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같은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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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쇼몽 羅生門 (1950)

라쇼몽 羅生門 (1950)

멧가비|2016년 9월 8일

등장 인물들이 하나의 사건을 두고 각기 다른 진술을 하는 식의 연출 기법을 상징하는 말이 된 그 유명한 제목 라쇼몽, 나생문. 요즘 애들은 롤로노아 조로 필살기 이름인줄만 알겠지. 늙은 나는 기스 하워드를 먼저 떠올린다. 무사와 아내는 산 길을 지나는 중에 산적의 눈에 띄여 봉변을 당한다. 무사는 죽고 아내는 범해진다. '사실'은 여기까지. 거기에 각기 달리 주장하는 '각자의 진실'이 살 붙는다. 산적은 비겁하고, 무사는 비열하고, 아내는 비참하며, 나무꾼은 비굴하다. 그들은 각기 자신의 비겁함, 비열함, 비참함, 비굴함이 들킬까 자신을 보호할 살을 보태어 진술한다. 영화는 '사실'과 '인지'의 다름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들이 말하는 사실과 인지의 갭에 숨은 것이 의도적인 거짓말일지, 본능적인

이창 Rear Window (1954)

이창 Rear Window (1954)

멧가비|2016년 9월 7일

주인공의 방, 주인공이 훔쳐보는 건너편 아파트의 방 몇 개가 영화의 전부. 주인공은 다리에 석고붕대를 감고 움직이지도 못하는 처지요, 주인공 집에 드나드는 사람이라곤 애인이랑 일 해주는 아줌마 정도니 마치 소극장 연극을 보는 것 같은 집약적인 규모의 영화다. 눈을 감으면 청각과 후각이 예민해지듯이, 영화가 주인공을 휠체어 위에 묶고 동선을 제한하자 주인공이 시선이 닿는 곳 모두가 예민한 관찰의 대상이 되어 집중도는 높아지고 서스펜스는 강화된다. 보는 사람 눈알이 빠지고 입술이 말라 터질 것 같은 긴장과 흥분을 뽑아내는 밀당의 달인 히치콕 감독의 영화 중에서도 손꼽을 만한 걸작. 그는 서스펜스의 간달프였다. 화려한 촬영 기교나 연출 트릭같은 것이 눈에 띄지 않는다. 이른바 무기교의 기교. '새'

12인의 온화한 일본인 12人の優しい日本人 (1991)

12인의 온화한 일본인 12人の優しい日本人 (1991)

멧가비|2016년 9월 5일

시드니 루멧 감독, 헨리 폰다 주연의 57년 영화(이하 원작)는 TV 드라마 작가이자 무대 극작가였던 미타니 코키에 의해 오마주되어 1990년 연극 무대에 올려진다. 이를 각본 삼아 1년 후 만들어진 것이 바로 이 영화인데, 원작이 가진 기본적인 설정과 포맷은 남아있으나 다소 무거웠던 분위기에서 벗어나 미타니 특유의 소동극적인 분위기가 더 강하게 느껴진다. 원작이 미국 사회에 대한 고찰과 배심원 제도 그 자체를 두고 다소 묵직하게 끌어간 이야기였다면 이쪽은 일본 사회를 구성하는(협의하고 결정하는) 인간 군상들의 캐리커처와도 같다. 그와 동시에 일본 사회의 엘리트주의에 대한 비판도 담고 있는데, 원작과 달리 12인 중 가치 있는 이야기를 던지는 사람은 일부 소수이며 그 중 최초로 이의제기를 한 배심원

12인의 성난 사람들 12 Angry Men (1957)

12인의 성난 사람들 12 Angry Men (1957)

멧가비|2016년 9월 5일

친부 살해 혐의로 재판장에 선 소년의 유죄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모인 열 두 명의 배심원. 날씨도 덥고 마침 야구 경기가있는 날이기도 하니 적당히 유죄로 합의를 보고 해산하는 분위기였으나 그 흐름을 깨고 의혹을 제기한 이가 있었으니 바로 8번 배심원, 헨리 폰다였다. 이 영화에서는 합리적 의혹(Reasonable Doubt)이라는 단어가 수시로 언급되는데 이는 곧 영화 자체를 합축한 말이기도 하다. 배심원 제도의 합리성이자 동시에 맹점이기도 한 매커니즘을 적나라하게 보여줌으로써 영화는 휴머니즘을 강조하는데, 어쩌면 무고할 수도 있는 피고 소년의 목숨을 좌우하는 자리에서 어떠한 의혹도 가치없을 수 없다며 영화는 단호한 어조로 말하고 있다. 배심원들은 50년대 미국의 백인 남성들이다. 게다가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