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멜로

포스트: 5|아이템:SF멜로(5)
Tags

Posts

5 posts

아이 오리진스 I Origins (2014)

멧가비|2021년 1월 13일

강박적으로 이성과 논리만을 믿는 남자가, 자신이 그토록 혐오하는 형이상학적인 세계에 이끌리며 겪는 사랑과 상실, 방황과 발견에 대한 이야기. 주인공 이안 그레이가 눈동자만으로 사랑에 빠지고, 눈동자에 대한 정보만으로 누군지도 모르는 사랑을 찾아내는 과정에는 우연을 가장한 운명의 도움들이 가득하다. 그 자신이 이미 비합리의 영역 한복판에 들어와 있으면서도 그것을 부정하며, 사랑하는 사람을 잃기 전 마지막 대화는 상대의 비이성에 대한 경멸이었다. 이안이 그토록 집착했던 눈동자는 어쩌면 영혼을 담는 그릇일지 모른다는 암시가 던져진다. 광신적이라 할 정도로 이성과 논리를 신봉하는 남자가 사실은 자신이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영적인 운명을 겪고 있으며, 사랑인지 미련인지 자기혐오일지 모를 복잡한 드라마적 감

어나더 어스 Another Earth (2011)

멧가비|2021년 1월 13일

'평행우주'라는 것은 지금에 와서는 서브컬처 탐닉자들을 넘어 일반 관객, 非장르 팬들에게도 마냥 생소하지만은 않은 개념이 됐다. 여기에 하나의 평행우주가 있으니, 편의상 지구2라고 칭하기로 한다. 내가 지구2로 여행을 가서 나2라는 사람을 만날 수 있는 확률은 얼마나 될까. 나2라는 사람이 지구2에도 존재할 가능성은 얼마나 되겠냐는 말이다. 내가 찾아가기 전에 나2가 이미 병이나 사고로 죽었을 가능성부터 무한대지만, 내 부모2가 아예 만나지 않았거나 부모2 중 한 쪽이, 혹은 더 위의 조상이 아예 태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아니 더 아득히 올라가, 지구2의 네안데르탈인인지 아무개인지가 현생 인류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고대종 나비의 날갯짓 하나 때문에 아종과의 경쟁에서 도태되어 지구1에서처럼 현생 인

움 Womb (2010)

멧가비|2018년 12월 29일

복제인간의 윤리적 문제는, 엄연히 자아를 가진 "인간"을 도구로 사용하는 부분에 대해서만은 아닐 것이다. 이 영화가 제시하는 문제의식은 클론을 하나의 인간으로 받아들이되 "어떠한 인간"으로 받아들일 것인가에 방점을 두고 있다. 죽은 연인 토미1의 유전자를 복제해 인공수정, 출산을 거쳐 아들로 기른 여인 레베카가 있다. 아들인 토미2는 레베카가 토미1을 처음 만나 사랑에 빠졌던 유년기의 얼굴을, 토미1을 불의의 사고로 잃었던 청년기의 모습을 완벽하게 닮은 얼굴로 자라난다. 영화가 끝난 후 곱씹다가 문득 뜨악해진 건, 레베카의 얼굴에서 그 어떤 혼란과 윤리적 고민을 단 한 번도 읽을 수 없었다는 점이다. 레베카가 토미1의 유전자를 복제하기로 결정한 시점에서 이미 출산이라는 생물학적 과정이 주는 의미 따

에바 Eva (2011)

멧가비|2018년 12월 29일

자아를 갖게 된 로봇(혹은 다른 어떤 형태의 피조물)이 언제나 반란을 일으키거나 인간을 말살하려는 것만은 아니다. 단순히 자아를 넘어 정서라는 것을 갖게 된 로봇은 사랑을 사이에 두고 인간과 갈등할 수도 있다. 로봇이 인간에게 인간과도 같은 애정을 요구한다면 인간은 그에 대해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가. 영화에서 알렉스가 집사 로보소 맥스에게 그랬듯 "너의 감정 레벨을 낮추라" 건조하게 명령할 것인가, 아니면 [A.I.]에서의 엄마가 그런 것처럼 그 가련한 인조 휴머니티를 외면한 채로 상처 줄 것인가. 결국 또 한 번의 피노키오 이야기의 변주다. 차이가 있다면, 이 영화의 제페토는 무에서 창조된 피노키오 대신, 사랑하는 여자의 딸을 카피해 소녀 로봇을 만들려는 괴상한 선택을 했다는 것. 그 하나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