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챙겨둔 짐을 조심스레 들고 나와 낑낑거리며 계단을 내려왔다. 다른 때 같으면 3층 정도야 아무렇지 않지만 여행용 캐리어를 들고 있을 땐 이야기가 좀 다르다. 여태껏 묵었던 숙소에는 전부 엘리베이터가 있던 탓에, 드레스덴 숙소에 도착하여 계단을 본 순간 잠시 할말을 잃었더랬지... 그 무거운 가방을 들고 3층을 올라갔던 기억이 떠올랐다. 이 계단도, 동네도 익숙해지니 새로운 곳으로 떠난다. 길에는 등교하는 아이들과 부모들, 직장인들이 보인다. 한국에 있었다면 나도 이들과 다름없이 출근하느라 여념없을 시간. 트램을 기다리는 무리 속에 캐리어를 갖고 있는 건 나 밖에 없어 왠지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짜 이방인이 됐다는 느낌이었다. 국가, 피부색의 차이에서 오는 게 아니라 전혀 다른 생활에 놓였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