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7월부터 딸이 맨하탄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 후로 거의 매달 뉴욕시를 찾았었지만, 이번에는 정확히 무려 3개월만의 방문이었다. 대신에 그 전에는 대부분이 당일치기였다면, 이번에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하루 숙박을 해서, 동부로 이사온 후부터 계속 가보고 싶었던 정원도 다음날 구경을 하고 다른 역사공원 한 곳도 잠시 들렀다. 또 첫날 맨하탄에서 잠시 위기주부 혼자 셀프 워킹투어를 하면서, 본 포스팅인 '별볼일 없는 국립 공원: 뉴욕 번외편'도 찍는 등 오래간만에 여러모로 알찬 1박2일 여행이었다.
그리니치 빌리지(Greenwich Village)의 'Sotto 13'이란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의 일요일 점심은, 뉴욕으로 프로포즈 여행을 온 아칸소 주에 살고 있는 조카와 약혼녀를 함께 만나서 특별히 더욱 뜻깊었고, 또 이 날은 미국의 마더스데이(Mother's Day)이기도 했다.
그러나 식사만 마치고 우리는 모두 뿔뿔이 흩어졌는데... 조카 커플은 맨하탄 관광을 위해 첼시로 향했고, 지혜는 급한 업무로 일을 하러 아파트로 돌아가고, 아내는 마침 뉴욕에 와있는 LA 친구를 만나러 갔다. 그래서 위기주부는 혼자 로워맨하탄(Lower Manhattan) 지역의 별볼일 없는 국립 공원들을 찾아갈 수 있었던 것이다.^^
아내를 근처 커피숍에 바래다 주고 6번가(6th Ave)를 따라 남쪽으로 조금 내려가니, 작년 8월에 점심을 먹었던 초록색 Olio e Più 식당이 나왔다. 여기서 오른편 크리스토퍼 길(Christopher St)로 들어가면 비교적 최근인 2016년에 오바마 대통령이 지정한 준국립공원이 하나 나온다.
도로 가운데 좁고 긴 삼각형의 녹지에 성조기와 함께 무지개 깃발이 걸려있고, 그 오른편으로 이제 찾아가는 '술집'이 나온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스톤월인(Stonewall Inn)이란 가게 이름 네온사인이 양복을 입은 두 남자에 살짝 가렸는데, 1969년 6월 28일 새벽 1시경에 뉴욕경찰이 주류 판매허가 없이 술을 판다고 단속을 나왔던 게이바(gay bar)로, 사건 후 오랫동안 폐업했다가 2007년부터 다시 운영하고 있다. (주점과 별도의 오른쪽 하얀 문을 입구로 하는 비지터센터가 올해 6월말에 오픈 예정)
맞은 편 공원에서 제일 먼저 눈에 띈 것은 뜬금없이... 남북전쟁과 인디언전쟁에서 활약한 5성 장군 필립 셰리든(Philip Sheridan)의 동상인데, 그래서 여기 교차로는 셰리든 광장(Sheridan Square)으로 불린다. (여기를 클릭해서 셰리든 원수를 소개했던 여행기를 보실 수 있음)
그 공원의 입구쪽으로 돌아가니까 마침내 스톤월 내셔널모뉴먼트(Stonewall National Monument)라는 간판을 찾을 수 있었다.
여러 안내판들 외에 기념물이라 할 만한 것은 약간 어설프게 조각한 것 같았던 두 커플의 하얀 동상이다. 이 곳이 준국립공원으로 지정되던 그 해에, 위기주부가 방문했던 준국립공원들 리스트를 정리하는 포스팅을 작성하면서, 지정에 논란이 많은 장소라는 언급을 했었지만...
실제 방문을 하고 포스팅을 쓰면서 나무위키의 '스톤월 항쟁(Stonewall Uprising)' 문서 등을 읽어보니까, 그 이듬해인 1970년부터 시작되어 지금은 전세계에서 매년 6월에 열리는 프라이드 퍼레이드(Pride Parade)가 시작된 장소로서 충분히 국가적으로 기념할만 한 곳이라는 생각이다.
문제는 수집하는 까만 줄의 브로셔를 구해야 하는데... 밖의 공원에는 비치된 것이 없어, 지키고 있는 경찰에게 물어보니 아마 가게에 있을 거란다~ 그렇다고 저 까만 문을 열고 위기주부 혼자 안에 들어가기는 좀 거시기 해서... 그냥 생략하고 남쪽으로 워킹투어를 계속했다.
7번가(7th Ave)를 따라 제법 걸으니까, 맨하탄과 뉴저지를 연결하는 홀랜드 터널(Holland Tunnel)의 입구가 나왔다. 1927년에 개통되어 거의 백년이 다 되어가는데, 개통 당시로는 세계에서 가장 긴 해저 터널이었단다. (지나갈 때마다 물에 잠길까봐 조마조마^^) 그리고 뉴욕시에 처음 정착한 네덜란드 사람들을 기려서 이름을 붙였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터널의 설계 책임자였다가 완공을 보지 못하고 급사한 Clifford Holland의 성을 딴 것이란다.
그 남쪽 지역은 트리베카(Tribeca)라 불리는데 "Triangle Below Canal street"라는 뜻으로, 소방차 한 대 겨우 들어갈 것 같은 저 소방서 건물을 보러왔다. 어디서 보신 듯한 저 건물의 힌트는 빨간 차고문 위에 매달린 하얀 간판인데,
바로 1984년 <고스트버스터즈> Ghostbusters 영화에서 유령잡는 회사의 본부로 나왔던 건물로, 영화에서는 폐소방서라고 하지만 지금도 실제 소방서로 이용되고 있는 건물이다!
위에서 내려다 본 모습을 이미 소개한 적이 있는 젱가타워(Jenga Tower)인데 높이 250 m의 57층 콘도 빌딩으로 2017년에 완공되었다. 이제 워킹투어는 맨하탄을 동쪽으로 가로질러야 해서, 이왕 여기까지 온거 저 건물 바로 밑으로 지나가 보기로 했다.
거기에는 시카고의 클라우드게이트(Cloud Gate), 소위 "콩(The Bean)"과 비슷한 둥근 스테인레스 덩어리를 볼 수 있는데, 역시 시카고의 콩을 만든 인도계 영국인 Anish Kapoor 작품이라고 한다.
길 건너서 광각으로 찍어보면, 이렇게 젱가의 제일 아래쪽 모퉁이를 은색 조약돌로 받쳐놓은 것 같이 보였다. 또 이 건물은 2022년 게임스탑 주식과 함께 급등락을 하다가 파산했던 Bed Bath & Beyond 회사의 CFO가 18층 자택 발코니에서 투신자살을 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두번째 준국립공원은 사진 가운데 보이는 브로드웨이(Broadway) 대로변의 연방정부 건물 안에 있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1990년대에 오래된 건물을 허물고 저 빌딩을 짓기 위해 땅을 파는 과정에서 400여구의 매장된 시신이 새로 발견되었다. 건물 왼편 뒤로 꼭대기가 살짝 보이는 뉴욕시청을 포함해 이 지역은 18세기말까지 아프리카 출신 흑인들만을 위한 묘지로 사용되어 15,000개 정도의 무덤이 있었지만, 19세기에는 아무런 보호도 없이 갈아엎고 건물들을 지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공사를 중단하고 지역을 모두 발굴해서 유해와 유물들을 수습한 후에, 건물 내부에 이 장소의 역사를 소개하는 비지터센터와 함께 외부에 별도의 추모공간을 만들어서 2006년에 흑인매장지 준국립공원(African Burial Ground National Monument)으로 지정을 하게 된다. 하지만 문제는 일요일에는 연방 공무원들이 일을 안하기 때문에 비지터센터도 문을 닫는다는 사실... 흑흑~
비지터센터를 통과해서 나오게 된다는 메모리얼 광장도 못 들어가게 막아 놓았다. 사진에는 안 보이지만 오른쪽 잔디밭으로 여러 개의 봉분들이 있는데, 발굴된 유해들의 분석을 마친 후에 아프리카 전통의 이장 의식을 행해서 다시 단체로 여기 매장을 했다고 한다.
그런 역사도 있는 맨하탄의 지금 모습을 제대로 느끼게 해주는 듯 해서... 스티커가 덕지덕지 붙어있는 노란 신호등과, 대피용 외부 계단이 붙어있는 붉은 벽돌 건물의 모습을 찍어 봤는데, 마지막으로 찾아가는 곳은 19세기 이후 맨하탄에서 살았던 평범한 소시민들의 모습을 보존하고 전시한 곳이다.
철조망 사이로 핸폰 렌즈를 넣고 찍은 사진인데, 허름한 '공동주택(tenement)'의 반지하에서 여러 사람들이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연말에 방문했던 맨하탄 차이나타운(Chinatown)과 가까이 있는 이 건물은, 전세계에서 뉴욕으로 온 이민자 가족들이 힘들게 살았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데, 너무 낡아서 수리도 못하고 50년 가까이 비워졌던 아파트를 통째로 1988년에 박물관으로 만든 것이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거주박물관(Tenement Museum)은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National Historic Site로, 국립공원청의 협력을 받는 연계 장소(affiliated unit)에 포함된다. 1층 비지터센터의 유리벽에 여기에서 살았던 이민자 가족들의 흑백사진이 차례로 붙어있는데, 뮤지엄에 대한 상세한 소개는 공원 홈페이지에서 보실 수가 있다.
곧 유료투어가 시작된다는 방송에 사람들이 싹 이동해서 썰렁해 보이는 것이고, 조금 전까지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다. 어찌보면 앞서 위기주부말고는 일부러 찾는 사람이 없던 두 곳의 준국립공원들보다도 훨씬 '장사'가 잘 되는 역사유적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안쪽에 이 곳의 역사를 보여주는 영화를 공짜로 틀어줘서, 이게 왠 떡이냐 하며 워킹투어로 지친 발걸음을 쉬며 감상하려고 했는데, 아내로부터 친구와 헤어지고 이제 지혜 아파트로 돌아간다는 카톡이 와서 앉자마자 일어서여 했다... 이렇게 워킹투어를 정리해보니 1993년에 출간된 소설가 황석영의 방북기 제목인 <사람이 살고 있었네>가 떠오른다. 인권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선 성소수자들, 노예로 잡혀와 죽은 흑인들, 그리고 전세계에서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며 뉴욕으로 왔던 이민자들까지, 여기 맨하탄에도 사람이 살고 있었다.
아래 배너를 클릭해서 위기주부의 유튜브 구독하기를 눌러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작년 7월부터 딸이 맨하탄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 후로 거의 매달 뉴욕시를 찾았었지만, 이번에는 정확히 무려 3개월만의 방문이었다. 대신에 그 전에는 대부분이 당일치기였다면, 이번에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하루 숙박을 해서, 동부로 이사온 후부터 계속 가보고 싶었던 정원도 다음날 구경을 하고 다른 역사공원 한 곳도 잠시 들렀다. 또 첫날 맨하탄에서 잠시 위기주부 혼자 셀프 워킹투어를 하면서, 본 포스팅인 '별볼일 없는 국립 공원: 뉴욕 번외편'도 찍는 등 오래간만에 여러모로 알찬 1박2일 여행이었다.
그리니치 빌리지(Greenwich Village)의 'Sotto 13'이란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의 일요일 점심은, 뉴욕으로 프로포즈 여행을 온 아칸소 주에 살고 있는 조카와 약혼녀를 함께 만나서 특별히 더욱 뜻깊었고, 또 이 날은 미국의 마더스데이(Mother's Day)이기도 했다.
그러나 식사만 마치고 우리는 모두 뿔뿔이 흩어졌는데... 조카 커플은 맨하탄 관광을 위해 첼시로 향했고, 지혜는 급한 업무로 일을 하러 아파트로 돌아가고, 아내는 마침 뉴욕에 와있는 LA 친구를 만나러 갔다. 그래서 위기주부는 혼자 로워맨하탄(Lower Manhattan) 지역의 별볼일 없는 국립 공원들을 찾아갈 수 있었던 것이다.^^
아내를 근처 커피숍에 바래다 주고 6번가(6th Ave)를 따라 남쪽으로 조금 내려가니, 작년 8월에 점심을 먹었던 초록색 Olio e Più 식당이 나왔다. 여기서 오른편 크리스토퍼 길(Christopher St)로 들어가면 비교적 최근인 2016년에 오바마 대통령이 지정한 준국립공원이 하나 나온다.
도로 가운데 좁고 긴 삼각형의 녹지에 성조기와 함께 무지개 깃발이 걸려있고, 그 오른편으로 이제 찾아가는 '술집'이 나온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스톤월인(Stonewall Inn)이란 가게 이름 네온사인이 양복을 입은 두 남자에 살짝 가렸는데, 1969년 6월 28일 새벽 1시경에 뉴욕경찰이 주류 판매허가 없이 술을 판다고 단속을 나왔던 게이바(gay bar)로, 사건 후 오랫동안 폐업했다가 2007년부터 다시 운영하고 있다. (주점과 별도의 오른쪽 하얀 문을 입구로 하는 비지터센터가 올해 6월말에 오픈 예정)
맞은 편 공원에서 제일 먼저 눈에 띈 것은 뜬금없이... 남북전쟁과 인디언전쟁에서 활약한 5성 장군 필립 셰리든(Philip Sheridan)의 동상인데, 그래서 여기 교차로는 셰리든 광장(Sheridan Square)으로 불린다. (여기를 클릭해서 셰리든 원수를 소개했던 여행기를 보실 수 있음)
그 공원의 입구쪽으로 돌아가니까 마침내 스톤월 내셔널모뉴먼트(Stonewall National Monument)라는 간판을 찾을 수 있었다.
여러 안내판들 외에 기념물이라 할 만한 것은 약간 어설프게 조각한 것 같았던 두 커플의 하얀 동상이다. 이 곳이 준국립공원으로 지정되던 그 해에, 위기주부가 방문했던 준국립공원들 리스트를 정리하는 포스팅을 작성하면서, 지정에 논란이 많은 장소라는 언급을 했었지만...
실제 방문을 하고 포스팅을 쓰면서 나무위키의 '스톤월 항쟁(Stonewall Uprising)' 문서 등을 읽어보니까, 그 이듬해인 1970년부터 시작되어 지금은 전세계에서 매년 6월에 열리는 프라이드 퍼레이드(Pride Parade)가 시작된 장소로서 충분히 국가적으로 기념할만 한 곳이라는 생각이다.
문제는 수집하는 까만 줄의 브로셔를 구해야 하는데... 밖의 공원에는 비치된 것이 없어, 지키고 있는 경찰에게 물어보니 아마 가게에 있을 거란다~ 그렇다고 저 까만 문을 열고 위기주부 혼자 안에 들어가기는 좀 거시기 해서... 그냥 생략하고 남쪽으로 워킹투어를 계속했다.
7번가(7th Ave)를 따라 제법 걸으니까, 맨하탄과 뉴저지를 연결하는 홀랜드 터널(Holland Tunnel)의 입구가 나왔다. 1927년에 개통되어 거의 백년이 다 되어가는데, 개통 당시로는 세계에서 가장 긴 해저 터널이었단다. (지나갈 때마다 물에 잠길까봐 조마조마^^) 그리고 뉴욕시에 처음 정착한 네덜란드 사람들을 기려서 이름을 붙였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터널의 설계 책임자였다가 완공을 보지 못하고 급사한 Clifford Holland의 성을 딴 것이란다.
그 남쪽 지역은 트리베카(Tribeca)라 불리는데 "Triangle Below Canal street"라는 뜻으로, 소방차 한 대 겨우 들어갈 것 같은 저 소방서 건물을 보러왔다. 어디서 보신 듯한 저 건물의 힌트는 빨간 차고문 위에 매달린 하얀 간판인데,
바로 1984년 <고스트버스터즈> Ghostbusters 영화에서 유령잡는 회사의 본부로 나왔던 건물로, 영화에서는 폐소방서라고 하지만 지금도 실제 소방서로 이용되고 있는 건물이다!
위에서 내려다 본 모습을 이미 소개한 적이 있는 젱가타워(Jenga Tower)인데 높이 250 m의 57층 콘도 빌딩으로 2017년에 완공되었다. 이제 워킹투어는 맨하탄을 동쪽으로 가로질러야 해서, 이왕 여기까지 온거 저 건물 바로 밑으로 지나가 보기로 했다.
거기에는 시카고의 클라우드게이트(Cloud Gate), 소위 "콩(The Bean)"과 비슷한 둥근 스테인레스 덩어리를 볼 수 있는데, 역시 시카고의 콩을 만든 인도계 영국인 Anish Kapoor 작품이라고 한다.
길 건너서 광각으로 찍어보면, 이렇게 젱가의 제일 아래쪽 모퉁이를 은색 조약돌로 받쳐놓은 것 같이 보였다. 또 이 건물은 2022년 게임스탑 주식과 함께 급등락을 하다가 파산했던 Bed Bath & Beyond 회사의 CFO가 18층 자택 발코니에서 투신자살을 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두번째 준국립공원은 사진 가운데 보이는 브로드웨이(Broadway) 대로변의 연방정부 건물 안에 있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1990년대에 오래된 건물을 허물고 저 빌딩을 짓기 위해 땅을 파는 과정에서 400여구의 매장된 시신이 새로 발견되었다. 건물 왼편 뒤로 꼭대기가 살짝 보이는 뉴욕시청을 포함해 이 지역은 18세기말까지 아프리카 출신 흑인들만을 위한 묘지로 사용되어 15,000개 정도의 무덤이 있었지만, 19세기에는 아무런 보호도 없이 갈아엎고 건물들을 지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공사를 중단하고 지역을 모두 발굴해서 유해와 유물들을 수습한 후에, 건물 내부에 이 장소의 역사를 소개하는 비지터센터와 함께 외부에 별도의 추모공간을 만들어서 2006년에 흑인매장지 준국립공원(African Burial Ground National Monument)으로 지정을 하게 된다. 하지만 문제는 일요일에는 연방 공무원들이 일을 안하기 때문에 비지터센터도 문을 닫는다는 사실... 흑흑~
비지터센터를 통과해서 나오게 된다는 메모리얼 광장도 못 들어가게 막아 놓았다. 사진에는 안 보이지만 오른쪽 잔디밭으로 여러 개의 봉분들이 있는데, 발굴된 유해들의 분석을 마친 후에 아프리카 전통의 이장 의식을 행해서 다시 단체로 여기 매장을 했다고 한다.
그런 역사도 있는 맨하탄의 지금 모습을 제대로 느끼게 해주는 듯 해서... 스티커가 덕지덕지 붙어있는 노란 신호등과, 대피용 외부 계단이 붙어있는 붉은 벽돌 건물의 모습을 찍어 봤는데, 마지막으로 찾아가는 곳은 19세기 이후 맨하탄에서 살았던 평범한 소시민들의 모습을 보존하고 전시한 곳이다.
철조망 사이로 핸폰 렌즈를 넣고 찍은 사진인데, 허름한 '공동주택(tenement)'의 반지하에서 여러 사람들이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연말에 방문했던 맨하탄 차이나타운(Chinatown)과 가까이 있는 이 건물은, 전세계에서 뉴욕으로 온 이민자 가족들이 힘들게 살았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데, 너무 낡아서 수리도 못하고 50년 가까이 비워졌던 아파트를 통째로 1988년에 박물관으로 만든 것이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거주박물관(Tenement Museum)은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National Historic Site로, 국립공원청의 협력을 받는 연계 장소(affiliated unit)에 포함된다. 1층 비지터센터의 유리벽에 여기에서 살았던 이민자 가족들의 흑백사진이 차례로 붙어있는데, 뮤지엄에 대한 상세한 소개는 공원 홈페이지에서 보실 수가 있다.
곧 유료투어가 시작된다는 방송에 사람들이 싹 이동해서 썰렁해 보이는 것이고, 조금 전까지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다. 어찌보면 앞서 위기주부말고는 일부러 찾는 사람이 없던 두 곳의 준국립공원들보다도 훨씬 '장사'가 잘 되는 역사유적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안쪽에 이 곳의 역사를 보여주는 영화를 공짜로 틀어줘서, 이게 왠 떡이냐 하며 워킹투어로 지친 발걸음을 쉬며 감상하려고 했는데, 아내로부터 친구와 헤어지고 이제 지혜 아파트로 돌아간다는 카톡이 와서 앉자마자 일어서여 했다... 이렇게 워킹투어를 정리해보니 1993년에 출간된 소설가 황석영의 방북기 제목인 <사람이 살고 있었네>가 떠오른다. 인권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선 성소수자들, 노예로 잡혀와 죽은 흑인들, 그리고 전세계에서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며 뉴욕으로 왔던 이민자들까지, 여기 맨하탄에도 사람이 살고 있었다.
아래 배너를 클릭해서 위기주부의 유튜브 구독하기를 눌러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먼저 소위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 PC)'의 관점에서는 흑인(Black)이 아니라 '아프리카계 미국인(African American)'으로 번역하는 것이 타당하겠지만, 한글 8글자가 너무 길어서 효율적 글작성을 위해 2글자로 줄여 사용함을 양해 부탁드린다... 스미소니언 재단이 운영하는 국립 흑인역사문화 박물관(National Museum of African American History and Culture)은 2016년 9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개관식이 열렸다. 참고로 흑인 대통령이 나왔다고 내셔널몰 한가운데에 그냥 뚝딱 만든 것이 아니라, 1988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이 되었지만 설립을 위한 법률이 2003년에야 통과되었으며, 오바마 당선 전인 2006년에 현재의 부지가 선정되고 2012년에 공사가 시작되어 4년만에 완공이 되었던 것이다.
최근의 신축 건물답게 워싱턴DC의 내셔널몰 부근에서는 보기 어려운 특이한 외관이라서 차로 지나가면서도 눈에 잘 띈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위기주부의 블로그를 계속 봐왔던 분들이라면, 앞서 두 번이나 방문하려다가 줄이 길어서 못 들어가고 외관만 보여드렸던 것이 기억나실텐데, 아이들 여름방학도 모두 끝난 평일 오후라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없길래 씩씩하게 찾아갔다.
"이렇게 사람들이 없으니 바로 들여보내 주겠지~" 하지만, 아직도 이 박물관은 100% 예약제로만 운영하기 때문에 그것은 오산이었다! 저 멀리 직원에게 예약은 안 했다고 하니까, 옆의 다른 테이블에 가서 빈자리가 있는지 문의하라고 했다. 그 곳에서 그 날의 예약일정 프린트를 들고있는 다른 직원이, 우리 일행이 7명이라고 하니까 약간 놀라며 망설이다가... 어떤 예약(?)에 두 줄을 그어 지우고는 우리보고 입장해도 좋다고 알려주었다.
그렇게 삼고초려 끝에 어렵게 들어온 흑인박물관의 1층은 내셔널몰의 다른 인기있는 자연사박물관 등에 비하면 아주 널널하고 한적했다.^^
헤리티지홀(Heritage Hall)로 불리는 1층은 안내 데스크와 기념품 가게를 제외하고는 다른 시설은 없는 넓은 공간이었다.
박물관 건물의 단면도로 간단히 설명하면 아래쪽 지하는 역사(History), 위쪽 지상은 문화(Culture) 전시실인 셈이다. 하지만,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이 사실을 전혀 몰랐던데다가, 다른 내셔널몰의 옛날 박물관들은 보통 지하층에는 인기없는 전시나 카페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기존의 우리 스타일대로 제일 꼭대기부터 먼저 올라가서 구경하며 내려오기로 했었다.
창가를 따라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면서, 유리벽을 가린 '망(scrim)'을 통해 빛이 들어오는 것이 한국의 창호지에 격자무늬를 붙인 느낌이었다. 저 문양은 아프리카에서 유래해 남부 흑인들이 사용하는 것이고, 원래는 저 창살을 순수한 청동(bronze)으로 만들 계획이었단다. 하지만 가격이 너무 높아서 코팅방식 등을 검토한 끝에, 결국은 특별한 염료를 섞어서 구릿빛을 내는 PVDF(polyvinyl difluoride)라는 합성수지로 만들어졌다는 것이 의외였다.
4층 컬쳐갤러리(Culture Galleries)는 흑인들의 예술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먼저 'Visual Art'는 미술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2년전에 압수수색을 하는 경찰의 총에 맞아 사망한 26세의 흑인 여성인 브레오나 테일러(Breonna Taylor)의 초상화가 별도의 방에 전시되어 있던게 기억난다.
음악쪽의 'Musical Crossroads' 전시실의 입구에는, 척 베리(Chuck Berry)가 1986년 세인트루이스 공연에서 무대로 몰고왔다는 그의 1973년형 빨간 캐딜락이 놓여져 있었다.
영화와 TV 및 연극 등의 공연예술에서 활약한 흑인들은 'Taking the State' 코너에 소개가 되어있는데, 아무래도 최근의 유명인들보다는 옛날에 인종차별이 심할 때 힘들게 활약했던 흑백화면의 연기자들 위주로 전시가 만들어져 있다.
가운데에는 원형 스크린에 흑인문화의 다양한 면을 영상으로 보여주는 'Cultural Expressions'라는 곳이 있어서 한바퀴 돌려서 찍은 비디오를 클릭해서 보실 수 있다. 특히 오바마가 2016년 자신의 마지막 백악관기자단 만찬행사장에서 연설을 마칠 때 "Obama out"이라고 말하며 마이크를 떨어뜨리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러한 '마이크드랍(MIC Drop)'은 흑인들이 랩배틀에서 '상대방이 반격할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라인을 날려서 승리하였음을 확인'하는 행위라고 한다.
3층 커뮤니티갤러리(Community Galleries)의 스포츠 전시실 입구에는 이 박물관에서 가장 유명한 동상들 중의 하나로, 1968년 멕시코시티 올림픽의 남자 200미터 시상식에서 금메달과 동메달을 딴 흑인선수가 미국 국가가 울려퍼지며 성조기가 올라가는 동안에 검은 장갑을 낀 주먹을 들고 고개를 숙인 모습이 만들어져 있다. 그 해 4월 4일에 암살당했던 마틴 루터 킹 목사에 대한 추모와 미국내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이 'Black Power Salute'로 그들은 선수촌에서 쫒겨나고 메달 박탈까지 검토되었다고 한다.
그 외에도 많은 동상들이 만들어져 있는데, 손기정이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땄던 1936년 베를린 올림픽의 육상 4관왕이었던 제시 오언스(Jesse Owens)가 달리는 모습이다.
흑인 스포츠 스타들의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는 두 명은 마이클 조던(Michael Jordan)과 타이거 우즈(Tiger Woods)였다.
반대쪽에는 'Double Victory'라는 제목으로 독립전쟁부터 최근까지 미국을 위해 군대에서 싸운 흑인들의 이야기가 따로 소개되어 있었다.
2층 인터랙티브갤러리(Interactive Gallery)는 'Explore More!'라는 제목으로 다양한 실제 체험을 해볼 수 있는 공간들로 꾸며져 있었는데,
특히 흑인들의 댄스를 배우는 이 시설은 대형화면과 동작센서를 결합해서, 지금 바닥 좌우의 사각형 안에 서있는 아내와 지혜의 움직임이 화면에 하얀 점으로 실시간으로 표시되는 최첨단의 장치였다.
그렇게 윗층들을 다 둘러보고 다시 1층으로 내려오면서 "이게 다 인가?" 그런 생각을 아주 잠깐 했던 것 같다. 설마 그럴리가... 미국 흑인들의 어둡고 아픈 역사는 계속해서 지하로 내려가면 나올거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었다.
단면도에 중앙홀(Concourse)이라 되어있는 지하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오면 왼쪽에는 특별전시실이 있고 오른쪽으로 15세기부터 현재까지 미국 흑인들의 역사를 보여주는 전시실의 입구가 나온다.
히스토리갤러리(History Galleries)는 지하 3개층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일단 무조건 엘리베이터나 계단을 이용해서 제일 아래까지 내려가야 한다. 즉, 제일 바닥 C3층에서부터 시간 순서대로 모든 전시를 차례로 보면서 지상으로 올라오도록 설계가 되어 있다.
흑인 역사의 첫 페이지를 장식하는 저 분은 지금의 서남 아프리카 앙골라 지역에서 노예무역을 하는 포르투갈에 대항했던 부족의 은징가 여왕(Queen Nzinga)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저항은 대부분 무위로 끝나고, 약 300년간 지속된 노예무역으로 유럽과 서인도 제도, 그리고 아메리카 식민지로 끌려간 아프리카인은 약 1,500만명에 이를거라고 한다.
끔찍한 노예무역에 대한 설명은 이 도면 하나로 충분한 것 같다~ 노예선에 저렇게 아프리카인 400명을 상품처럼 실어서 신대륙으로 운반했는데, 보통 항해하는 중에 1/6이 죽고, 길 들이면서 1/3이 또 죽어서, 절반 정도만 '시장에서 판매'가 되었다고 한다...
1776년 미국의 독립선언서에 "모든 사람은 동등하게 창조되었다(All men are created equal...)"고 했지만, 여기서 말하는 '사람(men)'에 흑인노예는 포함되지 않았고, 오히려 개인의 '자유(liberty)'를 강조하면서 흑인노예를 사유재산으로 소유하는 권리도 보장해주는 모순이 생기게 되었다.
여기서 위를 바라보면 지하 4개층이 모두 뚫려있는데, 다른 기존의 박물관들보다 부지의 면적이 작은 대신에, 이렇게 지하로 깊이 파서 전시공간을 많이 확보한 것 같았다. 그 깊이 만큼이나 어둡고 답답한 흑인들의 역사는 제일 아래 C3층의 나머지 공간에서 다루는 남북전쟁과 노예해방으로도 거의 달라지는 것이 없었다.
C2층은 1876년 짐 크로우 법(Jim Crow Law)으로 대표되는 1960년대까지 공공장소에서 흑백의 분리와 이에 저항하는 흑인민권운동의 중요한 역사를 다루고 있는데, 그냥 이렇게 윗층에서 한 번 내려다 보는 것으로 건너뛰었다. 왜냐하면 지하 전시실이 있는 것을 모른 누나 가족이 1층에서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에...
마지막 C1층은 법적으로는 모든 차별을 철폐하는 민권법(Civil Rights Act) 개정안이 마지막으로 통과된 1968년 이후부터 지금까지의 이야기로, 미국사회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여러 흑인들의 이야기 등을 다루는 전시실의 마지막 칸을 장식하고 있는 것은...
미국의 제44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버락 오바마에 관한 내용이었다. 참고로 이 이후의 역사와 최근의 일련의 사건들에 대한 전시도 지하 중앙홀 반대편의 특별 전시실에 일부 소개가 되어 있었다.
역사 전시실을 나가는 마지막 경사로 옆에는 "I, too, am America."라는 흑인 시인 Langston Hughes의 1926년 시 <I, Too>의 마지막 문장이 크게 적혀있었다. 경사로를 다 올라가니까 오른쪽 작은 문으로 들어가라는 화살표 표시가 있어서 따라 들어가 봤다.
명상의 정원(Contemplative Court)이라는 장소는 지상에서 원형의 빛과 물줄기가 폭포수처럼 떨어지고, 안쪽 벽에는 킹 목사가 성경 아모스 5장 24절 "오직 정의(justice)를 물 같이, 공의(righteousness)를 마르지 않는 강 같이 흐르게 할지어다"에서 차용한 1955년 연설문의 해당 구절이 적혀있다.
중앙홀에 있는 350석 규모의 극장은 오프라 윈프리(Oprah Winfrey)의 이름이 붙어 있는데, 그녀는 이 박물관에 지금까지 개인으로는 최대 금액인 2,100만불을 기증했다고 한다.
이렇게 한시간반 정도만에 내셔널몰에서 가장 최신 스미소니언 박물관인 국립 흑인역사문화관(National Museum of African American History and Culture, NMAAHC) 구경을 마치고 Constitution Ave 출구쪽으로 나왔다. 건물 앞에 사람들이 앉아있는 원형의 나지막한 것이 명상의 정원에 폭포수가 떨어지는 곳이니까, 지금 서있는 곳 아래에 지하 전시실이 만들어져 있는 것이다. 아직 오후 5시까지는 시간이 좀 남아서, 바로 옆의 미국사박물관을 잠깐만 둘러본 후에, 아침에 주차했던 곳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워싱턴 가이드투어'의 1일차 일정이 모두 끝났다.
아래 배너를 클릭해서 위기주부의 유튜브 구독하기를 눌러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