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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9 posts신의 한 수 - 귀수편
어차피 바둑에 관심있는 영화는 아니란 거 전편에서부터 알아봤잖아. 내가 어렸던 1990년대 초중반,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만화계와 애니메이션계를 일본이 꽉 쥐고 있었던 시절. '드래곤볼'이나 '바사라', '명탐정 코난' 같은 작품들을 보면서는 당시 어린 마음에도 극중의 위기가 제대로 이해 되었다. 피콜로고 프리더고 뭐고, 여하튼 험상궂게 생긴 외계종자들이 지구를 내놓아라-라고 외치며 무력동원을 하고 있으니 당연하지. '바사라'를 보면서는 주인공의 정체가 탄로 나면 안 되는데!- 라는 생각 때문에 마음 졸였었고, '명탐정 코난'은 뭐 어쨌거나 살인 사건들을 주 소재로 삼고 있으니 딱 봐도 진지하고 위험해보이는 내용이었지. 물론 그 사건을 풀어나가는 과정엔 코미디가 없지 않았지만 그러던 와중에 접하게 된

<윤희에게> 치유와 재미까지
김희애 주연의 드라마 로맨스 영화 시사회를 다녀왔다. 딸과 살며 고단하고 삶의 의욕도 없어 보이는 '윤희'에게 한 통의 편지가 오고 그 편지를 쓴 일본의 한 여자의 잔잔한 이야기가 조금씩 전개되었다. 소란스럽거나 떠들석한 대사는 없지만 여성적인 섬세함과 쓸쓸한 감성이 점점 이야기에 빠지게 하며 동화같이 펼쳐지는 설경과 그에 따르는 추억 돋는 풍경들이 운치있게 펼쳐져 간만에 진한 감성에 젖어들 수 있었다. 현실적 대화들이 오가며 웃음을 톡톡 던지기도 하고, 깜찍하고 당돌한 개성있는 캐릭터를 잘 소화한 새봄 역의 신인 김소혜와 역시 관록있고 안정된 깊은 감정연기의 김희애 등 연기 호흡이 맛깔나서 큰 감상포인트였다. 미묘하고 예민한 감정들을 섬세하고 밀도있는 극의 흐름으로 담아

버티고
고층 빌딩 속 회사 생활이라는 갑갑한 현실에서 고소공포증과 현기증에 시달리는 여자. 그리고 우연히 그 여자와 조우하게된 고층 빌딩 외벽 청소부 남자. 여기에 제목이 '버티고'. 알프레드 히치콕의 을 떠올리게 하는 제목이란 점에서 사소한 불만이 생기지만, 그럼에도 이 정도면 정말 괜찮은 설정에 잘 지은 제목이라고 생각한다. 설정은 현실적이면서 운명적이고, 제목은 다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꽤 잘 기획된 영화라는 거지. 근데 시발 설정과 제목만 좋으면 뭐하냐고. 영화는 결국 밑도 끝도 없이 슬픈 일기장 같다. 끝없는 자기연민의 늪 같은 영화. 얼마 전에 를 보곤 비슷한 감상을 남겼었지. 테크닉과 스타일이 뻔한데, 거기에 내용을 작가의 회한만으로 꾹꾹 눌러담아

기생충 (2019)
기택 가족은 다단계 판매 업자들처럼 서로를 엮어 가며 남의 저택에 스며들기 시작한다. 일확천금의 욕망 까지는 아니었겠으나, 뚜렷한 목적의식이나 구체적인 야망 없이 불쑥 시작한 계획이라는 점에서는 더 나을 것도 없다. 그런 어리석음 역시 자본주의의 폐단이요, 하고 영화는 얄밉게 너스레 떤다. 발단은 이러하다. 수석(壽石)이 집에 들어온다. 귀인이 찾아들 듯 어느 날 뜬금없이 말이다. 그러나 산수경석이니 온갖 해몽을 갖다 붙여도 돌은 그냥 돌이지. 하이스트 무비 방불케 하는 절륜한 협잡으로 상류층의 집을 점거해도 하류층은 그냥 하류층이다. 상류층들은 누가 선 넘어오는 걸 싫어하거든. 그게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로 계급이 나뉘는 자본주의 사회 현대판 계급제의 실체다. 아닌 척 하면서 살 뿐이지 그거 못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