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하이라이트
Posts
17 posts
다시 제주
photo by. 하수처리(instagram @sootn) 3박 4일간 제주에 다녀왔다.타 회사 면접 볼 때 써야 하지 않을까, 혹시나 하는 설레발에 아끼고 아꼈던 연차가 3일 정도 남아 있었다.(결국 올해 이직에는 성공하지 못했다.)첫 해외여행이었던 태국을 잊지 못해 약 2년 만에 다시 그곳을 가볼까 했지만 여차저차 이러쿵저러쿵 요로코롬저러코롬 하여 "제주, 이번엔 널 택하겠어" 외치며 김선배와 함께 비행기 티켓을 예약했다.물론. 나보다 훨씬! 몇 배 더! 행동력 대장인 선배가 티켓을 예매한 덕택이 크다. 나는 결정장애에다가 무슨 일에든 고민하는 시간이 길어 결국 고민만 하다가 끝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자존감 하락 우려로 인해 이하생략하기로 한다). 어쨌거나. 놀라운 사실은 이번 제주도가 김선배의 첫

오월과 유월은 오사카-교토 그리고 제주도
한번도 혼자 여행을 해본 적이 없다. 내 여행에는 언제나 '함께'가 붙어 다녔다. 가족과 함께, 친구와 함께, 애인과 함께처럼. 내가 함께를 즐길 정도로 다른 누군가와 잘 어울리고 챙길 줄 알며 상냥한 사람인 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함께일 수 있었던 이유는내 곁의 이들이 다른 누군가를 잘 챙길 줄 알며 다정한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나는 인생을 헛살았는데도이런 사람들이 곁에 있어줬다는 것. 엄청난 행운. 이번 오월과 유월에 여행을 두 번이나 다녀올 기회가 생겼다.오월에는 엄마와 오사카-교토,유월에는 친구들과 제주도. 한번도 혼자 여행을 해본 적이 없다는 것은 곧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게 없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딸, 엄마도 해외여행 한 번 가고 싶어!"라는 엄마의 한 마디에 무턱대

밤은 길고 깊고 고요하고, <밤을 걷는 뱀파이어 소녀>
밤은 길고 깊고 고요하고 밤을 걷는 뱀파이어 소녀(원제: A Girl Walks Home Alone at Night) 새벽 네시 반,어떤 이는 한창 잠에 빠져 있고 누군가는 지친 몸을 이끌고 귀가하며 또 다른 이는 출근하기 위해 졸린 눈을 비비고당신은 잠들지 못해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는 시간. 그런 애매한 시간에 창밖으로 보 이는 청보랏빛 하늘을 보고 있으면내가 밤의 마지막 자락을 부잡고 매달려 있는 건지, 아니면 아침의 문을 열기 위해 달칵달칵 문고리를 열심히 돌리고 있는 건지,그렇게- 밤과 아침이라는 시간의 경계에서 희미한 얼굴을 한 채 한창을 허우적거리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밤이란 그런 거다.계속해서 허우적거리게 하고 헷갈리게 만드는 것- <밤을 걷

절대적이고도 상대적인 <위아영(원제: While we are young)>
나는 헷갈릴 때가 많다. 특히 사람들 사이에서, 누가 막내냐라는 질문 하나가 툭 튀어나오면 머릿속에서 가상의 도표가 그려지기 시작한다. “내가 몇 살이었더라, 쟤는 몇 살이지, 내가 언제 입사했고 쟤가 언제 입사했더라.” 머릿속 상상도표가 완성되면나는 어느새 이십대 후반 입사 3년차 선배가 되어있다. 스무살,책상 한가운데에 크레파스로 선을 지익 그어놓고 여기 넘어오면 다 내꺼, 라고 외치듯스무살,이란 선을 긋고 여기 넘어가면 다 어른! 이라고 모두가 말했다.멋 부리고 싶고 연애도 하고 싶고 500cc 생맥도 마셔보고 싶었던 내게“스무살만 넘어봐라, 너 하고 싶은 대로 다 할 수 있어. 네가 하기 싫다고 해도 하게 될 거야”라던 그때 당시의 어른들. 그들 말대로라면어른 되기 참 쉽다. 영화 <위

세상 모든 노라들의 해방, <베스트 오퍼>
세상 모든 노라들의 해방, 그림의 집 "베스트 오퍼" 영화 를 보면서 헨릭 입센의 을 떠올린 건 나뿐이었을까.이 영화의 주인공 올드만은 세계 최고의 감정사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자신의 감정은 감정하지 못한 게 아닐까. 아니 대체 그 나이 먹도록 사랑 한 번 못해본 건 또 뭐람. 게다가 여자와 몸 한 번 섞어보지 못했다는 대목에는 '아, 세상의 편견 앞에서 자신의 성 정체성을 드러내지 못해 안타까운 삶을 살아온 게이인가봐' 싶어 한순간 동정심이 앞섰더랬다. 그가 여자들의 눈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면서도여자들의 초상화가 그려진 온갖 명화들을 수집해 방 한가득 걸어두고 초상화 속 여자들과 하나하나 눈을 마주하는 장면은 섬뜩하기까지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