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뚱딴지 같은 소리지만 난 운명을 믿지 않는다. 우리네 만남과 이별이 모두 저 하늘 윗편 어딘가에 존재하는 누군가가 힘 좀 써서 만들어낸 결과물이라고? 그건 너무 힘빠지지 않는가. 하여튼 개인적으론 운명을 믿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운명'이라는 요소가 중요하게 여겨지는 멜로 드라마란 장르까지 내가 구태여 거부할 필요는 또 없지. 귀신과 악마의 존재를 굳이 믿지 않아도 오컬트 장르를 즐길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의 만남이 그저 스쳐지나가는 게 아니었다는 말. 운명을 믿고 안 믿고를 떠나, 그 말이 품은 소중한 절박함은 사람들의 마음을 뿌리채 흔들어 놓기에 더없이 충분하다. 그리고 그러한 수많은 멜로 드라마 장르의 영화들 중 <첨밀밀>은 특히나, 그 '운명' 자체가 영화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