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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레이드 러너 Blade Runner (1982)

블레이드 러너 Blade Runner (1982)

멧가비|2016년 11월 30일

군사, 노동 등 특정 분야에 특화되어 인간보다 월등하게 탄생하는 레플리칸트들은 인간의 피조물이라는 태생적 한계와 짧은 수명이라는 물리적 한계를 동시에 지닌다. 이는 뛰어난 인재의 사회 진출을 사회적 제한하는 현실에 대한 은유다. 그런 맥락에서 "블레이드 러너"들은 기득권을 차지한 사회 특권층의 하수인 쯤 되어 노동 계층의 성장을 막아내는 역할을 한다고도 볼 수 있다. 로이 배티를 중심으로 한 탈주 4인방의 설정상 행동 동기는 생명 연장. 하지만 그 밑에 숨어있는 함의는 그보다 추상적일지 모른다. 로이의 저항적 행위는 인간과 자신 사이에 놓인 보이지 않는 벽의 정체, 그리고 그러한 벽이 존재하게 된 근본적 원인을 탐구하기 위한 구도자적 행보에 가깝다. 로이가 정말로 하고 싶었던 것은 단순한 저항이

아수라 (2016)

아수라 (2016)

멧가비|2016년 10월 11일

맥락없는 폭력은 그저 "행해질 뿐"이고, 드라마를 동반하지 않는 살인엔 그 어떤 정서도 없다. 영화 내에서 벌어지는 모든 폭력과 살인이 그저 우연히 당하는 교통사고와 다를 바가 없다. 깊이 없이 그저 게임 캐릭터처럼 얇기만 한 캐릭터들의 행동에는 최소한의 불쾌감도 없이 그저 무감각할 뿐이다. '비트'와 '무사'의 그 김성수 감독이 정말 맞는가. 김성수는 그 시절에 머물러 있지도 못하고 오히려 더 멀리 퇴행했더라. 얇은 캐릭터 위에 후까시를 고명처럼 올리던 감각 마저 잃은 듯 하다. 누가 누굴 죽였는지, 왜 죽였는지 기억되지도 않고 기억하는 것 조차 의미가 없는 살육전. 말 그대로 그냥 존나 아수라장이다. 제목만 참 자알 지었다.

배트맨 TAS Batman The Animated Series (1992 ~ 1995)

배트맨 TAS Batman The Animated Series (1992 ~ 1995)

멧가비|2016년 6월 14일

이토록 음침한 애니메이션은 처음이었고, 이후로도 본 적이 없다. SBS 당시 짜증날 정도로 발랄한 오프닝 테마로 시작하던 이 애니메이션은, 그 어둠을 맛있게 즐기기엔 아직 부족했던 그 어린 나이의 나에겐 사치와도 같은 작품이었다. 애니메이션 미술이 순수 예술과 동일선상에서 평가 받을 수 있는 날이 언젠가 온다면 가장 먼저 재평가 되어야 할 작품 중 하나다. 검은 셀 위에 그려졌다던 이 작품의 독특한 작화는 그 색감만으로도 작품이 담는 거의 모든 메시지를 드러낸다. 매 에피소드를 여는 타이틀 그림은 액자에 넣어 갤러리에 전시해도 좋을 법한 뛰어난 미술 작품이다. 모티브가 된 팀 버튼의 영화와 닮은 전체적인 분위기도 훌륭하다. 미스터 프리즈의 비극적인 이야기에는 아놀드 슈월츠네거의 몸값 이상의 가

배트맨 Batman (1989)

배트맨 Batman (1989)

멧가비|2016년 6월 13일

영화는 시처럼 함축적이다. 거리의 매춘부가 열 살 남짓한 꼬마에게 손을 내미는 도입부 장면은 도시의 타락을 아주 간단하면서도 효율적으로 설명한다. 어둡게 가라앉은 모습의 배트맨은 분노의 억제를, 조커의 화려한 분장과 쇼맨십은 광기의 발산을 시각적으로 말하려는 듯 하다. 그래서 영화는 이성과 논리 대신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와 감성으로 이해하면 좋다. 흔히 팀 버튼의 배트맨을 강박증 환자에 비유하곤 하는데, 알고보면 이 영화의 배트맨, 브루스 웨인은 생각보다 정상적인 모습이다. 꽤 적극적으로 연애 전선에 뛰어드는 데다가, 부모의 죽음에 대한 강박도 그 정도면 정상인 수준으로 보인다. 조커는 마치 아집으로 뭉친 미친 예술가처럼 묘사된다. 조커 가스로 제일 먼저 살해한 것은 유명한 모델들이며 그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