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Mini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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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posts강원도 #20
#20 에, 에취! 훌쩍, 캬아악, 퉤. 화장실이 좁아 퉤, 하는 소리가 벽에 부딪혀 되돌아 온다. 코에 잔뜩 들은 콧물을 목으로 끌어내려 변기에 뱉는다. 아침부터 코가 말썽이다. 비염이 도진 것 같다. 처음엔 환절기에만 가끔 그러더니, 언젠가부터 만성이 되어 버려 조금만 온도 차가 나도 금세 코를 훌쩍이게 됐다. 그런데 신기한 일이다. 집을 나온 후 며칠이 지나가는데, 지난 며칠 동안은 전혀 증세가 없었으니 말이다. 화장지를 돌돌 말아 팽, 하고 코를 푼다. 변기에 화장지를 버리고 물을 내린다. 누런색 오줌물이 화장지를 빨아들이며 소용돌이 친다. 다시 코를 끌어모아 퉤, 하고 소용돌이 가운데에 뱉어 버린다. 거울을 보니 눈두덩이가 잔뜩 부어 있다. 누가 보면 밤새 생이별이라도 한 줄 알겠다. 에이, 그냥
강원도 #19
#19 툭, 하고 목덜미에 충격이 느껴진다.이제 이렇게 끝나는 거겠지. 드디어 자유로워 질 수 있겠지. 방을 넣어준 아줌마에겐 약간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래도 더럽진 않을 테니, 구조대원들이 치우고 나면 바로 방 받을 수 있을 거에요. 그런데 생각보다 나쁘진 않은 것 같다. 가죽이 조금씩 조여들며 목을 더 압박하지만, 아직 의식은 멀쩡하고 방 안의 상황이 명료하게 보인다. 테이블 위에는 어제 벌인 술판의 흔적이 남아 있다. 맥주병은 비워져 제 멋대로 뒹굴고 있고, 냉동 닭강정은 벌어진 뱃속에 젓가락을 꽂고 있다. 봉지 안에 몇개 남은 게 없어 의아하다. 술에 취해서 또 막 집어 먹었나 보다. 창문쪽을 보고 매달릴걸, 불이 켜지는 걸 보면서 불을 끌 수 있었을 텐데. 노트북으로 만들어 놓은 비트를 틀어 놓을
강원도 #18
#18 터미널을 지나 오른쪽 골목으로 틀어 들어가니 식당들이 마주보고 옹기종기 모여 있다. 망설임 없이 중국집으로 들어간다. 밖에서 볼 때는 몰랐는데, 규모가 상당하다. 홀이 꽤 넓고 격실도 대여섯 개나 있다. 엊그제 봤던 삼척 짜장면 맛집보다도 훨씬 큰 식당이다. 기대감이 높아진다. 삼선 짬뽕이 얼마냐고 종업원에게 물어 보지만 자리를 치우느라 바쁜 종업원은 묵묵부답이다. 카운터 쪽을 향해 좀 크게 소리쳐 삼선 짬뽕을 주문한다. 드디어 먹는 바닷가의 삼선 짬뽕이다. 내가 중학교 때까지 아빠는 화물차를 운전하셨다. 집 근처의 피혁 공장에서 짐을 받아 수출항이 있는 부산까지 운반하는 일을 정기적으로 하셨다. 아빠는 항상 도시락을 싸 가지고 다니시며 식대를 아꼈지만, 부산에서 일이 길어져 저녁을 먹고 출발하게
강원도 #17
#17 날씨가 많이 덥다. 에어컨 밑에 앉아 있는데도 이마엔 땀에 맺히고 커피잔엔 이슬이 맺힌다. 평소 같았으면 닦아내기라도 할 텐데, 한번 터진 주인 여자의 수다는 그럴 틈조차 주지 않는다. 헤드폰을 한쪽 귀에만 살짝 걸쳐 놓고, 난 아직 작업 중이니 좀 혼자 놔 달라는 사인을 강하게 어필한다. 이여자는 눈치가 없는 건지, 이방인이 반가운 건지 쉴 새 없이 자신의 속초 이야기를 쏟아낸다. "결혼하고 남편이랑 부천에서 맞벌이 하면서 살았었어요. 연애할 때는 둘이 좋아하는 커피 마시러 많이 다녔었는데, 결혼하고 애들 생기고 하니까 아침에 일어나서 잠들 때까지 커피 한 잔 할 시간이 없는 거에요. 회사일에, 집안일에, 애들 챙겨야지, 밥해 먹어야지. 정말 여유 없이 살았던 것 같아요. 어느 날은 충동적으로 남
강원도 #16
#16 허벅지 아래쪽이 벌겋게 익었다. 방바닥에 누워 꽤 오랜 시간 잠을 잔 것 같다. 아줌마가 문을 쾅쾅 두드려 잠에서 깼다. 시계를 보니 열두 시가 다 된 시간이다. 해는 이미 중천에 걸려 방 안으로는 그 창문 크기보다 훨씬 작은, 쪼그라든 네모 하나만을 허락한다. 방 안 이곳 저곳으로 눈부시게 산란하던 빛은 자취를 감추고, 네모칸 안에는 내 발목만 걸려 있다. 진흙에 빠져 장화만 남기고 발을 빼낸 모습 같아 보인다. 쿵쾅거리는 문 쪽을 향해 잠깐 기다리라고, 소리치고 주섬주섬 옷을 입는다. 아줌마가 짜증을 낸다. 문을 열기 전부터 체크아웃이 늦네, 방 정리해야 손님을 받네, 하면서 성화다. 짜증이 나서, 하루더 있겠다고 한다. 하늘로 치솟을 듯 째졌던 아줌마의 눈이 반달 모양으로 바뀌고, 난 지갑에서
![[굿즈] 웹툰 『악역의 엔딩은 죽음뿐』 트럼프 카드 : 아는 장면이라도 플레잉 카드로 수집하는 이 맛](https://img.zoomtrend.com/2026/06/05/1780650880-SE-1c22cf84-12af-4fb2-95c5-c6354bd47dfd.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