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컨이 암살당한 워싱턴DC의 포드 극장(Ford's Theatre)을 얼마 전에 소개하면서 (포스팅을 보시려면 클릭), 작년의 2차 대륙횡단에서 그의 출생지도 방문을 했었다는 말씀을 마지막에 드렸었다. 미국 중서부 켄터키 주의 엘리자베스타운(Elizabethtown)에서 대륙횡단 12일차 아침을 맞았는데, 거기서 남동쪽으로 조금 떨어진 호젠빌(Hodgenville)이라는 시골마을 농장의 작은 통나무집에서 미국의 제16대 대통령인 에이브러햄 링컨(Abraham Lincoln)이 1809년 2월 12일에 태어났다.
10월의 마지막 날이었지만 아주 파랗게 잘 다듬어진 잔디 언덕에 만들어 놓은 링컨 탄생지 국립역사공원(Abraham Lincoln Birthplace National Historical Park)의 간판이 보인다. 일찌기 1916년에 내셔널파크(National Park)로 지정되어 전쟁부에서 관리하다가, 1939년에 국립공원청으로 이관되면서 국립역사공원으로 변경이 되었단다.
주차장에 우리 이삿짐차 말고는 다른 차도 없었던 것 같고, 일요일 아침에 문 열자마자 와서 방문객이 우리밖에 없다고 생각하며, 나지막하게 만들어 놓은 비지터센터의 안으로 들어갔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당시 코로나 때문에 최대 수용인원이 15명이라는 안내판을 세워놓은 내부에는, 역시 직원 1명 이외에 다른 사람은 보이지가 않았다. "앗싸~ 1등이다! ㅎㅎ"
머리에 예쁜 레이스 두건을 쓰고 엄마품에 안긴 아기가 링컨 대통령이니까, 아마도 수 많은 그의 동상들 중에서 가장 어린 모습이 아닐까 생각된다.^^
링컨의 할아버지가 가족들을 이끌고 버지니아에서 켄터키로 이주를 했는데, 그는 인디언의 습격으로 사망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들 토머스는 당시로는 가장 변방인 땅에서 목수일을 배우면서 개척자(Frontier) 가족을 꾸렸다. (참고로 빨간 점으로 표시된 링컨이 소년시절을 보낸 인디애나와, 사회생활을 시작한 일리노이에도 NPS가 관리하는 국립공원이 각각 있어서, 이 곳과 DC의 포드극장 및 기념관까지 총 5곳이 관리되고 있음)
링컨의 아버지 토머스(Thomas)와 어머니 낸시(Nancy)는 1806년에 결혼을 해서 첫 딸을 낳고, 1808년에 200달러에 여기 농장을 매입해서 사진과 비슷한 작은 통나무집을 짓고 살면서 둘째 링컨을 낳았다고 한다. 대강 이 정도 둘러보고 전시관의 옆문으로 나가서 조금 걸어가면 기념물이 보이는데...
"앗! 우리보다 먼저 온 아낙네들이 있었네..." 링컨 탄생 100주년에 공사가 시작되어 2년여 후인 1911년 11월에 당시 태프트(William H. Taft) 대통령을 비롯한 3천명의 사람들이 모여서 헌정식이 열렸는데, 유명한 워싱턴DC의 링컨기념관(Lincoln Memorial) 보다도 11년이나 먼저 만들어져서 링컨 대통령을 기리는 최초의 기념물이란다.
아낙네들이 무슨 중요한 사진을 찍는 것 같아 밑에서 좀 기다린 후에, 링컨이 사망한 나이에 정확히 맞춘 56개의 계단을 걸어 올라간다. 기념관의 뒤쪽으로 돌아가면 내부로 들어갈 수 있는 문이 나오는데, 그 안에는...
통나무집(log cabin) 한 채가 실내에 만들어져 있다! 전시실에 사진으로도 남아있던 통나무집의 목재를 이용해서 이 안에서 다시 조립을 한 것이라는데... 한 때는 그 사진 속의 통나무집에서 링컨이 실제 태어났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되었고, 그냥 이와 비슷하게 생겼을 허름한 농부의 집에서 링컨 대통령이 태어났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는 것 뿐이라고 현재는 설명되어 있다.
기념관을 나와서 다시 56개의 계단을 내려오면, 그 옆으로 여기 농장의 이름이기도 했던 싱킹스프링(Sinking Spring) 우물이 아직 남아있어서 밑으로 내려가보고 있다.
대륙횡단기 전편의 매머드 동굴 국립공원 여행기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켄터키주는 카르스트 지형이라서 땅이 꺼진 곳에 지하수가 고인 우물이 많은데, 여기는 더 이상 물은 보이지 않고 지금은 젖은 낙엽들만 잔뜩 구멍에 쌓여 있었다.
상쾌한 시골의 아침 공기를 맡으며 잘 만들어진 산책로를 따라서 공원을 좀 더 걸어보기로 했다.
기념관이 만들어지고 방문객이 늘어나자, 바로 인접한 사유지에 1928년에 Nancy Lincoln Inn 건물과 그 옆으로 개별숙소로 사용되는 4개의 캐빈이 만들어져 2차대전까지는 성황리에 영업을 했다는데, 지금도 옛모습 건물들이 그대로 남아있다.
그 지붕에 올라 앉아서 아침 햇살에 젖은 날개를 펼쳐서 말리는 새들의 모습인데, 커다란게 독수리처럼 보였다.
기념관이 정면으로 보이는 공터에 만들어져 있던 벤치와 모형을 지나서 주차장으로 돌아갔는데, 비지터센터 뒤쪽의 숲속으로도 보드워크를 잘 만들어 놓아서 좀 더 걸어보기로 했다.
브로셔에 '대통령의 발자취(Pathway of a President)'라 되어있는 이 보드워크의 완만한 경사를 따라서, 휠체어로도 기념관까지 올라갈 수 있도록 해놓은 것이다.
노란 단풍이 든 깨끗한 아침 숲속을 참 기분좋고 편하게 걸었던 추억이 떠오른다~
그래서 커플셀카를 찍는데 웃음이 절로 나왔던 모양이다...^^ 이렇게 링컨 탄생지(Abraham Lincoln Birthplace) 국립역사공원 방문을 마치고 공원 밖으로 나갔는데, 차에 기름을 넣어야 해서 제일 먼저 눈에 띄는 주유기가 있는 가게로 들어갔다.
그 오래되어 보이는 주유소의 이름도 Lincoln's General Store였다. 그리고 대륙횡단을 계속하기 위해서 네비게이션이 알려주는데로 시골길을 조금 달렸는데, 도로 왼편으로 똑같은 이름의 국립공원 간판이 또 등장을 해주시는 것이 아닌가!
같은 공원 이름의 아래에 작게 'Boyhood Home Unit'이라고 된 이 곳은, 링컨이 태어난 농장이 소유권 문제에 휘말려, 2살때 북동쪽으로 10마일 떨어진 여기 놉크릭(Knob Creek)으로 가족이 쫒겨난 곳이다. 커다란 건물은 비지터센터로 사용되는 이 마을의 태번(Tavern)이었고, 역시 그 옆의 작은 통나무집같은 곳에서 8살쯤까지 살다가 가족이 인디애나 주로 이사했단다. 우리는 그냥 지나쳤기 때문에 구글 스트리트뷰 사진만 가져와 보여드리는데, 연초에 미국을 방문한 후배가 선물했던 버번의 이름이 이 곳의 지명을 딴 'Knob Creek'이었다. (여기를 클릭해서 마지막에 그 술병의 모습을 보실 수 있음)
켄터키 주에서도 루이빌과 렉싱턴, 그리고 남쪽의 바즈타운(Bardstown)을 연결하는 삼각형 지역에 유명한 양조장(distillery)들이 많아서, 켄터키 버번트레일(Kentucky Bourbon Trail)이라고 여기 양조장들을 둘러보는 관광코스가 유명하단다. 위기주부도 짐빔(Jim Beam)과 와일드터키(Wild Turkey) 등은 들어본 상표이지만, 대륙횡단을 2~3일 안에 마쳐야 했기 때문에 그냥 지도에 'BG Parkway'라 표시된 길로 렉싱턴(Lexington)까지 달렸다.
그 도로에는 이렇게 관광지를 알리는 갈색의 표지판으로 양조장을 찾아 나가는 출구를 알려주고 있었다. 참고로 이 길의 풀네임은 Bluegrass Pkwy로 미국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잘 자라는 잔디의 품종으로 유명한 켄터키 블루그래스(Kentucky Bluegrass)에서 따온 것이다. 그리고 렉싱턴에서 64번 고속도로를 따라 동쪽으로 달리다가 그레이슨(Grayson) 마을의 맥도널드에서 늦은 점심으로 버거를 샀지만, 패티가 거의 익지 않아서 홈페이지에 리뷰만 남기고 그냥 계속 달려서 켄터키 주를 떠났었는데, 저녁에 매니저로부터 "가게로 다시 오시면 공짜로 버거를 제공하겠다"는 전화가 걸려왔던게 기억난다~ 미래에 그 '공짜버거'도 챙겨먹고, 버번 양조장도 방문하고, 또 매머드 동굴의 '얼어붙은 나이아가라 폭포'도 구경하기 위해서, 다시 켄터키를 방문할 날이 오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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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에서 DC까지 1차 대륙횡단 여행 5일째의 마지막 이야기는 '알쓸미잡' 퀴즈로 시작한다. "미국 50개주들 중에서, 주경계가 다른 주와 가장 많이 겹치는 주는?" 정답은 미주리(Missouri)와 테네시(Tennessee)로 각각 다른 8개주와 접해있어서 공동 1위이다. 미주리는 2차 대륙횡단에서 지나갈 때 다시 등장할 예정이고, 테네시에 대해서 조금 더 알아보면 Tennessee라는 주명은 서양인들이 테네시 주의 땅에서 처음 마주친 체로키 인디언의 마을 이름인 Tanasi에서 유래했단다. 위기주부가 미국에 테네시 주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안 것은 옛날에 대학로 카페에서 잭다니엘(Jack Daniel's)을 처음 마시면서, 테네시 위스키(Tennessee Whiskey)라는 말을 들었을 때로 추측이 된다.
그 테네시 주를 자동차로 지나가면서 예의상 잭다니엘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기에... 저렇게 이삿짐을 머리에 이고는 내슈빌에서 남쪽으로 100 km 이상 대륙횡단 경로를 우회하고, 마지막에는 좁은 시골길을 달려 린치버그(Lynchburg)라는 작은 마을에 있는 주차장에 도착을 했다.
안내원이 입고있는 셔츠와 안내판에 모두 까만색 잭다니엘 로고가 그려진 이 곳은 테네시 위스키의 대명사인 잭다니엘이 만들어지는 양조장(distillery) 투어를 시작하는 비지터센터가 있는 곳이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안내에 따라서 조금 걸어가니까 'ㄷ'자 모양으로 만들어진 비지터센터 건물이 나왔다. 양조장이라고 해서 문득 까마득한 옛날 문현동 대선주조 공장을 지날 때의 추억이 떠올랐지만, 알콜을 발효하는 냄새는 전혀 없이 싱그러운 숲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었다.
운전을 하고 오면서부터 계속 투어를 할까말까 고민을 했는데 그냥 투어는 안 하기로 했다. 위스키 시음이 포함된 1시간짜리 양조장 투어를 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늦었던 것도 있지만, 아래에 차례로 소개할 요세미티님의 블로그 글들을 통해서 예습을 너무 철저히 하고 왔기 때문에, 굳이 투어를 하지 않아도 이미 잭다니엘 위스키에 대해 왠만큼 알아버렸다는 것이 더 큰 이유였다. (중복된 사진과 설명이 좀 있기는 하지만 아래 링크들을 클릭해서 모두 읽어보시는 것을 권해드림)
비지터센터로 들어서면 약간 만화 주인공처럼 보이는 듯한, 본명 Jasper Newton Daniel의 하얀 동상이 서있다. 별명이 "Jack"인 이 분이 언제 누구를 만나서 어떻게 술을 빚기 시작했는지는 여기를 클릭해서 보실 수 있다.
요즘 한국에서 가장 뜨는 술이라는 버번(Bourbon)과 같이 잭다니엘도 반드시 새로 만든 '참나무통' 오크배럴(oak barrel)의 속을 태운 후에 알콜 원액을 넣어서 숙성을 시키는데, 위스키 업계에서는 유일하게 잭다니엘만 자체적으로 오크배럴을 제작한다고 한다. 위스키 맛의 대부분을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 오크배럴을 만드는 과정과 주입해서 숙성하는 과정 등을 각각 클릭해서 보실 수 있다. 저 큰 술통을 만드는데 못이나 접착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폭이 다르게 잘라서 휘어지게 만든 기다란 나무판들을 딱딱 맞춰서 세운 후에 쇠판으로 조이기만 해서 만드는 과정의 거의 예술의 경지라 할 수 있었다.
벽쪽에는 오래된 여러 물품과 사진들로 여기 린치버그(Lynchburg) 양조장의 역사 등을 보여주고 있는데,
특히 잭다니엘을 대표하는 브랜드인 "Old No.7" 이름에 대한 유래가 가운데 설명판에 적혀 있었다. 전해지는 이야기로는 잭 다니엘이 위스키가 들어있는 배럴 7개를 분실했다가 찾은 후에 표시로 숫자 7을 그 통들에 써놓았는데, 그 배럴을 사갔던 상인이 나중에 다시 와서 "옛날 7번"이 적혀있던 배럴의 술이 참 좋았다고 해서, 그 후로 상표로 사용을 했다는 것인데... 자기들도 확실하지는 않다고 자백하고 있다.
위스키 제조과정을 차례로 간단히 보여주고 있는데, 투어를 하게되면 이 프로세스들이 진행되는 공정들을 직접 볼 수 있는 것이다. 위스키를 만드는 물이 흘러나오는 석회암 동굴과 잭다니엘을 죽음으로 몰고 간 금고가 있는 옛날 사무실, 그리고 위의 1번과 2번 과정까지는 여기를 클릭해서 보실 수 있다. 테네시위스키가 버번과 차별화되는 가장 큰 특징은 5번의 단풍나무숯을 통과시켜서 거르는 순화(mellowing)를 거친다는 것인데, 이를 포함한 나머지 공정의 투어와 시음까지는 여기를 클릭해서 보시면 된다.
그 뒤로는 오래된 까만색 자동차가 세워져 있는데,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아래에 놓여진 박스들이다. 한 때 잭다니엘에서 자체적으로 앰버라거(Amber Lager) 맥주도 만들어서 팔았지만, 현재는 더 이상 생산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유는 위스키만큼 맥주는 인기를 끌지 못했기 때문이라 하고, 그 대신에 지금도 OEM으로 생산되는 잭다니엘 바베큐 소스가 위스키 다음으로 유명한 제품이다.
오늘의 마지막 커플셀카 배경은 이 까만색 자동차로 정했다~
잭다니엘의 특징인 정사각형 양주병들로 만들어 놓은 벽의 뒤로 돌아가면 기념품과 술을 살 수 있는 곳이 나온다.
대표적인 1리터 Old No.7 한 병을 $41에 판매를 하고 있었는데, 떠나왔던 LA의 코스트코에서 팔던 가격보다도 더 비쌌던 것 같다. 하지만 도착한 여기 버지니아의 가격에 비하면 저렴하다는 것을 그 때는 몰랐었다는... 왼쪽 오크통 위에 놓여진 특별한 맛이 들어간 병들이나, 아니면 하나의 참나무통에서만 나온 고급 제품인 '싱글배럴(Single Barrel)'을 한 병 살까도 생각해보았지만, 현실적으로 이삿짐차에 도저히 병 하나 더 들어갈 자리가 남아있지 않아서 그냥 구경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렇게 비지터센터 구경을 마치고 나와서, 다리를 건너 린치버그 시내쪽으로 조금 걸어가볼까 하다 저 쯤에서 그냥 돌아서서 주차장으로 돌아갔다. 그리고는 3시간 정도를 동쪽으로 달려서, 40번 고속도로가 지나는 큰 도시인 테네시 주 동쪽의 녹스빌(Knoxville)에 밤 늦게 도착해서 대륙횡단의 5번째 숙박을 했는데, 이 날은 다시 부지런히 약 9시간 동안 운전을 했고 464마일(747 km)을 달린 것으로 기록되었다.
테네시 린치버그(Lynchburg)의 잭다니엘 양조장(Jack Daniel Distillery)은 1866년에 등록된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위스키 제조시설로 국가사적지로 지정이 되어있단다. 이 대륙횡단 여행을 준비하면서 잭다니엘을 한 병 사서 몇 잔 마시다가 이삿짐에 들어가지 않아서 2/3 이상 남은 병을 친구의 아들에게 줬었는데 잘 마시고 있는지 모르겠다. (친구는 술을 안 마심^^) 그래서 지금 버지니아 집에는 잭다니엘은 없으니, 대신에...
요즘 버번의 매력에 푹 빠진 한국에서 출장 온 친구가 소분해서 선물로 주고 간 60도짜리 놉크릭(Knob Creek) 한모금 했다.^^ 참고로 이 술의 이름은 링컨 대통령이 어릴때 살았던 켄터키 주의 시골 농장인 노브크릭팜(Knob Creek Farm)에서 따왔다고 하는데, 2차 대륙횡단 때 링컨의 출생지를 방문한 후에 바로 그 앞으로 지나갔던 인연이 있는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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