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같은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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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니바바 鬼婆 (1964)

오니바바 鬼婆 (1964)

멧가비|2016년 7월 8일

전국시대. 병사 징집으로 둘만 남은 키치의 어미와 아내는 탈영병의 시체에서 얻은 장구류와 병장기를 조정에 되파는 시체 파밍 비즈니스를 생업으로 삼는다. (디아블로 2 하던 시절 생각나서 속으로 웃었다.) 죽은 키치를 두고 살아 돌아온 마을 청년 하치의 등장으로 이 고부(姑婦)간에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아직 젊은 며느리는 하치와 정을 통하기 시작하고 시어미는 그것이 못마땅하다. 다분히 리비도에 따라 움직이는 며느리의 단순한 욕망과 달리 시어미의 것은 복잡하다. 아들을 잃은 슬픔, 아들을 버리고 온 하치에 대한 원망, 그리고 그 자신도 가진 성욕이 뒤엉킨다. 금세 다른 남자에게 넘어가는 며느리가 밉고, 며느리를 빼앗으려는 외간 남자가 밉고, 남자에게 안길 수 없는 늙은 몸이 한스럽다.

괴담 怪談 (1964)

괴담 怪談 (1964)

멧가비|2016년 6월 27일

단지 영화의 시대적 배경을 말하려는 게 아니라, 60년대 당시 기준으로 봐도 현대적인 분위기의 영화는 분명히 아니다. 정통 호러로서 공포를 조성하기 보다는 고전미를 풍기는 기담(奇談) 모음집에 가깝다. 영화는 일본의 전통 무대예술인 노(能)를 닮아있다. 음침하게 생긴 온나노멘이나 한냐 등의 캐릭터 가면 대신 배우의 맨얼굴로 시연된다는 점만 다를 뿐. 평면성과 여백의 미를 통해, 설녀나 귀신 등 기이한 존재들을 위로하는 처연한 기담과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가장 맘에 드는 부분은 의도적으로 제거된 사운드. 특히 배우들의 움직임이 격해지는 장면에서 더욱 사운드는 깊이 숨는데, 시각이 아닌 청각에서 여백의 미를 느끼게 하는 대단한 예술적 시도라고 생각한다. 평면적인 카메라 앵글과 함께, 더더욱 노를 연상

헤이트풀 에이트 The Hateful Eight (2015)

헤이트풀 에이트 The Hateful Eight (2015)

멧가비|2016년 3월 18일

마치 연극이 원작인 서부시대 추리극인 척 시치미 뚝 떼는 점이 재미있다. 그러다가도 막상 다 보고나면 그럼 그렇지, 하게 되는 기분. 등장 인물들이 주절대는 말들은 그냥 타란티노식 잡담이고 사실은 서로 눈알 부라리면서 긴장 타다가 누가 먼저 얼마나 어떻게 죽는지 재미나게 지켜보는, 마찬가지로 타란티노식 대학살 쇼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다. 존나 쓸 데 없는 소리 지껄이면서 속으론 다들 죽이려고 타이밍 재는 그 긴장감이 너무 좋다. 역시 타란티노다. 챕터로 나뉜 구성, 뒤 섞인 서사, 아무 의미 없는데 왠지 재밌는 잡담, 별 거 없는 캐릭터에 대한 장황한 소개, 롱 테이크, 특유의 카메라 앵글과 피칠갑 쇼 등 타란티노 세계관을 구성하고 있는 모든 부품들이 역시나 다 들어있어 친숙하다. 그러면서도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 - 사공이 많으면 배가 우주로도 간다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 - 사공이 많으면 배가 우주로도 간다

멧가비|2015년 9월 2일

ラジオの時間 (1997) 한 편의 라디오 드라마에 얽힌 사람들의 갑론을박 이합집산 등이 재미있다. 일본 영화 중에서도 특히 참 말 많다 싶을 정도로 이래저래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좋은데, 재미있는 점은, 라디오 드라마를 소재로 하고 있는 영화인데 이 영화를 라디오 드라마로 만들어도 재미있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는 것. 영화 속 라디오 드라마의 시작은 로맨스물이었는데, 이 사람 저 사람이 자기 욕심으로 손 대기 시작하면서 점점 살이 붙고 양념이 묻어나 급기야는 우주 비행사의 목숨 건 지구 귀환 서사시로 거듭난다. 그 과정에서 진짜 우주로부터의 귀환을 지켜보는 듯한 스펙타클함이 느껴진다. 단지 라디오 드라마를 소재로만 했을 뿐 아니라 영화를 보다보면 저런 게 라디오 드라마의 매력이구나, 싶은 생각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