당시 20대 남성의 감성에 작게라도 울림을 줬던, 인생 첫 프랑스 영화. ('니키타', '레옹', '제 5원소'는 프랑스 영화라는 걸 모르고 봤으니까.) 에메랄드 색으로 가득한 때깔 고운 색감과 손 때 묻은 듯한 아기자기한 소품들. 물 먹은 듯한 질감의 몽마르뜨 언덕 등, 여성 취향적인, 그러나 미적 감각에 대한 최소한의 욕구가 있는 남성에게도 어느 정도는 취향인 이른바 '예쁜 영화'의 대표격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이제와 생각하면 웃기지만 이 영화 때문에 오지랖 넓고 괜히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사차원 여자가 이상형인 적도 있었다. 아마 나 말고 그런 남자들 많았을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