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연화(2000)
By u'd better | 2014년 3월 17일 |
왕가위 영화 중 거의 유일하게 별다른 감흥이 없었던 영화라서 언제 다시 봐 봐야지 하고 있었는데 작년인가 재개봉 이후 드디어 vod 목록에 올라왔다. 월요일부터 너무 졸린데(월요일이라서 졸린 건가) 내일은 늦잠을 잘 수 있는 날이라서 너무 일찍 자기는 아깝고, 안 봤던 영화를 보기에는 좀 많이 피곤한 상태라서 오늘 화양연화를 보기로 했다. 2000년 개봉인 걸 보니 정말 꽤 많이도 나이를 먹고 다시 본 건데 이럴 수가, 예상과는 달리 여전히 별 감흥이 없었다. 사람에 따라서 개인적으로 감정이입을 하고 볼 여지는 충분하겠지만 이상하게도 예전에도 지금도, 해피투게더나 동사서독을 볼 때처럼 마음이 아프지 않았다. 장만옥은 알겠는데 마지막 앙코르와트 장면으로 짐작만 할 뿐이지 사실 양조위의 마음은 얼마나 깊었는지도
첨밀밀, 1996
By DID U MISS ME ? | 2022년 2월 28일 |
시작부터 뚱딴지 같은 소리지만 난 운명을 믿지 않는다. 우리네 만남과 이별이 모두 저 하늘 윗편 어딘가에 존재하는 누군가가 힘 좀 써서 만들어낸 결과물이라고? 그건 너무 힘빠지지 않는가. 하여튼 개인적으론 운명을 믿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운명'이라는 요소가 중요하게 여겨지는 멜로 드라마란 장르까지 내가 구태여 거부할 필요는 또 없지. 귀신과 악마의 존재를 굳이 믿지 않아도 오컬트 장르를 즐길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의 만남이 그저 스쳐지나가는 게 아니었다는 말. 운명을 믿고 안 믿고를 떠나, 그 말이 품은 소중한 절박함은 사람들의 마음을 뿌리채 흔들어 놓기에 더없이 충분하다. 그리고 그러한 수많은 멜로 드라마 장르의 영화들 중 <첨밀밀>은 특히나, 그 '운명' 자체가 영화의
일대종사
By u'd better | 2013년 9월 5일 |
삶에 후회가 없다는 건 다들 하는 말이에요 후회가 없으면 얼마나 재미없을까요? 지인들의 반응이 그다지 좋지만은 않아서 별로 기대하고 보지는 않았지만 역시 다들 평이 별로였던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도 좋게 봤었기 때문에 실망하지 않을 줄은 알았다. 왕가위 영화 치고 서사가 많아 설명이 많은 대신 전체적인 이미지는 조금 약해진 면이 없지 않지만 (물론 무술씬들은 모두 무척 아름답고 긴장되지만. 특히 궁가 64수는 말할 것도 없고) 왕가위식 정서는 여전해서 내겐 이 정도만으로도 만족스러웠음. 정서를 건드리는 영화라고는 찾기 힘든 요즘같이 황폐한 영화판에 이게 어디냐. 단 주인공인 엽문에게서는 흔들림 같은 것은 그다지 느껴지지 않아 감정이입은 주로 장쯔이에게 하게 되었고 왕가위 영화인 만큼 아무래도 멜로에 무
왕가위, <2046> (2004)
By 사치와 평온과 쾌락 | 2012년 4월 22일 |
누구나 가슴 속에 묻어둔 사람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보통 행복한 기억 속의 사람들은 굳이 묻어두지 않아도 때때로 싱그러운 바람으로 마주하지만, 아픈 기억 속의 사람들은 일부러 꼭꼭 묻어두어도 결국은 스스로가 파헤치고 만다. 양조위는 최악의 로맨스 영화 속의 최악의 주인공이다. 자기는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 헤매이며 다른 여자들에겐 본인의 쾌만을 충족시킨다. 지나친 그녀들은 그에게 자신만은 결코 사랑이었기를 기대하지만, 그는 10달러를 쥐어주며 일회용이라고 냉정하게 내뱉는다. 그는 다른 건 다 줄 수 있어도 결코 줄 수 없는 한가지가 있는데, 그것은 마음이란다. 그런 진부하기 짝이 없고 싸구려 명대사를 쿨하게 날리고 장쯔이에게 등을 돌리며 피식 하는데, 그 장면에서 정말 뜨악했다. 양조위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