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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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말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린 일요일에 오래간만에 아내와 함께, (사실 최종 목적지가 따로 있기는 했지만) 음악회가 아닌 미술관 방문을 위해서 지하철을 타고 워싱턴DC 시내로 향했다. 이 전에 방문했을 때 닫아서 못 본 전시실들이 있는 국립 스미소니언 초상화/미국 미술관은 DC의 차이나타운에 있어서, 따뜻한 국물이 있는 점심부터 먼저 사먹고 작품 감상을 하기로 했다.
얼핏 좌우대칭처럼 보이는 이 역사는 메트로센터(Metro Center) 환승역으로, 실버라인을 타고 온 우리가 여기서 레드라인으로 갈아탔다.
딱 한 정거장만 타고 Gallery Place - Chinatown Station에서 내려 밖으로 나오면, DC의 차이나타운을 알리는 중국풍의 문이 나온다. 검색으로 찾은 중국식 라면(?) 가게에서 완탕 등으로 이른 점심을 먹고는 반대편에 있는 공짜 미술관으로 들어갔다.
옛날 미국의 특허청(Patent Office) 건물에는 두 개의 독립된 스미소니언 박물관이 함께 입주해 있는데, 유리돔이 덮힌 중앙정원과 국립 초상화 미술관(National Portrait Gallery)의 주요 전시에 대한 소개는 여기를 클릭해서 2년전에 방문기의 1편을 보시면 된다.
이 날도 그 때처럼 중앙정원에서는 '봄맞이' 난초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고, 처음으로 작품감상을 시작한 곳은 2년전에는 보수중이라 보지 못했던 1층 초상화 갤러리의 Out of Many: Portraits from 1600 to 1900 전시실이다.
남북전쟁의 장군들 초상화를 따로 모아놓은 곳에서 눈에 띈 윌리엄 셔먼(William T. Sherman)으로, 주로 서부전선에서 활동해서 본격적으로 위기주부 블로그에 등장하지는 않았지만, 세쿼이아 국립공원에 있는 세계최대의 나무 '제너럴 셔먼'의 바로 그 주인공이다.
발명왕 에디슨의 초상화 옆에는 그가 함께 포즈를 취한 발명품인 '원통형 녹음기' 실물도 전시되어 있었다. "뉴저지에 있는 그의 연구실을 보존하는 국립역사공원도 빨리 가봐야 되는데..."
옛날 미국인이라고 해서 서양인만 있는건 아니고 원주민의 초상화도 있는데, 둥근 계단 벽에 여러 추장의 그림들이 모여있고, 그 아래의 조각은 부족들을 연합해 백인과 싸우다가 전사한 테쿰세(Tecumseh)로 이마에 총알구멍이 나있었다. 그는 미국 대통령들을 재직중 사망하게 만드는 '테쿰세의 저주'로도 유명한데, 아이러니 한 것은 앞서 소개한 인디언 토벌에도 나섰던 셔먼 장군의 미들네임이 'Tecumseh'일 정도로, 그의 사후에 미국과 캐나다에서 모두 칭송을 받는 훌륭한 인물로 여겨진다는 것이다.
또한 미국 100달러 지폐에 들어간 소위 '최초의 미국인' 벤자민 프랭클린 도안의 원본 초상화도 직접 볼 수 있고,
영국 귀족 의상을 입고 있는 포카혼타스의 유명한 초상화도 이렇게 특별히 전시되어 있었다. 이제 2층으로 올라가서 역대 대통령들의 초상화만 모아놓은 America’s Presidents 전시실로 향했는데, 처음 직접 본 아래의 두 작품만 따로 보여드린다.
2년전에 왔을 때는 미국내 순회 전시중이라서 보지 못했던, 제44대 버락 오바마의 유명한 공식 초상화를 직접 보니까, 잘은 모르지만 그 독창성이나 작품성이 아주 뛰어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이 벽의 바로 반대편으로 돌아가면,
제45대 도널드 트럼프의 2년전과는 다른 '사진(photograph)'이 걸려있다... 대통령 공식 초상화가 보통 퇴임 후 2~3년이면 발표가 되고, 옛날에 알아봤을 때는 작업중이라고 했던 것 같으니까 지금쯤은 여기 사진이 아니라 그림이 걸려있어야 하는데, 무슨 다른 이유가 있는걸까? ㅎㅎ
별개인 스미소니언 미국 미술관(Smithsonian American Art Museum)의 1~2층 전시 및 여기 스테인드글래스와 바닥이 멋있는 3층의 모습 등은 여기를 클릭해서 2년전 방문기 2편을 보시면 되고, 이제 이 곳을 방문한 주목적인 미국 현대미술을 소개하는 전시실로 향한다.
Galleries for Modern and Contemporary Art 전시실의 중앙에 자리잡고 있는 백남준의 1995년 작품 '일렉트로닉 슈퍼하이웨이(Electronic Superhighway: Continental U.S., Alaska, Hawaii)'를 감상하는 아내의 뒷모습이다. 이 사진에는 안 보이지만 알래스카 왼쪽으로 하와이 섬들도 붙어있고,
그 옆의 안내판에 Nam June Paik은 1932년 서울에서 태어나 2006년에 마이애미비치에서 죽은 미국인이라 되어 있다. (클릭해서 확대해 내용을 직접 읽으실 수 있음) 그런데 저 작은 CRT들은 어떻게 구했고 또 이제 더 이상 만들지도 않을텐데, 고장이라도 나면 수리나 대체는 어떻게 할 지가 궁금했다~
비디오아트니까 동영상으로 꼭 보여드려야 할 것 같아서, 정면에서 10초 정도 흔들림 없이 핸드폰으로 촬영한 비디오를 GIF 이미지로 바꿔서 대표사진으로 보여드린다. TV 화면들이 번쩍번쩍 바뀌는거야 당연한거고, 주경계를 나타내는 네온사인들 외에 미시시피 강을 표시하는 네온사인이 차례로 불이 들어왔다 꺼지는 것을 확인하실 수 있다.
미서부 지역만 확대해서 세로로 찍은 사진을 보면, 정확히는 아리조나 주의 북쪽에 있는 모뉴먼트밸리가 유타 주 영상에 나오는 것이 보이는데, 백남준이 미술은 잘 했지만 지리 과목은 좀 싫어했는 듯... 각 주의 영상들을 나름 오래 앉아서 구경을 했는데, 유타 위쪽의 아이다호 주는 계속해서 감자, 감자밭, 감자봉지만 나왔다.^^
이 외에도 많은 다른 재미있는 현대미술 작품들이 있던 전시실은 바닥과 기둥도 멋져서 사진들을 참 많이 찍었지만, 일일이 정리해서 보여드리는 것은 다음 방문으로 미루고, 그냥 한바퀴 돌아보면서 찍은 영상을 클릭해서 유튜브로 보실 수 있다. 함께 들리는 소음은 관람객들이 내는 것도 있지만, 비디오아트의 좌우에 설치된 스피커에서도 수십개의 소리가 동시에 나오는 것이 녹음된 것으로 예술의 일부이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정말 다양한 크기의 많은 브라운관들을 쌓아놓은 것이 보이는데 참 만들면서 재미있었을 것 같다. 50개주에 DC를 더해서 51종류의 영상이 동시에 나오는데, 다녀와서 복습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DC를 나타내는 작은 화면 하나에는 작품 속에 설치된 비디오카메라가 찍는 관람객들의 모습이 폐쇄회로를 통해 실시간으로 나온다니까, 다시 방문하면 한 번 확인을 해봐야 하겠다.
누가 공돌이 아니랄까봐 배선과 전원공급이 궁금했는데, 작품의 뒷쪽도 이렇게 옆에서 대강 볼 수가 있었다. 수 많은 멀티탭들은 6개 콘센트 꽉꽉 채워서 전원 플러그와 어댑터들이 꽂혀 있었고, 나무로 만든 기본구조는 다시 철제 구조물로 튼튼히 고정된 것 같았다. 바닥을 따라 뒤쪽까지 불이 들어와 있는 네온사인은 텍사스의 남쪽 경계를 구부린 것으로, 플로리다 남쪽도 바닥을 따라 구부러져 있었지만 누가 밟았는지 불이 들어오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이 작품은 항상 켜두는 것은 아닐텐데, 매일 끄고 켜는 것은 어떻게 하는지? 또 설마 지금도 VHS 테이프에 녹화된 영상을 틀지는 않을테니 디지털로 어떻게 바꿔서 화면에 내보내는지 등도 궁금했다.
중앙정원 바닥에는 원래 얇게 물결이 이는 분수(?)가 있고, 많은 쉴 수 있는 의자와 테이블이 있었지만, 이 날은 저녁에 여기서 결혼식이 있어서 물도 잠그고 모두 치웠던 것이었다. 딸이 시집가려면 아직 한참 남았는데, 갑자기 여기 행사 대여료가 또 궁금...ㅎㅎ
서두에 말한 '최종 목적지'는 DC의 다운타운이라 할 수 있는 시티센터 쇼핑몰 CityCenterDC의 명품거리였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분홍색의 연등과 벚꽃들이 매달린게 잠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벌써 2월말이니까 유명한 DC의 벚꽃축제가 1달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여기 매장 한 곳만 딱 들렀다가, 가까운 메트로센터 역으로 가서 바로 실버라인을 타고 버지니아 집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지난 일요일 나들이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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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해보니 지난 2023년에는 1월과 7~11월까지는 매달 한 번씩, 그리고 12월에는 두 번을 방문해서, 총 8번 뉴욕 맨하탄을 방문했었다. 게다가 그 전해 여름에도 3번을 방문했더니, 뉴욕시의 대표적인 관광지나 전망대 및 미술관 등등을 최근에 거의 한 번씩 소개한 셈이 되어, 맨하탄도 점점 '딸이 사는 동네'가 되어가는 느낌이다...^^ 그래서 작년 마지막으로 12/31일에 맞춰서 올라갔을 때는, 한국에서 오신 여행객들에게는 조금 생소할 수도 있는, 우선순위가 약간 떨어지는 코스를 한 번 걸어보기로 했다.
지하철 녹색 라인 Brooklyn Bridge-City Hall 역에서 내려 밖으로 나오니, Chinatown/Little Italy 방향을 알려주는 간판이 딱 보인다. 그 쪽은 나중에 갈 곳이라서 반대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보면,
맨하탄의 가장 남쪽 구역인 파이낸셜 디스트릭트(Financial District)의 고층 건물들을 배경으로 브루클린 다리((Brooklyn Br) 교통 표지판이 보인다. 2022년에 차를 몰고 지나간 적은 있었는데, 트럭이나 버스는 다닐 수 없는 그 역사적인 다리를 이제 가족 3명이 함께 걸어보려고 한다.
횡단보도를 건너 양방향 차선의 가운데 만들어진 인도로 들어왔더니, 여기도 바글바글 인기있는 관광지임을 바로 알 수 있었다.
특히 길을 따라서 노점상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는데, 우리도 여기서 5불짜리 NY 모자 2개를 샀다. 그런데, 입구쪽에 새해 2024년부터는 여기서 이런 장사를 못하게 할거라고 써있었는데 과연...?
브루클린 브릿지가 맨하탄의 많은 다리들 중에서 특히 걸어서 건너봐야 하는 관광지로 인기있는 이유는, 다운타운과 가장 가까운 남쪽이라서 마천루가 잘 보인다는 것이 첫번째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다리 중앙의 인도가 차도보다 높게 만들어져 있어서 자동차에 시야를 방해받지 않고 맨하탄과 브루클린의 스카이라인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보행로의 바닥이 사진처럼 나무판으로 만들어져 있는데, 그 아래가 텅텅 비어있어서 바로 강물이 보이며, 틈의 간격이 제법 넓은 곳도 있으므로 핸드폰 등을 떨어뜨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지금도 차들이 쌩쌩 달리는 길이 1.8 km의 이 다리가 무려 140년전인 1883년에 개통된 석조 교각의 현수교라는 역사적인 중요성도 물론 큰 이유이다! 영화 <스파이더맨>에 자주 등장하는 성조기가 꼭대기에서 항상 펄럭이고 있는 저 타워 주위로는 넓은 공간에 그 역사와 건설과정 등을 알려주는 동판이 만들어져 있다.
첫번째 타워를 지나 뒤돌아서 다운타운의 고층 건물들을 배경으로 가족 셀카를 찍었는데, 지난 여름에 딸이 직장에서 받은 첫번째 정식 월급으로 꼭대기에서 부모에게 밥을 사줬던 빌딩이 한가운데에 우뚝 서있는게 보인다~
그래도 예의상 다리의 가운데까지 걸어와서 강 건너 브루클린 쪽에 세워져 있는 두번째 타워를 핸드폰 줌으로 당겨서 찍어봤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바로 북쪽으로 보이는 철제 타워의 2층 현수교는 1909년에 만들어진 맨하탄 브리지(Manhattan Bridge)로, 두 다리 사이의 맨하탄쪽 강가는 투브릿지(Two Bridges)라 불리고, 브루클린쪽은 저 맨하탄 다리 아래의 '덤보(DUMBO)'가 관광지로 유명한데, 여기를 클릭해서 재작년에 방문했던 포스팅을 직접 보실 수 있다.
다시 돌아가는 길에 찍은 모녀 사진을 보면, 여기도 난간 등에 '사랑의 자물쇠'를 채워놓은 것이 띄엄띄엄 보인다.
타워 주위의 모퉁이 명당 자리에서 셀카를 찍으시던 저 사람의 이메일을 아시는 분은 댓글로 알려주시면 이 사진 보내드려야 겠다.^^ 우리는 이렇게 뉴욕시의 명물인 브루클린브리지를 걸어본 후에 처음 표지판의 방향을 따라서 이른 저녁을 먹기로 한 곳을 찾아 갔다.
공원이라기 보다는 농구장이 있는 놀이터 같았던 Columbus Park를 지나서, 정면의 따닥따닥 붙은 건물들 사이의 좁은 골목길을 지나면, 우리가 찾아가는 차이나타운(Chinatown)의 유명한 식당이 나온다.
지하의 합기(Hop Kee, 合記) 레스토랑으로 내려가는데, 애매한 시간이라서 그런지 기다리는 줄은 없었다. 그런데 조금 멀리 같은 스타일 간판의 자매식당이라는 화합(Wo Hop, 和合)은 대기열이 보였다. "메뉴가 다른가? 다음에는 저기서도 한 번 먹어봐야 하겠다~"
중국 전통 식당의 내부는 사진빨이 잘 안나오기 때문에, 역시 볼품없어 보이는 요리 사진만 하나 올린다. 랍스터와 게, 그리고 야채와 면을 시켜서 흰쌀밥과 함께 2023년의 마지막 식사를 맛있게 잘 먹었는데, 주의할 사항은 이 집은 무조건 현금만 받으며 계산서에 현재 18%의 팁이 미리 포함되어서 나온다는 것이다. 또 다녀와서 알게된 사실은 여기가 소위 '이서진의 뉴욕맛집 차이나타운 3대장'에 포함된다고...^^
저녁을 먹고 나와서 맨하탄 차이나타운의 중심가인 Mott St를 따라서 북쪽으로 올라가며 구경을 했다. 갑진년 '용의 해'를 앞두고 만든 네온사인 뒤로 보이는 것은 성조기와 대만 국기로, 거리에서 중국 본토의 오성홍기는 찾아보기 힘든 것이 특이했다.
음력설 거리축제가 열리는 길에는 벌써 연등이 걸려있는데, 코리아타운과는 달리 진짜 중국의 시장통 거리를 걷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거기에 더해서 왼편의 커다란 뉴욕 기념품 가게 등도 많이 있고, 또 짝퉁 명품가방 등을 파는 사람들도 쉽게 마주칠 수 있는 곳이다...ㅎㅎ
유명하다는 빵집에서 밀크티와 과자도 사서 먹고는 Canal St와 만나는 곳까지 올라와서 차이나타운의 입구를 뒤돌아 본 모습이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그리고 큰길을 건너서 조금 더 북쪽으로 올라가다가 차이나타운이 끝나는 Grand St에서 좌회전을 하면 또 다른 나라로 공간이동을 할 수 있다.
도로 바닥에 1892년부터 여기서 장사를 했다고 타일로 박아놓았던 Ferrara Bakery & Cafe에 들어가서 이탈리아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젤라또를 두번째 디저트로 사먹었다.
그리고는 Mulberry St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갔는데, 이 길의 여기 한 블록이 맨하탄 리틀이태리(Little Italy)의 가장 번화가로, 뉴욕 마피아 체험 관광상품의 투어코스이기도 하단다...^^
사람들이 이탈리아를 가끔 '유럽의 중국'이라고 비꼬아서 부르는 경우가 있는데, 맨하탄 안에 중국과 이태리가 이렇게 딱 붙어있는게 신기한 우연인 것 같기도 했다.^^ 이상과 같이 미국→중국→이탈리아 코스로 지구를 한바퀴 도는 여행을 마치고는, 지하철 Canal St 역에서 전철을 타고 딸의 아파트로 돌아가서 푹 쉰 후에 새해맞이 불꽃놀이를 구경했던 것은 이미 소개를 해드렸었고, 이것으로 길었던 두 번의 연말 뉴욕 여행기가 모두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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