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관해서라면 나는 남편에게 무엇에도 이기지 못한다. 여태까지 본 영화의 숫자, 알고 있는 감독과 배우의 이름들, 단편이고 장편이고 장르를 막론하고 많이 보고 또 본다. 그래서 연애할 때는 영화관 데이트를 제일 많이 했다. 지금은 그것도 힘에 부친다는 나의 성화에 혼자 보러 다니지만 그 역시 세월에는 장사 없어 많이 줄었다. 편견 없이 영화를 보는 그와 달리 나는 가리는 것도 많은 관람자라 우울해지는 스토리라면 사양이다. 그 우울이라는 것이 꼭 슬픔이라고 정의 내리기는 모호하다. 오히려 기분이 더럽게 여운이 남는 쪽이라고 설명해야 할까. 이 영화는 언뜻 영화 소개하는 프로에서 흘리듯 봤고 저건 내가 봐도 괜찮겠는데.... 아닌가? 했던 쪽이다. 야쿠쇼 코지는 눈에 익은 일본 배우다. 일본의 안성기쯤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