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 prisa sin pausa

0414 밀회

By  | 2014년 4월 15일 | 
그래서 이제 나는 네 집을, 너라는 애를, 감히 사랑한단 말은 못하겠어. 다만, 너한테 배워볼게. '그래서 이제 '까지 타이핑을 할 때 혜원은 '널 사랑해보겠어' 라는 말을 하고 싶었을 지 모른다. '이제'라는 말과 어울리지 않은' 못하겠다'는 술어의 모순은 혜원의 마음이 너무나도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 몇번이고 바뀌는 마음. 선재를 향해 질주하는 마음과 스타카토처럼 잠깐 잠깐 끊어 돌아오는 이성의 사이에서 혜원은 갈팡질팡중이다. 다음 날 아침에 있을 이사장과 영감과의 아침식사를 잊었을리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파르고 미끄러운 계단을 꾸역꾸역 올라가는 혜원의 가녀린 발과 어딘가모르게 결의에 찬 듯한 얼굴이 묘하다. 피아노실, 수줍은듯 '연애편지'라고 말하는 혜원의 목소리와

0408 밀회

By  | 2014년 4월 11일 | 
기다리는 드라마가 있다는 것은 일주일의 흐름이 더 느리게 느껴진다는 것. 어느땐가 나를 가지고 이리저리 장난을 치던 '연하남'에게 '나는 밀당 싫어해.' 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녀석은 한참 어렸지만 슬슬 꼬리를 치는 것이(!) 여우같았고 난 그의 '순수하지 못한' 모쏠남의 모습에 넌더리가 났었던 것 같다. 그 당시 나는 생각했다. 여자를 모르니, 이렇게 기분나쁘게 여자를 가지고 놀수도 있는거구나. 내가 좀 가르쳐줄까. 우습게도, 그녀석은 나보다 한참 어린, 그러나 그보다 연상의 여자를 만나 연애중이며 나는 혼자다. 그녀석이 선재처럼 내게 돌직구를 날렸더라면, 그리고 그것이 마음에 야들야들 다가오면서도 싫지 않은 솔직함으로 돌돌 쌓여 있었다면 나는 분명, 혜원 처럼 넘어갔을것이다. '내 마음을

밀회.

By  | 2014년 4월 1일 | 
밀회. [명사] 남몰래 모이거나 만남. 이렇게 무미 건조한 사전적 의미로는 드라마 밀회를 설명할 수 없다. 누군가 그랬다더라고. 그들이 들키지 않게 망을 봐주고 싶다고.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던데 분명 남이 하고 있지만 응원아닌 응원을 하게 되는 이유는 뭘까. 이선재의 숨소리가 불안정함이 그의 마음을 말해주는 것 같아 신경이 쓰이고 혜원의 흔들리는 눈빛이 그녀의 마음을 보여주는 것 같아 나도 같이 흔들린다. 그들의 피아노 연주를 보고 듣고 있자면 숨을 멈추게 된다. 어쩜, 피아노 치는게 저렇게 아슬아슬해 보일 수 있는지. 밀회를 보고 있자면 A가 생각난다. 그녀석도 나방이 불에 뛰어들듯 그런 사랑을 했었다. A는 아주 큰 상처를 받고 불에서 나왔었고, 내게 다시는 사랑을 하고

라디오, 음악도시

By  | 2014년 4월 4일 | 
중학교 때 부터 라디오를 듣기 시작했다. 듣는 시간은 8시-10 에서 나이가 들수록 10-12시 혹은 12-2시로 바뀌었었다. 성시경의 푸른밤을 듣게 된건 스무살. 그러니까 내 이상형의 남자를 성시경, 이라고 정하게 된 계기가 이때였었다. 게스트도 없이 시작한 음악과 성디제이의 목소리로 가득 채워진 그 프로그램이 나는 너무 좋았다. 이때부터 주변인들에게 나는 꾸준히 라디오를 듣는 감성적인 여자, 로 불렸었다. 성시경을 끔찍히도 좋아하는 여자, 로 불렸기도 하고. 그러나 내가 성시경 이란 사람을 빠순이 수준으로 생일 챙기고 앨범 기념일 챙기고 하며 좋아한건 아니다. 글쎄, 뭐랄까. 이 사람이, 이 남자가 좋았다. (여전히 생일도 모르고, 사는 곳도 모르고 편지 한통 보내본적도 없지만) 여튼, 한때

0401 밀회

By  | 2014년 4월 2일 | 
거짓을 말하지 않았다. 다만 사실도 말하지 않았을 뿐. 말마따나 어리고 혈기왕성한 그는 계속 밀어부친다. 거기에 속수무책으로 웃기도 마음상하기도 하는 자신을 마주하는 것은 영, 괴롭다. 머리는 아니라고 하는데 마음은 자꾸 가는거 그게 지금의 나와 닮아 보는 내내 마음이 아렸다. 후두둑 떨리는 선재의 숨이 불안한 내마음에 쏟아졌다. 자꾸 옷매무새를 다듬고 머리를 만지는 혜원의 몸짓이 눈에 까슬까슬 남는다. 자신을 문앞에 세워두고 바닥을 바득바득 닦는 선재를 혜원은 안쓰럽게 바라본다. '어려운 환경에서 여기까지 왔구나, 기특하고 짠한것.' 열심히 정리 중인 선재의 모습에서 진한 청년의 냄새가 났다. 방을 청소하러 가끔 들렀다는 여자친구의 존재를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하는 선재가 얄밉다. 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