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쿠나마타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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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posts여행 825일차, 살렌토의 비현실적인 야자수
세계일주를 할 당시 짤막한 형태로 틈틈이 올렸던 '실시간 여행기'를 마무리하지 못해 늦게나마 다시 올리려 합니다. 시간이 너무 지나버려 비록 '뒤늦은 여행기'가 되었지만 여행했던 순간을 기록으로 끝까지 남기고 싶습니다. 아마도 이 시리즈를 끝내야 밀린 다른 여행기를 작성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잠깐 스쳐 지나갈 줄 알았던 칼리(Cali)였는데 생각보다 오래 머물게 되었다. 애석하게도 나의 의지와 관계가 없는 몸치라 살사는 더 이상 배울 수 없었으니 이제는 떠날 때가 됐다 생각했다. 반대로 종원이형은 춤바람이 아주 단단히 났던 것인지 칼리에서 더 지내겠다고 해서 혼자 살렌토(Salento)로 향했다. 칼리에서 출발한 버스는 아르메니아(Armenia)에 도착했고 여기서 살렌토로 가는 작은 버스로 갈아타야 했다. 살렌토에는 점심시간을 훌쩍 넘겨 도착했다. 미리 예약한 호스텔로 가서 짐만 풀고 밖으로 나왔다. 비가 와서 축축하게 젖은 길을 따라 마을의 중심가로 가봤더니 화려하지 않지만 알록달록한 집들이 보였다. 광장의 중심에는 포장마차처럼 여러 노점이 자리 잡고 있어 한 번쯤은 여기서 뭐라도 먹어야 할 것 같았다. 비가 와서 그런지 한적하다 생각했는데 안쪽의 거리로 들어가 보니 제법 북적였다. 나름 유명한 관광지라고 들었는데 기념품 가게가 많은 것을 보니 정말인가 보다. 살렌토는 작은 마을이지만 구경할 거리가 꽤 있었다. 남미에서는 매번 비슷해 보이는 기념품 가게에 들어가 핸드메이드 기념품 들었다 놨다 구경하며 시간을 보냈는데 여기서도 다르지 않았다. 늘 그렇지만 도착한 첫날은 무작정 걷기만 한다. 당장 살렌토에서 뭘 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저 복잡함과는 거리가 먼 작은 마을을 거닐며 여유로운 분위기를 흠뻑 느낄 수 있다면 충분했다. 그 '작다'라는 범위가 시야에 다 들어올 정도였으니 이내 걷기를 멈추고 어느 카페로 들어갔다. 콜롬비아 역시 커피벨트에 속한 나라이기도하고, 특히 살렌토는 커피투어를 할 수 있는 관광지로 알려져 있다. (물론 난 커피투어는 관심도 없었다!) '신 맛이 강했던 에티오피아 커피와는 좀 다르군.' 나름의 아는 척 커피 품평을 마치고 주변을 천천히 살피며 사람 구경했다. 그들의 일상에 어울리지 않은 어색한 외국인 한 명이 끼어든 느낌이다. 쾌쾌한 배낭여행자들로만 가득할 것 같았던 호스텔은 저녁이 되자 분위기가 꽤 좋아졌다. 잔잔한 라이브 공연이 이어지고, 와인을 곁들인 서양식 코스 요리를 소개하는 식당이라니. 그렇다고 침대에 혼자 누워있기는 뭐하니 1층으로 내려와 맥주를 한잔 마셨다. 애써 이런 분위기가 어색하지 않다고 저항하듯 맥주를 한잔 더 달라고 했다. 혼자 마시는 맥주는 이제 익숙하다. 살렌토는 산속 깊은 곳에 있어서 그런지 아침 공기가 참 시원했다. 커피투어는 그다지 관심이 없어 야자수가 많다고 하는 코코라 계곡(Valle de Cocora)만 가보기로 결정했다. 코코라 계곡은 지프를 타고 가야 했다. 지프는 거의 1시간마다 있었는데 난 10시 반에 탔다. 지프에 올라타 조금 달리니 입구인 듯 보이는 주차장이 보였다. 코코라 계곡에 도착해서는 지프에서 내려걸어야 했다. 대충 만든 나무다리를 건널 때는 아찔했다. 비가 와서 질척해진 것 같다. 나는 아무 생각이 없이 코코라 계곡을 찾아갔지만 여기는 트레킹 코스로 많이 찾는 곳인가 보다. 말을 타고 돌아보는 것도 가능했다. 페루에서 '무지개산'이라고 불리는 비니쿤카를 오를 때 고산지대에 급경사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은 말을 타기도 했는데 여기는 그럴 필요는 없어 보였다. 많이 걷다 보면 피곤할 수도 있겠지만. 조금 더 걸으니 안개에 살짝 가려진 야자나무 숲이 보였다. 여기가 사람들이 말하는 사진 찍는 장소인가 보다. 보통 따뜻한 나라의 해안에서만 보던 야자수인데 이런 깊은 산속에 있다는 게 조금 신기했다. 야자수가 빼곡한 주변 경치를 바라보다 나도 사진을 몇 장 찍었다. 대체 야자수가 많은 게 뭐가 그렇게 신기한 건지 이해가 되지 않다고 생각하던 찰나 야자수 근처로 간 사람을 보자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야자수 근처로 간 사람이 마치 개미처럼 엄청나게 작게 보였던 것이다. 그제야 야자수가 엄청 크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런 비현실적인 풍경을 보고도 뒤늦게 알아채다니 내가 여행을 너무 오래 한 탓이거나 감수성이 메마른 것인지도 모르겠다. 코코라 계곡에는 몇 시간 동안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는 트레킹 코스가 있는데 어찌된 일인지 하늘 높이 치솟은 야자수만 한참 동안 바라보다 살렌토로 돌아왔다. 살렌토로 돌아와 다시 동네 한 바퀴 걷기 시작했다. 점심으로는 가볍게 치킨 2조각을 먹었다. 콜롬비아를 여행하면서 치킨 2조각은 정말 자주 먹었는데 고작해야 1,500~2,000원 정도라 에콰도르에 비해 엄청 저렴했고, KFC치킨을 먹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맛도 괜찮았다. 사람들이 북적이는 거리 끝에는 전망대 역할을 하고 있는 언덕이 있었다. 높아 보이진 않지만 꽤 많은 계단을 올라야 했다. 낮은 언덕의 끝에 도달했을 때는 소박한 살렌토의 전경이 눈에 들어왔다. 정상에는 특별한 것도 없었다. 해가 질 때까지 멍하니 아래를 내려다 보는 여행자들처럼 나 역시 시간을 때웠다. 불량식품 맛이 나는 아이스크림 하나 베어 물며. 정말 특별할 것도 없는 마을이지만 살렌토에 들리길 잘했다 생각했다. 해가 서서히 사라질 즈음에 언덕에서 내려왔다. 광장에 있던 야시장이 눈에 띄었다. 저녁을 먹어야 하는데 초리소 굽는 냄새에 참지 못하고 하나 달라고 했다. 밤에도 꽤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나와 북적였다. 적당히 기념품 가게를 돌며 구경하다 숙소로 돌아갔다. 저녁을 먹을 생각으로 1층 식당으로 가서 메뉴판을 보고 깜짝 놀랐다. 추천해 준 코스요리가 15달러가 넘었는데 콜롬비아를 여행하는 동안 저렴한 한 끼를 해결하는데 보통 2~3달러였으니 놀랄만 했다. 길거리에서 먹는 음식도 아니고 오랜만에 사치 좀 부려 보자고 주문을 했다. 그럭저럭 맛도 괜찮았고 디저트로 예쁜 컵케익도 있었다. 우연히 옆 자리에 앉은 여행자들과 눈이 마주쳐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고, 노르웨이에서 왔다는 그들과 한참 동안 웃고 떠들게 되었다. 노르웨이 친구들이랑 헤어지자 마자 내가 입고 있던 보카 주니어스(아르헨티나에서 가장 유명한 축구 클럽) 저지를 보자 엄청 반가워하는 커플을 만났다. 당연히 아르헨티나 사람이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샀던 짝퉁 저지가 콜롬비아에서도 역할을 발휘할 줄이야! 비록 보카 주니어스에 대해 아무 것도 몰라 축구는 대충 얼버무렸지만 우연한 만남이 그냥 즐거웠다.
여행 823일차, 춤바람 난 도시 콜롬비아 칼리
세계일주를 할 당시 짤막한 형태로 틈틈이 올렸던 '실시간 여행기'를 마무리하지 못해 늦게나마 다시 올리려 합니다. 시간이 너무 지나버려 비록 '뒤늦은 여행기'가 되었지만 여행했던 순간을 기록으로 끝까지 남기고 싶습니다. 아마도 이 시리즈를 끝내야 밀린 다른 여행기를 작성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인디오 시장을 구경한 후 숙소로 돌아와 배낭을 챙겼다. 오타발로에서 너무 짧게 머무르긴 했지만 심심했던 터라 떠남이 아주 아쉽진 않았다. 이럴 때일수록 빨리 새로운 곳으로 이동하는 편이 낫다. 묵직한 배낭을 메고 왔던 길을 다시 걸어 버스터미널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점심시간이 지나 시장은 더 북적이는 듯 보였지만 이미 충분히 구경했기에 빠르게 지나쳤다. 콜롬비아로 가는 국경을 넘기 위해서는 뚤칸(Tulcan)이라는 도시로 가야 하는데 어찌 된 일인지 버스터미널에서는 뚤칸 행 버스를 찾을 수 없었다. 사람들에게 물으면서 걷다 보니 도시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 어디까지 가야 버스를 탈 수 있나 했더니 오타발로를 관통하는 E35 도로 앞에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직감적으로 여기서 버스를 탈 수 있을 것 같았다. 옆에 있던 사람들도 걱정하지 말라며 여기서 타는 거라고 알려줬다. 잠시 후 그들의 말처럼 뚤칸 행 버스가 보였다. 버스에 타자마자 피곤함에 절로 눈이 감겼다. 뚤칸까지는 약 3시간이 걸렸다. 뚤칸에 도착하자마자 에콰도르 사람들과 정신없이 섞여서 택시를 합승했다. 이미 이런 일에는 익숙한 듯 보이는 아저씨를 따라갔던 것인데 국경까지는 3.5달러였으니 3명이 나눠 내면 되니까 나쁠 건 없었다. 드디어 에콰도르 국경을 넘어 콜롬비아로 향했다. 우루과이를 제외하면 남미에서 가장 짧게 머문 에콰도르였지만 최대 관광지인 갈라파고스 섬을 가지 않아 크게 아쉬움이 남진 않았다. 남미 최남단에서부터 비로소 가장 북쪽에 있는 나라, 콜롬비아에 가게 된다니 기분이 이상했다. 아마 콜롬비아에서 3년 간의 길고 길었던 이번 여행을 마무리하지 않을까? 에콰도르 국경을 넘으면 콜롬비아의 국경 도시인 이피알레스(Ipiales)가 나온다. 다만 시내까지는 거리가 있어 걸어서 가기엔 무리였고 택시를 타야 했다. 택시는 3달러였는데 국경이라 그런지 에콰도르 동전인 센타보(에콰도르는 미국 달러를 사용하지만 동전은 에콰도르 동전인 센타보와 혼용하고 있다)를 받았다. 보통은 국경 도시엔 볼거리가 없는 편인데 이피알레스에는 협곡에 위치한 화려한 대성당이 유명한 편이고, 많은 여행자들이 필수로 거쳐간다. 이러한 사실을 알 턱이 없던 나는 곧장 버스터미널로 향했고 칼리(Cali) 행 야간 버스를 탔다. 꼬박 12시간을 달려 새벽 6시 40분에 칼리(발음은 깔리)에 도착했다. 페루나 에콰도르에 비하면 콜롬비아는 생각보다 정돈되고 깔끔한 느낌을 받았다. 마침 칠레에서 여행을 같이 했던 종원이형과 연락이 닿아 칼리에서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고 있었고 곧장 택시를 타고 숙소가 있는 미라플로레스(Miraflores) 지역으로 이동했다. 호스텔에 도착해 체크인을 하고 잠깐 쉬다가 밖으로 나갔다. 칼리에 대한 아무런 정보가 없었으니 일단 근처에 있던 시장을 가볍게 둘러봤다. 남미의 여느 시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규모가 꽤 컸다. 잠깐 돌아보다 먹거리가 많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궁금한 마음에 그 자리에 앉아서 하나 주문했다. 페루에서 많이 먹었던 세비체와는 약간 다른 버전이라고 해야 할까? 토마토소스가 들어간 새콤한 새우 세비체였다. 특이하게도 과자 위에 올려 먹으라고 했다. 시장에서 나와 걷다 보니 반데라스 공원(Parque de las Banderas)이 보였다. 여기는 가족 단위로 나와 휴식을 취하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장소로 여유가 느껴졌다. 분수대 앞에서는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는 모습이 정겹다. 분수대 근처에 작은 노점이 몇 군데 자리 잡고 있어 호기심을 자극했다. 역시 아이들이 모여 있는 곳에는 달콤한 간식거리를 빼놓을 수 없다. 얼음을 직접 갈아 알록달록 색상의 시럽을 넣고 그 위에 과자를 곁들어 주는 옛날 스타일의 빙수였다. 빙수를 하나 들고 있을 때 공원에서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어주던 아저씨가 다가와 어느 나라에서 왔냐고 물었다. "꼬레아 델 수르"라고 말하니 껄껄 웃으며 콜롬비아에 와서 너무 반갑다며 손을 덥석 잡았다. 그리고는 사진도 같이 찍자고 했다. 콜롬비아 첫 느낌이 무척 좋았다. 칼리의 밤이 궁금해 구경하러 나갔다. 당시에는 콜롬비아에서 활동하는 마약 카르텔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으나 칼리는 콜롬비아 내에서 메데진(Medellin)과 더불어 마약으로 무척 유명한 곳이라 주의하는 게 좋다. 게다가 소매치기나 강도를 만난 여행자도 있어 치안도 그리 좋다고 볼 수 없다. 시끄러운 대로변을 따라 한참을 걸었더니 축제의 현장처럼 환하고 북적이는 곳이 나왔다. 군 옥수수를 팔고 있었다. 아프리카에 있을 때 많이 먹었던 기억이 났지만 일단 더 걸었다. 칼리 시청으로 향하는 길에는 화려한 조명으로 가득했고, 구경하려는 사람들로 빼곡했다. 아마 크리스마스 시기에 맞춰 거리에 다양한 조형물과 조명을 설치한 것 같은데 늦은 밤에도 많은 사람들이 나와 즐거워하는 모습이 무척 보기 좋았다. 사진 찍어달라고 포즈를 취하는 아이들이 귀여웠다. 뭐가 뭔지도 모르지만 일단 앞으로 걸었다. 칼리가 이렇게 생동감이 넘치는 도시인 줄 몰랐다. 아니, 사람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고 해야 하는 게 더 맞으려나. 사진 찍느라 정신이 없는 건 콜롬비아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인파에 휩쓸려 걷게 되면서 예쁘게 꾸며 놓은 조명이나 장식보다 사람 구경을 더 많이 하게 된 것 같다. 길의 끝에는 커다란 별 조형물이 있었다. 조명에 밝게 빛나는 에르미타 교회가 눈에 띄었다. 교회 옆 다리를 통해 칼리 강을 건너 가면 시청이 나오는데 시청 앞 넓은 공원 역시 여러 색깔의 조명으로 화려하게 꾸며놓았다. 공원을 가로질러 가보니 뿌연 연기를 뿜어내고 있는 노점이 나왔다. 이미 주변에 앉을자리조차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무언가를 먹고 있었다. 스페인식 소시지인 초리소(Chorizo)은 남미에서 빠질 수 없는 음식이다. 야시장에 온 것처럼 맛있어 보이는 음식이 많았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서 도무지 끼어들 틈이 없었다. 이럴 때는 목마를 탄 꼬마가 부럽다. 남들처럼 사진을 몇 장 찍다가 돌아가게 되었다. 돌아가는 다리 위에서 내려다보니 정말 사람들이 많다는 걸 실감했다. 마치 축제의 현장에 있다 온 것처럼 정신이 없었는데 그 나름대로 연말 분위기가 느껴져 즐거웠다. 마침 호스텔이 있던 동네도 집집마다 화려한 조명으로 장식을 해서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느껴졌다. 호스텔에서 지내는 동안 스텝들과 친해져 요리를 하면 같이 먹자고 하곤 했다. 낮에 보는 칼리는 어떤 모습일까? 버스를 타고 시내로 나가봤다. 도로 바로 옆에 노점들로 가득해 도심의 중심이라고 하기엔 시장에 가까워 보였다.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거리를 걸었다. 스페인 식민지 시대의 것으로 보이는 오래된 교회(Iglesia de San Francisco)와 광장이 나왔다. 또 다른 광장(Plaza de Cayzedo) 주변에는 오래된 건축물이 자리 잡고 있어 흥미로웠다. 지난밤 북적이던 거리는 무척 한산해 보였다. 밤에는 그렇게 화려했었는데. 점심은 근처 저렴해 보이는 식당에 들어가서 해결했다. 외국인의 등장이 신기했던 것인지 어디에서 왔냐는 말이 자연스레 나왔다. 우리가 한국 사람이라고 하니까 엄청 반가워하고 사진도 같이 찍자고 하더라. 여행자들에게 칼리는 그리 매력적인 도시는 아니다. 그런데 딱 하나 빠져들게 만드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살사였다. 종원이형도 갑자기 춤바람이 났는지 살사 배우느라 칼리에서만 몇 주 동안 지냈다고 한다. 칼리는 춤바람 나기 딱 좋은 곳이었다. 대체 살사가 뭔지 궁금해서 학원을 가봤다. 꽤 많은 사람들이 열정적으로 춤을 추는 모습은 흥미로웠지만 아주 기초적인 스텝과 턴을 배우는 것조차도 몸치인 내가 따라가기엔 역부족이었다. 그저 춤꾼들의 현란한 발놀림에 감탄만 하다 왔다. 칼리에서는 동네를 돌아보며 시간을 때우는 게 하루 일과의 전부였다. 어느 날은 돼지고기가 먹고 싶어 앞다리 살을 사다가 수육을 했다. 잡내를 없애 줄 수 있는 양파, 마늘, 생강 등을 넣고 인터넷에서 찾아본 커피를 된장 대신 넣어봤다. 마침 근처에 칬던 호스텔 스텝과 외국인 친구에게 한국 음식을 만들었는데 같이 먹자고 물어보니 당연히 좋다고 자리에 앉았다. 냄새가 날까 봐 커피 가루를 일부러 많이 넣었더니 거뭇했다. 쌈장이나 김치가 없어 아쉽긴 했지만 다행히 고기가 퍽퍽하지 않고 부드러워 괜찮았다. 게다가 외국인 친구들은 너무 맛있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 정도면 나름 성공했나? 여행처럼, 일상처럼 하루하루 지내다 보니 벌써 8일이 지났다. 맥주도 마실 겸 살사 바에도 가봤다. 그냥 흔한 동네 술집처럼 보였는데 음악이 흘러나오자 너나 할 거 없이 손을 잡고 춤을 추기 시작했다. 흥겨운 음악에 아무나 붙잡고 자연스럽게 춤을 춘다. 과연 살사의 도시답다. 칼리에 오면 왜 춤바람이 날 수밖에 없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여행 823일차, 춤바람 난 도시 콜롬비아 칼리
세계일주를 할 당시 짤막한 형태로 틈틈이 올렸던 '실시간 여행기'를 마무리하지 못해 늦게나마 다시 올리려 합니다. 시간이 너무 지나버려 비록 '뒤늦은 여행기'가 되었지만 여행했던 순간을 기록으로 끝까지 남기고 싶습니다. 아마도 이 시리즈를 끝내야 밀린 다른 여행기를 작성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인디오 시장을 구경한 후 숙소로 돌아와 배낭을 챙겼다. 오타발로에서 너무 짧게 머무르긴 했지만 심심했던 터라 떠남이 아주 아쉽진 않았다. 이럴 때일수록 빨리 새로운 곳으로 이동하는 편이 낫다. 묵직한 배낭을 메고 왔던 길을 다시 걸어 버스터미널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점심시간이 지나 시장은 더 북적이는 듯 보였지만 이미 충분히 구경했기에 빠르게 지나쳤다. 콜롬비아로 가는 국경을 넘기 위해서는 뚤칸(Tulcan)이라는 도시로 가야 하는데 어찌 된 일인지 버스터미널에서는 뚤칸 행 버스를 찾을 수 없었다. 사람들에게 물으면서 걷다 보니 도시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 어디까지 가야 버스를 탈 수 있나 했더니 오타발로를 관통하는 E35 도로 앞에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직감적으로 여기서 버스를 탈 수 있을 것 같았다. 옆에 있던 사람들도 걱정하지 말라며 여기서 타는 거라고 알려줬다. 잠시 후 그들의 말처럼 뚤칸 행 버스가 보였다. 버스에 타자마자 피곤함에 절로 눈이 감겼다. 뚤칸까지는 약 3시간이 걸렸다. 뚤칸에 도착하자마자 에콰도르 사람들과 정신없이 섞여서 택시를 합승했다. 이미 이런 일에는 익숙한 듯 보이는 아저씨를 따라갔던 것인데 국경까지는 3.5달러였으니 3명이 나눠 내면 되니까 나쁠 건 없었다. 드디어 에콰도르 국경을 넘어 콜롬비아로 향했다. 우루과이를 제외하면 남미에서 가장 짧게 머문 에콰도르였지만 최대 관광지인 갈라파고스 섬을 가지 않아 크게 아쉬움이 남진 않았다. 남미 최남단에서부터 비로소 가장 북쪽에 있는 나라, 콜롬비아에 가게 된다니 기분이 이상했다. 아마 콜롬비아에서 3년 간의 길고 길었던 이번 여행을 마무리하지 않을까? 에콰도르 국경을 넘으면 콜롬비아의 국경 도시인 이피알레스(Ipiales)가 나온다. 다만 시내까지는 거리가 있어 걸어서 가기엔 무리였고 택시를 타야 했다. 택시는 3달러였는데 국경이라 그런지 에콰도르 동전인 센타보(에콰도르는 미국 달러를 사용하지만 동전은 에콰도르 동전인 센타보와 혼용하고 있다)를 받았다. 보통은 국경 도시엔 볼거리가 없는 편인데 이피알레스에는 협곡에 위치한 화려한 대성당이 유명한 편이고, 많은 여행자들이 필수로 거쳐간다. 이러한 사실을 알 턱이 없던 나는 곧장 버스터미널로 향했고 칼리(Cali) 행 야간 버스를 탔다. 꼬박 12시간을 달려 새벽 6시 40분에 칼리(발음은 깔리)에 도착했다. 페루나 에콰도르에 비하면 콜롬비아는 생각보다 정돈되고 깔끔한 느낌을 받았다. 마침 칠레에서 여행을 같이 했던 종원이형과 연락이 닿아 칼리에서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고 있었고 곧장 택시를 타고 숙소가 있는 미라플로레스(Miraflores) 지역으로 이동했다. 호스텔에 도착해 체크인을 하고 잠깐 쉬다가 밖으로 나갔다. 칼리에 대한 아무런 정보가 없었으니 일단 근처에 있던 시장을 가볍게 둘러봤다. 남미의 여느 시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규모가 꽤 컸다. 잠깐 돌아보다 먹거리가 많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궁금한 마음에 그 자리에 앉아서 하나 주문했다. 페루에서 많이 먹었던 세비체와는 약간 다른 버전이라고 해야 할까? 토마토소스가 들어간 새콤한 새우 세비체였다. 특이하게도 과자 위에 올려 먹으라고 했다. 시장에서 나와 걷다 보니 반데라스 공원(Parque de las Banderas)이 보였다. 여기는 가족 단위로 나와 휴식을 취하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장소로 여유가 느껴졌다. 분수대 앞에서는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는 모습이 정겹다. 분수대 근처에 작은 노점이 몇 군데 자리 잡고 있어 호기심을 자극했다. 역시 아이들이 모여 있는 곳에는 달콤한 간식거리를 빼놓을 수 없다. 얼음을 직접 갈아 알록달록 색상의 시럽을 넣고 그 위에 과자를 곁들어 주는 옛날 스타일의 빙수였다. 빙수를 하나 들고 있을 때 공원에서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어주던 아저씨가 다가와 어느 나라에서 왔냐고 물었다. "꼬레아 델 수르"라고 말하니 껄껄 웃으며 콜롬비아에 와서 너무 반갑다며 손을 덥석 잡았다. 그리고는 사진도 같이 찍자고 했다. 콜롬비아 첫 느낌이 무척 좋았다. 칼리의 밤이 궁금해 구경하러 나갔다. 당시에는 콜롬비아에서 활동하는 마약 카르텔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으나 칼리는 콜롬비아 내에서 메데진(Medellin)과 더불어 마약으로 무척 유명한 곳이라 주의하는 게 좋다. 게다가 소매치기나 강도를 만난 여행자도 있어 치안도 그리 좋다고 볼 수 없다. 시끄러운 대로변을 따라 한참을 걸었더니 축제의 현장처럼 환하고 북적이는 곳이 나왔다. 군 옥수수를 팔고 있었다. 아프리카에 있을 때 많이 먹었던 기억이 났지만 일단 더 걸었다. 칼리 시청으로 향하는 길에는 화려한 조명으로 가득했고, 구경하려는 사람들로 빼곡했다. 아마 크리스마스 시기에 맞춰 거리에 다양한 조형물과 조명을 설치한 것 같은데 늦은 밤에도 많은 사람들이 나와 즐거워하는 모습이 무척 보기 좋았다. 사진 찍어달라고 포즈를 취하는 아이들이 귀여웠다. 뭐가 뭔지도 모르지만 일단 앞으로 걸었다. 칼리가 이렇게 생동감이 넘치는 도시인 줄 몰랐다. 아니, 사람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고 해야 하는 게 더 맞으려나. 사진 찍느라 정신이 없는 건 콜롬비아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인파에 휩쓸려 걷게 되면서 예쁘게 꾸며 놓은 조명이나 장식보다 사람 구경을 더 많이 하게 된 것 같다. 길의 끝에는 커다란 별 조형물이 있었다. 조명에 밝게 빛나는 에르미타 교회가 눈에 띄었다. 교회 옆 다리를 통해 칼리 강을 건너 가면 시청이 나오는데 시청 앞 넓은 공원 역시 여러 색깔의 조명으로 화려하게 꾸며놓았다. 공원을 가로질러 가보니 뿌연 연기를 뿜어내고 있는 노점이 나왔다. 이미 주변에 앉을자리조차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무언가를 먹고 있었다. 스페인식 소시지인 초리소(Chorizo)은 남미에서 빠질 수 없는 음식이다. 야시장에 온 것처럼 맛있어 보이는 음식이 많았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서 도무지 끼어들 틈이 없었다. 이럴 때는 목마를 탄 꼬마가 부럽다. 남들처럼 사진을 몇 장 찍다가 돌아가게 되었다. 돌아가는 다리 위에서 내려다보니 정말 사람들이 많다는 걸 실감했다. 마치 축제의 현장에 있다 온 것처럼 정신이 없었는데 그 나름대로 연말 분위기가 느껴져 즐거웠다. 마침 호스텔이 있던 동네도 집집마다 화려한 조명으로 장식을 해서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느껴졌다. 호스텔에서 지내는 동안 스텝들과 친해져 요리를 하면 같이 먹자고 하곤 했다. 낮에 보는 칼리는 어떤 모습일까? 버스를 타고 시내로 나가봤다. 도로 바로 옆에 노점들로 가득해 도심의 중심이라고 하기엔 시장에 가까워 보였다.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거리를 걸었다. 스페인 식민지 시대의 것으로 보이는 오래된 교회(Iglesia de San Francisco)와 광장이 나왔다. 또 다른 광장(Plaza de Cayzedo) 주변에는 오래된 건축물이 자리 잡고 있어 흥미로웠다. 지난밤 북적이던 거리는 무척 한산해 보였다. 밤에는 그렇게 화려했었는데. 점심은 근처 저렴해 보이는 식당에 들어가서 해결했다. 외국인의 등장이 신기했던 것인지 어디에서 왔냐는 말이 자연스레 나왔다. 우리가 한국 사람이라고 하니까 엄청 반가워하고 사진도 같이 찍자고 하더라. 여행자들에게 칼리는 그리 매력적인 도시는 아니다. 그런데 딱 하나 빠져들게 만드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살사였다. 종원이형도 갑자기 춤바람이 났는지 살사 배우느라 칼리에서만 몇 주 동안 지냈다고 한다. 칼리는 춤바람 나기 딱 좋은 곳이었다. 대체 살사가 뭔지 궁금해서 학원을 가봤다. 꽤 많은 사람들이 열정적으로 춤을 추는 모습은 흥미로웠지만 아주 기초적인 스텝과 턴을 배우는 것조차도 몸치인 내가 따라가기엔 역부족이었다. 그저 춤꾼들의 현란한 발놀림에 감탄만 하다 왔다. 칼리에서는 동네를 돌아보며 시간을 때우는 게 하루 일과의 전부였다. 어느 날은 돼지고기가 먹고 싶어 앞다리 살을 사다가 수육을 했다. 잡내를 없애 줄 수 있는 양파, 마늘, 생강 등을 넣고 인터넷에서 찾아본 커피를 된장 대신 넣어봤다. 마침 근처에 칬던 호스텔 스텝과 외국인 친구에게 한국 음식을 만들었는데 같이 먹자고 물어보니 당연히 좋다고 자리에 앉았다. 냄새가 날까 봐 커피 가루를 일부러 많이 넣었더니 거뭇했다. 쌈장이나 김치가 없어 아쉽긴 했지만 다행히 고기가 퍽퍽하지 않고 부드러워 괜찮았다. 게다가 외국인 친구들은 너무 맛있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 정도면 나름 성공했나? 여행처럼, 일상처럼 하루하루 지내다 보니 벌써 8일이 지났다. 맥주도 마실 겸 살사 바에도 가봤다. 그냥 흔한 동네 술집처럼 보였는데 음악이 흘러나오자 너나 할 거 없이 손을 잡고 춤을 추기 시작했다. 흥겨운 음악에 아무나 붙잡고 자연스럽게 춤을 춘다. 과연 살사의 도시답다. 칼리에 오면 왜 춤바람이 날 수밖에 없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여행 823일차, 춤바람 난 도시 콜롬비아 칼리
세계일주를 할 당시 짤막한 형태로 틈틈이 올렸던 '실시간 여행기'를 마무리하지 못해 늦게나마 다시 올리려 합니다. 시간이 너무 지나버려 비록 '뒤늦은 여행기'가 되었지만 여행했던 순간을 기록으로 끝까지 남기고 싶습니다. 아마도 이 시리즈를 끝내야 밀린 다른 여행기를 작성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인디오 시장을 구경한 후 숙소로 돌아와 배낭을 챙겼다. 오타발로에서 너무 짧게 머무르긴 했지만 심심했던 터라 떠남이 아주 아쉽진 않았다. 이럴 때일수록 빨리 새로운 곳으로 이동하는 편이 낫다. 묵직한 배낭을 메고 왔던 길을 다시 걸어 버스터미널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점심시간이 지나 시장은 더 북적이는 듯 보였지만 이미 충분히 구경했기에 빠르게 지나쳤다. 콜롬비아로 가는 국경을 넘기 위해서는 뚤칸(Tulcan)이라는 도시로 가야 하는데 어찌 된 일인지 버스터미널에서는 뚤칸 행 버스를 찾을 수 없었다. 사람들에게 물으면서 걷다 보니 도시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 어디까지 가야 버스를 탈 수 있나 했더니 오타발로를 관통하는 E35 도로 앞에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직감적으로 여기서 버스를 탈 수 있을 것 같았다. 옆에 있던 사람들도 걱정하지 말라며 여기서 타는 거라고 알려줬다. 잠시 후 그들의 말처럼 뚤칸 행 버스가 보였다. 버스에 타자마자 피곤함에 절로 눈이 감겼다. 뚤칸까지는 약 3시간이 걸렸다. 뚤칸에 도착하자마자 에콰도르 사람들과 정신없이 섞여서 택시를 합승했다. 이미 이런 일에는 익숙한 듯 보이는 아저씨를 따라갔던 것인데 국경까지는 3.5달러였으니 3명이 나눠 내면 되니까 나쁠 건 없었다. 드디어 에콰도르 국경을 넘어 콜롬비아로 향했다. 우루과이를 제외하면 남미에서 가장 짧게 머문 에콰도르였지만 최대 관광지인 갈라파고스 섬을 가지 않아 크게 아쉬움이 남진 않았다. 남미 최남단에서부터 비로소 가장 북쪽에 있는 나라, 콜롬비아에 가게 된다니 기분이 이상했다. 아마 콜롬비아에서 3년 간의 길고 길었던 이번 여행을 마무리하지 않을까? 에콰도르 국경을 넘으면 콜롬비아의 국경 도시인 이피알레스(Ipiales)가 나온다. 다만 시내까지는 거리가 있어 걸어서 가기엔 무리였고 택시를 타야 했다. 택시는 3달러였는데 국경이라 그런지 에콰도르 동전인 센타보(에콰도르는 미국 달러를 사용하지만 동전은 에콰도르 동전인 센타보와 혼용하고 있다)를 받았다. 보통은 국경 도시엔 볼거리가 없는 편인데 이피알레스에는 협곡에 위치한 화려한 대성당이 유명한 편이고, 많은 여행자들이 필수로 거쳐간다. 이러한 사실을 알 턱이 없던 나는 곧장 버스터미널로 향했고 칼리(Cali) 행 야간 버스를 탔다. 꼬박 12시간을 달려 새벽 6시 40분에 칼리(발음은 깔리)에 도착했다. 페루나 에콰도르에 비하면 콜롬비아는 생각보다 정돈되고 깔끔한 느낌을 받았다. 마침 칠레에서 여행을 같이 했던 종원이형과 연락이 닿아 칼리에서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고 있었고 곧장 택시를 타고 숙소가 있는 미라플로레스(Miraflores) 지역으로 이동했다. 호스텔에 도착해 체크인을 하고 잠깐 쉬다가 밖으로 나갔다. 칼리에 대한 아무런 정보가 없었으니 일단 근처에 있던 시장을 가볍게 둘러봤다. 남미의 여느 시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규모가 꽤 컸다. 잠깐 돌아보다 먹거리가 많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궁금한 마음에 그 자리에 앉아서 하나 주문했다. 페루에서 많이 먹었던 세비체와는 약간 다른 버전이라고 해야 할까? 토마토소스가 들어간 새콤한 새우 세비체였다. 특이하게도 과자 위에 올려 먹으라고 했다. 시장에서 나와 걷다 보니 반데라스 공원(Parque de las Banderas)이 보였다. 여기는 가족 단위로 나와 휴식을 취하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장소로 여유가 느껴졌다. 분수대 앞에서는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는 모습이 정겹다. 분수대 근처에 작은 노점이 몇 군데 자리 잡고 있어 호기심을 자극했다. 역시 아이들이 모여 있는 곳에는 달콤한 간식거리를 빼놓을 수 없다. 얼음을 직접 갈아 알록달록 색상의 시럽을 넣고 그 위에 과자를 곁들어 주는 옛날 스타일의 빙수였다. 빙수를 하나 들고 있을 때 공원에서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어주던 아저씨가 다가와 어느 나라에서 왔냐고 물었다. "꼬레아 델 수르"라고 말하니 껄껄 웃으며 콜롬비아에 와서 너무 반갑다며 손을 덥석 잡았다. 그리고는 사진도 같이 찍자고 했다. 콜롬비아 첫 느낌이 무척 좋았다. 칼리의 밤이 궁금해 구경하러 나갔다. 당시에는 콜롬비아에서 활동하는 마약 카르텔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으나 칼리는 콜롬비아 내에서 메데진(Medellin)과 더불어 마약으로 무척 유명한 곳이라 주의하는 게 좋다. 게다가 소매치기나 강도를 만난 여행자도 있어 치안도 그리 좋다고 볼 수 없다. 시끄러운 대로변을 따라 한참을 걸었더니 축제의 현장처럼 환하고 북적이는 곳이 나왔다. 군 옥수수를 팔고 있었다. 아프리카에 있을 때 많이 먹었던 기억이 났지만 일단 더 걸었다. 칼리 시청으로 향하는 길에는 화려한 조명으로 가득했고, 구경하려는 사람들로 빼곡했다. 아마 크리스마스 시기에 맞춰 거리에 다양한 조형물과 조명을 설치한 것 같은데 늦은 밤에도 많은 사람들이 나와 즐거워하는 모습이 무척 보기 좋았다. 사진 찍어달라고 포즈를 취하는 아이들이 귀여웠다. 뭐가 뭔지도 모르지만 일단 앞으로 걸었다. 칼리가 이렇게 생동감이 넘치는 도시인 줄 몰랐다. 아니, 사람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고 해야 하는 게 더 맞으려나. 사진 찍느라 정신이 없는 건 콜롬비아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인파에 휩쓸려 걷게 되면서 예쁘게 꾸며 놓은 조명이나 장식보다 사람 구경을 더 많이 하게 된 것 같다. 길의 끝에는 커다란 별 조형물이 있었다. 조명에 밝게 빛나는 에르미타 교회가 눈에 띄었다. 교회 옆 다리를 통해 칼리 강을 건너 가면 시청이 나오는데 시청 앞 넓은 공원 역시 여러 색깔의 조명으로 화려하게 꾸며놓았다. 공원을 가로질러 가보니 뿌연 연기를 뿜어내고 있는 노점이 나왔다. 이미 주변에 앉을자리조차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무언가를 먹고 있었다. 스페인식 소시지인 초리소(Chorizo)은 남미에서 빠질 수 없는 음식이다. 야시장에 온 것처럼 맛있어 보이는 음식이 많았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서 도무지 끼어들 틈이 없었다. 이럴 때는 목마를 탄 꼬마가 부럽다. 남들처럼 사진을 몇 장 찍다가 돌아가게 되었다. 돌아가는 다리 위에서 내려다보니 정말 사람들이 많다는 걸 실감했다. 마치 축제의 현장에 있다 온 것처럼 정신이 없었는데 그 나름대로 연말 분위기가 느껴져 즐거웠다. 마침 호스텔이 있던 동네도 집집마다 화려한 조명으로 장식을 해서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느껴졌다. 호스텔에서 지내는 동안 스텝들과 친해져 요리를 하면 같이 먹자고 하곤 했다. 낮에 보는 칼리는 어떤 모습일까? 버스를 타고 시내로 나가봤다. 도로 바로 옆에 노점들로 가득해 도심의 중심이라고 하기엔 시장에 가까워 보였다.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거리를 걸었다. 스페인 식민지 시대의 것으로 보이는 오래된 교회(Iglesia de San Francisco)와 광장이 나왔다. 또 다른 광장(Plaza de Cayzedo) 주변에는 오래된 건축물이 자리 잡고 있어 흥미로웠다. 지난밤 북적이던 거리는 무척 한산해 보였다. 밤에는 그렇게 화려했었는데. 점심은 근처 저렴해 보이는 식당에 들어가서 해결했다. 외국인의 등장이 신기했던 것인지 어디에서 왔냐는 말이 자연스레 나왔다. 우리가 한국 사람이라고 하니까 엄청 반가워하고 사진도 같이 찍자고 하더라. 여행자들에게 칼리는 그리 매력적인 도시는 아니다. 그런데 딱 하나 빠져들게 만드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살사였다. 종원이형도 갑자기 춤바람이 났는지 살사 배우느라 칼리에서만 몇 주 동안 지냈다고 한다. 칼리는 춤바람 나기 딱 좋은 곳이었다. 대체 살사가 뭔지 궁금해서 학원을 가봤다. 꽤 많은 사람들이 열정적으로 춤을 추는 모습은 흥미로웠지만 아주 기초적인 스텝과 턴을 배우는 것조차도 몸치인 내가 따라가기엔 역부족이었다. 그저 춤꾼들의 현란한 발놀림에 감탄만 하다 왔다. 칼리에서는 동네를 돌아보며 시간을 때우는 게 하루 일과의 전부였다. 어느 날은 돼지고기가 먹고 싶어 앞다리 살을 사다가 수육을 했다. 잡내를 없애 줄 수 있는 양파, 마늘, 생강 등을 넣고 인터넷에서 찾아본 커피를 된장 대신 넣어봤다. 마침 근처에 칬던 호스텔 스텝과 외국인 친구에게 한국 음식을 만들었는데 같이 먹자고 물어보니 당연히 좋다고 자리에 앉았다. 냄새가 날까 봐 커피 가루를 일부러 많이 넣었더니 거뭇했다. 쌈장이나 김치가 없어 아쉽긴 했지만 다행히 고기가 퍽퍽하지 않고 부드러워 괜찮았다. 게다가 외국인 친구들은 너무 맛있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 정도면 나름 성공했나? 여행처럼, 일상처럼 하루하루 지내다 보니 벌써 8일이 지났다. 맥주도 마실 겸 살사 바에도 가봤다. 그냥 흔한 동네 술집처럼 보였는데 음악이 흘러나오자 너나 할 거 없이 손을 잡고 춤을 추기 시작했다. 흥겨운 음악에 아무나 붙잡고 자연스럽게 춤을 춘다. 과연 살사의 도시답다. 칼리에 오면 왜 춤바람이 날 수밖에 없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여행 823일차, 춤바람 난 도시 콜롬비아 칼리
세계일주를 할 당시 짤막한 형태로 틈틈이 올렸던 '실시간 여행기'를 마무리하지 못해 늦게나마 다시 올리려 합니다. 시간이 너무 지나버려 비록 '뒤늦은 여행기'가 되었지만 여행했던 순간을 기록으로 끝까지 남기고 싶습니다. 아마도 이 시리즈를 끝내야 밀린 다른 여행기를 작성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인디오 시장을 구경한 후 숙소로 돌아와 배낭을 챙겼다. 오타발로에서 너무 짧게 머무르긴 했지만 심심했던 터라 떠남이 아주 아쉽진 않았다. 이럴 때일수록 빨리 새로운 곳으로 이동하는 편이 낫다. 묵직한 배낭을 메고 왔던 길을 다시 걸어 버스터미널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점심시간이 지나 시장은 더 북적이는 듯 보였지만 이미 충분히 구경했기에 빠르게 지나쳤다. 콜롬비아로 가는 국경을 넘기 위해서는 뚤칸(Tulcan)이라는 도시로 가야 하는데 어찌 된 일인지 버스터미널에서는 뚤칸 행 버스를 찾을 수 없었다. 사람들에게 물으면서 걷다 보니 도시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 어디까지 가야 버스를 탈 수 있나 했더니 오타발로를 관통하는 E35 도로 앞에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직감적으로 여기서 버스를 탈 수 있을 것 같았다. 옆에 있던 사람들도 걱정하지 말라며 여기서 타는 거라고 알려줬다. 잠시 후 그들의 말처럼 뚤칸 행 버스가 보였다. 버스에 타자마자 피곤함에 절로 눈이 감겼다. 뚤칸까지는 약 3시간이 걸렸다. 뚤칸에 도착하자마자 에콰도르 사람들과 정신없이 섞여서 택시를 합승했다. 이미 이런 일에는 익숙한 듯 보이는 아저씨를 따라갔던 것인데 국경까지는 3.5달러였으니 3명이 나눠 내면 되니까 나쁠 건 없었다. 드디어 에콰도르 국경을 넘어 콜롬비아로 향했다. 우루과이를 제외하면 남미에서 가장 짧게 머문 에콰도르였지만 최대 관광지인 갈라파고스 섬을 가지 않아 크게 아쉬움이 남진 않았다. 남미 최남단에서부터 비로소 가장 북쪽에 있는 나라, 콜롬비아에 가게 된다니 기분이 이상했다. 아마 콜롬비아에서 3년 간의 길고 길었던 이번 여행을 마무리하지 않을까? 에콰도르 국경을 넘으면 콜롬비아의 국경 도시인 이피알레스(Ipiales)가 나온다. 다만 시내까지는 거리가 있어 걸어서 가기엔 무리였고 택시를 타야 했다. 택시는 3달러였는데 국경이라 그런지 에콰도르 동전인 센타보(에콰도르는 미국 달러를 사용하지만 동전은 에콰도르 동전인 센타보와 혼용하고 있다)를 받았다. 보통은 국경 도시엔 볼거리가 없는 편인데 이피알레스에는 협곡에 위치한 화려한 대성당이 유명한 편이고, 많은 여행자들이 필수로 거쳐간다. 이러한 사실을 알 턱이 없던 나는 곧장 버스터미널로 향했고 칼리(Cali) 행 야간 버스를 탔다. 꼬박 12시간을 달려 새벽 6시 40분에 칼리(발음은 깔리)에 도착했다. 페루나 에콰도르에 비하면 콜롬비아는 생각보다 정돈되고 깔끔한 느낌을 받았다. 마침 칠레에서 여행을 같이 했던 종원이형과 연락이 닿아 칼리에서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고 있었고 곧장 택시를 타고 숙소가 있는 미라플로레스(Miraflores) 지역으로 이동했다. 호스텔에 도착해 체크인을 하고 잠깐 쉬다가 밖으로 나갔다. 칼리에 대한 아무런 정보가 없었으니 일단 근처에 있던 시장을 가볍게 둘러봤다. 남미의 여느 시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규모가 꽤 컸다. 잠깐 돌아보다 먹거리가 많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궁금한 마음에 그 자리에 앉아서 하나 주문했다. 페루에서 많이 먹었던 세비체와는 약간 다른 버전이라고 해야 할까? 토마토소스가 들어간 새콤한 새우 세비체였다. 특이하게도 과자 위에 올려 먹으라고 했다. 시장에서 나와 걷다 보니 반데라스 공원(Parque de las Banderas)이 보였다. 여기는 가족 단위로 나와 휴식을 취하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장소로 여유가 느껴졌다. 분수대 앞에서는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는 모습이 정겹다. 분수대 근처에 작은 노점이 몇 군데 자리 잡고 있어 호기심을 자극했다. 역시 아이들이 모여 있는 곳에는 달콤한 간식거리를 빼놓을 수 없다. 얼음을 직접 갈아 알록달록 색상의 시럽을 넣고 그 위에 과자를 곁들어 주는 옛날 스타일의 빙수였다. 빙수를 하나 들고 있을 때 공원에서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어주던 아저씨가 다가와 어느 나라에서 왔냐고 물었다. "꼬레아 델 수르"라고 말하니 껄껄 웃으며 콜롬비아에 와서 너무 반갑다며 손을 덥석 잡았다. 그리고는 사진도 같이 찍자고 했다. 콜롬비아 첫 느낌이 무척 좋았다. 칼리의 밤이 궁금해 구경하러 나갔다. 당시에는 콜롬비아에서 활동하는 마약 카르텔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으나 칼리는 콜롬비아 내에서 메데진(Medellin)과 더불어 마약으로 무척 유명한 곳이라 주의하는 게 좋다. 게다가 소매치기나 강도를 만난 여행자도 있어 치안도 그리 좋다고 볼 수 없다. 시끄러운 대로변을 따라 한참을 걸었더니 축제의 현장처럼 환하고 북적이는 곳이 나왔다. 군 옥수수를 팔고 있었다. 아프리카에 있을 때 많이 먹었던 기억이 났지만 일단 더 걸었다. 칼리 시청으로 향하는 길에는 화려한 조명으로 가득했고, 구경하려는 사람들로 빼곡했다. 아마 크리스마스 시기에 맞춰 거리에 다양한 조형물과 조명을 설치한 것 같은데 늦은 밤에도 많은 사람들이 나와 즐거워하는 모습이 무척 보기 좋았다. 사진 찍어달라고 포즈를 취하는 아이들이 귀여웠다. 뭐가 뭔지도 모르지만 일단 앞으로 걸었다. 칼리가 이렇게 생동감이 넘치는 도시인 줄 몰랐다. 아니, 사람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고 해야 하는 게 더 맞으려나. 사진 찍느라 정신이 없는 건 콜롬비아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인파에 휩쓸려 걷게 되면서 예쁘게 꾸며 놓은 조명이나 장식보다 사람 구경을 더 많이 하게 된 것 같다. 길의 끝에는 커다란 별 조형물이 있었다. 조명에 밝게 빛나는 에르미타 교회가 눈에 띄었다. 교회 옆 다리를 통해 칼리 강을 건너 가면 시청이 나오는데 시청 앞 넓은 공원 역시 여러 색깔의 조명으로 화려하게 꾸며놓았다. 공원을 가로질러 가보니 뿌연 연기를 뿜어내고 있는 노점이 나왔다. 이미 주변에 앉을자리조차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무언가를 먹고 있었다. 스페인식 소시지인 초리소(Chorizo)은 남미에서 빠질 수 없는 음식이다. 야시장에 온 것처럼 맛있어 보이는 음식이 많았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서 도무지 끼어들 틈이 없었다. 이럴 때는 목마를 탄 꼬마가 부럽다. 남들처럼 사진을 몇 장 찍다가 돌아가게 되었다. 돌아가는 다리 위에서 내려다보니 정말 사람들이 많다는 걸 실감했다. 마치 축제의 현장에 있다 온 것처럼 정신이 없었는데 그 나름대로 연말 분위기가 느껴져 즐거웠다. 마침 호스텔이 있던 동네도 집집마다 화려한 조명으로 장식을 해서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느껴졌다. 호스텔에서 지내는 동안 스텝들과 친해져 요리를 하면 같이 먹자고 하곤 했다. 낮에 보는 칼리는 어떤 모습일까? 버스를 타고 시내로 나가봤다. 도로 바로 옆에 노점들로 가득해 도심의 중심이라고 하기엔 시장에 가까워 보였다.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거리를 걸었다. 스페인 식민지 시대의 것으로 보이는 오래된 교회(Iglesia de San Francisco)와 광장이 나왔다. 또 다른 광장(Plaza de Cayzedo) 주변에는 오래된 건축물이 자리 잡고 있어 흥미로웠다. 지난밤 북적이던 거리는 무척 한산해 보였다. 밤에는 그렇게 화려했었는데. 점심은 근처 저렴해 보이는 식당에 들어가서 해결했다. 외국인의 등장이 신기했던 것인지 어디에서 왔냐는 말이 자연스레 나왔다. 우리가 한국 사람이라고 하니까 엄청 반가워하고 사진도 같이 찍자고 하더라. 여행자들에게 칼리는 그리 매력적인 도시는 아니다. 그런데 딱 하나 빠져들게 만드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살사였다. 종원이형도 갑자기 춤바람이 났는지 살사 배우느라 칼리에서만 몇 주 동안 지냈다고 한다. 칼리는 춤바람 나기 딱 좋은 곳이었다. 대체 살사가 뭔지 궁금해서 학원을 가봤다. 꽤 많은 사람들이 열정적으로 춤을 추는 모습은 흥미로웠지만 아주 기초적인 스텝과 턴을 배우는 것조차도 몸치인 내가 따라가기엔 역부족이었다. 그저 춤꾼들의 현란한 발놀림에 감탄만 하다 왔다. 칼리에서는 동네를 돌아보며 시간을 때우는 게 하루 일과의 전부였다. 어느 날은 돼지고기가 먹고 싶어 앞다리 살을 사다가 수육을 했다. 잡내를 없애 줄 수 있는 양파, 마늘, 생강 등을 넣고 인터넷에서 찾아본 커피를 된장 대신 넣어봤다. 마침 근처에 칬던 호스텔 스텝과 외국인 친구에게 한국 음식을 만들었는데 같이 먹자고 물어보니 당연히 좋다고 자리에 앉았다. 냄새가 날까 봐 커피 가루를 일부러 많이 넣었더니 거뭇했다. 쌈장이나 김치가 없어 아쉽긴 했지만 다행히 고기가 퍽퍽하지 않고 부드러워 괜찮았다. 게다가 외국인 친구들은 너무 맛있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 정도면 나름 성공했나? 여행처럼, 일상처럼 하루하루 지내다 보니 벌써 8일이 지났다. 맥주도 마실 겸 살사 바에도 가봤다. 그냥 흔한 동네 술집처럼 보였는데 음악이 흘러나오자 너나 할 거 없이 손을 잡고 춤을 추기 시작했다. 흥겨운 음악에 아무나 붙잡고 자연스럽게 춤을 춘다. 과연 살사의 도시답다. 칼리에 오면 왜 춤바람이 날 수밖에 없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