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플라워 호가 상륙했던 플리머스(Plymouth)와 케이프코드(Cape Cod) 국립해안공원 비지터센터
지난 3월에 일주일의 짧은 대학교 봄방학을 한 지혜를 데려오기 위해서, 버지니아의 집에서 금요일 오후에 출발해 1박2일 동안에 약 750 km를 운전해서 토요일 오전에 보스턴 지역의 기숙사에 도착을 했다. 여름방학까지는 필요없는 짐들을 차 트렁크에 가득 싣고 기숙사를 나와서, 딸의 남친을 만나 함께 4명이 점심을 먹고는 헤어진 후에, 가족 3명이서 차가운 봄비가 내리는 도로를 남쪽으로 달렸다.
그래서 도착한 곳은 보스턴에서 차로 약 1시간 거리의 남쪽에 있는 플리머스(Plymouth)라는 작은 바닷가 마을이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모녀가 비바람을 뚫고 차에서 내려 까만 모자를 쓴 칠면조와 함께 사진을 찍었는데, 그 아래에 '1620'이라는 숫자가 적혀 있다.
우리의 목적지는 뜬금없이 바닷가 도로변에 세워진 저 기념관(?)으로 오른편에 보이는 안내판에 플리머스록(Plymouth Rock)이라는 제목이 보인다.
이 곳은 매사추세츠 주의 필그림 주립기념공원(Pilgrim Memorial State Park)으로 바로 1620년에 종교의 자유를 찾아 메이플라워(Mayflower) 호를 타고 신대륙으로 건너온 청교도들이 상륙해서, 그들이 출발했던 영국의 플리머스(Plymouth) 항의 이름과 같은 마을을 미국 뉴잉글랜드 지역에 처음으로 건설했던 곳이다.
주립공원 안내판을 고해상도로 올려드리니 클릭 후 확대해서 내용을 직접 읽으실 수 있는데, 지금 찾아가는 기념관의 주인공(?)에 대한 역사가 잘 소개되어 있다. 그 분은 바로바로...
저 아래 모래사장 위에 놓여져 있는 저 바위 덩어리 되시겠다~^^ 모녀의 표정이 웃고는 있지만 "우리가 이 돌멩이 보려고 비바람을 무릅쓰고 여기까지 온거여?"라는 속마음이 그대로 느껴진다.
1620년에 메이플라워 호로 신대륙에 이주한 102명이 처음으로 밟은 땅이 바로 저 바위였다는데... 앞서 보여드린 안내판에 따르면, 상륙 후 120년이나 지난 1741년에 당시 95세의 할아버지가 "그 때 사람들이 저 바위를 밟고 내렸다 카더라~"라고 처음으로 말씀하셨단다. 그 후 지금 보이는 윗부분만 잘라서 박물관으로 옮겼다가 1880년에 숫자 '1620'을 새겨서 다시 바닷가로 가지고 왔고, 1920년에 상륙 300주년을 기념해서 '바위님'을 위해 이 기념관을 만들었다고 한다.
바위를 보호하기 위해서 감시 카메라도 설치를 해놓았는데 저 발자국들은 뭘까? 사실 아메리카 대륙 최초의 영국식민지는 버지니아 남쪽에 1607년에 건설된 제임스타운(Jamestown)이지만, 거기는 영국회사들이 주로 빈민이나 부랑아, 전과자들을 배에 태우고 신대륙에 와서 오직 돈벌이를 목적으로 만든 식민지였다. 그래서 오늘날 미국인들은 신대륙의 이상과 종교적 열정, 개척정신을 가지고 여기 도착했던 102명의 사람들을 필그림파더스(Pilgrim Fathers), 즉 '순례의 조상들[巡禮始祖]'이라 부르면서 그들의 진정한 선조로 생각한다. 참고로 이주한 102명 중에서 종교적 박해를 피해온 청교도는 35명에 불과했으며, 나머지 절반 이상은 역시 식민지 개발회사의 이익을 위해 고용된 사람들이었다.
그렇게 역사적인 여기 플리머스 마을에는 복제한 배인 메이플라워 2호(Mayflower II) 범선과 필그림 박물관 등의 볼거리가 있다지만, 저 기우뚱한 모녀의 자세에서 알 수 있듯이 바람이 너무 심하게 불고 추워졌기 때문에, 다른 곳을 더 둘러볼 형편이 아니어서 비바람이 좀 잦아들기를 바라며 바로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대서양을 건너왔던 사람들이 상륙한 곳이니까 동쪽 끝이라고 생각했던 플리머스에서, 다시 6번 국도로 한참을 더 동쪽으로 달리면 케이프코드 국립해안공원(Cape Cod National Seashore)이 나온다.
이 곳은 그 국립공원의 남쪽 입구라고 할 수 있는 솔트폰드 비지터센터(Salt Pond Visitor Center)이다. 비는 좀 멈췄지만 날씨는 계속 흐리고 추워서 적막한 비지터센터의 입구가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하지만 역시 실망시키지 않는 비지터센터의 내부... 가운데 커다란 지도에서 플리머스는 서쪽 육지에 면해 있고, 갈고리처럼 툭 튀어나온 반도의 동쪽 끝이 케이프코드 국가해안이다. 그 아래쪽으로 역시 매사추세츠 주에 속하는 두 개의 큰 섬이 보이는데, 왼편은 '마사의 포도밭(Martha's Vineyard)'이라는 특이한 이름의 휴양지이고, 오른편도 바로 허먼멜빌의 소설 <백경>에 등장하는 고래잡이 항구가 있는 낸터컷(Nantucket)으로 유명한 관광지이다. 봄방학 여행계획을 세울 때는 둘 중 하나라도 다음날 가볼까 생각했었지만, 3명의 뱃삯이 너무 비싸서 후일을 기약하기로 했다.
전시실로 들어가는 입구의 공원이름 아래에는 한국에서도 유명한 책 <월든(Walden; Life in the Woods)>의 저자로 매사추세츠 주 출신의 사상가 겸 수필가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Henry David Thoreau)의 글귀가 씌여있다. 그는 이 바닷가를 좋아해서 4번이나 여행와서 감상을 기록했는데, 그 글들은 사후인 1865년에 <코드곶(Cape Cod)> 책으로 출간되었단다. "어이 거기 앞에 가는 지혜야, 너 대학 선배님이시다~"
약간은 2% 부족한 느낌의 전시실이었지만, 이것저것 자잘한 볼거리가 많았다. 역시 앞쪽에 고래에게 작살을 던지는 그림처럼 옛날 고래잡이와 관련된 물품들이 많았는데,
포경선에서 다음 고래가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한가한 시간에, 선원들이 잡은 고래의 이빨에 이렇게 그림을 새겼다고 한다.
코드곶의 '코드(cod)'가 제일 위에 보이는데, 당연히 우리에게도 익숙한 생선으로 입이 커서 '대구(大口)'라 불리는지 처음 알았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옛날에는 엄청나게 잡혔지만, 지금은 모두 개체수가 줄어서 어업에 제한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 쪽 대서양 대구(Atlantic cod)는 한국에서 주로 먹는 태평양 대구(Pacific cod)보다는 더 크고 육질이 좀 달라서, 매운탕을 끓여도 맛이 별로 없다고 하니까 낚시 좋아하시는 분들은 참고하시길~
길이가 약 65마일(105 km)에 이르는 케이프코드에는 무려 18개의 등대(lighthouse)가 있는데, 전시실 가장 안쪽에 사진으로 걸려있던 가장 유명한 저 등대는 내일 직접 보기로 하고, 예약한 숙소를 향해서 갈고리의 끝쪽으로 30분 정도 더 운전을 해서 찾아갔다.
갈고리 끝의 마을인 프로빈스타운(Provincetown)에 있는 샌드캐슬 리조트의 스위트룸 거실에 들어오자마자 모녀가 오션뷰를 즐기며 감탄하고 있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오래간만에 따님을 모시고 하는 가족여행이라 엄마아빠가 좀 질렀음...^^
이 날 밤에 진눈깨비가 내릴 정도로 추웠기 때문에, 이 발코니에서 못 먹고 거실에서 먹은 것이 옥의 티이기는 하지만... 이런 멋진 풍경이 보이는 숙소에서는 밖으로 안 나가고 점심 레스토랑에서 남아서 싸온 음식과 컵라면 등으로 저녁을 때우는 것이 진리였다.
오션뷰라고는 했지만 정확히는 이 바다는 동남쪽을 향하는 케이프코드 만(Cape Cod Bay)으로, 대서양 망망대해는 정반대쪽으로 언덕을 넘어가야 만날 수 있다. 보스턴이 고향인 지혜 남친의 아버지도 예전에 여기 케이프코드에 집이 있었다고 하던데, 보스토니안(Bostonian)들의 인기있는 여름 휴가지로 보스턴에서 배를 타고도 올 수 있는 프로빈스타운 마을과 또 케이프코드의 유명한 등대들을 둘러본 다음 날의 이야기가 별도로 계속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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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넌도어 국립공원의 일몰을 구경하고, 센터빌(Centreville)에서 두 번의 대륙횡단 이사를 모두 끝내다!
작년 10월 대륙횡단 이사기록의 마지막 편을 쓰려고 하니, 정말로 모두에게 특별했던 지난 3년간의 추억이 떠올라서 먼저 한 번 순서대로 정리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9년 연말에, 대학생 지혜가 첫번째 겨울방학을 맞아 LA의 집으로 돌아왔고, 우리는 스타워즈 9탄 영화를 한인타운에서 관람하고 그로브몰의 크리스마스 장식을 구경하며 연말을 보냈다. 이듬해 1월초에 겨울 요세미티로 2박3일 가족여행을 다녀온 후에, 지혜가 보스턴으로 돌아가며 자신이 속한 하버드 오케스트라의 6월 중국 원정공연이 기대된다고 했지만, 거기서 시작된 무슨 전염병이 미국에서도 환자가 나오기 시작했다는 뉴스도 함께 들려왔다...
불과 두 달만인 2020년 3월에 코로나 바이러스는 전세계로 퍼졌고, 지혜도 봄방학과 함께 다시 집으로 완전히 돌아와 무기한의 '락다운'이 시작되었다. 첫번째 대확산의 정점이 조금 지난 후부터 그래도 우리는 등산과 캠핑도 조금씩 다니다가, 8월에는 자동차 캠핑여행 9박10일을 하면서 자이언 내로우(Narrows) '인생 하이킹'도 했었다.
화장실 휴지가 품절될까 걱정하며 2020년말을 보내고, 연초에 지혜는 마침내 보스턴의 기숙사로 돌아가서 2학년 봄학기를 보내기로 했다. 2021년 2월부터 아내를 시작으로 차례로 모두 코로나 백신을 맞았고, 여름방학 시작과 함께 북부 캘리포니아로 7박8일 자동차여행을 또 다녀왔다. 그리고 지혜는 다시 보스턴으로 돌아가 아르바이트를 하며 여름방학을 혼자 보내고, 8월말에 딸을 만나고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우리 부부는 동부로 이사를 결정했다.
그렇게 해서 2021년 10월에 직접 차를 몰고 두 번의 대륙횡단 이사를 했고, 연말을 백악관 앞에 만들어진 내셔널 크리스마스 트리를 가족이 함께 구경하면서 보냈다. 올해 2022년 초부터 미국은 거의 정상적인 일상으로 돌아와서, 여름휴가로 사람 많은 플로리다 디즈니월드를 가는 바람에 우리 부부도 결국 코로나에 걸렸다가 낳았고, 3학년을 마친 지혜는 뉴욕 맨하탄에서 10주간 인턴생활을 했다. 그리고 벌써 대학교 4학년으로 내년 봄 졸업을 앞둔 지혜가 마지막 겨울방학을 맞아 다시 버지니아의 집으로 돌아와 있다.
이상과 같은 3년간의 코로나 사태가 없었다면, 어쩌면 우리집 역사에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미동부 버지니아로의 이사... 그 2차 대륙횡단의 마지막 날에, 1차에서는 구경을 마치고 나왔던 손톤갭(Thornton Gap) 출입구로 들어가서, 그 때 달리지 못한 쉐난도어 내셔널파크(Shenandoah National Park)의 북쪽 1/3을 마저 구경하기로 했다. (공원에 대한 소개와 지도는 여기를 클릭해서 1차 횡단기를 보시면 됨)
국립공원을 종단하는 스카이라인 드라이브(Skyline Drive)에 있는 약 70개의 전망대 중 한 곳에 차를 세웠더니, 안내판에 아래와 같은 글귀가 적혀있는게 이 마지막 포스팅과 뭔가 어울리는 듯 하다.
"No man ever steps in the same river twice, for it's not the same river and he's not the same man."
Heraclitus of Ephesus, Greek philosopher
약 보름 전의 1차 대륙횡단 때보다 훨씬 노랗고 빨개진 쉐난도어의 가을단풍을 감상하며 계속 북쪽으로 운전했다.
산맥의 서쪽이 내려다 보이는 다른 전망대에 차를 세웠는데, 남서쪽에 낮게 자리잡은 짧은 해가 긴 그림자를 만들고 있다.
손가락으로 V자를 하고 있는 것이, 여기 우리 동네 유일의 내셔널파크를 벌써 두번째 방문했다는 뜻일까? 아니면 오늘 두번째 대륙횡단도 마친다는 뜻일까? (사실 당시 저 운전자는 피곤해서 아무 생각이 없었고, 필자가 그렇게 의미를 부여하는 것 뿐임^^)
기억하시겠지만 올해 2022년에 같은 도로를 반대방향으로 달리며 구경한 쉐난도어의 가을단풍을 이미 소개해드렸었다. 그러나 위에 인용했던 그리스 철학자의 말을 빌리자면 "누구도 같은 단풍을 두 번 볼 수는 없다. 왜냐하면 ..."
이 동네에서는 드물게 새빨갛게 단풍이 들어서 기억이 나는 이 나무가 서있는 곳은,
공원의 가장 북쪽에 있는 안내소인 디키리지 비지터센터(Dickey Ridge Visitor Center)의 주차장이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사람들이 삼삼오오 앉아있는 저 언덕의 잔디밭쪽으로 걸어가보니...
파란 하늘 아래로 붉은 노을을 만들며 해가 떨어지고 있었다. "어둡기 전에 산을 내려가야겠당~"
석양을 받고 있는 저 비지터센터 내부의 모습은 여기를 클릭해서 앞서 언급한 올해 단풍구경 포스팅을 보시면 된다.
이 때 너무나 당연한 사실을 하나 깨달은게 있는데, 이제 앞으로 살아가야 할 미동부에서는 해가 바다로 떨어지는 일몰을 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 날이 2021년 11월 1일이었으니까, 거의 정확히 14년전에 위기주부가 찍은 옛날 사진을 아래에 하나 보여드리면,
미국 LA로 이사온 후 처음, 2007년 11월 3일에 야자수가 서있는 태평양 바다로 떨어지는 해를 사진에 담았던 모습이다. (사진이나 여기를 클릭하면 당시 위기주부의 첫번째 게티센터/산타모니카 여행기를 보실 수 있음)
두 번의 대륙횡단을 하면서 1백 장은 찍은 것 같은 커플셀카도 마지막으로 한 장 찍고는, 국립공원 북쪽 프론트로열(Front Royal) 출입구로 나가서 66번 고속도로를 한 시간 정도 달려서 대륙횡단의 종착지를 찾아갔다.
그 곳은 버지니아 최대의 한인타운인 센터빌(Centreville)의 쇼핑몰로, 1차에서는 여기 파리바게트 빵집이 목적지였고, 지금 2차는 오른편 끝에 보이는 고깃집에 들어가 저녁을 먹었다. 이로써 LA에서 워싱턴DC까지 12박13일 동안에 약 3,500마일(5,635 km)을 달린 2차 대륙횡단 이사도 무사히 끝났었고, 그 여정을 기록한 28편의 여행기도 다행히 해를 넘기지 않고 이제 탈고를 한다. (1차 20편과 함께, 도합 48편의 대륙횡단기는 아래의 배너를 클릭해서 모두 차례로 보실 수 있음) 처음 요약한 것처럼 그렇게 지난 3년은 모두 흘러갔고, 곧 시작될 새로운 2023년에는 당장은 연초에 잡혀있는 중요한 일이 아무 문제없이 잘 되기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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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애나(Indiana) 주를 지나 켄터기(Kentucky) 주의 매머드 동굴(Mammoth Cave) 국립공원에 도착
현재 미국의 63개 내셔널파크(National Park)들 중에서 땅속의 동굴(cave)을 보호하기 위해 지정된 것은 딱 3곳이 있다. 뉴멕시코주 칼스배드캐번(Carlsbad Caverns) NP는 2015년에 LA 집에서 출발한 자동차여행에서, 사우스다코타주 윈드케이브(Wind Cave) NP는 2018년 덴버에서 렌트카로 각각 방문을 했었다. 이제 마지막으로 하나 남아있던 미국 중서부 켄터키(Kentucky) 주에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동굴'이라는 맘모스케이브 내셔널파크(Mammoth Cave National Park)를 2021년의 2차 대륙횡단에서 구경했던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구글 타임라인에 기록된 2차 대륙횡단 11일차의 전체 이동경로로, 아침에 일리노이주 오카우빌(Okawville)을 출발해 4시간을 달려서 국립공원을 구경하고, 1시간 떨어진 켄터키주 엘리자베스타운(Elizabethtown)에 숙박했다. 지도 남쪽에 1차 대륙횡단에서 지나갔던 테네시주 내슈빌(Nashville)이 가까이 보이는데, 만약 1차에 이 국립공원까지 올라와 구경했었다면 2차에는 세인트루이스에서 북쪽으로 방향을 잡아 지도 위쪽의 스프링필드, 인디애나폴리스, 신시내티 등의 도시들을 구경하며 동쪽으로 갔을지도 모르겠다.
지도 가운데 있던 에반스빌(Evansville)은 인디애나주의 남서쪽 끝이라서, 64번 고속도로를 타고 '미국의 교차로(Crossroads of America)'라는 인디애나(Indiana) 주를 잠시 통과했다. 링컨이 7~21세 동안 살았던 집이 Lincoln Boyhood National Memorial로 지정되어 이 주에 있는 것은 알았는데, 그 아래 붙은 표지판은 누구를 말하는지 몰라서 포스팅을 쓰면서 찾아보았다. "후지어 프레지던트(Hoosier President)가 뭐지? 후져... 대통령이 후지다는 뜻인가? 미국의 후진 대통령이라~"
인디애나주 출신의 벤저민 해리슨(Benjamin Harrison)은 1889~1893년 재임한 미국의 제23대 대통령으로 (이름도 얼굴도 처음...), 취임 1달만에 폐렴으로 사망했던 제9대 윌리엄 해리슨 대통령의 손자란다. 또한 지금까지 유일하게 전임자와 후임자가 동일한 대통령인데 (그로버 클리블랜드가 재선 실패 후 다시 도전해서 당선됐음), 상상만 해도 끔찍하지만, 혹시라도 2024년에 바이든이 트럼프와의 재대결에서 진다면 두번째가 된다. 그리고 영단어 Hoosier는 '촌뜨기'라는 뜻으로 인디애나 사람들이 스스로를 그렇게 부르는 애칭인데, 지역 인디언들이 옥수수를 hoosa라 불렀기 때문에 '옥수수를 키우는 사람'을 의미했던 것으로 추측된단다.
40분 정도 지나서는 이름에서 '두메산골' 느낌이 나는 켄터키(Kentucky) 주로 접어들었는데,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경마대회인 켄터키더비(Kentucky Derby)가 열리는 곳이라 환영간판에 "Unbridled Spirit" 문구와 함께 말을 그려놓았다. 물론 이 주의 이름이 세상에 알려진건 KFC(켄터키후라이드치킨) 덕분이지만, 미국을 대표하는 위스키인 옥수수로 만드는 버번(Bourbon)의 고향으로도 유명한데, 버번 위스키를 숙성하는 배럴의 수가 약 450만명인 주의 인구보다도 많다고 한다! 또 켄터키 주에는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군사기지가 있는데...
바로 미국 연방정부가 보유한 금괴를 숨겨놓은 장소로 알려져서, 각종 이야기와 음모론에 자주 등장하는 포트녹스(Fort Knox) 육군부대가 숙박했던 엘리자베스타운 바로 북쪽에 자리잡고 있다. 이렇게 위기주부가 처음 밟아보는 2개 주에 대해서 간단히 알아보았고, 이제 본격적으로 국립공원 여행기를 시작해보자~
우리는 브라운스빌(Brownsville)을 지나 공원의 서쪽 입구로 들어갔는데, 가을비까지 내리는 인적없는 좁은 산길을 한참 달려서 이 간판을 만났을 때 참 반가웠다. (65번 고속도로와 가까운 남쪽 출입구가 정문) 공원 이름 아래에는 이 곳이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자연유산(World Heritage Site) 및 국제생태계보존지역(International Biosphere Reserve)임을 알려주고 있다.
마침내 매머드 동굴(Mammoth Cave) 국립공원의 비지터센터에 도착을 했는데, 주차장과 건물이 엄청나게 크고 사람들도 많아서 정말로 둘 다 놀랬던 기억이 난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동굴 국립공원들은 입장료는 없는 대신에, 역시 유료투어를 통해서만 동굴 내부를 구경할 수 있다. 여기는 처음 소개했던 다른 두 곳보다 훨씬 많은 종류의 투어가 진행되는데, 여름철에는 10개 이상의 각기 다른 코스의 예약이 모두 꽉 찬다고 한다. 우리는 가장 일반적인 투어를 오후 2시로 미리 예약을 해놓았기 때문에, 먼저 여유있게 전시실을 둘러보았다.
1941년에 내셔널파크로 지정된 이 곳은 지상 약 214 ㎢ 면적 아래에, 현재까지 탐사된 동굴의 길이만 600 ㎞가 넘는 세계에서 가장 긴 동굴지대(cave system)로, 지하의 석회암이 빗물에 의해 침식되어 만들어진 전형적인 카르스트 지형이라고 한다.
지하에 호수와 강이 만들어져 있어서 동굴 생태계도 다양한데, 특히 사진에 보이는 눈이 완전히 퇴화되서 없어진 물고기가 서식하고 있단다. 사람들이 전시실을 둘러본다고 투어 시간을 놓치지 않도록, 안내판마다 모퉁이에 "What time is your tour?"라는 말과 함께 시계를 붙여놓은 것이 보인다.
기념품 가게에 들어갔더니 핼러윈을 앞두고 이렇게 거미줄과 테이프로 벽장을 장식해놓았다. 제일 아랫줄 왼쪽에 버번트레일(Bourbon Trail)에 관한 책이 보이는데, 앞서 소개한 것처럼 켄터키에서 양조업이 발달할 수 있었던 이유도, 카르스트 지형으로 인해 위스키를 만들기 좋은 지하수를 쉽게 구할 수 있어서라고 한다.
점심을 사먹기 위해 건너편 카페를 찾았는데, 벽면에 이 곳의 여러 동굴과 함께 미국의 다른 동굴들의 사진도 걸어놓았다. 자세히 보면 처음 소개한 다른 두 국립공원은 물론이고, 가운데 칸에 역시 우리가 방문했던 쥬얼케이브 준국립공원(Jewel Cave National Monument)의 포스터도 보인다.
투어를 예약한 시간에 맞춰 모이는 장소로 갔더니, 이미 제법 많은 사람들이 우리 '털보 레인저'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영어가 다 들리지도 않았고 기억도 가물가물하지만 굉장히 재미있고 친절한 가이드였던 것만 떠오른다.
인원이 다 모인 후에 비지터센터 뒤쪽에 있는 동굴입구로 걸어가고 있는 우리 일행들인데, 오른쪽 비지터센터에서 왼쪽에 우리가 점심을 먹었던 카페가 있는 호텔 건물을 연결하는 구름다리가 보인다. 저 다리가 있는 줄 모르고 우리는 차를 몰고 빙 돌아서 왔다갔다 했었다는...^^
노란 가을단풍이 든 내리막 길을 걸어서 우리가 찾아가고 있는 곳은 1798년에 서양인들이 최초로 여기 동굴을 발견한 입구로, 이제 우리가 참가하는 히스토릭 투어(Historic Tour)의 출발점이다. 국립공원 브로셔에 전체 투어가 진행되는 구간의 동굴 구조도가 가로로 길게 그려져 있는데, 그 중 왼쪽 절반의 그림만 아래에 보여드린다.
이 절반의 그림 중에서도 우리가 이제 둘러보는 곳은 제일 왼쪽의 약 1/4 정도로, Historic Entrance로 들어가서 시계방향으로 제일 작은 루프를 한바퀴 도는 것이었다. 그림을 자세히 보면 우리 투어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땅속의 강과 호수인 River Styx와 Lake Lethe 등이 보이는데, 옛날에는 그 지하 '저승의 강'에서 관광객들이 보트를 탈 수도 있었다고 한다.
처음으로 동굴이 발견되었던 입구로 내려가는 계단이 보이는 곳에서 가이드가 마지막으로 주의사항을 안내하고 있는데, 왼쪽 뒤로 헬멧을 쓴 레인저와 장비를 착용한 사람이 보인다. 지금도 매머드 동굴은 전문가들에 의한 탐사가 계속되고 있는데, 아직 발견되지 않은 터널의 길이가 1천 km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위에 보여드린 기념품에도 그려져 있던 동굴의 입구 모습으로 마침 비가 많이 내려서 계단 옆으로 폭포수가 떨어져 동굴 안쪽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 "설마 동굴이 물에 잠기지는 않겠지?"
어둠 속으로 들어가다가 잠시 뒤를 돌아본다... 항상 동굴 투어를 시작할 때면, 다시 저 빛을 무사히 보게 해달라는 쓸데없는 기도(?)를 하게 된다~^^ 참, 이 곳이 매머드 동굴로 불리는 이유는 처음 발견한 사람들이 그냥 크다고 그렇게 이름을 붙인거지, 동굴 안에 기다란 상아의 맘모스(Mammoth)가 돌아다니고 있는 것은 아니니까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마시고, 잠시 후 철문을 지나서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동굴 속의 모습은 다음 편에서 계속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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