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짖는소리

이상한 열매가 열리는 나무 - 노예 12년

By  | 2014년 4월 12일 | 
올해 아카데미를 거머쥔 스티브 매퀸의 신작 '노예 12년' 에선 그의 전작들처럼 손상되고 훼손된 신체의 이미지를 전면에 부각시킨다. '헝거'에선 자신의 신념을 위해 단식을 하던 마이클 파스빈더의 메마른 신체를, '셰임'에선 (역시나 매퀸의 페르소나인) 파스빈더의 욕망과 고독으로 분열된 몸을 끈질기게 노출 시킨다. 고통 받는 몸의 전시는 영화 '안'의 현실을 영화 '밖'의 현실에 던져주며 관객이 이를 느끼고 체험하게 해준다. 노예 12년은 아름다운 미국 남부의 풍광 속에 무심히 흑인 노예들의 노동을 던져놓음으로써 객관적인 시선으로 그들을 보게하지만, 반대로 그들의 몸에 가해지는 무거운 노동과 날카로운 폭력은 단순한 관찰을 뛰어넘는 섬뜩함을 남긴다. 그 중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이미 무수한 매체에서 환기된

멈춘 듯 흔들리는..

By  | 2013년 5월 19일 | 
멈춘 듯 흔들리는..
돈 존스턴으로 분한 빌 머레이는 도저히 표정을 지을 줄 모른다는 듯 군다. 무려 줄리 델피가 이별을 통보하고 떠날 때 돈이 보이는 리액션이라곤 고작 소파에 얼굴을 파묻는 것 뿐이다. 이렇게 표현에 서툰, 함께 사는 연인을 '정부'로 느끼게 할 만큼 건조한, 사내가 돈 주앙과 비견되는 천하의 바람둥이라는 것이 의아할 따름이다. 그가 여행길에 오르기로 결심한 이상 무언가를 얻어와야 한다면 그에게 필요한 것은 관계의 윤활유가 되어줄 누군가를 향한 표정 짓는 법일 것이다. 그러나 '출발 - 여행 - 귀환' 이라는 평면적이고 고전적 수법으로 설계된 이 느슨한 로드 무비는 돈이 여행의 끝에서 무엇을 얻었지에 대해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는다. 돈의 감정에 높은 파고나 세찬 바람을 불어 넣지 않는다. 살랑 불어온 미풍과 가

단어 넘어의 단어 - 행복한 사전

By  | 2014년 4월 22일 | 
단어 넘어의 단어 - 행복한 사전
상대에게 정확한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단어의 바다를 헤엄치다 길을 잃었던 경우가 있다. 그러다 내 본의가 아닌 단어를 상대에게 잘 못 건네 실망과 오해를 되돌려 받곤했다. 내 마음을 오롯이 표현할 마춤한 단어를 찾아 상대에게 주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나 - 너 사이에 감정의 교류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올바른 단어를 선택하려는 노력, 그리고 그 단어가 갖고 있는 뜻을 이해하려는 노력에 다름 아니다. 하지만 단어의 바다는 넓고 깊어 가늠하기 힘들고 대양 앞에 선 개인은 무력하기만 하다. 고맙게도 그 바다 위 배를 띄우려는 이들이 있다. 험난한 언어의 바다 위 길잡이가 되어 주고, 사람 이라는 섬 사이를 이어주려고 노력하는 이들이 있다. 영화 '행복한 사전'은 '대도해'라는 사전을 편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누구에게나 4월 하나쯤은....

By  | 2013년 4월 29일 | 
누구에게나 4월 하나쯤은....
21세기에도 뭇 청춘들 가슴 아련히 옥죄며 감성의 결을 쓰다듬고 있지만, 어쩌겠는가? 이와이 슌지는 20세기의 아이콘이고 내 대학 초년 추억의 이름이다. 세기의 말에 전성기를 구가했던 그의 이름 뒤에 20세기란 말을 붙여 놓으니 한껏 예전 사람처럼 낡은 느낌이 난다. 내 대학 초년 시절도 알고보면 몇해 전 가까운 일인데 이젠 서먹하고 감감한 것처럼 말이다. '4월 이야기'가 재개봉 한다는 소식에 예전 외장하드에서 영화를 꺼내 들었다. 꺼내 틀었다. 이 영화의 예전 파일을 찾아 모니터 위에 걸어 놓는건, 마치 앨범 속 사진을 꺼내 보는 것과 같았다. 영화는 잊고 있었던 기억들을 복원해내는 기이한 경험을 선사했다. 잠시 잊었던 과거는 옅은 채도로 채색된 영화처럼 한껏 치장된 모습으로 현재에 말을 걸어왔다. 물

진격의 좀비 - 이젠 좀비조차 사랑을 하는데... Shit!

By  | 2013년 5월 18일 | 
진격의 좀비 - 이젠 좀비조차 사랑을 하는데... Shit!
사실 글의 제목으로 달아 놓은 애니메이션 '진격의 거인'도 뒤에 예로 들어 볼 미드 '워킹데드'도 받아만 놓았지 보지는 않았다. 보지도 않고 아는 척 글을 쓰지는 않겠으나 대충 어떤 영화이고 망가인지 알고 있으니 퉁치고 넘어가자. 기실 21c를 화려하게 수놓는 여타 좀비영화들도 장르 영화랍시고 대충 퉁치고 넘어가는 것들이 얼마나 많나? 그렇다고 이해 못하거나 의아해 하지 않자나? 꼭 똥인지 된장인지 먹... 아니다. 장르란, 최소한의 안정망이다. 장르 영화라는 밥집에 들어가는 순간 최소한 몇 숟가락은 떠먹고 음식을 품평하지 애초에 맛이 없어 밥상을 뒤엎거나 하진 않는다. 이미 여타 식객들에 의해 보장받은 레시피에 따라 영화를 만들기 때문에 그렇고, 이미 익숙해진 음식이기에 맛이 조금 달라도 반감이 덜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