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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 맨 Repo Men (2010)

리포 맨 Repo Men (2010)

멧가비|2017년 1월 16일

영화에서 언급되는 '슈뢰딩거의 고양이' 이론은 영화 속 시민들의 삶을 절묘하게 함축한다. 인공장기가 생필품처럼 소비되는 세상. 그러나 그 수요에도 불구하고 만만찮은 가격으로 인해 대금을 완납하지 못하면 강제로 회수되는, 즉 돈이 없으면 목숨을 내놓아야 하는 세계관인 것이다. 인공장기를 달고 사는 시민들은 슈뢰딩거의 고양이처럼 삶과 죽음이 중첩되어 있는 채로 살아간다. 그리고 고양이가 담긴 박스를 여는 것은 '리포 맨', 바로 회수업자들인 셈이다. 빌린 돈이 결국 내 돈이 아니듯, 고리로 대여한 인공장기의 삶은 결국 자신의 목숨이 아니다. 살고 죽음을 스스로 결정하거나 통제하지 못하는 삶이라는 부분에서는 미국 의료제도에 대한 노골적인 비판을 읽을 수 있다. 목숨줄을 쥔 자들이 실세를 쥐는 디스토피아에

내추럴 시티 (2003)

내추럴 시티 (2003)

멧가비|2016년 12월 30일

SF 사이버펑크 장르에 한국식 멜로를 도입한 자체는 흥미롭다. 흔히 한국식 장르를 두고, 메디컬물은 의사가 연애하고 수사물은 경찰이 연애한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는데, 한국식 SF라면 안드로이드와 연애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문제는 그걸 다루는 방식이지. 기본적인 플롯은 [블레이드 러너]를 뒤집으며 시작하지만 '심심이' 수준의 인공지능 뿐인 로봇을 인간이 사랑한다는 것부터가 껍데기만 있지 내실이 없는 공허한 로맨스이며, 로맨스의 중심인 R과 리아의 캐릭터부터가 불분명하다. 시놉시스가 무색하게 그 사이에 낀 시온은 삼각관계의 희생양인 건지 아니면 그냥 깃발 뺏기의 깃발 역할일 뿐인지도 모호하다. 캐릭터들이 존재는 하지만 기능하지 않는다. [공각기동대]의 '고스트'와 '의체'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으

우주해적 코브라 극장판  (1988) - 배신자 여왕

우주해적 코브라 극장판 (1988) - 배신자 여왕

멧가비|2016년 12월 16일

SPACE ADVENTURE スペースアドベンチャーコブラ [우주해적 코브라]의 첫 애니메이션화이자 첫 극장판. 원작의 초반 에피소드에 해당하는 '로얄 자매' 이야기를 각색한 작품이다. 원작의 하드보일드한 분위기와 기괴한 상상력을 조금 덜어낸 대신 로맨스를 강조해 낭만적이고 슬픈 이야기로 재해석했다. 크리스털 보위의 갈고리 손이 사라진 것이 아쉽고, 세 자매의 캐릭터성이 부각된 점은 좋다. 원작과 달리 코브라는 마치 [매드 맥스] 시리즈의 맥스처럼 관찰자에 더 가까운 페이크 주인공이며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것은 세 자매인데, 인간 지도라는 설정이 사라진 대신 우주 파괴급 병기를 운용할 수 있는 일종의 인간 열쇠로 각색됐다. 더불어 한 행성의 여왕으로서의 운명 역시 중요한 코드인데, 이는 책임감이기

블레이드 러너 Blade Runner (1982)

블레이드 러너 Blade Runner (1982)

멧가비|2016년 11월 30일

군사, 노동 등 특정 분야에 특화되어 인간보다 월등하게 탄생하는 레플리칸트들은 인간의 피조물이라는 태생적 한계와 짧은 수명이라는 물리적 한계를 동시에 지닌다. 이는 뛰어난 인재의 사회 진출을 사회적 제한하는 현실에 대한 은유다. 그런 맥락에서 "블레이드 러너"들은 기득권을 차지한 사회 특권층의 하수인 쯤 되어 노동 계층의 성장을 막아내는 역할을 한다고도 볼 수 있다. 로이 배티를 중심으로 한 탈주 4인방의 설정상 행동 동기는 생명 연장. 하지만 그 밑에 숨어있는 함의는 그보다 추상적일지 모른다. 로이의 저항적 행위는 인간과 자신 사이에 놓인 보이지 않는 벽의 정체, 그리고 그러한 벽이 존재하게 된 근본적 원인을 탐구하기 위한 구도자적 행보에 가깝다. 로이가 정말로 하고 싶었던 것은 단순한 저항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