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누이 잇신 감독의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일본에서는 2003년 제작돼 발표됐지만, 한국에 개봉된 것은 해를 넘긴 2004년 10월. 사실 더 할말이 없는 걸작 중 걸작이지만, 그래서 자꾸 말하고 싶은 영화다. 줄거리는 심야의 마작 게임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 츠네오가 밤마다 유모차를 끌고 산책하는 할머니를 만나면서 시작된다. 유모차에 수상쩍은 물건이 있을 것이라고 수근대는 말과 달리, 놀랍게도 그 안에는 불구 소녀, 조제가 있었다. 이렇게 이들은 만나고 가까워지며 사랑을 시작하지만, 시간에 따라 변하는 감정과 처지를 실감한다. 영화에서 관객의 가슴을 찌르는 것은 이들이 바로 이같은 현실을 아무렇지도 않게 냉정하리만치 담담히 받아들인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