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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제주

By  | 2014년 10월 2일 | 
9월 제주
혼자 하는 여행이 왜 좋은가에 대해 여행지에서 혼자 걸으며 조금 생각을 해 봤는데, 그건 마술을 쓰지 않고 가장 '투명인간'에 가까운 느낌을 경험하게 되는 방법이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럼 나는 왜 투명인간상태를 원하고 있는 걸까. 타국에서 이방인 지위로 산 경험 때문에 성향이라기보다 습관이 된 건가. 하지만 오히려 그 전 조국에서 보낸 십대가 훨씬 더 이방인 같은 삶이었다. 투명인간이 된 양 상상하며 한참 걷다가 결국 도달한 곳은, 투명하게 될 지언정 인간이기를 포기하지는 않고 싶은 이중적인 욕망이었다. 베르베르 단편이었나, 오직 '생각'에만 몰두하기 위해 육체를 없애고 결국에 뇌만 남겨 놓은 사내의 이야기를 떠올리다가 그건 정말 대단한 삶에의 의지라고 생각했는데. 나도 비슷한 (인간)삶에의 의지가 뜻밖

불편한 경험을 판매하는, 불편함

By  | 2020년 1월 9일 | 
얼마 전에 새로 알게 된 서비스, <불편함>. 불편을 넣는 ‘함’이라는 뜻으로 이름지었나 보다. 일상 속의 다양한 장소에서 겪는 불편함을 글로 적어 올리고, 그 불편의 가치를 측정해 포인트로 적립해 준다. <불편함>에서 사용하는 포인트 단위는 블록체인 기반의 “BOX”. 글에 따라 평가가 완료된 불편가치가 BOX 단위로 적립되고, 적립액이 모이면 커피/패스트푸드 등 다양한 업종에서 상품 기프티콘으로 교환할 수 있다. 앱을 설치하고 나서 거짓말처럼(?) 극장, 편의점 등에서 글로 남기고 싶은 불편함을 경험했다 (‘거짓말처럼’이 아니라 사실 크고 작은 불편함은 언제나 겪게 마련 ㅋㅋ). 불편을 팔기 위해서는 먼저 판매자 등록을 하고, 불편했던 에피

꽤 괜찮았던 서울 day trip: 명동에서 종로까지

By  | 2019년 10월 16일 | 
꽤 괜찮았던 서울 day trip: 명동에서 종로까지
지난 한글날 명동에서 점심 모임이 있었다. ‘걷기’를 같이 하는 친구들끼리 일정 기간 한번씩 함께 ‘마라’를 먹는 모임인데, 앞선 모임은 훠궈 냄비를 보유한 친구의 집에서 훠궈, 샹궈 등의 메뉴로 몇 회 열었고 이 날은 모처럼 외식으로 명동에서 모이게 되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이 날 모임 덕에 명동 마라 -> 팬케익 디저트 -> 을지로, 청계천 산책 -> 종로 세운상가 -> 종묘 구경 -> 광장시장 -> 먹을 거리 사들고 세운광장에서 피크닉 -> 서울옥상 야경 감상 -> 다시 명동으로 걷기 코스를, 마치 여행자처럼 누비고 다녔고 그게 참 나쁘지 않아 기록한다. 하루가 다 저물고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됐을 때는 집이 아닌 근처 ‘숙소’로 들어가야 할 것

그만 찍고 싶은데 그게 잘 안 되는, 꽃사진

By  | 2020년 4월 11일 | 
청초한 자목련. COVID 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모든 종류의 외출을 자제하고 있지만, 볼 일 있어 나간 길에 맞닥뜨리는 꽃과 나무들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 어느덧 벚꽃도 절정이 지나고, 이제는 연두와 초록의 계절이 성큼. 지난 얼마간 외출이라 봤자 점심, 장보기, 약국, 알바, 사전투표가 다 였지만 그 틈틈이 꽃을 열심히 봤다. 응암역, 불광천의 시작점에서 내려다 본 벚꽃길. 얼마 전 불광천에 새로 심은 튤립이 피어나는 모습. 새삼스럽게 환상적인 벚나무. 햇살까지 도와 줌. 바람 많이 불던 날 밤. 수퍼문과 벚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