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편적 글쓰기의 일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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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정 : 특출난 것은 없었다
이야기만 놓고 본다면 2시간 20분을 끌어갈 만한 힘이 있었나 의문이 든다. 긴장의 연속. 하지만 서사보다 그때그때 상황과 연기에서 빚어졌기에 기차씬 이후로는 기세가 꺾인다. 이때부터 팔짱을 끼고 어떻게 이야기를 매듭지을 생각인가 지켜보았다. 이정출이 김우진의 뜻을 이어받을 만큼 둘의 감정이 충분히 쌓이지 않았는데도 Bolero는 아름답게 이어받아 우아하게 폭발시킨다. (그 뒤에 어설픈 CG에 감흥이 곧 깨지긴 했지만) 시계 초침 소리를 베이스로 긴장감을 더해가는 주제곡은 좋았으나 When you're smiling은 생뚱맞다. 장면 자체만 보면 나쁘지는 않지만 전체적인 노래 흐름과는 튀는 느낌. 사실 영화도 어떤 흐름을 타기보다는 괜찮은 장면들을 엮었다는 인상을 준다. 헐겁지는 않지만 특출나


영화 <우리들> - 엄마, 나도 선이었어
다행이야, 독립영화라 지루할까 봐 걱정했는데 참 잘 만들었더라. 엄마는 어린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니 와 닿는 게 더 많았을 거야. '이건 엄마들도 꼭 봐야 해.', '요새 애들 딱 저래.', '어쩜 저렇게 아이들 마음을 잘 캐치했을까?' 들뜬 마음으로 감상평을 쏟아내는 엄마의 얼굴을 보면서 같이 영화보길 잘했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위화감이 든 이유는 뭐였을까. "엄마, 나도 선과 같은 아이였어." 나의 새삼스러운 고백에 엄마는 조금 놀란 목소리로 '아 그랬어?' 그러고는 이내 다른 이야기로 넘어갔지. 지나갔어, 그때처럼 별일 아닌 듯이. 하지만 엄마, 그렇다고 내가 선이였다는 사실이 변하지 않아. 5를 2로 나누면 몫 2와 나머지 1이 남지. 그 나머지 1은 주로 나의 몫이었

테일 오브 테일즈 : 도박의 묘미
이따금씩 나는 영화 예고편이나 포스터만 보고 관람을 결정한다. 누가 나온다, 별점이 얼마다, 이야기가 어떻다는 정보 없이 직감적으로 '그냥 이건 봐야 해' 결제 버튼을 누르는데, 여기서 결정의 책임은 온전히 내게 있기에 어떤 결과가 나오든 겸허하게 참는다. 이 무모한 도박의 끝에는 지루함에 온몸이 비틀리는 고문이 있기도 하지만, 몇 년이고 꺼내보는 보석 같은 작품을 발견하기도 한다. 는 오랜만에 만난 후자였다. 이 영화는 세 가지 이야기로 엮여있지만 구성이 촘촘하지도 않고 강력한 힘도 없다. 보편적인 서사를 기대한다면 답답할 수도. 다만 동화를 읽듯 따라가다 보면 치명적인 색감과 끝없이 디테일한 장식들, 그리고 묘한 이야기에 결국 끝까지 보고야 만다. 엔딩 크레딧 전체를

쥴앤짐 : 다자연애, 그 자유로움에 대하여
"여러 명이서 여러 명을 사귀는 거야." 응? 나는 바보 같은 표정을 지으며 그녀에게 되물었다. 사실 '다자연애'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직감적으로 무슨 뜻인지 알았지만 다시 물어봐야만 할 것만 같았다. 그렇지 않으면 내 도덕관념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합의하에 두 사람이 양다리, 문어다리 놓는 거라고 생각하면 돼. 뭐 말 안 해도 상관없고" 아 정말 그거였구나. 나는 맥주 한 모금을 마시며 눈을 감았다. 이해는 안 되지만 존중은 할 영역인가 그게 무슨 개소리냐 끊어야 할까. 마음속 한구석 절대로 건들면 안 될 최소한의 돌벽이 흐물렁거리자 멀미가 느껴졌다. 하지만 무엇이 옳고 그르냐를 따지기에 앞서 사실 그게 뭘까 하는 궁금증이 더 컸기 때문에 나는 양심에게 '조금만 참아볼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