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NDTRAX

미클로스 로자 Miklos Rozsa의 [프로비던스 Providence]

By  | 2014년 11월 27일 | 
미클로스 로자 Miklos Rozsa의 [프로비던스 Providence]
[프로비던스]는 미클로스 로자의 후기작에 속한다. 1973년 [신밧드의 대모험] 이후 약 4년간 침묵을 지켰던 그는 알랭 레네와 손잡고 예술적이면서도 우아한 이 작품으로 자신의 건재를 알렸다. 일련의 기독교 사극 블록버스터들에서 들려줬던 화려하고 서사적인 오케스트라 대신 좀 더 개인적이고 내밀한 사운드에 집중하는 이 진중하고 스산한 스코어는 레네의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야기와 맞물리며 독특한 애수와 감상을 던져준다. 미스터리하지만 아름답고 섬세한 멜로디를 피아노와 현악에 맞춰 연주한 테마가 무엇보다 인상적이며, 그 뒤를 든든하게 받쳐주는 오케스트라의 숨겨진 위용도 여전하다. 로자는 낭만적이고 고전적인 관현악의 풍취를 누구보다 잘 알고 또 훌륭하게 구사하는 작곡가다. [프로비던스]에선 음악적 비중이

엔도 코지 遠藤浩二의 [표류가 漂流街]

By  | 2014년 11월 27일 | 
엔도 코지 遠藤浩二의 [표류가 漂流街]
다른 여느 감독과 작곡가 콤비처럼 미이케 다케시 역시 선호하는 자신만의 작곡가가 존재한다. 1964년생의 엔도 코지가 바로 그로서, 24살부터 영상 음악에 뛰어든 재즈 기타리스트 출신의 뮤지션이다. 워낙에 미이케 다케시가 다작을 하는 터라 모든 작품을 함께 하는 건 아니지만, 필모 전반에 걸쳐 그의 이름이 꾸준히 등장하는 걸로 봐서 미이케 다케시에게 그의 존재는 꽤나 중요해 보인다. 1997년 [레이니 독]을 시작으로 [풀 메탈 야쿠자], [중국의 조인], [데드 오어 얼라이브] 시리즈, [소년 우연대 3], [오디션], [일본 흑사회], [비지터 Q] 같은 그의 V-cinema 시절의 초기작부터 [아지테이터], [가타쿠리가의 행복], [사부], [샹그릴라], [극도공포대극장 우두], [착신아리], [제브라

이시카와 추 石川忠의 [쌍생아 雙生兒]

By  | 2014년 11월 27일 | 
이시카와 추 石川忠의 [쌍생아 雙生兒]
미이케 다케시에게 엔도 코지가 있다면 츠카모토 신야에겐 이시카와 추가 있다. 일본의 팀 버튼과 대니 엘프만, 혹은 데이빗 린치와 안젤로 바달라멘티 콤비라고 해도 좋을 그들의 관계는 지금으로부터 약 사반세기 전, 1989년 [철남]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기괴한 상상력의 소유자 신야와 메탈과 퍼쿠션으로 다져진 추의 조합은 강렬한 비주얼과 그 못지않게 센 음악의 조합이라는 점에서 무엇보다 인상적이다. 그로테스크함 속에서 탐미적이고 파괴적이며 고독한 현대인의 초상을 찾아내는 신야의 영상은 파괴적이고 충격적인 사운드 테러이자 도발적인 시도를 멈추지 않는 추의 음악을 만나며 화룡정점을 찍었다. 둘 다 정식으로 영화와 음악을 공부하지 않았기에 관습적인 틀과 제약에서 벗어나 자기식대로의 원초적인 작품을 완성해낼 수 있었던

해롤드 펠터마이어 Harold Faltermeyer의 [탑 건 Top Gun]

By  | 2014년 11월 27일 | 
해롤드 펠터마이어 Harold Faltermeyer의 [탑 건 Top Gun]
너무나 유명하고 익숙해 곁에 두면 되려 촌스러워질 거라 생각했었던 걸까. 길고 긴 시간을 돌아 이렇게 손에 들린 [탑 건]의 사운드트랙은 비록 그간 갖고 있지 않았어도 모든 곡을 알고 있을 만큼 친숙하다. 케니 로긴스나 베를린, 러버보이나 티나 마리, 칩 트릭, 마이애미 사운드 머쉰 등 그때 그 시절의 쟁쟁하기 이를 데 없는 라인업이야 말로 이 앨범의 백미인데, 다양한 장르의 곡들이 고루고루 포진되어 있는 게 정형적인 80년대 히트 사운드트랙의 포맷을 갖췄다. 끝에 스코어 하나 실어주는 것도 센스고. 1999년에 다섯 트랙을 보강한 확장판이 발매되기도 했지만, 동네 헌책방에서 들렀다 떨이로 굴러다니는 일본판본이 있길래 빈손으로 나오기도 뮛 해 가벼운 마음에 집어 들었다. 80년대 사운드트랙의 진정한 승

에리히 볼프강 코른골트 3종 세트.

By  | 2014년 11월 27일 | 
에리히 볼프강 코른골트 3종 세트.
에리히 볼프강 코른골트를 듣는다. 1934년부터 1945년까지 많은 수는 아니지만 그가 쏟아낸 작품들은 모두 걸작이 되었다. 영화음악을 ‘노래하지 않는 오페라’라고 본 그의 독특한 시선은 단편적이고 파편적일 수 있는 하나 하나의 큐들을 전체적으로 이어지게 만드는 흐름을 부여해냈다. 후기 낭만주의 사운드를 계승한 그는 할리우드 스코어의 전형을 만들어냈고, 위대한 테마와 탄탄한 화성, 변화무쌍한 리듬으로 귀와 가슴을 매혹시켰다. 이 천재적인 능력을 영화라는 틀 안에만 가두기에 답답했을지 모른다. 그렇게 영화와 멀어진 그는 자신의 작업을 이어갔지만 영화음악가라는 낙인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그건 그 시대의 굴레고 멍에였다. 아이러니하게도 살아생전 영화음악으로 폄하받았지만, 사후 영화음악으로 재평가되었다. 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