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은 방울방울 おもひでぽろぽろ (1991)
By 멧가비 | 2017년 5월 17일 |
![추억은 방울방울 おもひでぽろぽろ (1991)](https://img.zoomtrend.com/2017/05/17/a0317057_591bed8d7cb77.jpg)
제목은 유명한데 본 사람은 없는 영화 중 하나. 성인 여성이 추억을 되새기는 여행 쯤의 작품으로 흔히 "알고만" 있지만, 주인공인 타에코가 작중 회상하는 유년기의 기억들에 따뜻하긴 커녕 되려 폐부를 찌르듯 아프기까지 하다. 영화는 방울방울하지 않다. 무신경한 부모, 짓궂은 형제, 밉살스런 동급생들. 살면서 평범히 있을 법한 사소한 삐걱거림이 누군가에게는 자기혐오로 까지 이어지는 트라우마의 뿌리일 수도 있다. 모래알이든 바윗덩이든 물에 가라앉기는 마찬가지라고 하듯이 말이다. 영화는 타에코가 기억 어딘가에 눌러뒀던 응어리를 찾아내어 마주하는 과정이다. 유기농사의 "유기"를 "용기"로 잘못 알아듣는 장면은 영화 전체를 함축한다. 이른바 킨포크 라이프. 농사 흉내를 내며 시골의 삶을 이해한 척 한 자
퍼펙트 블루 Perfect Blue (1998)
By 멧가비 | 2021년 2월 9일 |
"객체에 대한 과물입과 주체성 상실", 즉 자신의 삶을 살 에너지를 모조리 외부 대상에 대한 관심에 쏟아 붓는다는 소리다. 아주 오래 전부터 문학과 예술이 경고했으나 온전히 인정받는 데에 너무 오래 걸리는 현대인의 정신병이기도 하다 동경하는 대상을 향한 정서적 헌신은 그 대상에 대한 소유욕으로 번지고, 대상과 자신의 동일시로 가는 과정의 경계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소위 팬심이라는 것은 어쩌면 양날의 칼이면서 독이 든 사과 같은 것이다. 그 미묘한 심리를 영화는 조용하고 서늘하면서도 섬세하게 묘사하는데, 실사 영화로 할 법한 톤의 이야기를 애니메이션이라는 화법을 통해 하는 이종교배의 작법이 작품의 정신착란적 분위기를 배가시킨다. 사이코 스릴러라는 장르를 다룸에 있어서 헐리웃 영화의 카피 같은 뻔한 서사
동경 이야기 東京物語 (1953)
By 멧가비 | 2016년 11월 8일 |
![동경 이야기 東京物語 (1953)](https://img.zoomtrend.com/2016/11/08/a0317057_5821a662e8eb9.jpg)
영화가 깊게 여운을 남기는 관념, 내게 그것은 "가족이라는 집단의 아이러니"다. 장남 코이치와 차녀 시게는 연로한 부모를 부담스러워 하고 과부가 된지 오래인 삼남 쇼지의 아내, 즉 며느리 아닌 며느리 노리코만이 진심으로 극진히 보살핀다. 바쁜데 왔다며 노부모를 보며 투덜대는 차녀, 그러나 보조 미용사를 둔 동네 미용실 원장이다. 촌각을 다투거나 자리를 비우면 안 되는 직업군도 아닐 뿐더러 손님이 그렇게 많아 보이지도 않는다. 노모가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고도 다급한 기색 하나 없던 장남은 애초에 직업이 의사. 언젠가 키타노 타케시가 한, "가족이란 아무도 보지 않을 때 내다 버리고 싶은 존재다"라는 말은 어쩌면 이 영화와 가장 가까운 정서에서 나온 말이 아니었을까. 이기적이고 무심한 자식들
갤럭시 가도 ギャラクシー街道 (2015)
By 멧가비 | 2016년 9월 19일 |
![갤럭시 가도 ギャラクシー街道 (2015)](https://img.zoomtrend.com/2016/09/19/a0317057_57df8f56d78a9.jpg)
한 때 온갖 외계인들의 통행으로 시끌벅적했지만 지금은 폐지 계획이 논의 될 정도로 쇠락해버린 우주의 한 가도(街道). 그 가도에 자리잡은 여행자 전용 패밀리 레스토랑 산산버거(Sand sand Burger 혹은 33 Burger)를 배경으로 한 '역시나' 인간군상극. 미타니 코키 특유의, 시덥잖다 싶은 몇 개의 이야기들이 흐름을 타고 모여 제법 시끌벅적한 한 방으로 터지는 구조의 소동극인데, 대중적인 SF 작품들에 대한 패러디와 맞물려 일상적이면서도 동시에 신비로운 분위기가 흐르는 제법 독특한 작품이다. 특히 스페이스 오페라 작품들을 언급하면서 정작 이야기는 제한된 장소로 국한시킨 언밸런스함이 재미있다. 어떤 면에서는 SF 심야식당이라 불러도 될 법하다. '스타트렉'의 벌칸과 같은 외모를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