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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KCHO 20130927-0928
느림은 우리에게 시간에다 모두 기회를 부여하라고 속삭인다. 그리고 한가롭게 거닐고, 타인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휴식을 취함으로써 우리의 영혼이 숨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나태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게으른 상태인 반면 느림은 삶의 매 순간을 구석구석 느끼기 위해 속도를 늦추는 적극적인 선택이다. - 피에르 쌍소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 매순간 판단과 선택을 해야 하는 일상에서 벗어나 이 시간만큼은 느리게 무계획으로 움직여보자- 했던 9월 속초

부여n군산 20130906-0907
iphonecanon EOS 5D MARK II 여행을 시작하며 기대하지 말아야 할 것은 여행이 일상의 큰 변화를 가져다 줄 것이라는 것이다. 준비하고 떠나는 태도가 이미 일상과 다르기 때문인데 우리는 매번 같은 기대를 하고 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 낯선 환경에 놓이기를 자처하는 이유는 여행에게서 삶에 대한 태도를 바꾸는 힘을 잠시 빌려올 수는 있기 때문이다. 산과 물에서 빌려 온 것에 잠시 머물러 본다. 부여의 진한 초록 들과 어린 나무들이 떠오른다. 다음에 다시 만날 때까지 여전히 아름다운 것으로 남아 있기 바란다. 그 도시도 나도.

그랑블루 리마스터링
어릴 때 다니던 수영장에는 한 쪽 벽에만 창이 있어 헤엄을 치다 보면 어느 순간 빛이 물을 관통해 사방이 반짝이며 일렁였다. 사각형의 빛은 점점 커지고 그 안에 있으면 보드랍고 따뜻하고 그랬다. 발이 닿지 않는 곳이었는데도 그 편에 대한 두려움도 없이 그렇게. 그랑블루를 보는 내내 그러더라. 그렇게 파랗고 차가운 바다를 보는데 천천히 태양의 고도가 올라오듯 주위가 점점 따뜻해졌다. 그리고 그냥 좋았다.

키친 컨피덴셜 (2005)
누구나 한 번쯤은 상상해보지 않았을까. 섹시한 요리사가 하얀 가운을 입고 요리를 해주는 모습을. 미식가의 혀는 또 얼마나 섬세하고 달콤할지 뭐 그런것들. 2005년 작품인 키친컨피덴셜은 그러한 패티쉬를 충족시켜준다. 뜨겁게 달아오른 팬을 잡은 굵은 팔뚝의 섹시한 요리사. 주방의 열기가 느껴지는 그들의 땀. 날이 서 번뜩이는 칼과 후각을 자극하며 완성되어 가는 요리. 코카인과 술에 중독되었던 요리사 잭 보데인이 노리타를 맡아 호홉이 잘 맞는 크루들과 주방을 이끌어 나가는 이야기이다. 그들의 경쟁과 우정 사랑, 이런 이야기. 는 안 나온다. 아 물론 보기에 따라 조금 나올 수도 있다. 보다 중독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옮겨가는 것이라는 걸 보여주듯 여자, 미친 싸움, 그리고 성장. 여기는 요리도 별로 안나온다.

20130525-0526
여행 자체의 퀄리티는 좋았다. 오후에 도착해 호텔에 짐을 풀고, 느릿느릿 걸어나가 대낮의 탭하우스에서 에일맥주나 홀짝이며 시간을 보냈다. 밤바다를 보며 회를 먹고는 약간의 취기에 올라 차가운 모래를 푹푹 밟으며 나가 케익을 사다 생일파티를 하고 캔맥주를 마시며 진지한 표정으로 그것이 알고싶다를 보다 잠드는 그런 날이었다. 이튿날은 숙소 앞에 있는 옵스에서 빵을 털어 바다가 보이는 커피집에서 슈크림을 핥으며 앉아있었다. 그렇게 또 오후가 되었다. 한 곳에만 머물러 있었기에 어느 도시에 다녀왔다고 말하기도 뭣한, 해운대 자체는 외국같기도 했다. 단순히 외국인이 많아서가 아니라 그 날의 빛이나 사진에 담겨진 모습들이 그러하였다. 아무 생각없이 보내기에 더없이 좋은 시간이었지만 글쎄, 아무 생각없어라 는 것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