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에 가고 싶었던 것은 사실 아주 단순한 이유에서였다. 아바는 내 십대의 적지 않은 부분을 쏟아 부었던 항해 시뮬레이션 게임에 나오는 도시 이름이었다. 아프리카 해안선을 따라 빙 도는 지리한 항해를 견뎌낸 항해자가 아라비아 반도 끝의 작은 섬 소코트라에서 동풍을 타면 인도 반도의 캘리컷이나 고아에 도착할 수 있었고, 엄청난 부를 가져다 줄 몰루카 제도를 향해 두근대는 마음으로 벵골만을 다시 가로지르면, 어느새 갈매기 소리와 함께 가장 먼저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도시가 바로 아바였다. 버전에 따라 아바 대신 그보다 남쪽인 이라와디 하구의 도시 페구가 나오는 경우도 있었지만, 아바가 됐든 페구가 됐든 인도차이나 반도 서쪽 끝에서 만나는 이 도시는, 먼 길을 달려온 항해자에게 있어 드디어 인도가 끝나고 동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