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Cuba),2일차:Havana,말레콘, 군인 그리고 환전
By Boundary.邊境 | 2019년 3월 27일 |
이날도 일찍 일어나버렸다. 이러지 않았는데. 삐걱거리는 침대에서도 흔들리는 버스에서도 좁디좁은 비행기의 좌석에서도 나는 잘 잘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 수가 없다. 언제나, 옅은 향 냄새처럼 내 안에는 아직 피로함이 떠돌고 있겄만 나의 눈은 야속하게 열려버린다. 창 밖으로는 아침 해나 혹은 아직 다 떨어지지 못한 달이 나를 보고 서글프게 웃는 듯 하다. 마흔. 나는 점점 늙어간다. 내가 일어난 풀에 잠에서 잠깐 깬 아내는 인터넷 카드를 사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 가게의 오픈 시간이 아홉시 반이었던가. 내가 일어난 시간은 아직 일곱시 반. 나는 남은 두 시간 동안 천천히 샤워를 하고 꼼꼼히 소지품을 챙겨 밖으로 나왔다. 그래도 남는 시간은 산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1. 말레콘
쿠바(Cuba),1일차:Havana,쿠바 혁명가 열전_1부
By Boundary.邊境 | 2019년 2월 19일 |
![쿠바(Cuba),1일차:Havana,쿠바 혁명가 열전_1부](https://img.zoomtrend.com/2019/02/19/f0259907_5c69fa6b9c45b.jpg)
캐나다에 오기 전부터 쿠바는 내 여행 버킷 리스트에서 언제나 상위권에 있던 국가였다. 아름다운 카리브의 해안이 있고 바카디럼과 향기로운 시가 - 비록 피우지는 못하지만 - 가 넘치는 나라.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으로 대표되는 그들 특유의 음악이 넘치고, 위대한 소설 '노인과 바다'의 배경이 된 그 곳, 쿠바.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을 넘어서는 매력적인 요소가 쿠바에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삼국지에 필적하는 드라마틱한 혁명기(記)가 이곳에서 쓰여졌다는 것이다. 1895년의 쿠바 독립전쟁부터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까지, 쿠바 사람들은 스페인제국과, 독재정권과, 그리고 미국에에 대항하여 끊임없이 혁명해 왔다. 공산주의가 무너지고 미국의 엠바고로 온 나라가 고립되었어도 이 유쾌한 사람들은 열심히 야구를
쿠바여행 아홉번째, 비냘레스에서
By 한량 | 2013년 10월 17일 |
![쿠바여행 아홉번째, 비냘레스에서](https://img.zoomtrend.com/2013/10/17/a0051829_525a8ef29a70f.jpg)
해도 뜨지 않은 새벽, 일어나 짐을 꾸린다. 어느새 짐 꾸리기에 익숙해졌다. 떨구거나 흘리거나 하는 일도 없다. 앙꼰 호텔 테라스에 마지막까지 말린다고 두고 온 비키니 빼고. 그러나 걱정 없다. 여벌의 수영복이 있으니까. 수영을 상상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물 속에서 너울너울 팔다리를 저으면 마음이 넉넉해진다. 뒤집고 누워 발을 살랑이면 썬그라스 너머 해가 동그랗다. 어디어디 바다든지, 어느어느 수영장이든지 수영하는 동안은 근심 걱정이 사라진다. 뭍에서 조금 멀어지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스르르 풀린다. 비냘레스는 아바나 서쪽 방향의 작은 시골마을이다. 모고테라 불리는 거대한 암석 절벽으로 유명한 동네다. 자연 경관이 도시를 상징한다는 것은, 그만큼 화려한 도시는 아니란 말. 그 작은 도시에는 담배밭이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