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에 '뮤지엄(Museum)'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지는 않는 미술관이나 또는 작은 전시장이 있는 기념관 등을 모두 포함해서 넓은 의미의 박물관으로 따진다면, 미국의 수도 워싱턴에는 약 70~80개의 박물관이 있다고 한다. 4월의 두번째 일요일에 의욕적으로 내셔널몰에 있는 박물관 한 곳에 문 열자마자 들어가 보겠다고 오전 10시 좀 넘어서 도착했지만, 그 오픈하는 시간에는 주차할 곳을 찾는 것이 오후보다 더 어려웠다. 한 바퀴를 돌아도 주차를 못해서 포기하고, 약간 북쪽에 떨어져 있는 다른 곳을 찾아가기로 했는데, 아직도 못 가본 박물관들이 수두룩해서 가능한 일이었다.
지난 1월에 대학교 후배의 초대로 NBA 농구경기를 스위트석에서 봤던 캐피탈원 체육관이 왼쪽에 보이는데, 한자로 '體育中心'이라 씌여져 있는 이유는 이 동네가 DC의 차이나타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른쪽 건너편에 이 날 '꿩 대신 닭 두마리'로 선택된 건물이 보인다.
두 개의 간판 위쪽에는 스미소니언(Smithsonian) 로고와 함께 이 건물의 공식적인 Donald W. Reynolds Center for American Art and Portraiture 이름이 같이 새겨져 있고, 여기 입주해 있는 두 미술관의 포스터가 각각 들어가 있어서 '한 지붕 두 미술관'을 둘러본 이야기를 두 편으로 나누어 소개한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그런데, 문제는 이 미술관 건물의 오픈시간은 오전 11:30 부터라는 것... OTL
꽃샘추위를 피해서 체육관과 지하철역을 전전하다가 맥도널드에서 시간을 때우고는 맞춰서 다시 밖으로 나왔다. 도시의 한 블럭을 모두 차지하는 이 큰 건물은 1836년에 미국 특허사무소(Patent Office)로 건설이 시작되었는데, 당시에는 특허를 받으려면 발명품을 직접 체출해야 했기 때문에 보관을 위해서 큰 공간이 필요했다고 한다. 남북전쟁 중에는 병원으로도 사용되었고, 31년이나 걸려서 1867년에 완공이 되어 1932년까지 특허청이 사용을 했기 때문에, 지금도 Old Patent Office Building으로 더 널리 알려져 있다.
장소와 시간이 모두 달라지기는 했지만, 어찌되었건 박물관에 문 열자마자 들어가보겠다는 목적은 달성한 셈이다.^^ 북쪽 G St.에 면한 입구 앞에는 그리스 신전같은 건물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 말에 올라타 총을 쏘는 카우보이의 화려한 조각상이 세워져 있었다.
아내가 여기서 무슨 유명한 그림을 감상해야 하는지 알기위해 기념품 가게에 먼저 가보자고 했다. 가운데 보이는 오바마 부부, Barack Obama와 Michelle Obama의 초상화가 여기서 가장 인기가 있는데... 아쉽게도 두 작품은 올해 10월말까지 미국 순회전시중이라서 직접 볼 수는 없었다. (작품명이나 전시명을 클릭하면, 미술관의 해당 사이트를 직접 보실 수 있음)
무려 4층까지 전시공간이 있는데, 1층과 2층의 평면도만 여기서 보여드린다. (PDF로 전 층을 보시려면 클릭) 지도가 여러 색깔로 칠해져 있는 이유는 한 지붕 아래 두 미술관의 전시공간을 구분하기 위해서인데, 이 포스팅 1편에서는 푸른색 계열로 칠해진 국립 초상화 미술관(National Portrait Gallery)과 녹색의 공용공간(Shared Spaces)을 먼저 소개한다.
사실 구경하는 사람 입장에서 두 미술관을 구분하는 것이 별로 의미가 없기는 하지만, 이렇게 친절하게 복도 위에 어느 곳 소속의 작품들인지 알 수 있도록 해놓았다. 원래는 북쪽 입구 옆의 여기 Recent Acquisitions 전시실을 지나서, 가운데 막아놓은 통로로 1층 동편에 옛날의 그다지 유명하지 않은 초상화들이 왕창 걸려있는 Out of Many 전시실로 연결되지만, 조명공사로 그 큰 전시실은 임시폐쇄된 상태인 것이 오히려 다행이었다.
그래서 가로질러 찾아간 남문 옆의 특별전시실에서는 워터게이트 사건과 관련된 신문만평과 사진 등의 작품을 모아놓은 Watergate: Portraiture and Intrigue 전시가 작게 있었는데, 어떻게 보면 부끄러운 역사의 모습을 미술관에서 특별전시한다는 것이 참 특이하게 생각되었다.
이 날 우리 부부에게 가장 큰 감동을 준 작품은 다름 아니라... 바로 이 건물의 중앙정원인 Kogod Courtyard였다! 사진과 같이 곡면의 유리돔으로 덮혀 있어서 매서운 4월의 꽃샘추위를 막아주었을 뿐만 아니라, 마침 난초(orchid)를 주제로 정원이 꾸며져 있어서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에 꽃향기가 이 넓은 공간에 가득했다.
카페에서 라떼 한 잔을 사서 미리 준비한 간단한 도시락과 함께 저 테이블에서 점심을 먹었다. 아마도 워싱턴DC에서 우리 부부가 최고로 좋아하는 장소의 강력한 후보를 발견한 것 같았다~
초상화 미술관은 1962년에 설립되었지만 이 역사적인 건물에 입주해서 일반에게 공개된 것은 1968년인데, 건물의 노후화가 문제되어서 2000년부터 2006년까지 무려 약 3억불을 들여서 완전히 새단장을 하면서 건물 중앙에 유리돔이 추가되었다고 한다.
점심을 먹고나서 다양한 난초꽃들을 구경하면서 하나하나 사진도 찍었는데, 일일이 소개하기에는 너무 많아서 동영상으로 전체적인 분위기만 보여드리니 클릭해서 보실 수 있다. 단지 21세기의 첨단기술로도 꽃향기는 기록하거나 전해드릴 수 없는 것이 안타까울 뿐... 참, 동영상의 마지막에도 나오지만 이 조경도 Orchids: Hidden Stories of Groundbreaking Women 미술전시의 일부인데, 제목을 클릭하시면 온라인으로 감상을 하실 수 있다.
고르고 골라서 꽃과 우리집 사모님 사진도 한 장 보여드리고, 이제 진짜 미술관 구경을 위해서 2층으로 올라가자~
2층 남쪽 중앙의 특별전시실에 걸려있던 2012년에 4명의 여성 대법관들을 그린 The Four Justices 그림을 아내가 보고 있다. 2020년에 사망한 "RBG" Ruth Bader Ginsburg가 앞줄 오른쪽에 앉아있고, 왼쪽은 1981년에 최초의 여성 대법관이 되었던 Sandra Day O'Connor로 2006년에 은퇴했지만 아직 92세로 생존해 있단다. 참고로 이 초상화 속의 여성 4명은 모두 백인이지만, 지난 주에 "KBJ" Ketanji Brown Jackson이 상원인준을 통과해서 6월부터 최초의 흑인 여성 대법관이 될 예정이다.
국립초상화미술관에서 가장 유명한 곳으로 역대 대통령들의 초상화가 걸려있는 America’s Presidents 전시실로 아내가 들어서고 있다. 오른쪽에는 그리다가 그만 둔 그림도 보이고, 가운데 있는 워싱턴의 전신초상 Lansdowne portrait는 1796년에 최초로 그려진 원본으로 (모사본이 많이 있다고 함), 미술관에서 2001년에 2천만불에 구매해서 전시하는 것이라 한다.
링컨의 전신초상도 있지만, 옛날 대통령들의 그림은 모두 이런 클래식한 화풍이라서 구경하는 재미가 별로 없고, 현대로 오면 아주 다양한 스타일의 그림들을 볼 수 있었다.
케네디를 그린 이 현대적인 유화는 그가 암살당한 해인 1963년 초에 그려진 것이라고 한다.
가장 특이한 스타일로 얼굴만 큼지막하게 그려져 있던 클린턴과 그 오른쪽에 아버지 부시 대통령의 초상화이다.
순회전시중인 오바마의 초상화가 걸려있던 자리에는 대신에 그가 대통령 선거기간에 사용했던 "HOPE" 포스터의 콜라주(collage) 작품을 전시해놓았다. 왼쪽으로는 차례로 레이건과 카터의 초상화가 걸려있고, 사람들이 모여서 보고있는 오바마의 뒤쪽 벽에는...
모든 화가가 트럼프를 모델로 그림을 그리기 싫었는지, Newly Acquired Photograph of Donald J. Trump 제목으로 2019년에 타임지에서 찍은 사진만 한 장 크게 인쇄해서 액자에 넣어놓았다.
대통령 전시실을 통과하면 민권(civil rights) 운동과 관련된 여러 인물들이 묘사된 The Struggle for Justice 전시실로, 제목 아래 보이는 초상은 2020년에 사망한 하원의원 John Lewis이다. 앞에 전시된 두상은 유명한 물리학자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도 영향력있는 시민운동가였다고 한다.
2층의 초상화 미술관 특별전시실에서는 작년에 사망한 중국계 미국화가인 홍 리우의 Hung Liu: Portraits of Promised Lands 전시가 열리고 있는데, 그녀 역시 중국에서 태어나 1984년에 미국으로 왔기 때문에 이민자와 난민, 가난한 사람들을 주제로 많은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좀 자세히 보여드리고 싶어서 제일 왼쪽의 그림을 확대해서 찍어봤다.
칠하다 만 듯한 붓질에 흘러내리는 물감, 그리고 붉은 선으로 표시된 실루엣이 정말 독특한 느낌이 있는 화풍이었다.
그녀의 그림 한 장 더... 그림 속의 여성이 머리에 꽃장식을 하고 있는데, 그림을 관람하는 여성도 머리에 꽃장식을 하고 있다~
중앙정원과 함께 이 건물의 또 다른 포토스팟인 3층의 그레이트홀(Great Hall) 모습을 광각으로 찍어봤다. 이 홀의 좌우로는 20th Century Americans 제목으로 미국의 여러 현대 인물들의 다양한 초상화가 전시되어 있고,
그 뿐만이 아니라 자연광이 들어오는 복도의 좌우 위쪽으로 중간층(Mezzanine)이 있어서, 그레이트홀의 동서를 나누어 각각 스포츠 분야의 Champions와 문화예술 분야의 Bravo! 전시실을 두고 있는데, 솔직히 저 위에까지 다 둘러볼 힘이 남아있지를 않았다.
팝스타 케이티 페리를 모델로 그린 Cupcake Katy라는 그림을 마지막으로 한 장 보여드리고 한 지붕 두 미술관의 1편을 마치는데, 이 그림을 올리는 이유는... 미술관 관람을 마치고 우리 동네에서 유명하다는 조지타운 컵케익(Georgetown Cupcake)을 먹으러 가보기로 했는데, 처음에는 엉뚱한 메릴랜드 지점을 찍어서 한 참을 헤맸고, 다시 차를 돌려 조지타운에 도착했을 때는 주차할 곳도 없고 가게에 줄도 너무 길어서 다음 기회에 와보기로 하고 그냥 집으로 돌아갔던 것이 떠올라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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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가기 위해서 반드시 그림을 그릴 줄 알아야 한다거나, 유명한 화가나 화풍에 대해서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 마찬가지로 노래도 못 부르고 다루는 악기는 노래방 탬버린밖에는 없는 위기주부지만, 연주회에 가는 것이 부담스러운 일은 아니다. 미술과 음악은 그 분야에 관한 지식이나 경험이 없더라도, 그 고유한 아름다움을 그냥 주관적으로 감상(感想), 즉 느끼고 생각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목적지가 갤러리나 콘서트홀이 아니라 역사박물관이라면 이야기가 좀 달라진다... 역사(歷史, history)에 관한 전시는 말 그대로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라서, 모르면 그냥 무의미한 오래된 천과 종이 조각들일 뿐이다.
워싱턴DC의 내셔널몰 북쪽 중앙에 자리잡은 국립 미국사박물관(National Museum of American History)은 1964년에 역사과학박물관(Museum of History and Technology)으로 문을 열었다가 1980년에 현재의 이름으로 변경되었고, 스미소니언 재단에서 운영을 하는 국립박물관이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정문 앞에 서있는 조각 '인피니티(Infinity)'는 곡선의 스테인리스가 천천히 회전하면서 볼 때마다 다른 모습으로 보이는데, 워싱턴에서 공공건물 앞에 세워진 최초의 추상작품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단다. 또 사진으로는 잘 보이지 않지만 3개로 나누어진 벽면에는 스미소니언 재단의 창시자 James Smithson, 미국 6대 대통령 John Quincy Adams, 그리고 재단의 초대원장 Joseph Henry의 말이 각각 새겨져 있다.
지하를 제외하고 3개 층의 전시장을 보여주는 지도인데, 내셔널몰의 정문은 바로 2층으로 연결된다. 빗금으로 칠해진 부분과 빨간딱지가 붙은 곳은 모두 보수중이거나 준비중으로 거의 절반 가까운 곳을 보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처음에는 각 층별로 한 편의 포스팅으로 써야겠다고 생각할 만큼 구경거리가 많았다. 하지만 2차 대륙횡단과 지난 주에 다녀온 봄방학 여행 등등 다른 밀린 일거리(?)들도 많으므로... 각 전시실을 소개하는 정도로만 최대한 축약해서 한 편으로 간단하게 정리를 해보기로 했다. (전시장 제목의 링크를 클릭하시면 해당 웹사이트로 연결됨)
미국사박물관을 대표하는 전시는 2층 중앙에 자리잡고 있는 The Star-Spangled Banner: The Flag That Inspired the National Anthem 전시실로 미국 국가의 유래가 되었다는 성조기를 직접 볼 수 있는 곳이다. 이 벽면의 뒤쪽으로 전시실이 만들어져 있는데, 유일하게 이 박물관에서 사진촬영이 금지된 곳이라서 아래 홈페이지에서 가져온 사진을 대신 보여드린다.
영미전쟁(1812~1815, 또는 1812년 전쟁) 중이던 1814년에 볼티모어 포트맥헨리(Fort McHenry)에서 펄럭이던 이 깃발을 보고, 프랜시스 스콧 키(Francis Scott Key)가 쓴 시가 소위 "성조기여 영원하라"로 불리는 미국의 국가이다. 가로 길이가 10미터가 넘는 예상보다 굉장히 큰 깃발이라서 놀랐는데, 지금은 보존처리가 되어서 암실 유리벽 안의 특수장치에 보관되어 있었다. 이 깃발의 이야기는 나중에 포트맥헨리를 직접 방문할 기회가 생기면 그 때 보다 상세히 설명하는 것으로 하고 여기서는 넘어간다.
2층 동쪽의 Girlhood (It's complicated) 전시실의 입구 모습으로 걸그룹 '소녀시대'에 관한 전시는 아니고... 미국 역사속 소녀들의 이야기이다. "왜 소년들에 관한 보이후드(Boyhood) 전시실은 없는거야? 이건 성차별인데..."
2층 서쪽 전시실들의 입구에는 로마의 신과 같은 복장으로 하늘을 향해 똥침을 찌르는 분이 계신데, 바로 미국의 초대 대통령인 조지워싱턴이다. George Washington Sculpture는 1840년에 만들어져서 처음에는 국회의사당 중앙홀에 설치되었다가 야외로 옮겨졌고, 1908년 이후로는 스미소니언 박물관 내에서 전시를 하고 있다.
American Democracy: A Great Leap of Faith 전시실은 식민지 시절부터 최근까지의 민주주의의 역사를 보여주는 것으로, 지금 아내가 보고있는 것은 여러 대통령선거의 소품과 장면들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국회의사당을 배경으로 여러 시위에 사용된 피켓들이 보이는데, 실제로 현장에서 사용되었던 물품을 수거한 것이다. 스미소니언 재단은 작년 1월 6일의 '의사당 습격' 직후에도 당시 사용된 피켓과 깃발 등도 미국역사의 한 부분으로 최대한 수집을 했다고 하는데, 앞으로 시간이 흘러서 어떤 식으로 이 박물관에서 전시가 될 지 궁금하다.
맞은편에 미국민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Many Voices, One Nation 전시실에는 두 벌의 한복이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전시되어 있다. 하나는 이민자로 미국인이 된 여성분이 2015년의 결혼식에서 입었던 이 빨간 한복이고, 다른 하나는 2004년에 미국으로 입양된 한국 아이가 입고있던 작은 어린이 한복으로 1950년대부터 한국에서만 20만명이 넘는 아동이 미국으로 입양되었다는 설명이 함께 있었다...
그 옆의 Within These Walls 제목의 전시실은 메사추세츠 입스위치(Ipswich)에 있던 2층집을 통째로 가져다 놓고, 지난 2백년간 이 집에서 살았던 평범한 미국 가정들의 모습이 역사속에서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보여주려는 의도가 참신했다.
3층으로 올라와서 중앙홀을 내려다 보는데, 내셔널몰에 나란히 있는 국립 자연사박물관이나 국립 미술관에 비하면 정말로 한산한 것을 알 수 있다. 역시 역사는 과학이나 미술에 비해서 비인기 과목이라는 것을 여기서도 느낄 수가...
3층 서쪽은 대중문화와 관련된 전시공간이지만, 여기 1939년 영화 <오즈의 마법사>에서 쥬디 갈란드(Judy Garland)가 실제 신고 도로시를 연기했던 빨간 신발이 전시된 Ruby Slippers and American Culture Displays 공간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두 리노베이션 중이었다.
현재 미국사박물관에서 가장 인기있는 곳은 여기 3층 중앙의 The First Ladies 전시실로 역대 영부인들이 입었던 옷과 백악관에서 사용된 그릇 등이 전시되어 있다. 학창시절 역사 과목을 가장 싫어하셨다는 사진 속의 우리집 영부인께서도 아주 꼼꼼하게 오랫동안 관람을 하신 곳이다.^^
재클린 케네디 등이 입었던 드레스들이 먼저 나오고, 다음으로 초대 영부인부터 제일 오른편 멜라니아까지 흑백사진과 함께, 그녀들이 직접 선택한 백악관에서 사용된 그릇들이 전시가 되어 있다.
가장 최근의 8명의 영부인들이 취임식 저녁의 연회에서 입었던 드레스가 그 옷을 입고 춤을 추는 영상과 함께 전시가 되어 있는데, 왼쪽 화면에 트럼프와 춤을 추는 멜라니아가 입고 있던 그 드레스가 제일 오른쪽 끝에 보인다.
다음으로는 뛰어난 활약을 보인 몇몇 영부인들을 소개하는 칸이 나오는데, 작년 여름에 우리가 방문했던 레드우드 국립공원에 그 이름이 남아있는 레이디 버드 존슨(Lady Bird Johnson)의 이름을 다시 만나게 되서 반가웠다.
물론 그녀들의 남편, 즉 대통령에 관한 The American Presidency: A Glorious Burden 전시실도 당연히 그 옆에 있다. 하지만 당시에는 여기 입구의 작은 홀만 공개가 되어있고, 뒤쪽의 메인 전시는 모두 보수중으로 입장이 불가했다.
취임식 연단에서 V자를 하고 있는 우리 부부의 모습이 화면에 나오고 있다. 3층의 동쪽은 대통령과 함께 The Price of Freedom: Americans at War 제목의 전쟁사 전시가 중요하기 때문에, 두 전시실이 보수를 마치고 새로 개장을 했다고 하면 다시 방문할 생각을 하고 있다.
원형의 벽면에는 역대 대통령들의 사진과 이름이 차례로 모두 붙어있는데, 바이든 왼쪽에 있던 빈 공간에는 앞으로 누구 사진이 붙을지? 오른편으로는 차례로 트럼프, 오바마, 부시, 클린턴, 또 부시, 레이건 등등... 얼마 전에 한국의 대통령 선거가 있어서 그런지, 이렇게 역대 대통령들을 차례로 쭉 붙여놓은 것을 보는 느낌이 남달랐다. "체내의 바이러스를 죽이기 위해 표백제를 주사하자고 했던 저 트럼프도 대통령 했었는데 뭐..."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와 서쪽의 Inventive Minds와 Places of Invention 전시실에서 눈에 띈 것은 80년대 최초의 개인용 IBM PC와 애플 매킨토시 컴퓨터였다. 이외에도 역사적인 최초 발명품들이 많이 있었지만 방대한 전시에 슬슬 지쳐가기 시작...
맞은편의 The Value of Money 전시실은 입구부터 진짜 초대형 금고의 출입문으로 만들어져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금고 안의 전시물들은 당연히 미국의 돈과 화폐에 관한 것들로 채워져 있다.
American Enterprise 전시실에는 미국의 산업과 경제 발달에 기여한 인물과 회사들이 소개되어 있는데, 발명가 토마스 에디슨(Thomas Edison)이 1879년에 만들었다는 전구(light bulb)는 예상을 했지만, 그가 1890년에 사진과 같은 '말하는 인형(talking doll)'을 만들었었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는데, 설명에 따르면 유명한 발명가인 에디슨의 대표적인 실패작이라고 한다!
현대로 와서는 마이크로소프트를 만든 빌 게이츠(Bill Gates)와 폴 알렌(Paul Allen), 그리고 너무 빨리 고인이 된 애플의 스티브 잡스(Steve Jobs)가 "Different Thinker"로 소개되어 있다.
1층 동쪽으로 건너오면 제일 먼저 FOOD: Transforming the American Table 전시실이 나온다. 미국인들이 무엇을 먹고 살았는지와 함께 미국내 와이너리와 브루어리의 역사 등도 함께 볼 수 있었다.
선박과 해상운송의 역사를 보여주는 On the Water: Stories from Maritime America를 지나서 육상교통의 역사를 소개한 America on the Move 전시실로 증기기관차 실물은 물론이고 작은 기차역까지 재현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바닥에 조명으로 새겨진 그리운 루트66(Route 66) 사인과 함께 등장하는 자동차 문화의 역사들이다.
구경을 마치고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고... 도시의 운송수단으로 지하철의 등장을 설명하면서 아예 객차를 하나 가져다 놓았는데, 뒤쪽 화면에 당시 사람들이 함께 타고있는 것 같이 보여주는 것은 물론, 지하를 달리는 것처럼 덜컹거리면서 창밖의 조명이 스쳐지나가는 디테일까지 놓치지 않았다.
사진 속의 자동차는 GM에서 1996년에서 2004년까지 만들었던 최초의 상용 전기차인 EV1이라고 한다. 앞서 산업 전시실에서도 테슬라 이야기가 없어서 아직은 역사박물관에 등장하기에는 너무 이른가 생각했는데, 여기 안내판에 테슬라 슈퍼차지 충전소 사진이 있는 것으로 봐서 그건 아닌 것 같다.
마지막으로 Lighting a Revolution 전시실은 거의 토마스 에디슨의 개인 기념관처럼 꾸며져서 연도별로 만들어진 수 많은 전구들이 전시실을 밝히고 있었다. 이 안쪽으로 별도의 Power Machinery 전시실도 있어서 각종 초기 동력기계들도 구경을 할 수 있다.
기념품 가게에서는 옛날 대통령 인형부터 최근의 우주왕복선까지 미국역사와 관련된 정말 많은 물품들을 모두 한자리에 모아놓고 판매를 하고 있었다.
어린이용 위인전을 판매하는 북코너에 여러 대통령들의 캐리커쳐가 표지에 그려져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 편도 출간되었을까? 직원에게 트럼프 위인전은 혹시 없냐고 물어볼까 하다가 참았다...^^
그리고 미국 각주의 옛날 번호판을 이어붙여서 만든 미국지도도 판매하고 있었는데, 왼편 아래에 작게 씌여진 정가는 3,900달러이다. 네바다와 캘리포니아 번호판 2개는 있으니까, 나머지 주들의 번호판을 이베이에서 사서 하나 직접 만들어볼까 고민중이다~
이렇게 2시간여의 국립 미국사박물관(National Museum of American History) 구경을 마치고 1층 북쪽 출구로 밖으로 나왔다. 미국사박물관 앞의 도로는 일반차량의 주차는 불가하고 아마도 푸드트럭과 기념품 판매대의 전용공간으로 생각이 된다. 원래는 바로 옆의 다른 박물관 한 곳을 연달아 더 둘러볼 계획이었으나, 역사공부를 더 했다가는 다리는 물론 머리에도 쥐가 날 것 같아서 그만 집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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