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컨 탄생지(Abraham Lincoln Birthplace) 국립역사공원과 켄터키 버번트레일(Kentucky Bourbon Trail)
링컨이 암살당한 워싱턴DC의 포드 극장(Ford's Theatre)을 얼마 전에 소개하면서 (포스팅을 보시려면 클릭), 작년의 2차 대륙횡단에서 그의 출생지도 방문을 했었다는 말씀을 마지막에 드렸었다. 미국 중서부 켄터키 주의 엘리자베스타운(Elizabethtown)에서 대륙횡단 12일차 아침을 맞았는데, 거기서 남동쪽으로 조금 떨어진 호젠빌(Hodgenville)이라는 시골마을 농장의 작은 통나무집에서 미국의 제16대 대통령인 에이브러햄 링컨(Abraham Lincoln)이 1809년 2월 12일에 태어났다.
10월의 마지막 날이었지만 아주 파랗게 잘 다듬어진 잔디 언덕에 만들어 놓은 링컨 탄생지 국립역사공원(Abraham Lincoln Birthplace National Historical Park)의 간판이 보인다. 일찌기 1916년에 내셔널파크(National Park)로 지정되어 전쟁부에서 관리하다가, 1939년에 국립공원청으로 이관되면서 국립역사공원으로 변경이 되었단다.
주차장에 우리 이삿짐차 말고는 다른 차도 없었던 것 같고, 일요일 아침에 문 열자마자 와서 방문객이 우리밖에 없다고 생각하며, 나지막하게 만들어 놓은 비지터센터의 안으로 들어갔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당시 코로나 때문에 최대 수용인원이 15명이라는 안내판을 세워놓은 내부에는, 역시 직원 1명 이외에 다른 사람은 보이지가 않았다. "앗싸~ 1등이다! ㅎㅎ"
머리에 예쁜 레이스 두건을 쓰고 엄마품에 안긴 아기가 링컨 대통령이니까, 아마도 수 많은 그의 동상들 중에서 가장 어린 모습이 아닐까 생각된다.^^
링컨의 할아버지가 가족들을 이끌고 버지니아에서 켄터키로 이주를 했는데, 그는 인디언의 습격으로 사망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들 토머스는 당시로는 가장 변방인 땅에서 목수일을 배우면서 개척자(Frontier) 가족을 꾸렸다. (참고로 빨간 점으로 표시된 링컨이 소년시절을 보낸 인디애나와, 사회생활을 시작한 일리노이에도 NPS가 관리하는 국립공원이 각각 있어서, 이 곳과 DC의 포드극장 및 기념관까지 총 5곳이 관리되고 있음)
링컨의 아버지 토머스(Thomas)와 어머니 낸시(Nancy)는 1806년에 결혼을 해서 첫 딸을 낳고, 1808년에 200달러에 여기 농장을 매입해서 사진과 비슷한 작은 통나무집을 짓고 살면서 둘째 링컨을 낳았다고 한다. 대강 이 정도 둘러보고 전시관의 옆문으로 나가서 조금 걸어가면 기념물이 보이는데...
"앗! 우리보다 먼저 온 아낙네들이 있었네..." 링컨 탄생 100주년에 공사가 시작되어 2년여 후인 1911년 11월에 당시 태프트(William H. Taft) 대통령을 비롯한 3천명의 사람들이 모여서 헌정식이 열렸는데, 유명한 워싱턴DC의 링컨기념관(Lincoln Memorial) 보다도 11년이나 먼저 만들어져서 링컨 대통령을 기리는 최초의 기념물이란다.
아낙네들이 무슨 중요한 사진을 찍는 것 같아 밑에서 좀 기다린 후에, 링컨이 사망한 나이에 정확히 맞춘 56개의 계단을 걸어 올라간다. 기념관의 뒤쪽으로 돌아가면 내부로 들어갈 수 있는 문이 나오는데, 그 안에는...
통나무집(log cabin) 한 채가 실내에 만들어져 있다! 전시실에 사진으로도 남아있던 통나무집의 목재를 이용해서 이 안에서 다시 조립을 한 것이라는데... 한 때는 그 사진 속의 통나무집에서 링컨이 실제 태어났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되었고, 그냥 이와 비슷하게 생겼을 허름한 농부의 집에서 링컨 대통령이 태어났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는 것 뿐이라고 현재는 설명되어 있다.
기념관을 나와서 다시 56개의 계단을 내려오면, 그 옆으로 여기 농장의 이름이기도 했던 싱킹스프링(Sinking Spring) 우물이 아직 남아있어서 밑으로 내려가보고 있다.
대륙횡단기 전편의 매머드 동굴 국립공원 여행기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켄터키주는 카르스트 지형이라서 땅이 꺼진 곳에 지하수가 고인 우물이 많은데, 여기는 더 이상 물은 보이지 않고 지금은 젖은 낙엽들만 잔뜩 구멍에 쌓여 있었다.
상쾌한 시골의 아침 공기를 맡으며 잘 만들어진 산책로를 따라서 공원을 좀 더 걸어보기로 했다.
기념관이 만들어지고 방문객이 늘어나자, 바로 인접한 사유지에 1928년에 Nancy Lincoln Inn 건물과 그 옆으로 개별숙소로 사용되는 4개의 캐빈이 만들어져 2차대전까지는 성황리에 영업을 했다는데, 지금도 옛모습 건물들이 그대로 남아있다.
그 지붕에 올라 앉아서 아침 햇살에 젖은 날개를 펼쳐서 말리는 새들의 모습인데, 커다란게 독수리처럼 보였다.
기념관이 정면으로 보이는 공터에 만들어져 있던 벤치와 모형을 지나서 주차장으로 돌아갔는데, 비지터센터 뒤쪽의 숲속으로도 보드워크를 잘 만들어 놓아서 좀 더 걸어보기로 했다.
브로셔에 '대통령의 발자취(Pathway of a President)'라 되어있는 이 보드워크의 완만한 경사를 따라서, 휠체어로도 기념관까지 올라갈 수 있도록 해놓은 것이다.
노란 단풍이 든 깨끗한 아침 숲속을 참 기분좋고 편하게 걸었던 추억이 떠오른다~
그래서 커플셀카를 찍는데 웃음이 절로 나왔던 모양이다...^^ 이렇게 링컨 탄생지(Abraham Lincoln Birthplace) 국립역사공원 방문을 마치고 공원 밖으로 나갔는데, 차에 기름을 넣어야 해서 제일 먼저 눈에 띄는 주유기가 있는 가게로 들어갔다.
그 오래되어 보이는 주유소의 이름도 Lincoln's General Store였다. 그리고 대륙횡단을 계속하기 위해서 네비게이션이 알려주는데로 시골길을 조금 달렸는데, 도로 왼편으로 똑같은 이름의 국립공원 간판이 또 등장을 해주시는 것이 아닌가!
같은 공원 이름의 아래에 작게 'Boyhood Home Unit'이라고 된 이 곳은, 링컨이 태어난 농장이 소유권 문제에 휘말려, 2살때 북동쪽으로 10마일 떨어진 여기 놉크릭(Knob Creek)으로 가족이 쫒겨난 곳이다. 커다란 건물은 비지터센터로 사용되는 이 마을의 태번(Tavern)이었고, 역시 그 옆의 작은 통나무집같은 곳에서 8살쯤까지 살다가 가족이 인디애나 주로 이사했단다. 우리는 그냥 지나쳤기 때문에 구글 스트리트뷰 사진만 가져와 보여드리는데, 연초에 미국을 방문한 후배가 선물했던 버번의 이름이 이 곳의 지명을 딴 'Knob Creek'이었다. (여기를 클릭해서 마지막에 그 술병의 모습을 보실 수 있음)
켄터키 주에서도 루이빌과 렉싱턴, 그리고 남쪽의 바즈타운(Bardstown)을 연결하는 삼각형 지역에 유명한 양조장(distillery)들이 많아서, 켄터키 버번트레일(Kentucky Bourbon Trail)이라고 여기 양조장들을 둘러보는 관광코스가 유명하단다. 위기주부도 짐빔(Jim Beam)과 와일드터키(Wild Turkey) 등은 들어본 상표이지만, 대륙횡단을 2~3일 안에 마쳐야 했기 때문에 그냥 지도에 'BG Parkway'라 표시된 길로 렉싱턴(Lexington)까지 달렸다.
그 도로에는 이렇게 관광지를 알리는 갈색의 표지판으로 양조장을 찾아 나가는 출구를 알려주고 있었다. 참고로 이 길의 풀네임은 Bluegrass Pkwy로 미국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잘 자라는 잔디의 품종으로 유명한 켄터키 블루그래스(Kentucky Bluegrass)에서 따온 것이다. 그리고 렉싱턴에서 64번 고속도로를 따라 동쪽으로 달리다가 그레이슨(Grayson) 마을의 맥도널드에서 늦은 점심으로 버거를 샀지만, 패티가 거의 익지 않아서 홈페이지에 리뷰만 남기고 그냥 계속 달려서 켄터키 주를 떠났었는데, 저녁에 매니저로부터 "가게로 다시 오시면 공짜로 버거를 제공하겠다"는 전화가 걸려왔던게 기억난다~ 미래에 그 '공짜버거'도 챙겨먹고, 버번 양조장도 방문하고, 또 매머드 동굴의 '얼어붙은 나이아가라 폭포'도 구경하기 위해서, 다시 켄터키를 방문할 날이 오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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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클라호마시티 브릭타운(Bricktown)에서 점심을 먹고 오클라호마 연방청사 폭탄테러 추모공원 방문
LA에서 워싱턴DC까지의 대륙횡단 이사 3일째는 텍사스의 북쪽에 있는 오클라호마(Oklahoma) 주를 하루만에 완전히 통과하는 날이었다. 그래서 주도인 오클라호마시티(Oklahoma City)에서 점심을 먹은 1시간여가 관광의 전부였고 여행기도 이 한 편으로 끝나기 때문에, 이 생소한 주에 대해서 최대한 많은 이야기를 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이 앞서서 글을 시작하는 것이 참 힘들었다.
"이게 얼마만에 보는 현대식 고층건물인가?" 아내가 점심을 먹을 장소로 선정한 오클라호마시티 다운타운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내리면서 제일 먼저 든 생각이었다.
다운타운 남쪽에 브릭타운(Bricktown)이라 불리는 쇼핑몰과 레스토랑이 모여있는 곳에서, 우리는 저 간판에 보이는 텍사델피아(Texadelphia)라는 가게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텍사스'와 '필라델피아'를 합쳐서 가게 이름을 만들었으니까. 그 단어들이 하나씩 들어간 메뉴 두 개에 커다란 생맥주도 한 잔 곁들여 야외 테이블에서 점심을 먹었다. 처음 와보는 미지의 땅에서 잠깐의 여유를 만끽하면서, 마침내 정말 대륙횡단을 하고 있음을 실감했던 당시의 느낌이 지금도 생생하다.
레스토랑 옆으로는 브릭타운 운하(Bricktown Canal)가 있어서, 관광객들을 태운 수상택시가 그 물길 위로 천천히 떠다니고 있는 평화로운 풍경이었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뒤로 보이는 조명탑이 서있는 갈색 건물은 마이너리그 야구장인 Chickasaw Bricktown Ballpark인데, 홈팀 이름이 오클라호마시티 다저스(Oklahoma City Dodgers)란다~
운하를 따라서 쇼핑몰이 있는 곳까지 걸어와서, 빠질 수 없는 커플셀카 한 장 또 찍었다. 오클라호마(Oklahoma)는 1830년대에 남동부에서 여기로 강제 이주된 다섯 부족 중의 하나인 촉토(Choctaw) 원주민의 언어로 '붉은 사람들' 즉 백인이 아닌 모든 인디언들을 뜻하는 말이라고 한다.
운하를 건너는 다리 위로도 올라가 보았는데, 뒤로 보이는 것은 미니 골프장이다. 한동안은 강제 이주된 원주민들만 살아서 인디언 준주(Indian Territory)로 불렸지만, 결국은 또 백인들이 땅을 차지하게 되면서 서쪽에 오클라호마 준주(Oklahoma Territory)가 생겼고, 결국은 두 지역이 하나로 합쳐져서 1907년에야 미국의 46번째 주가 되었다.
한국 속담에 "먼저 먹는 놈이 임자"라는 말이 있는데, 오클라호마에는 "쑤너(Sooners)"라는 말이 있다. 미국정부가 1889년 4월 22일 정오를 기해서, 오클라호마에서 비어있는 땅에 아무나 먼저 가서 깃발만 꼽으면 자기 땅이 되도록 했는데, 미리 알고 빈 땅에 '더 먼저(sooner)' 가있다가 땅주인이 된 사람들을 말하는데 일종의 새치기라고 할 수 있겠다. 지금은 오클라호마 주민들을 부르는 애칭으로, 또 오클라호마 대학교의 미식축구팀을 부르는 말로 사용된다.
반대방향으로도 운하를 따라 좀 걸어보고 싶었지만, 꼭 들러봐야 할 곳이 하나 있어서 주차장으로 돌아갔다. 주의 북동부 중심도시인 털사(Tulsa)는 '20세기 원유의 수도'라고 불리며 석유산업이 성장했고, 텍사스 아마리요(Amarillo)에서 오클라호마시티를 지나서 털사까지 루트66(Route 66) 구간이 1927년부터 최초로 건설된 후에 동쪽으로는 시카고, 서쪽으로는 로스앤젤레스까지 연결이 되어 미국의 '마더로드(Mother Road)'가 되었다.
주차장 옆 건물 꼭대기에 유홀(U-Haul) 이사트럭이 놓여있는게 재미있어서 사진을 찍고 있는데, 우리 차의 캘리포니아 번호판을 보고 여행객이라 생각했는지, 지나가던 사람이 토네이도가 불어서 트럭이 저기까지 날려서 올라갔다고 친절히 설명을 해주었다.^^
잠깐 운전을 해서 찾아간 곳은 오클라호마시티에서 꼭 방문해야 하는 장소로, 미국에 오클라호마 주가 있다는 것이 전세계에 뉴스로 알려진 오클라호마 연방청사 폭탄테러 사건이 터졌던 곳이다.
1995년 4월 19일 아침에 미국 연방정부 사무실이 있는 오클라호마시티의 Alfred P. Murrah Federal Building에 폭탄테러가 발생해서 168명이 사망하고 600명 이상이 부상하는 참극이 발생했는데, 이는 2001년 9·11 테러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미국 영토에서 발생한 가장 심각한 폭탄테러 사건이었다.
추모공원의 서쪽 출입구 역할을 하는 까만 벽에는 아래와 같은 글귀가 위에 새겨져 있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We come here to remember those who were killed, those who survived and those changed forever. May all who leave here know the impact of violence. May this memorial offer comfort, strength, peace, hope, and serenity."
안쪽으로 들어가면 동서로 좁고 길게 만들어진 얕은 리플렉팅풀(Reflecting Pool)이 나오고, 그 동쪽끝에도 까만 벽이 세워져 있다. 이 물이 채워진 풀이 있는 위치는 당시에 9층 건물의 북쪽 출입구와 접한 도로가 있던 곳으로, 범인인 티모시 맥베이(Timothy McVeigh)가 2톤이 넘는 사제폭발물을 실은 트럭을 주차해놓고 폭파시킨 장소이다.
리플렉팅풀의 남쪽을 따라서 걸어가고 있는데, 오른편으로 보이는 잔디밭이 연방청사 건물이 서있던 장소이다.
그 잔디밭에는 사망자 168명을 상징하는 168개의 빈 의자가 놓여있어서 'Field of Empty Chairs'라고 부른다. 의자는 9줄로 배열되어 있는데 1층부터 9층까지 각 층에서 희생된 사람들의 이름이 각각 새겨져 있다고 한다.
리플렉팅풀의 북쪽에는 당시 폭발로 피해를 입었던 다른 건물을 보수해서 Oklahoma City National Memorial Museum이 별도로 운영되고 있다. 참고로 이 추모공원은 참사 5주년인 2000년에 문을 열때는 국립공원청이 직접 관리하는 내셔널메모리얼(National Memorial)에 포함되었지만, 2004년부터는 추모재단의 소유로 운영되고 국립공원청은 협조만 하기 때문에, 현재 NPS 오피셜유닛 423개에 포함되지는 않는다.
동쪽 출입구의 안쪽에는 9:01 시간이 새겨져 있고, 반대편 서쪽 출입구에는 9:03 시간이 새겨져 있는데, 우리는 지금 그 사이의 폭발이 일어났던 순간인 오전 9:02분에 서있는 것이다. 청동으로 만든 두 문을 Gates of Time이라 부르는데 9:01은 폭탄테러 이전의 평화롭고 순수했던 시간을, 9:03은 그 후에 치유와 회복이 시작되는 시간을 각각 의미한단다.
풀 북쪽의 박물관은 유료입장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우리는 내부를 둘러볼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다시 왔던 길로 돌아서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빈 의자들을 한 번 더 바라보면서 주차해 놓은 곳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중간에 걸음을 멈추고 360도 비디오를 찍은 것을 클릭해서 보실 수 있다. 이 야외 추모공원은 24시간 개방을 하며 연간 35만명 이상이 방문을 하고, 미국의 국가사적지(National Register of Historic Places)로 지정이 되어 있다.
빈 의자들 중에는 작은 의자도 많은데, 168명의 희생자 중에는 건물 안의 탁아소에 있던 영유아가 19명이나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연방정부에 대한 반감으로 폭탄테러를 일으킨 극우주의자 티모시 맥베이는 2001년 6월에 독극물 주입으로 사형되었는데, 1963년 이후 38년만에 연방정부에서 집행하는 사형이었다 한다. 또한 이례적으로 원하는 희생자 유족들이 모두 볼 수 있도록 폐쇄회로TV로 중계를 했는데, 이는 65년만에 처음으로 일반에게 공개 집행된 사형으로 찬반논란을 일으켰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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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리지파크웨이(Blue Ridge Parkway)를 대표하는 구름다리인 린코브 비아덕트(Linn Cove Viaduct)
LA에서 워싱턴DC까지의 1차 대륙횡단 이사 겸 여행의 7일째 아침은 테네시(Tennessee) 주의 북동쪽 끝에 있는 도시인 존슨시티(Johnson City)에서 맞았다. 이전 글에서 6일째 아침도 테네시 녹스빌이라고 했었으니 횡단방향과 반대로 움직인 것으로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전날 스모키마운틴 국립공원을 구경한다고 남쪽으로 약간 우회하기는 했으나, 전체적으로는 북동쪽의 워싱턴DC 방향으로 계속 맞게 가는 경로를 크게 벗어나지는 않은 것이다.
그래도 전날 노스캐롤라이나(North Carolina) 주의 애쉬빌(Asheville)에서 바로 버지니아로 향하지 않고 북쪽으로 산을 넘어 다시 테네시로 돌아온 이유는, 숙소 근처의 그레이(Gray)라는 마을에 사는 여기 아내의 친구집을 방문하기 위해서 였다.
맨발로 뛰어 나와서 우리를 반겨준 아일린은 아내의 직장 동료였는데, 우리보다도 먼저 LA에서 여기까지 대륙횡단 이사를 한 선배님이라 할 수 있다.^^ 고양이를 10마리 이상 키우는 '캣맘'이라 캠핑카를 빌려서 고양이들을 모두 태우고 이사를 해서 우리처럼 중간에 관광을 하지도 못했고, 횡단거리도 우리보다 400마일 정도 짧았지만 말이다.
월드컵이 열리는 축구장처럼 잔디를 깍아놓은 땅이 모두 이 집의 뒷마당이고, 그 오른쪽에 잔디 상태가 안 좋은 옆집과 다시 줄 맞춰 깍아놓은 옆옆집의 뒷마당이 담장도 없이 붙어있는데, 한 마디로 미국의 전원 주택단지의 스케일을 보여주는 모습이다.
축구장이 끝나는 곳에 코너킥을 차는 위치를 표시하는 막대기가 하나 세워져 있고, 그 너머로는 소들을 방목하는 목장이라고 해서, 집구경과 담소를 모두 마치고 떠나기 전에 함께 저 아래까지 하이킹(?)을 했다.
마침 소들이 이 쪽 나무그늘에 다 모여있어서 커다란 소가 '실례하는' 모습과 귀여운 송아지까지 원없이 구경을 할 수 있었다. 아일린과 작별하고 여기서 바로 북쪽의 인터스테이트 81번 고속도로를 타서 6시간 정도만 운전하면 대륙횡단의 최종 목적지에 바로 도착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아직 하루의 시간이 더 남아있었고, 꼭 구경해야 할 곳이 있어서 19E 국도를 타고 다시 동쪽의 노스캐롤라이나 주로 들어갔다.
그랜드파더마운틴(Grandfather Mountain)은 전날 알아 봤을 때는 주립공원이라고 생각되어서 입장료를 조금 내더라도 방문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구글 스트리트뷰로 보여드리는 이 도로 옆 입구에서 자동차로 산 위로 올라가는 길은 사유지라서 성인 1인당 $22의 입장료를 받고 있었다! 다시 온다고 해도 아마 '할아버지 산'을 비싼 요금을 내고 이리로 올라갈 것 같지는 않아서, 유명하다는 장소 두 곳의 사진만 아래에 보여드리고 넘어간다.
1994년도 영화 <포레스트검프>의 유명한 대륙횡단 달리기 장면에서 아주 잠깐 나오는 이 오르막길이 산 위의 주차장으로 올라가는 도로에서 찍은 것이란다. 그래서 Forrest Gump Curve라는 안내판도 붙여놓았다고 하는데, 다시 보니까 저 멀리 해뜨는 블루리지 산맥의 모습이 왠지 익숙하게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꼭대기 주차장에서 바로 걸어갈 수 있는 1952년에 만들어진 흔들다리인 Mile High Swinging Bridge가 인기있는 관광지이다. 노스캐롤라이나 주립공원의 지도를 보면 사유지를 통과하지 않고 여기까지 하이킹으로 오는 트레일도 있기는 한데, 왕복거리가 제법 되어서 우리처럼 지나가는 여행객이 산을 타고 이 흔들다리를 구경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여서 포기했다.
전날에 이어 다시 블루리지 공원도로(Blue Ridge Parkway)를 만나서 먼저 정차한 곳은 린코브 비지터센터(Linn Cove Visitor Center)인데, 구글맵에는 임시폐쇄라고 되어있지만 코로나 훨씬 이전부터 운영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여기서 이 날 우리가 꼭 구경해야할 장소에 대한 안내판을 볼 수가 있었다.
블루리지파크웨이는 약 30년의 공사를 거쳐서 1966년에 전체 469마일 중에서 딱 한 구간만 제외하고는 완성되었다고 말씀드렸는데, 바로 그 미완의 구간이 여기 그랜드파더 산을 지나는 7.7마일로 평소처럼 산을 깍아서 길을 만드는 경우에 바위산의 절경이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최초로 곡선의 육교(viaduct)를 조립해서 만드는 공법으로 1979년에 공사가 시작되어서, 당시 화폐로 1천만불의 공사비를 들여서 1983년에 완성이 되었다.
비지터센터를 떠나서 북향으로 조금 달리니 바위절벽과 단풍이 어우러진 풍경을 정면에 두고, 좌우로 난간이 만들어져 있는 부드럽게 휘어진 도로를 지나게 되었다. "아~ 여기가 그 구름다리 위네! 그냥 다 지나가면 안 되는데..." 생각이 들었는데, 다리가 끝나고 조금 지나서 오른편에 Yonahlossee Overlook이라고 차를 안전하게 세울 수 있는 곳이 나왔다.
그리고 도로와는 튼튼한 난간으로 구분되어져서 차로 지나왔던 구름다리까지 다시 안전하게 걸어올 수 있는 트레일이 길옆에 잘 만들어져 있었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린코브비아덕트(Linn Cove Viaduct)는 S자 모양으로 휘어진 전체길이가 약 380미터인 구름다리로 7개의 기둥 위에 153개의 콘크리트 조각을 조립해서 만든 것이라 한다. 그런데 여기서 갑자기 드는 생각은... "적당히 터널을 뚫는 것이 훨씬 더 쉽지 않았을까?"
글의 제목 그대로 블루리지파크웨이를 대표하는 장소라서 'blue ridge parkway'로 이미지 검색을 해도 대부분 여기가 나온다. 그 사진들처럼 S자로 도로가 휘어진 모습을 좀 더 잘 볼 수 있을까 해서 위험하게 난간 위로도 올라가 봤지만 별반 다르지 않다. 검색에서 나온 사진들과 같은 풍경을 찍으려면 앞서 소개한 비지터센터에 차를 세우고 타나화 트레일(Tanawha Trail)로 0.5마일 정도 걸어서 도로 건너편 언덕 위로 올라가야 하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서있던 약간 도로 아래의 바위까지 우리도 걸어와서 기둥과 육교를 가까이서 구경을 했다. 여기 도로 아래는 와봤으니까 다음 번에 이 길을 다시 지날 때는 꼭 비지터센터에서 트레일을 해서 도로 위로 올라가봐야 겠다!
소떼들과 함께 찍은 커플사진을 위에서 보여드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여기서 찍은 커플셀카 한 장 더 투척한다~
돌아서 나오면서도 계속 사진을 찍게 되는 그런 멋진 풍경이었는데, 그래서 360도 풍경을 동영상으로도 하나 찍었으니 클릭해서 유튜브 비디오로 보실 수 있다.
난간에 앉아서 포즈를 잡으신 사모님 독사진도 한 장 찍어드리고는 겨우 주차한 곳으로 발걸음을 옮길 수 있었다. 도로 건너편에는 불법주차를 막고 또 여기서 바로 언덕으로 올라가지 못하도록 나무로 펜스를 예쁘게 만들어 놓았다.
다시 차를 몰고 블루리지파크웨이를 북쪽으로 달리면 Julian Price Memorial Park를 지나는데, 도로 바로 오른편으로 이렇게 작은 호수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조금 더 가서 블로잉락(Blowing Rock)이라는 산속 마을에 있는 Moses H. Cone Memorial Park에 차를 세웠다.
여기는 리바이스(Levi's) 청바지 회사에 원단을 공급해서 "Denim King"이라 불렸다는 Moses and Bertha Cone 부부가 1901년에 만든 여름별장인 콘매너(Cone Manor)가 있지만, 내부투어가 중단된 상태라서 마굿간을 개조한 이 비지터센터의 화장실만 잘 이용하고, 아침에 아내의 친구가 이것저것 챙겨준 간식들로 점심을 해결했다. 시간 관계상 계속 블루리지파크웨이를 달릴 수는 없었기 때문에 Deep Gap에서 221번 국도로 빠져 Grassy Creek이라는 곳에서 마침내 대륙횡단 7일째만에 버지니아(Virginia) 주에 입성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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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주 유일의 셰넌도어(Shenandoah) 국립공원의 다크할로우 폭포(Dark Hollow Falls) 트레일
정확히 10년전에 캘리포니아 주의 로스앤젤레스(Los Angeles)에서 살고 있을 때 "LA에서 가장 가까운 국립공원(National Park)은 어디일까?"라는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캘리포니아에는 국립공원이 주별로는 최다인 9개나 있어서 이러한 질문이 가능했었지만, 위기주부가 작년에 이사를 온 여기 버지니아(Virginia)에서는 그런 질문 자체가 무의미하고, 대신에 이렇게 물어봐야 한다... "버지니아 주의 유일한 내셔널파크는 어디일까요?" 참, 10년전 질문에 대한 '의외의 답변'은 여기를 클릭해서 설명과 함께 보실 수 있다.
작년 10월의 대륙횡단 이사 겸 여행의 마지막 날인 8일째, 버지니아 서쪽에 81번과 64번의 두 고속도로가 만나는 스톤튼(Staunton)에서 출발해 64번 고속도로를 동쪽으로 조금 달리다가 락피시갭(Rockfish Gap)에서 빠져서, 버지니아 유일의 내셔널파크인 쉐난도어 국립공원(Shenandoah National Park)에 들어서고 있다. 남쪽 노스캐롤라이나 주에서 시작되었던 755 km의 공원도로인 블루리지 파크웨이가 그 이름만 스카이라인 드라이브(Skyline Drive)로 바뀌면서 계속 북쪽으로 이어지는 곳이다.
블루리지 파크웨이(Blue Ridge Parkway)와 그 아래 그레이트스모키마운틴(Great Smoky Mountains) 국립공원은 입장료가 없지만, 여기는 공원으로 들어가는 모든 도로에 이렇게 게이트가 만들어져서 입장료를 받고 있다. 물론 우리는 여름에 캘리포니아 래슨볼캐닉 국립공원에서 샀던, 위기주부가 미국에 와서 11번째로 구입한 연간회원권을 보여주고 그냥 통과했다.
남쪽 공원입구는 해발 580 m 정도였지만 계속 고도를 높여서 다시 1천미터가 넘어가니까, 이렇게 도로변이 다시 노랗게 물들기 시작했다. 도로 옆의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하이킹을 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다음 편에 자세히 소개하겠지만 동부 산악지역을 종주하는 Appalachian Trail이 Skyline Drive를 따라서 쉐난도어 국립공원을 남북으로 지나가기 때문이다.
전체 길이 105.5마일로 약 170 km인 스카이라인 드라이브의 거의 절반을 1시간20분 정도에 쉬지 않고 달려서 빅메도우(Big Meadows) 지역의 비지터센터를 찾아갔다. 아래의 공원지도를 보시면 블루리지(Blue Ridge) 산맥을 따라서 남북으로 이어진 국립공원을 1/3씩으로 나누면서 국도 33번과 211번의 두 도로가 동서로 관통하는데, 우리는 국도 33번을 건너서 공원의 거의 가운데까지 온 것이다. 그리고 공원의 북쪽은 역시 66번 고속도로가 산맥을 가로지르는 프론트로얄(Front Royal)을 만나면서 끝나게 된다.
위와 같이 남북으로 길죽한 형상의 쉐난도어 국립공원(Shenandoah National Park)은 1935년에 만들어졌는데, 이 지역을 국립공원으로 만들려는 시도는 1900년대 초부터 시작되었지만 사유지가 많아서 계속 지연된 것이라 한다. 결국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땅 안에서도 40명 정도가 한동안 계속 거주를 했고, 대부분은 조용히 이사를 나갔지만 Annie 할머니는 1979년에 92세로 사망할 때까지 마지막으로 계속 집을 지켰단다.
비지터센터의 이름인 Harry F. Byrd Sr.는 버지니아 주지사를 역임하고, 연방 상원의원으로 쉐난도어 국립공원 법안 통과를 주도했는데, 우리집 앞의 가장 큰 길인 버지니아 7번 도로도 그의 이름을 따서 해리버드 하이웨이(Harry Byrd Hwy)라 부른다. 오른편에 보이는 웃통을 벗고 도끼를 들고 있는 동상은 그 주지사님은 아니고, 대공황 시절에 동원되었던 CCC(Civilian Conservation Corps) Workers로 1995년부터 미국전역에 세워지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똑같은 동상이 전국에 76개나 만들어졌다고!
당시에는 오미크론 변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나오기 전이라서, 레인저들이 야외에서 방문객들 안내를 하고 실내 전시장은 폐쇄된 상태였다. 이제는 사실상 모든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오미크론에 다 걸렸는지, 미국은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벗으면서 팬데믹이 거의 끝난 분위기이다.
실내 전시실은 닫았지만 기념품 가게들은 항상 문을 열었었다는...^^ 입구 위쪽에 붙여놓은 클래식한 디자인의 포스터들이 마음에 들었는데, 현재 63개 국립공원들의 모든 포스터들을 작게 모아놓은 액자같은 것을 요즘 계속 살까말까 고민중이다. 참고로 이 때 쉐난도어는 그 중에서 위기주부가 당시 38번째로 방문한 내셔널파크(National Park)였다.
아직 공식적으로 버지니아 주민등록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우리동네 국립공원에 처음 왔으니까 트레일을 해야지~ 그래서 비지터센터 조금 북쪽에서 시작되는 다크할로우 폭포(Dark Hollow Falls) 트레일이 시작되는 곳으로 왔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해발 3,490피트(1,064 m)의 주차장에서 작은 개울을 따라서 밑으로 내려가는 등산로는 노란 단풍이 하늘을 덮고 있었다.
작은 연못을 만나서 '90년대 단풍놀이 감성'을 떠올리는 포즈로 사진 한 장~ 그런데 30년전에는 없던 아랫배가...^^
약간 경사가 있는 등산로를 사진을 찍으면서 천천히 30분 정도 걸려서 내려오니, 쉐난도어 국립공원에서 가장 인기있는 하이킹 장소들 중의 하나라는 다크할로우폴(Dark Hollow Falls)을 만날 수 있었다.
바로 앞에서 광각으로 찍은 이 사진으로는 그냥 짧은 급류같아 보일 수도 있지만, 저 꼭대기에서부터 떨어지는 전체 낙차가 70피트(21 m)로 제법 큰 폭포이다. 무엇보다도 눈이 내리기 전인 10월 중순이었는데도 이 정도의 수량이 있는 것을 보면서, 동부는 확실히 서부와는 다른 기후라는 것을 떠올렸었다.
대륙횡단 여행기에서 빠질 수 없는 '중년의 커플셀카'를 이 날은 10장 이상 찍었던 것 같다...
내려왔던 길로 다시 올라가면서는 이렇게 계곡물에 손도 담궈보고,
내려오면서도 지겹게 찍었던 단풍놀이 사진을 올라가면서도 찍고 또 찍었다. 나중에 컴퓨터로 사진들을 보는데, 다 그 사진이 그 사진으로 전부 노랗기만 하더라는...^^
우리동네에 도착했다는 느낌이 들어서 그랬는지, 대륙횡단 중의 짧은 트레일을 하면서는 켜지 않았던, 가이아GPS 앱으로 이 날의 하이킹을 처음 기록했다. LA를 떠나기 직전에 마지막으로 하이킹 포스팅을 올리면서 정리해보니까, 옛날 동네에 있던 산타모니카 산맥(Santa Monica Mountains)에서만 약 50곳의 하이킹 코스를 찾아다녔던데, 새로 이사를 온 여기 북부 버지니아의 집에서도 그렇게 구석구석 돌아다닐 수 있을까? 일단 쉐난도어 국립공원은 집에서 2시간 거리라서 자주 오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다, 30분 이내의 거리에는 등산을 할만한 언덕은 하나도 없고, 강이나 개울을 따라서 걷는 작은 산책로(?)들 뿐이지만... 나무에 잎이 돋고 꽃이 피는 봄이 오면 쉬운 곳들 부터 조금씩 찾아 다녀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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