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작가 지망생 및 회사원

약자(弱者)의 삶 - 천하장사 마돈나

By  | 2014년 11월 15일 |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싶은 영화 중 하나, 바로 이해준 감독의 데뷔작 '천하장사 마돈나'이다. 한여름 정자 밑 선선한 바람같은 소소한 유머들도 참 매력적이지만 무엇보다 이 영화가 '사회적 약자'를 대하는 방식이 꽤나 감동적이다. '사회적 약자'를 다루는 이야기는 보통 그들의 '삶'보다는 '실태'에 주목하고자 한다. 그들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랄지, 그들이 세상에 전하는 메시지랄지, 그들의 삶을 통하여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을 찾으려 애쓴다. 하지만 이 '사회적 약자'들이 사는 삶이 그렇게 문제적이기만 할까. 주인공 오동구를 흔히 말하는 '사회 문제'로 엮어보자면 우린 그를 성소수자, 편부모 가정(게다가 폭력적인 아버지), 저소득계층 등으로 정의를 내릴 것이다. 물론 영화에서도 그의 문제적 생활들

일본이라는 나라

By  | 2014년 11월 8일 | 
일본이라는 나라
나는 일본이라는 나라가 좋아한다. 그 나라에 속한 몇몇이 극단적으로 이중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점은 빼고 그 나라가 본인 나라를 대하는 태도가 참 좋다. 그 나라에 내가 갔을 때 나 또한 그 나라를 그렇게 대하는 모습을 보일 때, 그것도 참 좋다. 사실 풍전등화와 같은 나라이다. 언제 어디서 땅이 흔들릴지 모르고 어느 바다에서 쓰나미가 몰려올지, 어느 산에서 화산이 폭발할지 전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그럴까 그들은 자연 앞에서의 우리는 너무나도 작은 존재임을 또한 그것이 주는 불행과 행복의 크기가 얼만큼인지 가늠할 줄 아는 나라인 것 같다. 그들은 그들 자신이 크게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을 이미 아는 듯하다. 놀랄만큼 엄청난 패러다임의 변화를 이끌지는 않지만 작은 규모의 변화를 도모한다. 이를

런던, 런더너 민박 가는 길

By  | 2014년 11월 9일 | 
그때가 밤 11시쯤은 됐으려나, 폭풍같았던 20대 그리고 다시없을 애증의 2번째 직장을 뒤로하고 유럽여행길에 오른지 열 몇시간만에 히드로 공항에 도착했다. 나의 첫 유럽은 바로 이곳 런던 그리고 런더너 민박. 긴 호흡을 가다듬고 민박 바우처와 오이스터카드 사용법을 적은 노트를 꺼내들었다. 이론상으로는 완벽했는데 언제나 그렇듯 여행의 시작은 곧 혼란의 시작이다. 게다가 여긴 낯선 유럽의 어딘가, 늦은 밤, 그리고 혼자. 일단 어깨를 짓누르던 9kg짜리 배낭에서 짐을 반 정도 덜어내어 공항에서 산 캐리어에 쑤셔 넣었다. 밤 11시에 공항 가방가게에서 1분만에 캐리어를 고르고 어서 택을 떼어달라더니 심지어 몸뚱이 반만한 배낭에서 짐을 마구 꺼내어 담는 동양인 20대 여성을 그들은 뭐라 생각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