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미소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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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스레 손글씨로 편지를 써서 봉투에 넣고, 우표 뒷면에 침을 발라 붙인 후에 설레는 마음으로 우체통에 넣어본 것이 마지막으로 언제였을까? 위기주부 세대에는 누구나 한 번쯤은 취미가 '우표수집'이었던 적도 있었는데, 그 정성스레 모았던 많은 우표들은 지금 다 어디로 갔을까? 그렇게 누군가의 손을 거치며 사랑을 받았던 오래된 한국의 우표 몇 장도, 여기 미국 워싱턴DC의 스미소니언 국립 우편박물관(National Postal Museum)에 소중히 전시가 되어 있었다.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 뒤로 제일 앞의 신호대기 차량의 위쪽을 확대해 보시면 U.S. POST OFFICE라 써진 입구가 보인다. 지금은 저 작은 옆문 안쪽에만 우체국이 남아있지만, 저 웅장한 건물이 완공된 1914년부터 1986년까지는 전체 건물이 수도로 들어오고 나가는 모든 우편물을 처리했던 체신청(Postal Service) 본부였다. 저리로 건너가기 전에 여기 대각선 위치에 있는 기념물 하나만 간단히 먼저 소개한다.
홀로도모르(Holodomor)는 1932년 겨울에 스탈린 치하 소련연방의 우크라이나 공화국에서 발생한 대기근을 말한다. 농업생산에 대한 사회주의 집단화 정책의 실패와 중앙정부의 곡물 수탈 때문에 이듬해까지 약 300만명이 굶어 죽었고, 유산 및 영양결핍에 따른 출산감소까지 고려하면 1,000만명 이상의 인구감소를 초래했단다. 서방에서는 이를 고의적인 '기아를 통한 대량학살(Famine-genocide)'로 보고 있으며, 현재 진행되고 있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역사적인 시발점도 바로 이 사건이라 볼 수 있단다.
도로를 건너와 보자르(Beaux-Arts) 양식으로 아름답게 만들어진 건물의 서쪽 입구 위쪽을 올려다 보면, 처음부터 우체국 용도로 지어진 건물이라서 아래와 같은 멋진 글귀가 새겨져 있다.
Messenger of Sympathy and Love
Servant of Parted Friends
Consoler of the Lonely
Bond of the Scattered Family
Enlarger of the Common Life
출입문으로 사용되는 동쪽 입구까지 걸어왔는데, 오랫동안 우편집중국으로 사용되며 개조되었던 건물을 1990년부터 본래 모습으로 복원한 후에, 체신청과 스미소니언 재단의 협력으로 1993년에 내셔널 포스탈 뮤지엄(National Postal Museum)으로 개관을 한 것이란다.
스미소니언 박물관이지만 내셔널몰에서 제법 떨어져 있어서 썰렁할 줄 알았는데, 입장을 기다리는 줄이 제법 길었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특히, DC의 박물관 입장시에 소지품을 따로 엑스레이 검색대로 모두 통과시키는 것은 매우 드문 경우이다.
제일 먼저 둘러본 전시실은 William H. Gross Stamp Gallery로 보험펀드 투자가 빌 그로스(Bill Gross)가 800만불을 기증해서 2009년에 문을 연, 세계 최대의 우표수집 전시관이란다.
우표라는게 크지가 않아서 실물보다는 확대한 프린트나 계속 바뀌는 화면으로 보여주기만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처음 여기서 들었지만, 작은 실물들도 나중에 원하면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게 만들어져 있다. 이 사진 오른편에 FIRST U.S. STAMPS라 된 곳을 자세히 보면,
미국은 독립하고 한참 지난 1847년에야 독자적인 우표 2종을 최초로 발행하는데, 5센트 모델이 벤자민 프랭클린(Benjamin Franklin)인 이유는 그가 바로 미국의 초대 우정장관(Postmaster General)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표수집광이었던 미국 루즈벨트 대통령을 넣은 유럽 모나코에서 1947년에 발행한 우표의 확대사진이 그 위에 보이는데, 돋보기로 우표를 검사하는 FDR의 왼손 손가락이 6개로 잘못 그려진 것으로 유명하다.
별도로 만들어진 암실에 '보석(gem)'들 같은 우표가 전시되어 있는데, 작은 종이 쪼가리 하나가 약 1,000만불에 거래되어서 세계에서 가장 비싼 우표라는 기록을 가진 1856 British Guiana 1c magenta가 전시되기도 했던 곳이다. 그리고 우표 수집과 연구를 뜻하는 '필래터리(Philately)'라는 영단어를 위기주부가 처음 알게된 곳이기도 하다.^^ 여기서 가장 주목받는 것은 왼편에 확대 프린트가 보이는...
전세계에 정확히 100개가 남아있다는 1918년의 '뒤집어진 제니(Inverted Jenny)' 우표로, 작년 2023년에 1개가 약 200만불에 거래가 되어서 뉴스에 나오기도 했었다. 우표의 색이 바래는 것을 막기 위해서 가운데 전시창 내부의 조명이 잠시만 약하게 들어왔다 꺼지기를 반복하기 때문에 직접 사진을 찍는게 쉽지 않았던 실물 사진을 보여드리면,
4장이 붙어있는 상태인 빌 그로스의 수집품이 대여 전시되고 있는데, 이 우표가 희귀한 이유는 가운데 비행기가 뒤집어져 인쇄되었기 때문이다. 수동으로 인쇄를 하면서 파란색 도판을 처음에 거꾸로 넣는 바람에 100장 전지 하나가 이렇게 나왔는데, 폐기하면 실수가 드러나 혼날까봐 두려웠던 작업자가, 도판 방향을 수정해 정상적으로 인쇄한 나머지 제품들과 함께 우체국 판매용으로 보내버린 것이란다. 그것을 또 우표수집가인 William T. Robey가 운좋게 바로 발견해서, 우체국에서 전지를 정가인 24불에 구입한 후에 딜러에게 통째로 15,000불에 팔았고, 그 후 다른 딜러에게 다시 넘어가서 이렇게 몇 장 묶음이나 낱개로 쪼개져서 여러 사람에게 팔리기 시작했단다.
전세계의 우표를 모아놓은 전시실 입구에는 '북인천우체국' 우체통이 떡하니 전시되어 있다. 미국은 현재 짙은 파란색이지만, 다른 나라의 우체통들은 대부분 빨강이나 짙은 노랑의 원색인 모양이다.
벽에서 뽑아낸 전시판(?)의 건너편 벽에 세계지도가 붙어있고, 대륙별 색깔로 구분되어 새겨진 번호를 찾아서 각 나라의 대표적인 우표 실물을 직접 찾아볼 수 있었다. 대만, 일본, 스리랑카와 같은 면에 소개가 되어 있는 한국의 우표 3장을 확대해서 보여드리면...
1900년 대한제국 2원 우표, 1946년 미군정 당시 발행된 50전 한글오백주년기념우표, 그리고 1976년 세계관광의날 기념우표 20원짜리인데, 마지막 우표의 일련번호가 'Korea 1047'인 것을 보면, 한국의 우표만 1천장 이상을 이 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미국이 소유한 보석들을 모아놓은 National Gem Collection이 국립 자연사박물관에 있다면, 여기에는 National Stamp Collection이 별도의 전시실에 시대순으로 분류되어서 앞서와 같은 형태로 벽속에 전시되어 있었다.
유명한 우표수집가들을 소개하는 곳에 루스벨트 대통령의 사진이 또 붙어 있는데, 그는 당대 최고의 '우표 덕후'였던 자신의 친구를 체신부 장관에 임명해서 우표의 도안까지 직접 관여할 정도였다고...^^ 그 외에 알만한 사람으로는 엘리자베스 여왕, 프란치스코 교황, 찰리 채플린 등의 사진이 보이며, 이 방에 존 레논의 어릴 적 우표수집책도 전시되어 있다.
그렇게 2층의 전시실들을 둘러보고 나오니 복도에는 토요일을 맞아서 어린이들을 위한 무슨 행사가 열리고 있어서 아주 시끌벅적했다. 직전에 들렀던 건축박물관(Building Museum)도 그랬는데, 토요일에 DC의 여러 박물관들의 무료 체험행사같은 것들이 많은 모양이다.
그런데 이게 다가 아니라, 아래쪽 1층에는 우편업무(Postal Service)에 대한 전시장들이 훨씬 넓은 공간에 만들어져 있다. 내려가기 전에 여기 옆으로 반짝이는 안내판과 강아지의 동상이 있어서 먼저 보여드리면,
국립 우편박물관 설립에 관여했던 USPS와 스미소니언 재단의 높으신 분들 이름이 새겨져 있고, 그 앞에는 뉴욕 올버니(Albany) 우체국 직원이 키우던 개로 1888~1897년 사이에 우편열차를 타고 미대륙 48개주 14만마일 및 국제우편물과 함께 세계일주도 해서, 미국우정청의 공식 마스코트가 된 '오우니(Owney)'라는 개이다.
아랫층으로 내려오니 옛날 비행기 3대가 매달려 있는 넓은 홀을 빙 돌아가며 커다란 전시장들이 또 만들어져 있어서... 도저히 모두 구경할 시간은 없었으므로, 여기는 다음에 아내와 같이 다시 와서 둘러보기로 하고, 바로 유턴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 박물관을 나가서, 동쪽으로 횡단보도만 건너면 나오는 기차역을 찾아 워싱턴DC '지하철 하이킹'을 계속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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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말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린 일요일에 오래간만에 아내와 함께, (사실 최종 목적지가 따로 있기는 했지만) 음악회가 아닌 미술관 방문을 위해서 지하철을 타고 워싱턴DC 시내로 향했다. 이 전에 방문했을 때 닫아서 못 본 전시실들이 있는 국립 스미소니언 초상화/미국 미술관은 DC의 차이나타운에 있어서, 따뜻한 국물이 있는 점심부터 먼저 사먹고 작품 감상을 하기로 했다.
얼핏 좌우대칭처럼 보이는 이 역사는 메트로센터(Metro Center) 환승역으로, 실버라인을 타고 온 우리가 여기서 레드라인으로 갈아탔다.
딱 한 정거장만 타고 Gallery Place - Chinatown Station에서 내려 밖으로 나오면, DC의 차이나타운을 알리는 중국풍의 문이 나온다. 검색으로 찾은 중국식 라면(?) 가게에서 완탕 등으로 이른 점심을 먹고는 반대편에 있는 공짜 미술관으로 들어갔다.
옛날 미국의 특허청(Patent Office) 건물에는 두 개의 독립된 스미소니언 박물관이 함께 입주해 있는데, 유리돔이 덮힌 중앙정원과 국립 초상화 미술관(National Portrait Gallery)의 주요 전시에 대한 소개는 여기를 클릭해서 2년전에 방문기의 1편을 보시면 된다.
이 날도 그 때처럼 중앙정원에서는 '봄맞이' 난초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고, 처음으로 작품감상을 시작한 곳은 2년전에는 보수중이라 보지 못했던 1층 초상화 갤러리의 Out of Many: Portraits from 1600 to 1900 전시실이다.
남북전쟁의 장군들 초상화를 따로 모아놓은 곳에서 눈에 띈 윌리엄 셔먼(William T. Sherman)으로, 주로 서부전선에서 활동해서 본격적으로 위기주부 블로그에 등장하지는 않았지만, 세쿼이아 국립공원에 있는 세계최대의 나무 '제너럴 셔먼'의 바로 그 주인공이다.
발명왕 에디슨의 초상화 옆에는 그가 함께 포즈를 취한 발명품인 '원통형 녹음기' 실물도 전시되어 있었다. "뉴저지에 있는 그의 연구실을 보존하는 국립역사공원도 빨리 가봐야 되는데..."
옛날 미국인이라고 해서 서양인만 있는건 아니고 원주민의 초상화도 있는데, 둥근 계단 벽에 여러 추장의 그림들이 모여있고, 그 아래의 조각은 부족들을 연합해 백인과 싸우다가 전사한 테쿰세(Tecumseh)로 이마에 총알구멍이 나있었다. 그는 미국 대통령들을 재직중 사망하게 만드는 '테쿰세의 저주'로도 유명한데, 아이러니 한 것은 앞서 소개한 인디언 토벌에도 나섰던 셔먼 장군의 미들네임이 'Tecumseh'일 정도로, 그의 사후에 미국과 캐나다에서 모두 칭송을 받는 훌륭한 인물로 여겨진다는 것이다.
또한 미국 100달러 지폐에 들어간 소위 '최초의 미국인' 벤자민 프랭클린 도안의 원본 초상화도 직접 볼 수 있고,
영국 귀족 의상을 입고 있는 포카혼타스의 유명한 초상화도 이렇게 특별히 전시되어 있었다. 이제 2층으로 올라가서 역대 대통령들의 초상화만 모아놓은 America’s Presidents 전시실로 향했는데, 처음 직접 본 아래의 두 작품만 따로 보여드린다.
2년전에 왔을 때는 미국내 순회 전시중이라서 보지 못했던, 제44대 버락 오바마의 유명한 공식 초상화를 직접 보니까, 잘은 모르지만 그 독창성이나 작품성이 아주 뛰어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이 벽의 바로 반대편으로 돌아가면,
제45대 도널드 트럼프의 2년전과는 다른 '사진(photograph)'이 걸려있다... 대통령 공식 초상화가 보통 퇴임 후 2~3년이면 발표가 되고, 옛날에 알아봤을 때는 작업중이라고 했던 것 같으니까 지금쯤은 여기 사진이 아니라 그림이 걸려있어야 하는데, 무슨 다른 이유가 있는걸까? ㅎㅎ
별개인 스미소니언 미국 미술관(Smithsonian American Art Museum)의 1~2층 전시 및 여기 스테인드글래스와 바닥이 멋있는 3층의 모습 등은 여기를 클릭해서 2년전 방문기 2편을 보시면 되고, 이제 이 곳을 방문한 주목적인 미국 현대미술을 소개하는 전시실로 향한다.
Galleries for Modern and Contemporary Art 전시실의 중앙에 자리잡고 있는 백남준의 1995년 작품 '일렉트로닉 슈퍼하이웨이(Electronic Superhighway: Continental U.S., Alaska, Hawaii)'를 감상하는 아내의 뒷모습이다. 이 사진에는 안 보이지만 알래스카 왼쪽으로 하와이 섬들도 붙어있고,
그 옆의 안내판에 Nam June Paik은 1932년 서울에서 태어나 2006년에 마이애미비치에서 죽은 미국인이라 되어 있다. (클릭해서 확대해 내용을 직접 읽으실 수 있음) 그런데 저 작은 CRT들은 어떻게 구했고 또 이제 더 이상 만들지도 않을텐데, 고장이라도 나면 수리나 대체는 어떻게 할 지가 궁금했다~
비디오아트니까 동영상으로 꼭 보여드려야 할 것 같아서, 정면에서 10초 정도 흔들림 없이 핸드폰으로 촬영한 비디오를 GIF 이미지로 바꿔서 대표사진으로 보여드린다. TV 화면들이 번쩍번쩍 바뀌는거야 당연한거고, 주경계를 나타내는 네온사인들 외에 미시시피 강을 표시하는 네온사인이 차례로 불이 들어왔다 꺼지는 것을 확인하실 수 있다.
미서부 지역만 확대해서 세로로 찍은 사진을 보면, 정확히는 아리조나 주의 북쪽에 있는 모뉴먼트밸리가 유타 주 영상에 나오는 것이 보이는데, 백남준이 미술은 잘 했지만 지리 과목은 좀 싫어했는 듯... 각 주의 영상들을 나름 오래 앉아서 구경을 했는데, 유타 위쪽의 아이다호 주는 계속해서 감자, 감자밭, 감자봉지만 나왔다.^^
이 외에도 많은 다른 재미있는 현대미술 작품들이 있던 전시실은 바닥과 기둥도 멋져서 사진들을 참 많이 찍었지만, 일일이 정리해서 보여드리는 것은 다음 방문으로 미루고, 그냥 한바퀴 돌아보면서 찍은 영상을 클릭해서 유튜브로 보실 수 있다. 함께 들리는 소음은 관람객들이 내는 것도 있지만, 비디오아트의 좌우에 설치된 스피커에서도 수십개의 소리가 동시에 나오는 것이 녹음된 것으로 예술의 일부이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정말 다양한 크기의 많은 브라운관들을 쌓아놓은 것이 보이는데 참 만들면서 재미있었을 것 같다. 50개주에 DC를 더해서 51종류의 영상이 동시에 나오는데, 다녀와서 복습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DC를 나타내는 작은 화면 하나에는 작품 속에 설치된 비디오카메라가 찍는 관람객들의 모습이 폐쇄회로를 통해 실시간으로 나온다니까, 다시 방문하면 한 번 확인을 해봐야 하겠다.
누가 공돌이 아니랄까봐 배선과 전원공급이 궁금했는데, 작품의 뒷쪽도 이렇게 옆에서 대강 볼 수가 있었다. 수 많은 멀티탭들은 6개 콘센트 꽉꽉 채워서 전원 플러그와 어댑터들이 꽂혀 있었고, 나무로 만든 기본구조는 다시 철제 구조물로 튼튼히 고정된 것 같았다. 바닥을 따라 뒤쪽까지 불이 들어와 있는 네온사인은 텍사스의 남쪽 경계를 구부린 것으로, 플로리다 남쪽도 바닥을 따라 구부러져 있었지만 누가 밟았는지 불이 들어오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이 작품은 항상 켜두는 것은 아닐텐데, 매일 끄고 켜는 것은 어떻게 하는지? 또 설마 지금도 VHS 테이프에 녹화된 영상을 틀지는 않을테니 디지털로 어떻게 바꿔서 화면에 내보내는지 등도 궁금했다.
중앙정원 바닥에는 원래 얇게 물결이 이는 분수(?)가 있고, 많은 쉴 수 있는 의자와 테이블이 있었지만, 이 날은 저녁에 여기서 결혼식이 있어서 물도 잠그고 모두 치웠던 것이었다. 딸이 시집가려면 아직 한참 남았는데, 갑자기 여기 행사 대여료가 또 궁금...ㅎㅎ
서두에 말한 '최종 목적지'는 DC의 다운타운이라 할 수 있는 시티센터 쇼핑몰 CityCenterDC의 명품거리였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분홍색의 연등과 벚꽃들이 매달린게 잠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벌써 2월말이니까 유명한 DC의 벚꽃축제가 1달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여기 매장 한 곳만 딱 들렀다가, 가까운 메트로센터 역으로 가서 바로 실버라인을 타고 버지니아 집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지난 일요일 나들이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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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4년에 만들어진 재즈곡으로 <Autumn in New York>, 즉 '뉴욕의 가을'이란 노래가 있다. 앞의 제목을 클릭하면 가장 유명한 빌리 할리데이(Billie Holiday)의 간드러진 목소리로 유튜브에서 들을 수 있고, 그녀 외에도 프랭크 시나트라(Frank Sinatra) 등 20여명의 가수가 녹음해서 음반을 낸 명곡이지만, 몇 편 만들어진 동명의 영화는 크게 흥행하지는 못한 듯 하다. 지난 7월의 여름부터 딸을 보러 매달 뉴욕을 방문하다보니 자연스레 가을이 되었고, 그 '가을의 뉴욕'에서도 이맘때 가장 화려해지는 센트럴파크(Central Park)에서 그 정취를 살짝 느껴보았다.
오른쪽 멀리 건물 사이로 전편에 소개한 구겐하임 미술관의 동그란 외관이 보이는데, 그 북쪽에 있는 여기 카페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을 계획이었지만 기다리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일단 카페의 입구가 상당히 특이해 보이는 이유는...
신고딕 양식으로 1929년에 완공된 Church of the Heavenly Rest 성공회 교회 건물의 일부에 카페가 들어서 있기 때문이다. 안에 3명 자리가 나려면 40분 이상 기다려야 한다고 해서, 대기를 걸어놓고는 다른 곳에서 간단한 샌드위치와 커피를 한 입 먹고 다시 돌아왔다.^^
블루스톤레인(Bluestone Lane)은 2013년에 오스트레일리아(Australia) 출신이 만든 커피 체인점으로, 특이하게 Aussie café culture의 고급 커피와 건강식을 제공한단다. (호주 스타일이 뭐지? ㅎㅎ) 현재 미국 전역에 50곳이 넘는 지점이 있는데, 2021년 여름에 보스턴의 하버드스퀘어 카페(Harvard Square Café)를 방문했던 사진은 여기를 클릭해 보실 수 있다.
거의 1시간이 걸려서 내부로 들어왔는데, 작은 예배당에 만들어진 카페로 예상했지만, 거의 통로를 활용한 공간이라서 약간 속았다는 느낌도 들었다.^^ "이렇게 좁으니까 일요일 점심에 3명 자리가 쉽게 나올리가 있나?"
그래도 우리는 구석의 테이블을 따로 받기는 했지만, 출입문 바로 옆이라서 추웠던 기억이...
예전에 어떤 뉴스에서 영국 교회들이 신도가 줄어서 재정이 어려운 이유로, 이런 교회 공간을 식당이나 술집으로 렌트하는 경우가 많다는 기사를 본게 떠올랐는데, 미국 뉴욕에서 그런 체험을 하게 되었다.
각자 음료와 이 디저트 빵만 하나 시켰는데, 직원이 와서 말하기를...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해서 3명의 음료는 서비스로 그냥 드리겠다고 했다. 그렇게 우여곡절이 많았던 점심을 먹고는 구겐하임 미술관을 구경하고, 다시 북쪽에 있는 다른 박물관도 잠깐 둘러보기로 했다.
약 20개의 스미소니언 재단 소속 박물관들 중에서 2개가 뉴욕에 있는데, 그 중 하나인 쿠퍼휴잇 디자인 박물관(Cooper Hewitt, Smithsonian Design Museum)이 여기 맨하탄의 어퍼이스트사이드(Upper East Side)의 소위 '뮤지엄마일(Museum Mile)'에 있었다.
뉴욕 출신의 발명가이자 사업가 및 자선가로 미국 대통령 후보가 된 적도 있는 억만장자 Peter Cooper의 손녀로 뉴욕 시장의 딸이었던 사라 쿠퍼 휴이트(Sarah Cooper Hewitt)가 주도해서, 이 박물관은 1897년에 Cooper Union Museum for the Arts of Decoration 이름으로 지금의 쿠퍼유니언 대학 건물에 처음 문을 열었지만, 1930년대에 대학과 분리되어 독립적으로 운영하면서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다가 1968년에 스미소니언 재단 박물관의 하나가 된 것이다.
그 후 카네기 재단으로부터 기부를 받아서 스미소니언이 소유하게된 여기 Andrew Carnegie Mansion 건물로 옮겨서 1976년에 새로 개관을 했다고 하는데, 덩쿨이 무성히 자란 이 맨션은 바로 '철강왕' 앤드류 카네기가 1902년부터 1919년에 그가 죽을 때까지 살았던 집이라고 한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여기 정원에서는 외벽을 리모델링중인 옆건물의 저 문으로 들어가서 카페를 지나 내부 통로로 연결이 되었다.
깔끔한 디자인의 기념품 가게가 먼저 나왔는데, 의외로 뭔가 '이케아(Ikea)스러운' 분위기가 났다고나 할까? 관통해서 왼쪽 문으로 나가니까, 눈에 확 띄는 공간이 나와서 그리로 일단 향했다.
당시 밖이 추워서 그랬는지, 온실처럼 꾸며진 이 공간이 참 아늑했었다~ 철강왕을 떠올리게 하는 육중한 철문이 있는 곳으로 씩씩하게 걸어갔지만, 지키고 있던 직원이 여기는 출구라고 해서 옆쪽의 입구를 찾아갔는데...
사진 왼편의 살짝 보이는 카운터에 있던 직원이 입장료를 내야한단다! 스미소니언 뮤지엄이라서 당연히 무료일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원래 민간 박물관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뉴욕에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별도의 입장료가 있었다. 엄빠가 들어가보고 싶으면 딸이 입장료를 내주겠다고 했지만, 버지니아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시간 관계상 그냥 다음에 보기로 했다.
이렇게 카네기가 걸었을 계단을 한 번 올려다 보는 것으로 일단 스미소니언 박물관 20개 방문 리스트에는 체크를 해놓기로 했다. 참고로 매일 오후 5시 이후 1시간 동안은 'pay-what-you-wish'로 입장이 가능하다고 한다.
박물관을 나와서 5번가(5th Ave)를 건너면 바로 센트럴파크(Central Park)로, 90th St와 연결된 Engineers' Gate의 정면에는 뉴욕 시장을 지낸 존 퍼로이 미첼(John Purroy Mitchel)의 황금색 흉상 기념물이 만들어져 있다. 그는 1914년에 불과 34세의 나이로 시장에 당선되었지만, 재선에 실패한 후에 제1차 세계대전 참전을 위해 미육군 항공대에 입대했다가 1918년에 훈련중 추락사고로 사망했단다. 그리고 기념물 위쪽에 사람들이 보이는 곳으로 올라가면,
뉴욕 센트럴파크에서 가장 큰 호수인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 저수지(Jacqueline Kennedy Onassis Reservoir)가 나온다. 원래 맨하탄 주민의 식수원으로 1862년에 만들어져 계속 사용되다가 1993년에 용도해제 되었고, 이듬해 재클린이 사망하자 그녀의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되고 5년 후인 1968년에 그리스 '선박왕'과 재혼한 그녀는 이 저수지가 내려다 보이는 5번가 아파트에 살며 자주 호숫가를 조깅했으며, 또 그랜드센트럴터미널과 이 공원의 보존 및 뉴욕의 문화계에도 기여한 점 등을 고려해서 명명했단다.
호숫가를 따라 남쪽으로 좀 걸었는데, 따님도 나중에 뉴욕에 계속 살게 되면 센트럴파크가 내려다 보이는 곳에서 살고 싶단다~ "그럼, 이왕이면 저 남쪽 끝에 우뚝 솟은 오른쪽 센트럴파크 타워(Central Park Tower, 472m)나 왼쪽 스타인웨이 타워(Steinway Tower, 435m)의 꼭대기는 어때? 너무 높아서 어지러우려나..."
그렇게 이야기하며 걷다가 '메트(MET)'가 가까워지고 공원도로가 넓어지니까 일요일 오후에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참 많았다. 이 때는 뉴욕에 단풍이 막 들기 시작할 때라 조금 이르기는 했지만, 가운데 위험하게 함께 자전거를 타는 커플을 보며 서두의 노랫가사를 떠올린다...
It's autumn in New York
That brings the promise of new love
Autumn in New York
Is often mingled with pain
사랑도 좋지만, 그러다가 넘어지면 고통이다~ㅎㅎ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뒷편 야외에 진짜 고대 이집트의 오벨리스크(Obelisk)가 세워져 있는 것을 안 것도 이 날의 수확이다. 기원전 15세기에 만들어졌고 클레오파트라에 의해 알렉산드리아로 옮겨져서 Cleopatra's Needles라 불린 2개 중의 하나로, 이집트가 선물로 줘서 길이 21m에 무게 200톤의 이 돌을 배로 실어와 1881년에 저 자리에 세웠단다. (다른 하나는 앞서 1878년에 영국 런던으로 옮겨졌음) 이상으로 짧은 '뉴욕의 가을' 이야기는 끝이고, 계속해서 눈 내린 뉴욕과 센트럴파크의 겨울 모습도 다음 달에는 소개가 될 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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