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o Narrans

[미국서부] 번외편: 에어비앤비

By  | 2020년 3월 22일 | 
1.킹스 캐년 아랫동네 어느 목장에서 에어비앤비로 이틀을 보냈다.GPS 신호도 잘 잡히지 않아 찾아오는데 애를 좀 먹었지만운치있는 집이라 제법 근사하다. 2.초목으로 둘러쌓인 언덕에 자리잡은 집에는검둥이 리트리버가 설렁설렁 돌아다니고낮은 나무 목책들이 길가에 뻗어 있어 분위기가 아주 목가적이다.테라스 카우치에 앉으면 천장 팬이 돌면서 시원한 바람이 기분좋게 불어온다.거기 앉아 뒷마당 정원과 해지는 목장의 노을을 바라보는 것도 좋았다. 3.깜깜한 밤에는 사방이 어두워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가끔 코요테같은 것들이 새벽에 목장 주위를 어슬렁 거리면주인 아저씨는 불을 밝히고 리트리버들이 경계를 선다.작년에는 마운틴 라이온 내려와 소 한마리를 물어 죽였단다. 4.주인 아저씨는 LA에서

[미국서부] 번외편: 잠깐 LA

By  | 2020년 3월 22일 | 
1.그리피스 천문대 Griffith Observatory에서 내려다본 경치가 생각보다 아주 좋다.높은 산은 아니지만 반반하게 넓은 LA도심을 시야에 가리는 것 없이 마음껏 내려다볼 수 있다.밤이 되면 별빛처럼 불밝혀진 라라랜드로 변하겠지. 2. 그 유명한 헐리우드는 생각보다 별 볼일 없는 번잡한 스트리트처럼 보였다. 아마 거리를 가득 메운 이들도 헐리우드의 유명세에 이끌려 이 거리를 찾아왔을 테다.정신 없이 사람들 틈에 휩쓸려 바닥을 보며 걷다보면 금세 거리 끝에 다다른다. 3.듣던대로 LA는 따뜻한 곳이다.건물들은 낮고, 야자 가로수는 하늘하늘 바람을 타고 흐느적거린다.풍요롭고 여유있는 캘리포니아의 분위기와교통체증이 공존하는 대도시의 번잡함이 오묘하게 섞여있는 듯 하다. 4.LA는

거대한 신들의 계곡 Kings Canyon

By  | 2019년 12월 29일 | 
거대한 신들의 계곡 Kings Canyon
1.그곳에 가기 위해서는 메마른 사막을 지나 눈 덮인 산을 뛰어 넘어야 한다.드넓은 캘리포니아의 들판을 지나 멀리 구름이 덮인 높은 산 속에 거대한 신들이 사는 계곡이 있다. 2.날 가장 처음 놀래킨 거대한 신은 요금소 옆에 우뚝 솟아 있는 신이었다.일반적으로 건물과 그옆에 서 있는 나무의 평균적인 비율이 무너진 것이다.그림을 그리다가 실수로 나무를 너무 크게 그려버린 것처럼 무언가 거짓말 같은 비례의 풍경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 3.너무나 거대한 나무가 내 눈 앞에 우뚝 서 있다.어릴때 세상의 놀라운 이야기같은 것을 써 놓은 책에 이 거대한 세콰이어 나무 이야기가 있었다.미국 캘리포니아에 가면 아주, 아주, 아주 거대한 나무가 살고 있다고.언젠가 꼭 보

[미국서부] 세콰이어 국립공원 Sequoia National Park

By  | 2020년 3월 22일 | 
1.세콰이어 국립공원에 이르는 길은 높은 능선과 깊은 계곡을 오르락 내리락 달려가는 길이다.킹스 캐년에서 세콰이어 국립공원까지 커다란 회색 바위들과 빽빽한 침엽수들 사이로 난 좁은 도로를 한참 달린다.운전하기가 쉽지만은 않은 구간이라 날씨가 좋지 않으면 종종 일부 구간이 폐쇄되기도 한다. 2.그렇게 달리다 공원 입구에 다다르면 갑자기 주변의 나무들이 점점 커지기 시작한다.굵은 나무 밑둥들이 하늘을 떠받치는 거대한 기둥처럼 땅에 박혀있다. 공기마저 바뀐듯한 신비한 분위기가 계곡 전체에 흐르고 있다. 3.센티넬 Sentinel이 굽어보고 있는 Giant Forest Museum에 이르면 또 한번 거대한 나무와 그 앞에 거짓말처럼 작아보이는 건물에 눈을 빼앗기지 않을 수 없다.내가 개미

피아노 The Piano, 1993

By  | 2020년 4월 1일 | 
파도가 밀려오는 해변에 놓인 피아노와 음악, 그리고 에이다. 거친 바다를 악착같이 건너온 피아노. 해변에 덩그러니 버려진 피아노. 베인스가 가져갔다가 스튜어트가 도끼로 찍어버린 피아노. 베인스에게 건반 하나를 내어준 피아노. 결국, 바다에 던져버린 피아노. 모두 에이다였구나. 피아노 선율만큼 구슬픈 오래전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